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신수알에 놀랐을 우리 자몽들... 에게... |
자몽들이라는 말도 어색할 만큼 너무 오랜만이네여...! 우리 자몽들 잘 지냈지요? 추운데 몸은 잘 챙기고 있고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글에 파불이 너무 많아 다시 새 사진들로 바꿨습니다 !! 그외에도 1. 글씨체! (하숙집 홍일점): 간 지 쩔 어 ! 2. 기타 디테일 (이탤릭체): 이탤릭체는 실제 대사... 이건 글 보면 아실 겁니다 3. 아주 미묘한 내용 변경: 너무 미묘해서 이건 모르실 겁니다 이렇게 수정했습니다. 어차피 포인트도 사라진 글이지만 혹 언젠가 정주행 할 탄을 위해. ㅎㅎ + 추가로 요즘 제 인생이 노잼이라 새 글은 당분간 사요나라... 같구요... 드물게 독방에 제 글 언급되면 아주 감사하게 보고 있습니다. 본인이 쓴 글에 추천이 하나 박혀있다면 99% 접니다. 헤헤 오늘도 사랑합니다. 뜬금없이 놀래켜서 미안해요. 그럼, 구빰! |
하숙집 홍일점 I
#1
지각이다. 나는 겨우 머리를 말리고 한가하게 토스트를 먹고 있는 전정국을 본다.
"왜."
"나 학교까지만 태워줘."
"싫어."
존나 단호하다. 나쁘다.
"그럼 버스 정류장까지만."
"싫다고 했다."
"지이이인짜 너무한다."
"난 원래 너무해."
전정국은 나를 태워다 준 날은 꼭 회사에서 깨진다고 했다. 그게 어떻게 내 잘못이냐. 일 제대로 못한 지 잘못이지. 억울하다. 나는 더 매달리기로 한다.
"차 한번 태워준다고 죽는 것도 아니잖아."
"진짜 널 태워버리기 전에 닥쳐라."
"나 지각이라니까?"
그럼 니 차 끌고 가! 전정국이 소리친다. 그건 안 된다. 학교에 차 세우면 비둘기 똥벼락 맞는다. 학교 근처에 비둘기 집단이 사는 건지 학교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비둘기 똥으로 세차를 할 수 있다. 고등학교도 아니고 어린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다. 이건 시청에서 예산을 들여 해결 해야 할 심각한 문제다. 물론 내 차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을 걱정해서다.
서로 얼굴을 보며 씩씩대다 전정국과 나는 2층 제일 끝 방으로 간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김남준은 우리 둘의 침입에도 별로 놀라지 않는다.
"판사님! 지금 피고인은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놓인 친구를 배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넌 이 상황에 상황극이 하고 싶냐."
"난 진지해."
전정국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니 전정국이 한숨을 쉰다.
"기각합니다."
"아 왜!"
"합죽이가 됩시다."
"...합."
"문 닫고 나가."
존나 너무하다. 나는 입술을 꼭 깨물고 문을 열었다가 닫는다. 열었다가 또 닫고, 열었다가 또 닫고.
"뭐하냐?"
"문을 닫으면서 나가는 걸 해보는 중이야."
"......."
"너 어디 가서 학교 선생이라고 하지 마라."
전정국이 뭐라고 하든 나는 문닫고 나가기를 실천하는 데 집중한다. 저게 학생을 가르친다니. 말세다, 말세. 전정국의 목소리가 들린다.
#2
안 그래도 일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퇴근하는 길에 장을 봤다. 오늘 저녁은 내가 하는 조건으로 아침에 전정국의 차를 얻어 탔기 때문이다. 깐깐징어 같은 새끼. 욕은 이미 실컷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만하기로 한다. 마트 이름이 써있는 봉투를 잠시 내려놓고 비밀번호를 친 후에 현관문을 열었다. 순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비닐봉지가 엎어지면서 맨 위에 들어있던 계란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마침 집에 도착한 민윤기는 불쌍하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열린 문 사이로 들어간다.
#3
"모두 손 씻고 와!"
결국 깨졌던 계란은 다행히도 회사에서 퇴근하기 직전이었던 전정국에게 전화해 사오라고 시켰다. 오늘의 메뉴는 오므라이스다. 방 안에 있던 인간들이 쪼르르 화장실로 가는 소리가 들린다.
