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LEAP
02
(부제: 그것이 나의 불행이라 하여도)
그 일 이후로 난 그냥 수업을 듣고 할 뿐이었다. 과거에 왔다는 걸 잠시 잊어버린 채 지금 이 순간을 편히 누리고 있었다. 야간자율학습까지 끝내고 나니 다시 현실을 자각하고 말았다, 난 지금 과거에 있는 것이라고. 순영이가 옆에서 계속 말을 걸 때에도 그 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하교를 하니 다시 생각이 나는걸까. 가방끈을 두 손으로 꽉 쥔 채 집으로 향하였다. 집 앞 편의점에 다달았을 때 다시 기억이 떠올랐다.
"너봉아,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아니, 딱히 먹고 싶은 건 없는 거 같아."
"순영이 넌?"
"나도 안 배고파서.."
다정하게 보이는 우리 둘의 모습에 난 또 머리가 지끈 거리며 따뜻한 응어리가 목구멍에 가득찼다. 눈가에 맺히는 감정들을 씻겨내려 손목으로 박박 문질렀다. 채 씻기지 못한 감정들이 내 볼을 타고 연신 흘렀다. 순영아, 내 선택이 옳은 것일까? 너를 되돌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내 운명이, 내 선택이 모든게 옳은 것일까. 편의점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순영이의 잔상에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잡히는 건 허공에 떠다디는 공기들 뿐이었다.
사실 난, 너무 무섭다. 이렇게 과거까지 돌아와버렸는데 또 같은 현상이 일어날까봐. 그래서 더욱 불안해 하고 있는 거 일 수도 있다. 너를 위해 내가 가시밭길을 맨 발로 걸어도, 피가 나 내 발을 다 적셔도 이 모든 것은 너를 위한 일일테니.
오직 너만을 위해서, 난 어둡고 외로운 여정을 해볼려고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따뜻함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난 그 어떤 선택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검색창에 '과거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를 쳤다. 혹여나 나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할까 궁금했기 때문에. 검색 결과 전부 그런 일은 미신이라며 절대로 존재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였다. 의자에 기대어 휴식을 치했다. 눈을 잠시 붙힐까, 생각했다. 손목 부근에 반짝이는 날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 이 날이 지나면 나는 다시 행복해지겠지. 온갖 생각들이 뇌를 뒤덮었다. 너무 많이 쌓인 생각들에 졸음이 몰려 왔다. 그래서 잠시나마 눈을 붙히려 살며시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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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밖에 보이지 않았다. 난 한 손에 휴대전화를 꼬옥 쥐고 있었다. 차가운 휴대전화의 액정이 손바닥의 온도를 낮춰 왔다. 휴대전화를 들어 시각을 확인해보니 화면은 안 뜨고 무슨 동영상이 떴다. 스팸인가 싶어 홈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손이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재생을 눌렀고 영상은 그대로 재생이 되었다.
"켜졌나?"
"어, 안녕 너봉아. 우리가 사귄지 벌써 500일이나 됐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영상편지를 짧게 나마 써봐."
조그만한 휴대전화 액정 속엔 순영이 얼굴이 가득찼다. 순영이는 거리를 걸으며 영상을 찍고 있는 듯 보였다.
"여긴, 서울이야. 네 선물 사러 올라왔어."
"네가 가지고 싶어한 그, 뭐냐... 반지? 살려고."
"커플링으로, 기대 되지않아?"
순영이는 혼잣말을 하면서 잘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영상이 치직거리더니 화면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휴대전화에서 고장난 기계음이 들렸다. 난 휴대전화를 떨어트렸고 그대로 휴대전화는 액정이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몇 분 안 가 휴대전화가 폭팔하고 말았다. 엄청나게 큰 빛들이 나를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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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눈을 떠보니 집 천장이 보였다. 아, 꿈이었구나. 눈이 무거워서 거울을 들어 보았는데 내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어있었다. 꿈 속이었는데 내가 죽는게 이렇게 무서웠나? 꿈인 걸 몰라서 그랬나. 아으, 오늘 왜 이렇게 이상한 일만 반복 되는지 모르겠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가 넘어 있었다. 혹시 몰라 손목을 확인하니 역시나 숫자가 줄어있었다. 하루가 이렇게 무의미하게 지나갔네. 내일 지각하지 않게 얼른 자야하는게 좋을 거 같아서 씻고 침대에 누었다. 캄캄한 어둠이 내 시야를 덮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또 같은 꿈을 꿀까봐.
