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 김태형]
"아악!!!!!!!!!!!!"
"이미친년이"
"...아파요..!!!"
뺨을 세게 맞았다.
그리고 뺨을 때린 상대가 아버지라면
지금 내상황은 딱 불쌍해보이기 좋을테지
"내가 니 그 좆같은 액면 볼때마다 그 씨발...그 좆같은 니 애미년 얼굴 생각나서 하루종일 얼마나 기분이 개 씨발...어????!!!"
"....."
"씨발 니 애미년 처럼 타고난 싸가지 그 개같은 성격도 똑같지 아주"
물론 이상황 까지도
*
"...."
아빠가 술에 못이겨 잠들었을 때 겨우 집밖으로 빠져나와 내가 할 수 있는 건
"쓰읍...후.."
담배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담배를 피고 있다보면
"왜 또 맞았어"
"안 불렀는데"
"나와 집 구해줄게"
"아빠 혼자 두고 어떻게 나가"
"하아..."
늘 내가 담배를 피고 있으면 나타나는 김태형이 그나마 이 비루한 일상생활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안식처 정도가 되었다.
물론 그 마저도 그리 편안한것은 아니였지만
*
엄마는 내가 15살 때 집을 나갔다.
아빠의 빈번한 사업실패, 사기, 부채들을 감당하지 못해 생기는 빚들 때문에
엄마는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
내가 15살 밖에 되지 않았을 때 엄마가 집을 나가버린 다음엔 꽤나 많은 게 바뀌었다.
미쳐가는 술주정뱅이 아빠를 보게 되었고,
점점 작아지는 집, 알바를 하고 있는 내 모습, 담배를 피는 나
학생이라는 폼새가 날 수 가 없는 내 상태 하나하나 다 바뀌어갔다.
무려 4년이라는 시간동안 나와 우리아빠 뿐만 아니라 내주변 모두가 변해갔다.
"힘들어?"
"응, 좀 많이"
멍하니 그저 멍하니 힘들다고 말해버리면 김태형은 안아준다.
그리고
".....나..엄마보고싶어..태형아..."
난 울어버린다.
"울어 괜찮아"
"진짜 너무 힘들어"
"잘 알아 그니까 내앞에서라도 울어"
"응..."
그리고 그렇게 한번 안겨서 눈물을 쏟아내고 감정을 추스리고 나면
"다울었어?"
"...어"
"....."
안겼던 품이 어색해져 몸을 밀어낸채 얼굴을 적신 눈물을 닦아낸다
*
"넌 강제전학가야겠다."
"아..."
"학교도 막 빠지고 담배도 피고 이젠 감싸안아주기가 힘들구나"
"...."
"전학은 20일 안에 가면 돼. 더이상 학교에서 너를 보호할 수가 없다"
"네. 죄송합니다"
일주일만에 간 학교에서는 강제전학을 가라는 통보를 해온다.
모든걸 김태형이 알아서 처리할테지만
자주 받는 강제전학 통보에도 괜시리 허탈해 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여보세요. 어디길래 전화를 안받아'
"교무실."
'아...정학이래?'
"전학가라던데,,,"
'너도 이제 지치겠다.'
"딱히 뭐...."
'이번엔 그냥 아예 신경 안쓰는 데로 갈까?'
"학교 이젠 뭐 상관없어"
'기다리고 있어 일 처리 다하고 갈게'
"집가서 쉬어. 힘들잖아"
'아버님 또 그러시면 그냥 카페라도 가있어'
"....."
'금방갈게'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직 아무사이가 아니라고 해야 맞는 우리이지만
김태형은 늘 키다리아저씨역을 제스스로 도맡는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제나 키다리 아저씨는 김태형이 된다.
*
"아빠..저 전학가요"
"...."
"이번에도 강제전학이에요 학교 너무 많이 빠져서 그런거래"
"남자 꼬시고 다니느냐고 학교도 제대로 안가지? 미친년"
"아르바이트 하느냐고 바빠서 그랬어요"
"가서 술이나 사와"
"..."
근처 편의점을 가보니 알바생이 바뀌어 있었다.
언제 바뀌었나 생각만 하고 술병들이 놓여있는 코너로가
소주 4병을 집어들고 평소대로 계산을 하려 했지만
알배생의 표정이 웬지모르개 묘하다.
"신분증좀 보여주시겠어요"
"...."
"신분증 보여주세요"
전 알바생은 그냥 줬는데
이번 알바생은 조금 깐깐한 것 같네.
"신분증 안보여주시면 못사가세요"
"아..저 성인인데"
"그니까 신분증 가져오시라고요"
"....."
술을 사가지 못하면 아빠가 날 때릴게 뻔한 상황이였고,
괜히 입술을 세게 물며 성인이 맞다고 말을 해도
알바생은 날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신분증만 가져 오라고 한다.
'여보세요?'
"태형아"
'어 나 일다 끝나서 너보러가려고 했는데...아저씨가 또 때렸어?'
"아니...그게아니라 술 사가야되는데 신분증 보여달라고 해서"
'신분증?'
"응 안보여주면 술 못사게한데"
'집앞 편의점이지? 기다려 갈게'
결국엔 김태형을 부르는 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데 장난 그만치고 그냥 집가"
"아...잠깐만요"
"하...골때리네 얘"
알바생은 계속 성인인 척을 하지 말라고 화를 낸다.
그냥 잠깐 기다려 달라고 말을 해도 화부터 내온다.
딸랑_
"김탄소"
"...."
태형이가 계산대 위에 올려진 술병들을 계산하려 카드를 꺼내자
"손님 신분증좀 보여주세요"
"여기요"
그 알바생은 태형이 한테도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네.
"이리와 있어"
김태형 뒤에서서 계산하는 것만 바라 보고 있으면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멍한 내 시선을 깨운다.
"지갑은 어디다 두고 돈만 들고 다녀"
"집에 다 놓고왔어
"지갑 들고 다녀 내가 사준거잖아"
"아빠 술심부름 하러오는데 지갑을 뭐하러 가지고와"
"그래도"
김태형은 멍청하게 웃어보이고는 다시 계산이 끝난 술병들을 들고 날 끌고 편의점 밖으로 나간다.
*
"아저씨 저 왔어요"
"? 뭐야"
"오늘 탄소 제가 데리고 있어도 될까요?"
"그 년 그냥 데리고 나가서 살아"
"그러고 싶은데 탄소가 아저씨랑 살고싶다고 너무 애원해서 못게려가네요"
"지랄 염병을 떠네 난 쟤 관리못하니까 데려가든 말든 알아서해"
"술병 여기다 놓고 갈게요"
"멍청한년"
내게 욕짓거리를 내뱉는 아빠를 뒤로 하고 나오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날보고 어색하게 웃는 김태형을 보고
나도 그냥 어색하게 씩 웃어보이게 되면 그제서야 김태형은 안절부절함을 감춘다.
"아르바이트 그만두면 안될까?"
"시작한지 얼마 안된거 알면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거 알잖아"
"이미 많이 도와줬잖아"
"그래도"
키다리아저씨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