"기모 맨투맨에 안에 티까지 입었냐? 안 더워?"
제일 먼저 손을 씻고 온 김태형이 눈만 제대로 달려있으면 알 수 있는 걸 질문이라고 한다.
"어, 더워. 더워 뒤지겠으니까 말 걸지 마."
"그럼 벗어."
"......."
"아!"
개소리에는 매가 답이다. 민윤기가 의자를 끌고 앉으면서 김태형 뒤통수를 갈긴다. 나이스. 김태형의 그릇에 있던 밥을 조금 퍼서 민윤기 그릇에 옮긴다. 착한 사람에게는 밥을 더 줘야 한다.
"왜! 난 진짜 순수한 의도로, 아 진짜!"
이번에는 전정국이 김태형의 뒤통수를 갈긴다. 아주 나이스! 어깨를 들썩이며 전정국의 그릇에도 밥을 옮겨 담는다. 두 대나 맞은 게 분한 지 씩씩대며 마지막으로 온 김남준한테 고자질을 하려던 김태형은
"아! 왜 다 나한테만 그래!!!!!"
한 대 더 맞았다. 오늘 설거지 담당은 너다. 김남준의 말에 김태형은 입을 삐죽인다. 그러든 말든 나는 기분 좋게 오므라이스에 케찹을 뿌린다. 오늘의 주제는 식탁에 앉아있는 저 넷이다. 케찹으로 각자의 얼굴을 그린 그릇을 본인 앞으로 대령했다.
"...이건 뭐냐."
"맛있게 먹어."
"......."
"......."
"...좀 낫네."
김남준은 성은이 망극하다고 하지는 못할 망정 인상을 썼다. 전정국은 일어나 내 그릇을 빤히 보다 케찹을 들고 와 부어버리고는 만족한 얼굴로 내 눈을 먹었다. 옆에서 보던 김태형도 가세해 반대쪽 눈을 먹는다. 민윤기는 한 술 더 떠서 너는 입 좀 다물어야 한다며 내 입을 먹었다. 울상인 얼굴로 김남준을 쳐다보니 김남준은 아예 자기 그릇과 내 그릇을 바꿔 먹었다. 하는 수 없이 김남준 얼굴 먹다가 "아!" 하고 고개 들었는데, 민윤기가 손으로 내 입을 쥐었다. 손바닥으로 입을 막는 것도 아니고 진짜 물건 쥐듯이.
"먹고 말해."
민윤기는 내가 전부 삼키고서야 손을 떼고 더러운 거 만졌다는 듯 내 옷에 손을 비볐다. 나 오늘 버스에서 진짜 잘생긴 사람 봤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연다.
"내가 어디 기획사에서 캐스팅 하는 사람이었면 바로 집으로 모셨어, 진짜."
"납치하냐. 집에는 왜 데려가."
"아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존나 완벽했다니까?"
김남준과 내가 티격대는 동안 가만히 있던 전정국이 갑자기 불길하게 고개를 갸우뚱한다.
"나 오늘 버스 안 탔는데."
"......."
"......."
"......."
"......."
우리 넷은 동시에 숟가락 던지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4
다섯이서 티비 앞에 앉아 우리말 겨루기 재방송을 보고있다. 문제가 나올 때마다 전정국과 민윤기는 점수 내기를 하고 있고 김남준은 둘이 맞추기도 전에 정답을 맞춘다. 그러면 그 둘은 분해하고, 김태형은 지가 맞춘 것도 아니면서 뿌듯해한다. 하나같이 병신들이다. 그들이 앉아있는 긴 소파에서 떨어진 1인용 소파에 앉은 나는 고개를 젓는다. 난 무한도전 보고 싶은데. 하지만 나는 선택권이 없었다. 선택할 권리도 박탈당한 비련의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에 있는 식탁을 한 바퀴 돈다.
"쟤 왜 저래?"
"방귀 꼈대."
"2층까지 돌고와라."
"어."
"올 때 메로나."
개소리는 무시하기로 한다.
#5
누군가는 내가 남자들 - 심지어 겉모습만 보면 멀쩡하다. - 에 둘러싸인 홍일점이라고 말하겠지만, 여기서 나는 여자 취급도 못 받는다. 이 집 다섯 멤버들의 단톡방 이름도 독수리 오'형제'다. 물론 저 유치한 이름은 김태형의 아이디어다. 김태형의 취향은 하나같이 유치하다. 나도 딱히 이들에게 여자 취급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별로 상관은 없다.
