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바론 "내가 너 좋아한 게 몇년인데 너랑 친구를 해." 갑자기 무슨 말이지.이해 할 수가 없었다,몇년이라니.이렇게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지 한달도 안된 우리인데 뜬금 없이 몇년이라니.흐르던 눈물이 다 멈추었을 만큼,좋아한다는 말은 신경 조차 쓰이지 않을 만큼 그 아이의 말이 이해 되지 않았다. "몇년이라니."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같은 반 된적이 없어서 너는 기억 못하는게 당연할지도 모르지." "아니,너가 나랑 중학교를 같이 나왔다고?그럴리가 없잖아.중학교 때 그렇게 아무 소리 없다가 고등학교 올라 와서 어떻게 갑자기 여자 애들 입에 오르내려.하,모르겠다.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지하철 온다.자세한 건 타서 해줄게." "......" "...울었어?" "아니야,하품한거야." "보자,좀." "...아니라고."
"하,이렇게 물러 터져서 어쩌냐." 전정국은 내가 미처 닦지 못한 눈물을 자신의 옷 소매로 톡톡-닦아주고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내 눈물로 젖은 와이셔츠의 소매를 보니 다시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 아이의 젖은 옷소매를 붙잡고 지하철에 올랐다. "나 중학교 때 많이 힘들었어." "너가 왜?" "그 때의 나는 너 같았거든." "...나 같은게 뭔데." "친구가 필요 했어." 다시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렇게 완벽하게 생겨서는 할줄 모르는 것 하나 없이 성격까지 좋은 애가 왜 나 같았다고 말하는 걸까. "나 사실 많이 통통했거든,키도 작았고.심지어 너 처럼 물러 터졌었어." "나 진짜 하품했다니까!" "알았어,알았어.그래서 이래 저래 애들한테 놀림도 받고 괴롭힘도 받고.그런데도 한번을 제대로 하지 말라고 얘기도 못하고.그래서 고등학교 가서는 이런 생활하지 않았으면 해서 겨울 내내 다이어트 했거든.근데 살이 키로도 갔는지 키도 크더라고." "노력형 훈남이네."
"너가 봐도 나 이제 잘생겼어?" "처음으로 진지하게 얘기하다가 산통 깨는 소리하지 말구." "왜,니가 중학교 때 그랬잖아 나한테.난 살 때문이라는 변명 거리라도 있지 넌 친구 없다는 것에 대한 변명거리 조차 없다고." "내가?" "나는 그 때 네 모습이 너무 예뻤어.어떤 의미의 말이던 그냥 먼저 말 걸어 준 것 만으로도 고마웠거든." 대체 내 거지 같은 기억력은 그날을 기억 못하는지,아무리 떠올려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내가 점심시간에 애들한테 돈 뺐기고 학교 화단 앞 벤치에 앉아 있었을 때 너 화단에서 꽃 사진 찍다 말고 나한테 와서 말 했었는데,기억 안나?" 그 순간 꽃과 함께 그 당시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유난히 꽃이 이쁘게 피어 있었던 날 벤치에 앉아 멍 때리듯 나를 쳐다 보던 그 아이. "...근데 너는 어떻게 내가 좋아한다고 한 것 보다 몇년이란 말에 달려 들어?" "...아니,그게 아니라!" "역시 친구 사이이길 바라는건가." "......"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손 잡고 싶은데." 몇년이란 말에 목 메이다 보니 잠시 잊고 있던 말을 전정국이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사람도 많은 곳에서 이러면 어떡해. "...몰라,나 피곤해.좀 잘게." 나는 가방에서 급히 이어폰을 꺼내 들고 배터리가 나간지 한참인 전화에 무의식 중에 꽂고는 눈을 감았다.눈을 감아도 전정국의 시선이 느껴지는건 기분 탓인가. "바보야,노래도 안나오는 전화에 이어폰 꽂고 뭐해." "나 잘거야 말걸지 마." "내 어깨 안닳는다,기대." 전정국은 내 한쪽 귀의 이어폰을 빼내려 몸을 틀어 들어 왔다.눈을 감고 있음에도 전정국의 그림자 탓에 그 아이의 얼굴이 내 코앞에 위치한다는걸 느꼈고 눈을 더 세게 감았다.나의 볼에 그 아이의 콧등이 스치듯 지나쳐 갔고 전정국이 나의 귀에서 이어폰을 빼려하자 귀에 모든 신경이 모인 것 처럼 귀에 손이 닿자 찌릿했다. 내 이어폰 한쪽을 자신의 귀에 꽂고 나의 손에 들린 전화에서 이어폰을 빼내 자신의 전화에 꽂고 노래를 틀어 주더니 나의 고개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이고 내 머리 위로 자신의 고개도 가볍게 포갰다. 아,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 우리는 그토록 내가 원하던 친구라는 존재의 이름 아래에서 한참을 함께 지내었다.내가 지금은 친구라는 존재가 필요하다,친구를 해줄 수는 없겠냐는 이야기를 전정국에게 했었고 그 아이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봄은 간질거리며 지나갔고 어느새 여름방학이 되었다.우리의 영화부는 여름 방학에도 어김 없이 모였다.다행이 매일은 아니지만. [비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니까 우산 챙겨 와!] 여름 방학 동안 오전 보충을 신청한 정국이는 보충을 마치고 바로 310호로 향했고 나는 집에서 정국이가 먹을 점심 거리를 챙겨 310호로 향했다.그리고 오늘은 여름방학 중 영화동이리가 모이는 마지막 날이다.