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바론
"더 이쁘게 하고 나왔네,오늘." 전정국은 와이셔츠의 첫번째 단추를 어루만지며 나타났다.어디서 나온거지-싶어 보니 통로에 달린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보고 있었던 것 같다.난 나만 괜히 허겁지겁 나왔을까 걱정했는데,다행이였다. "내가 이쁜 적이 어딨다고.가자." "어딨긴 어디 있어.어제도 예뻤고 첫날에도 예뻤고.지금은 여태 본 날 중에 두번째로 예쁜데." "첫번째 날은 언젠데?" 매일 같이 장난치는 전정국인데도 여지껏 중에 가장 열심히 준비하고 나온 오늘이 아닌 다른 날이 가장 예뻤다는 둥 말을 해오니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다.오늘이 아니면 언제인거지,그날 내가 어떤 화장품을 발랐더라. "...안알려줄건데." "이럴 줄 알았어.얼른 가자 지하철 시간 놓치지 말구." "있잖아,단추 푸는게 나아 다 채우는게 나아?" 전정국이 괜히 무안해져서 앞서 걷던 나의 손을 붙잡아 세우곤 내 앞에 마주섰다.눈을 마주보며 얘기를 한건 어제 촬영을 할 때 뿐이였는데,이렇게 마주보니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한게 느껴졌다.손은 또 왜 잡아서. "어?뭐가 나아.날도 추운데 채울까?너무 답답한가,풀까?" 내 앞이서 전정국은 계속해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채우기를 반복했다.진짜 미치겠다. "...몰라.마음대로 해." "왜 그래.늦을까봐?미안해.얼른 가자." 이대로 전정국을 마주하고 있다가는 내 얼굴이 고구마가 되는 건 순식간일 것만 같아서 이유 없이 짜증을 부렸다.전정국은 아마 그런 나의 말투에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눈치였는지 얼른 가자며 나의 손가락에 자연스레 자신의 손가락을 걸어 오며 나를 앞으로 이끌어 당겨 걸어 갔다. 나는 또 그걸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 아이의 걸음을 따라 맞춰 걸었다.손가락 끝이 그 아이의 손가락 끝과 부딪힐 때 마다 간질거리는 그 느낌이 너무나도 강하여 내 마음 속 한켠까지 간지러워 오는 듯 했다.이젠 내 감정에 변명 할 생각 조차 없다,이미 확고해져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아 버려서. * 우리는 지하철에 타자마자 잠에 들었다.아마 주말임에도 일찍 일어났기 때문일테다.심지어 어젯밤 촬영도 일찍 끝나진 않았으니 더했을 테고.깨어 보니 전정국 어깨에 기대어 잠들었던 나를 발견하고 또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오늘 따라 왜 이럴까,정말. 강남에 도착하고 나는 전정국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금방 상영관을 찾았다.계획대로 우리는 아이들 보다 훨씬 먼저 도착했고 아이들도 하나둘 모여 우리는 영화를 감상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외부로 나왔으니까 앞으로 잘하자는 의미에서 내가 저녁 사줄테니 가자!" 교내에서는 엄하고 엄하시던 선생님은 의외로 젊은 감각을 가지신 유머러스하신 분이셨다.나는 화장실에 들리는 바람에 뒤늦게 가게로 향했고 아이들은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어서 어딜 앉아야하나 싶어 동공지진을 일으킨 채 헛웃음을 지으며 입구에서 가만 서있었다. 그 순간 조용히 전정국은 일어나 의자를 챙겨다 자신의 옆자리에 놓고 앉더니 그 의자를 툭툭 치며 앉으라는 듯이 손짓을 보였다.나는 눈치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아이들 사이에 섞여들어갔다. "뭐 먹을래?" "나 음식 잘 못 고르는데..." "이거 맛있을 것 같지 않아?" 열한명이 앉기에 테이블 두개는 벅찼고 그 탓에 전정국과 팔을 움직이기도 버거울 만큼 붙어 앉게 되었다.그래서인지 함께 메뉴판을 보던 전정국이 고개를 돌려 내 의사를 물으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코 앞에서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아,너무 가까운데. "큼,흠.나는 이거 먹을래,너 이거 먹을래?" "...응." 나는 엉겁결에 전정국이 택한 메뉴를 시켰고 생각보다 이 가게는 음식이 맛이 없었다.그럼에도 전정국은 미친듯이 마시는 것 마냥 먹어댔고 내 음식의 반 이상도 그 아이가 먹어 치웠다. 