[피코/경코] 약
W.지호야약먹자
짧음주의
표지훈과 같이 있어서 못 먹는 알약을 억지로 먹을 지호가 걱정이 되 문을 살짝 열었다.
역시나 하나하나 삼키는 지호를 보고는 지훈이가 마구 비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그런데 다음 장면은 꽤나 당황스러웠다.
마구 웃던 표지훈이 물과 약을 입에 털어 넣더니 지호의 입으로 가져간다.
. . . . . .
잊을 수 없을 만큼 가슴떨리던 내 기억이 생각났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내가 아니였지만.
고등학생때 그래봤자 사년도 안지났지만. 그 때 정말 추웠던 겨울에 몸이 약한 지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감기에 걸렸다.
몇일 안되는 방학중에 골골대는 지호가 안쓰러워 놀아주기나 하려고 온 지호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러면 안되지만 둘밖에 없다는 생각에 두근 거렸다. 아픈애다 아픈애다...중얼거리며 지호가 있을 방문을 열었다.
제대로 감기에 걸렸는지 뜨거운 공기가 훅 덮쳐왔다. 그리고 우지호 살 냄새도,
희고 두꺼운 이불에 파묻혀 붉은 얼굴로 끙끙거리는 우지호가 보였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우지호는 야했다.
아프다...우지호는 아프다...흥분을 박으려 계속해서 되뇌었다.
"으으......박경? 아, 나 머리 띵해..."
가까이 다가가니 그제야 알았는지 눈을 슬며시 뜬다.
"많이 아프냐? 해열제 줘?"
그냥 얼굴만 확인한 건지 눈을 꾹 감는 지호에 조금 걱정이 됬다.
오늘 아줌마 아저씨도 안온다면서 혼자서 괜찮나?
"아...약없어. 알약밖에 토요일이라서 약국도 안여는데...크흠,경아 나 물 한컵만"
해역제가 없으면 말을 하지...가져올텐데
지금알았어.......아 목 존나 아파...죽겠네 진짜
헛기침을 해도 잠긴 목소리로 말을 하는 지호가 안쓰러웠다.
목 저리 막 쓰다가는 성대결절인데....집에만 있었으면 저렇게까진 안했을텐데. 믹테 녹음했나?
"너 믹테 녹음했지. 얼마나하면 목이 그 모양이 돼. 너 감기걸리면 녹음 안 하는 거 약속해."
분명히 작년에도 이 약속을 했었는데, 항상 일년도 안돼서 아플 때 녹음을 자주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꿍얼거리며 새끼손가락을 건다.
꼭 지켜, 이번엔? 알겠어. 물이나 떠 와.
손짓하는 대로 물러나며 부엌으로 향했다. 물을 끓이면서 집을 뒤졌다.
응급상자가 여기 있을텐데, 찾았다.
꿩대신 닭이라고 알약이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주머니에 챙겼다.
적당히 따뜻해진 물에 쟁반을 받쳐들고 들어갔다.
목이 말랐는지 꿀떡꿀떡 잘만 마신다.
우지호, 너 진짜 괜찮아? 약 한번 먹지. 몸이 노곤해졌는지 꿈틀거리며 이불로 들어가려는 지호의 어깨를 잡고는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건지 웃으면서 걱정하지를 말란다. 어떻게 걱정을 안하냐고, 니가 아픈데...말을 삼키곤 지호의 옆에 앉았다.
열에 취해 잠도 못잤는지 금방 잠에 빠져드는게 귀엽다. 식음땀으로 축축한 이마를 물티슈로 닦아줬다,
이따 일어나면 샤워하라고 해야겠다. 찝찝하겠네.
우지호 얼굴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들었는지 눈을 떴을땐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끙끙더리는 소리를 들은것 같은데...
툭툭 손을 치는 느낌에 옆을 보니 지호가 손으로 내 손을 치고 있었다.
장난인 줄 알고 그냥 웃어넘기려던 순간 지호가 이상해보였다.
얼굴은 이제 하얗게 질려있었고 붉던 입술은 붓기도 한듯 부풀어있었다.
머리도 많이 아픈건지 베개를 꾹 붙잡고 눈을 감고있는게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러게 약 먹자고 했지. 눈 딱 감고 먹어"
서둘러 주머니를 뒤적여 남은 물과 약을 지호에게 내밀었다.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지호에 화가 났다. 이렇게 아픈데 왜 안먹어?
격양된 목소리로 물으니 깜짝 놀란 듯 움찔거렸다.
"그,그게...크흠, 지금은 뭘 먹더라도 안들어갈 것 같아서...더군다나 원래 못먹던 건데...."
내가 화난 건 아마 처음보겠지, 네의 앞에선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줬으니까.
다황했는지 말을 느리게 이어갔다.
앉아있어 내가 먹여줄게.
먹여준다는 말에 아프다고 잡고있던 머리를 갸우뚱한다. 어떻게 할 건데?
이렇게, 하는 말과 함께 약과 물을 입에 떨어 넣었다.
그 때까지도 모르던 우지호는 내가 입으로 약을 전해준 때에 이해한 듯
웁웁 거리다가도 얌전해졌다.
내 옷깃을 꾹 잡아와서 약을 줬음에도 입을 뗄수가 없었다.
미련을 보상받기라도 하고싶어 꽤 오랫동안 입을 맞대고 있었다.
조금씩 움직일때마자 입사이로 신음이 흘러 나왔다. 듣는 것만으로 즐겁다.
여기서 멈춰야한다. 괜히 이러지말자. 되뇌였다.
쪽-하는 소리와 입술을 떼어냈다. 부끄러운지 창백하던 얼걸이 붉어져있다.
아무말없이 옆자리에 누웠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우지호도 벙쪄서 나를 보다가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나 역시 잠에 취해 죽겠다. 눈을 꼭 감고있는 우지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움찔거리다가도 가만히 안정을 찾는다.
내일이면 원래대로 돌아가야 되겠지. 난 네의 불알친구 박경. 여자를 좋아하는 박경...
지금은 너와 그 어릴 적 같이 논 것을 후외하고 있다. 그랬으면 고백할 때 수월하기라도 할켄데.
. . . . . . . . . .
그 때는 꼬마인 나를 후회했지만 난 그때의 나를 후회한다. 무섭더라도, 용기나 내어 볼 걸. 용기나내고 다른 사람에게 뺏길 걸...
표지훈의 말이 감동이라도 되었는지 눈물을 뚝뚝 떨어트린다. 좋겠다 표지훈은. 그런 용기도 있고
이제 지호는 지훈이에게 보내줘야할 것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지호가 좋았다.
그 키스로 인해 내 생각이 한번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나도 참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