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추워지면서 슬슬 두꺼운 옷들을 꺼내보는데, 아무 말도 안 나오고 그저 한숨만 나온다. 입을 옷이 없다. 작년의 나는 가을에 벗고 다녔음이 틀림없다. 결국 옷 정리를 멈추고 올해도 벗고 다니기 전에 오랜만에 쇼핑을 하기로 한다. 새 옷들을 볼 생각에 벌써 입꼬리가 올라간다.
"쭌아! 나랑 옷 사러 가자!"
"쭌? 내가 지금 환청을 들은 거냐."
"전정국 너도 써와."
전정국과 나는 입술을 꾹 물고 방으로 들어간다.
#2
다시는 김남준을 쭌이라고 부르지 않겠다는 반성문을 쓴 후에야 김남준과의 외출이 허락됐다. 지들이 뭔데 허락하네 마네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허락받았다. 김남준이랑 옷 사러 가면 실패하는 옷이 없어서 쇼핑할 때 꼭 필요하다.
"나도 저런 거 입어 볼까."
"또 반성문 쓰기 싫으면 조용히 해."
"응."
등이 훤히 파인 검은 원피스를 입은 마네킹을 보며 말하니까 대답이 단호하다. 이런 옷은 누가 입을까. 내가 입을 옷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너무 예뻐서 멍 때리며 보고 있으니까 김남준이 내 눈을 가린다. 저런 거 입어서 좋을 거 없다. 그냥 존나 비싼 걸레야. 디자이너가 들으면 기절할 말이다. 걸레라니. 나는 내 얼굴을 덮은 손을 치우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옷도 별로, 저 옷도 별로. 다 별로. 내 마음속의 별도 아니고 진짜 별로다. 옷을 보는 둥 마는 둥 매장 안만 돌아다닌다.
"오늘 상태가 왜 그래."
"... 어?"
"아까부터 정신 못 차리지."
남자 옷들을 보던 김남준이 돌아다니는 내 머리를 손으로 꾹 누르더니 왜 이러냐고 묻는다.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뚫어져라 쳐다보는 김남준의 시선이 느껴진다. 대답하라는 거다. 나는 한숨을 쉰다.
"...어제 김석진이랑 마주쳤어."
김남준은 미간을 살짝 좁힐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입술을 일직선으로 꾹 문 걸 보면 마음에 안 든다는 눈치다.
지난주에 마주쳤던 그 카페를 포기하고, 옆 골목 카페에 갔는데, 거기서 또 본 거다. 무시하고 나가려는 나를 김석진은 굳이 발견해서 내 앞으로 카라멜 마끼야또를 시켜줬다. 난 카라멜 마끼야또를 싫어한다. 그런데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나는 그의 앞에서 한 번도 제대로 말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는 늘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는 역할이었고, 나는 늘 그의 뜻대로 휘둘리는 역할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서 밥 먹재."
나를 빤히 쳐다보던 김남준은 한숨을 쉰다. 만나자는 김석진의 말에 내가 영락없이 그러자고 했음을 알고 있는 거다. 김남준은 내 머리에서 손을 떼더니 지나가던 매장 직원을 불러 세운다.
"저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은 어딨어요?"
"제일 오른쪽 라인에 있어요. 여성분께서 입으실 거죠?"
"네? 여기 여성이 어딨어요."
"네가 입을 거 아니면 닥쳐라."
"응."
김남준은 오늘 존나 비싼 걸레를 사기로 했다.
#3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걸어나가면 좆된다. 내가 지금 그렇다. 길을 모르겠어서 발 닿는대로 걸었더니 망했다. 나는 김남준이 질러버린 몸에 딱 붙고 등이 다 파인 원피스를 입고 미친년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김석진이랑 보기로 한 시간은 이미 지났다. 결국 나는 민윤기에게 전화하기로 한다.
-왜.
"왜? 우리가 이유가 있어야만 전화를 하는 사이는,"
-왜.
"... 나 길 잃은 것 같아."
-나 바빠서 스피커폰으로 돌릴 테니까 애들한테 물어봐.
"어? 어..."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건너편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지금 어디냐며, 길 잃을 줄 알았다며, 그냥 집으로 돌아오라며. 핸드폰만 붙잡고 당황하고 있으니까 순간 탁 치는 소리와 함께 아! 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핸드폰을 잡은듯한 김남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보기로 했는데.
"빅힛 사거리에 있는 아웃백."
-넌 지금 어딘데.
"여기가..."
-.......
"... 모르겠는데."
핸드폰 너머로 한숨 소리가 들린다. 그러게. 여기가 어딜까. 나도 그것이 궁금하다. 김상중 아저씨가 나와서 그런데 말입니다, 해도 놀랍지 않을 거다. 이번에는 전정국이 묻는다. 지금 뭐가 보이는데. 나는 또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여기 뭐가 보이냐면...
"... 주유소?"
-.......
"또 신호등이랑... 아! 씨유도 보인다!"
-.......
"... 어딘지 알겠어?"
순간 전화기에서는 큰 파열음이 들렸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민윤기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렸다. 내 핸드폰 던진 새끼 누구냐. 나는 조용히 전화를 끊는다.
#4
"저... 선배..."
"응?"
"아뇨, 아니에요."
"이상하게 넌 당황할 때가 제일 예쁘더라."