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서니 정국이와 처음 알게 된 날인 줄 알았던 그 날이 생각 나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비가 오면 늘 그렇듯 모든 색이 한 결 진해져 아름다웠다.아마 그날도 그래서 더 그 아이가 유난히 잘생겨 보였을지도 모른다.그래서 내 심장이 두근 거렸고. "왔어?밖에 많이 춥지." "조금?그냥 시원했어,오랜만에." 310호 문을 열자 풍기는 오래된 교실의 곰팡이 냄새,비가 온 탓에 습기 가득한 쾌쾌한 냄새가 훅 끼쳤다.맑았던 정신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느낌.그 안에서 느껴지는 정국이만의 냄새에 나는 정신을 붙잡는다. "얼른 들어와,거기 서서 뭐하고 있어?오늘은 뭐야?" 정국이의 초롱초롱한 시선이 내가 아닌 나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꽂혀 한껏 신난 말투로 나를 재촉했다.이 아이는 언제까지 나랑 이렇게 친구로 지내고 싶은거지.아니,이러다가 영영 친구로 지내는건 아닐까. "아,오면 문 좀 열어 두라니까."
"어!미안..." "얼른 먹어,애들 오기 전에." 정국이는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요깃거리를 꺼내어 마구 몰아 넣었다.처음엔 이런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났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다.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지내다가는 그냥 절친이 될것만 같아서 내가 먼저 얘기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정국아." "웅?" "나 너랑 친구하는거 이 정도면 됬는데."
"...뫄?" "너랑 친구 할 만큼 한 것 같다구." "...나 뭉 좀." "여기." 정국이는 물을 받아 들더니 방금까지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을만큼 연기를 할 때의 전정국이 되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물을 마시면서도 나를 향한 시선은 끊어지지 않았고 한참을 그렇게 나를 바라만 보았다.
"......" "...왜 그래." "고마워서." 정국이는 나를 바라보며 휴지로 입가에 뭍은 물기를 닦다 말고 내게 뜬금 없이 고맙다는 말을 해왔다.이건 명백히 이 아이의 연기톤이였다.너무도 따뜻하고 묵직해서 항상 내가 연기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러한 목소리. 이 아이의 모든 점들은 항상 내가 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얼굴,목소리,눈빛 그리고 행동 마저도. "내가 뭘 했다고 고ㅁ-..." 그러한 눈빛을 가만 마주치고 있기가 힘들어 피하려는 순간 나의 볼에 정국이의 입술이 닿았다. "먼저 말해 준 것도 날 좋아해준 것도.아니,다른 모든 것도 다 고마워."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정국이가 입을 맞춘 볼만을 붙잡고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두눈을 감고 있음에도 내 앞의 정국이의 입꼬리에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있음이 느껴졌고 나는 그런 정국이의 웃는 모습을 보려 한쪽 눈을 살며시 뜨자 내 앞의 정국이는 나의 예상 보다 환하게 웃어 보였고 이내 나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 왔다. 행복했다,그 순간의 기분은 이 말로 밖에 표현 할 수가 없었다. 정국이는 곧 입술을 떼었고 나는 또다시 살짝 실눈을 뜬 채 정국이를 바라 보았다.아직 우리 사이의 거리는 금방이라도 코가 닿을 거리였고 그 아이는 아직 두 눈을 뜨지 않은 걸 보고 나는 두눈을 떴다.
"하-,이런 기분이구나." "......." "이제 친구 말고 연애하자,우리." 그렇게 이학기가 시작되었다. --------------------------------------- 휴일인데 티비에서 재미난 게 안해서 잉여로운 하루... 한줄기의 빛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ㅎㅁㅎ (알고보나 본인만 잉여로운 하루) 이 시점에서 말씀 드릴 게 있다면 친구의 실화를 재구성하여 작성하였던 저번의 503병동 처럼 이번 310호도 제 학생 시절 이야기를 수정하고 재구성하고 작성한 글입니다 제 경험이래봤자 영화동아리와,,,잘생긴 친구가 존재했다는 것,,,?제 눈 앞에 존재만 했습니다.하하하하 존재만,,, 이번 글의 남주를 정국이로 택하게 된 이유도 503병동에서 너무 정국이를 개정팔스럽게 만든 탓에 이번엔 꼭 행쇼시켜주리!!!한 것도 있지만 사실 그 시절 그 친구가 정국이와 많이 닮아서 영향을 받은 것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정국이 설정 캐릭터를 잡을 때도 영향을 많이 받았구요! 이로써 빙의가 더 잘되셨으면 하는 바람!!! 마지막 휴일 푹-쉬시고 다시 힘내서 한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ㅎㅁㅎ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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