선생님이 사진 한장을 찍자며 카메라를 꺼내 들으셨고 나는 옆자리에 앉은 전정국이 앞에 위치한 덕에 숨었고 그런 나의 얼굴을 옆으로 이끌어내더니 내 볼을 콕 찌른 채로 사진을 찍었다. "너 진짜 볼 말랑말랑하다.매일 볼 때는 전혀 몰랐는데." "유전이야,엄마도 이러더라." "어머니한테 감사드려야겠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각자 귀갓길에 올랐다.우리 또한 집에 가는 길도 함께했다.물론 아이들과 시간이 겹칠 걸 염려해서 가게에서 조금 일찍 빠져 나왔다.그럼에도 지하철은 제 때 와주지 않았다. 교통카드를 충전하고도 시간적 여유가 생겨 우리는 매점에 들려 바나나 우유 하나씩을 입에 물고 앉아 지하철을 기다렸다. "아,어쩌지." "왜?" 바나나 우유를 신나게 먹던 전정국이 옆에 바나나 우유를 내려놓더니 갑자기 안좋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는 갑자기 이 아이가 왜 그러나 싶어 물었고 그 아이는 대답 대신 손을 뻗어 보였다.그 손가락 끝에는 전정국의 친구들이 보였다.
"아,너랑만 가고 싶었는데." "...쟤네도 곧 우리 볼 것 같아." "어디 가." "나 때문에 괜히 곤란해하지 말라고." "내가 왜 곤란해,너랑 있는게 뭐 어때서." "나 여태 학교 다니면서 너 말고는 이렇게까지 제대로 얘기 한번 해본 친구 없어.너는 이래 본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괜히 안엮이는게 너도 나도 편해." "......." "이러고 있다가 쟤네 마주치면 뭐라고 할건데?너도 친구라고 말 못할거잖아.대충 얼버무리다 나 여기 혼자 두고 갈거잖아." 속으로 정말 간절히 바랐다.이 아이는 그 동안의 아이들과 부디 다른 아이이기를,전정국만은 내가 친구라고 말해주기를. 여태 이런 상황에 놓였던 그 수많은 아이들은 나의 얘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아무것도 아니야-,어쩌다가-.항상 이런식.그래도 이번만은 다르길 바랐다.친구라는 소리가 내게는 너무나 간절해서.
"...친구,친구." "난 니가 이 정도 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애들이랑 와, 다음에 보자."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전정국도 흔쾌히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아마 이게 당연한 건데 내가 괜한 기대를 했다.나는 전정국의 친구들이 보이는 곳에서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걸었다,계속 걷다가는 맨 뒷칸에 다다를 정도로. 한두번 있던 일도 아닌데 어째서 전보다 두배로 마음이 아파와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나는 혹여나 눈물이 흘러 내릴까봐 억지로 크게 하품을 해댔다.나는 아마 내 감정에 변명 거리를 만드는 게 습관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근데 왜 전정국에겐 그 습관이 습관이지 못해서 날 더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건데. "하-,하-.잠깐만!" "...왜 왔어?" 또 다시 찾아온 기대감이 나를 괴롭혔다.
"하-,내가 왜 너랑 친구야." "......" "내가 너 좋아한 게 몇년인데 너랑 친구를 해." ---------------------------------------------------- 주말 마저 바쁘게 보내는 바람에 토요일 오후 중에 올리려던걸 급히 오늘 새벽에 작성하다가 잠드는 바람에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올리게 되었네요...ㅠㅁㅜ...토요일,일요일 이렇게 이틀 연속 올리고 싶었는데...!!! 대신 4화는 엄청 빠르게 들고 오도록하겠습니다! 정말 생각 보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구독을 해주시는 바람에 당황했어요...!!! 어제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티에 접속하자 쪽지가 도착해 있어서 보니까 어제 밤 11시 경에 초록글에 올랐다는 알림이...!확인했을 때는 내려와 있어서 그 찰나를 포착하지 못하긴 했지만요...ㅎㅁㅎ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더 신경써서 작성하려 노력하도록 할테니 앞으로도 챙겨 읽어주세요...(애원 그럼 빠르게 돌아오겠습니다 총총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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