2층짜리 어마어마한 이 대저택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 건, 내가 일하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구할 때 친구가 내민 광고 때문이었다. '하숙.' 정직하다 못해 성의없는 광고지를 들고 이 집에 오니 맞아준 건 김남준이었다. 나를 본 김남준이 곤란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있었는데,
"여자가 올 줄은 몰랐는데. 룸메들이 다 남자거든요."
"... 아."
"아무래도 좀 곤란할 것 같은,"
"너 여기서 뭐하냐?"
"... 민윤기?"
민윤기가 있더라. 민윤기 말로는 전정국도 여기 산다고 했다. 둘은 불알도 다 깐 - 아마 6살 때였던 것 같다. - 말 그대로 부랄친구들이었다. 그대로 나는 이 집에서 눌러 살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들은 엄마께서도 굉장이 좋아하셨다. 걔들이라면 적어도 널 집에서 쫓아내지는 않겠다, 하시면서. 누가 보면 많이 쫓겨난 사람인 줄 알겠다. 사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아무튼. 김남준은 하숙비를 묻는 내게 오히려 질문을 했다. 그럼 이 쪽이 전설의 고등학교 동창? 하고.
"쟤가 그래요?"
"네, 뭐. 얘기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볼 줄은 몰랐네."
"좋은 얘기는 아니었겠네."
"... 아마도?"
그렇게 대충 인사를 마치고 그 날 바로 짐을 옮겼다. 민윤기와 김남준,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저녁을 먹는데 전정국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급하게 신발을 벗었다. 그 여자 왔어? 들어오자마자 묻는 전정국의 손에는 편의점 마크가 그려진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여자라며."
"너도 저녁 먹을래?"
"여자라고 했잖아."
"싫으면 말고."
"여기 여자가 어딨는데!!!!!!!"
전정국은 거친 환영식과 함께 봉지를 바닥에 떨궜다. 봉지 안에서는 콘돔 상자들이 굴러 나왔다. 전정국은 바닥에 드러누운 콘돔과 나란히 누웠다.
"...미친 새끼."
"여자라며... 여자라고 했잖아......."
"우와! 대박 사건!"
그리고 타이밍 좋게 집에 온 김태형이 박수를 친 건 내가 던진 주걱이 그대로 날아가 전정국의 얼굴을 맞혔을 때였다.
#6
"짠. 다 됐다."
"......"
뿌듯한 얼굴로 알록달록한 손톱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손톱 주인인 민윤기의 얼굴은 무덤덤하다. 얼마 전에 홈쇼핑에서 보고 질렀던 셀프 네일 세트가 오늘 도착했다. 그 영롱한 자태에 나는 차마 겁이 나서 못 하고 대신 민윤기의 손에 시험하기로 했다.
사실 김태형 손이 의외로 길고 예뻐서 가장 먼저 부탁을 했었다. 김태형은 내 손에 쥔 걸 보자마자 방문을 닫았고, 전정국은 내가 이름만 불렀는데 안 된다고 했으며, 김남준은,
"안 돼."
"......."
내 얼굴만 보고 안 된다고 했다. 내가 왜! 뭐 했다고! 방문을 발로 차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결국 마지막 타겟이 된 민윤기 방에는 문이 열리자마자 처들어갔다.
이거 손톱 손상도 없고, 자체 개발한 원료를 써서 인체에 무해하고, 또... 민윤기는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해탈한 얼굴로 알아서 식탁에 가 앉았다. 신난 나는 쫄쫄 쫓아가며 이거 젤네일이라 떼질 때도 잘 떼진다! 라고 쫑알댔으나 사실 그 말은 거짓말이다. 겁나 오래 걸리고 잘못하면 손톱이 나가기도 한다. 진짜 뽑히는 거 말고 상태가. 하지만 민윤기 인생에 젤네일이란 없었을 거니까 이 정도 거짓말은 넘어가기로 한다.
영혼을 갈아 넣어 마지막 새끼 손가락에 탑젤을 바르고 램프에 굽기까지 완료했다. 내 인생의 첫 작품에 감탄하며 방에서 핸드폰을 들고 와서 사진을 찍는데 전정국이 내 모습을 보고는 혀를 내두른다.