손목으로 시야를 가렸다. 똑같은 어둠이 보일 뿐이었다. 내일은 더 고달프고 힘들겠지. 그래도, 이게 다 내게 도움이 되는 거니깐. 혼자 중얼거렸다.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그렇게 난 다시 잠이 들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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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다 하고 학교에 등교를 하니 내 옆자리에 순영이가 앉아있었다. 가방을 고리에 매달고 옆자리에 앉으니 인기척을 느낀 순영이가 나를 쳐다봤다. 괜히 아까 전의 일이 떠오르는 거 같았다.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으깐 그렇겠지. 눈을 또 느릿하게 감았다. 그리곤 가방에서 자연스레 문제집을 꺼내어 풀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달려왔던 거 같다. 옆에서 날 쳐다보는 순영이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안녕, 어제 잘 들어갔어?"
"응, 너 덕분에 힘이 났던 거 같아."
사실은, 더욱 힘들었지만 그걸 네게 말해줄 순 없으니깐 난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한다. 잠시동안만, 내가 기억들을 모두 찾게 된다면 그 때 모든 걸 말해줄테니깐, 기달려달라는 건... 조금 더디게 걸어달라는 건 내 욕심인가. 시간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훌쩍 지나간다. 그리고 947일이라는 시간도 빠르다면 빠르게 지나가버리겠지.
나는 그 시간들을 어찌하다가 역행해 과거로 온 것일테고.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벌여진 불행한 일들을 차곡차곡 되돌려 놓는 것 뿐이다. 사이사이에 행복한 일들도 존재하겠지만.
"아까 전에 승관이가 이거 너한테 전해달라며 주고 갔어."
"아침밥 잘 안 먹고 오나보네."
권순영이 툭, 하고 건낸 건 승관이 어머님 표 도시락이었다. 항상 내가 밥을 안 먹고 온다는 걸 아는 승관이와 어머님은 나를 무척이나 챙겨주셨다.
"아, 밥 잘 안 먹고 와."
"그래도 아침밥은 먹고 오지. 일찍 오는게 문제집 풀기 위해서 오는거야?"
순영이는 내 책상에 있던 문제집을 흔들어왔다. 아니, 그건 아니고. 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난 승관이 어머님이 주신 도시락을 들고 익숙한 듯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가? 순영이가 뒷문으로 향하는 날 쳐다보며 물었다. 난 문을 살짝 열고선 순영이를 쳐다봤다. 그대로 심장이 떨려온다. 쿵쾅되는 심장이 너무나 어색했다. 그 전만해도 이런 건 느낄 수 없어서.
입 안에서 텁텁함이 맴돌았다. 순영이와 난 시간이 그대로 정지된 듯 서로를 바라보다 순영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같이 가자. 혼자 먹으면 외롭잖아."
"아... 아니 괜찮아. 쭉 혼자 먹을 때가 많아서."
"그래도, 내가 같이 있어줄게. 그리고 몰래 한 번 봤는데 반찬 맛있겠는 거 많더라."
그대로 순영이는 나한테 다가와 내 등을 문을 향해 느릿하게 밀며 같이 반을 빠져나왔다. 귀가 살짝씩 붉어지는 듯 했다. 순영이는 가는 내내 내 등에서 손을 내리지 않았고, 곧 휴게실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손을 내렸다. 나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아 도시락을 펼쳤고, 아직까지 식지 않은 밥의 열기가 열자마자 훅 풍겼다. 입에 넣자마자 퍼지는 뜨뜻함이 나를 사르르 녹였다. 앞에 순영이가 있는 줄도 모르고 난 며칠 굶은 사람처럼 먹었다. 밥알 한 톨도 남기지 않고서야 식사를 끝내었다.
고개를 살짝 드니 순영이는 턱을 괸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입을 오물거리다 나도 모르게 멈춰졌다.
"볼 빵빵한 거 봐, 귀여워. 햄스터 같아."
순영이는 그대로 내 볼을 쿡쿡 찔렀다. 나는 채 씹지도 못 한 채 꿀꺽, 밥을 삼켰고 순간 들어간 볼에 순영이는 내 볼을 늘여잡고 가지고 놀았다. 귀엽다는 말을 계속 내뱉은 채.
그래, 내가 만약 가시밭길을 걸어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받는다 해도 너만 행복하면 되는 거지.
내가, 불행을 고른다해도 네 불행까지 전부 다 내가 다 받으면 되는거야. 이 선택이 불행이라고 한데도, 난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진 않는다.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독자니소스님 |
마지막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몰라서 한참 고민했네요 ㅜㅜ 독자님들은 추석 잘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전 살만 디룩디룩...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발전하도록 노력하는 쑨리프 되겠습니당! |
암호닉 분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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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합니다 ㅜㅜㅜㅜㅜㅜ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