"이건 뭐냐?"
LED 램프가 신기했는지 이리저리 살피며 묻는 전정국에 전원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조명 아래에 전정국의 손을 놓았다.
"...아! 야! 이거 아프잖아!"
아픈 게 내 잘못이냐? 램프 잘못이지. 전정국은 램프를 던지더니 날 흘기며 방으로 들어가려다 민윤기의 손을 보고 기겁한다.
"... 다섯 손가락 다 했어?"
"......."
"... 양손 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전정국은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왜 그렇게 쳐다봐."
"왜 아프다고 말 안 했어."
"안 아팠어."
"그런 얼굴로 그런 말 하지 말아줄래?"
"... 다시는 이런 거 사지 마라."
내가 다 어색한 얼굴로 안 아프다고 대답하길래 거짓말 말라고 했다. 그제야 털어놓는다. 열 손가락도 열 손가락인데 젤네일이라는 게 한 번 할 때마다 세 번씩 램프에 구워야했다. 전정국이 10초도 못 참고 던진 걸 30번은 한 셈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는 안 사겠다는 다짐을 담은 눈빛과 함께.
"사진 다 찍었어?"
나는 고개를 또 끄덕인다. 손톱을 만지작 대던 민윤기는 동작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 그래서 이거 어떻게 떼냐."
핫핑크, 인디핑크, 형광 핑크, 그냥 핑크... 하여튼 핑크로 도배된 손톱을 보며 나는 눈을 감으며 뒤지기로 한다.
#8
"CGV 찾아봐."
"거긴 내가 지금 보고 있어. 넌 메가박스 들어가봐."
"...5분 뒤에 있다."
민윤기의 말에 나는 민윤기 핸드폰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오. 진짜네."
"그럼 가짜겠냐? 빨리 예매해."
민윤기는 자신의 핸드폰을 나에게 넘긴다. 나는 어젯밤 일을 사죄하는 의미로 영화를 쏘기로 했다. 김남준이 하도 비웃는 바람에 민윤기는 오늘 스튜디오에 갔다가 삼십 분 안에 때려치고 돌아왔다. 김남준 웃음소리도 좆같지만 자신의 손은 더 좆같아서 나왔다고 했다. 둘은 같은 기획사의 프로듀서다. 나는 민윤기 네일 쏙오프에 황금 같은 주말 오전을 전부 썼다.
영화는 몇 안되는 민윤기와 나의 공통 관심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볼만한 영화가 개봉하면 무조건 봐야 직성이 풀렸다. 영화 취향도 같다. 치고 박는 액션이 짱이다. 민윤기와 나는 각자 CGV와 메가박스에 아이디를 하나씩 파서 시간이 가까운 극장으로 예매했다. 5분 뒤에 영화가 있는 메가박스는 내 담당이므로 내 아이디를 친다. 예매 완료가 뜨자마자 누가 뭐라하지도 않았는데 각자 방에 들어가 나갈 준비를 했다.
"오징어 즉석구이 몸통?"
"어."
내가 티켓을 뽑을 동안 민윤기는 먹을 걸 산다. 나는 오징어, 민윤기는 나초다. 누가 우리 아니랄까 봐 먹는 것도 통일이 안 된다. 티켓을 다 뽑고 보니 어느새 옆에 온 민윤기의 품에서 내가 먹을 오징어만 빼든다.
#9
전쟁으로 헤어졌던 커플이 재회하는 장면이다. 둘이 얼싸안고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눈물이 난다. 나는 꼭 누가 울면 따라 운다. 챙겨왔던 휴지를 주섬주섬 품에서 꺼내 코를 풀었다.
"병신이냐? 저거 갖고 울게?"
"......."
"... 나도 휴지 좀."
민윤기도 나를 따라 코를 푼다.
-
이게 LED 램프.
저는 안 써봤는데 친구가 아프대요. 아니면 따갑댔나.
그리고 쏙오프는 네일 지우는 거 말하는 게... 맞나요?
사실 제가 그런 거 안 해봐서. 네.
좋은 밤입니다. 모두들 좋은 꿈 꾸세요.
해피 개천절!
BGM : Lucky str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