그래서 그때 그랬어요? 나 당황하라고? 뺨 맞아도 쌀 김석진의 말에 나는 속으로만 묻는다. 정작 찍소리도 못하고. 넓은 자리 놔두고 내 옆에 붙어앉은 김석진의 손은 내 허리를 떠날 줄 몰랐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을 밀어내도 다시 허리로 돌아왔다. 결국 못 참고 인상을 살짝 찌푸리면 그는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손을 점점 아래로 움직였다. 몸이 굳었다. 떨리는 입을 꼭 물고 눈도 꼭 감는데, 갑자기 손의 감촉이 사라졌다. 번쩍 눈을 떴다.
"......."
"아, 더워 보인 게 아니라 더러워 보였던 건가."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김남준이 테이블에 있던 와인을 김석진을 향해 뿌렸다. 놀라서 김남준과 김석진을 번갈아 보는데, 갑자기 몸이 뒤로 쏠렸다. 고개를 돌리니 민윤기가 서 있다. 옆에는 전정국이랑 김태형도. 여긴 어떻게...? 내 팔에도 튄 와인을 냅킨으로 닦고 있는 민윤기를 빤히 쳐다보니까 네가 말했잖아, 한다. 그랬다. 길 잃었다면서 장소를 다 불었었다.
레스토랑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대고, 직원들이 달려왔다. 민윤기는 나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전정국은 직원들에게 엄연한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데 그냥 지나쳤냐며, 사장을 데려오라고 따졌고, 김태형은 옆 테이블에 있던 한 아이의 귀를 막으며 이런 건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나 벌어질 일이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와인 뿌려줬잖아. 정신 차리라고."
"오랜만에 봤는데 그게 할 말이냐, 윤기야."
"본인은 오랜만에 봐서 그게 할 짓이어서 하셨고?"
어이없다는 듯 허, 하고 코웃음을 친 김석진이 돌연 김남준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가볍게 손목을 잡아챈 김남준에 의해 멈췄고. 김석진이 반대쪽 손으로 주먹을 날렸지만 김남준에 의해 또 멈췄다. 김남준은 한숨을 쉰다. 한심해서 진짜. 씩씩대던 김석진은 자신의 손을 확 빼더니 민윤기의 뒤에 있던 내 머리채를 쥐었다.
"아! 아악!!!!!"
"네가 불렀지. 기어오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이거 안 놔!"
나도 질 세라 그의 머리채를 쥐었다. 씨발, 두피 뜯길 것 같다. 미친년 마냥 소리를 지르고 잡아당기고 있는데, 김남준과 민윤기가 양쪽에서 나와 김석진을 떼어냈다. 김남준은 김석진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는다. 주먹이 부딪히는 소리가 레스토랑에 울린다. 헉, 하는 숨소리들은 덤이고. 입을 손등으로 쓸던 김석진은 욕 몇 마디를 지껄이더니 나를 흘기며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
...진짜 싫다.
내 머리를 산발로 만들어 놓은 김석진도, 수군대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김남준을 말리는 직원들도 다 싫지만, 그중에서도 어쩌면 다시 제대로 시작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제일 싫다. 병신. 겨우 보고 싶었다는 한 마디에 왜 기대를 해서. 겨우 네 생각이 계속 났다는 말 하나에 왜 희망을 가져서. 내 모든 걸 주겠노라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 하나가 나한테는 너무 컸다.
"윤기야, 나 이제 김석진한테 흔들리는 거 그만해야겠지?"
"......."
내 말애도 대답 없이 묵묵히 내 머리를 손으로 정리해주던 민윤기는 입고 있던 후드를 벗어 내 어깨에 걸친다. 내 팔을 후드에 집어넣고 지퍼까지 꼼꼼히 올려주던 민윤기가 나도 모르게 떨리고 있던 내 손을 잡아주니까, 글쎄 눈물이 나는 거다. 그동안 긴장하고 있던 모든 게 풀리는 기분이었다. 사람들 많은데서 우는 게 제일 쪽팔린 건데. 민윤기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민윤기는 서툴게 내 등을 토닥인다. 집에 가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5
"싫어. 울 거야."
"...코 풀어."
내 오른쪽에 앉아있는 김태형이 내민 휴지에 흥, 하고 코를 풀었다. 그럼 왼쪽에 앉은 민윤기가 코 푼 휴지를 바닥에 버린다. 운전하던 전정국은 내릴 때 휴지 갖고 내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아무도 그의 말을 안 듣는다. 조수석에 앉아 거울로 내 모습을 보던 김남준은 내일 눈 붓겠다며 저주를 내린다.
"김남준 말이 맞아. 너 눈 엄청 잘 붓는 데다 진짜 못생겨지잖아."
"나 오늘 진짜 작정하고 너 고자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닥치고 운전이나 해."
"김석진 앞에서 진작 이렇게 말하지."
"씨발!!!!!"
김석진의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려서 씨바알! 하고 소리 지르니까 민윤기가 내 입을 손으로 쥐었다. 막는 거 아니고 쥐는 거. 내 입이 물건인 줄 안다. 그것도 얼마나 세게 쥐는지, 입이 안 움직인다. 앞자리에 앉은 김남준이 뒷자리를 향해 몸을 돌린다. 그리고는 민윤기에게 손짓을 한다. 내 입을 놔주라는 거다. 민윤기는 손을 놓고 차 시트에 손을 문질렀다. 더럽다는 거다.
"치킨 사 줄게."
"야, 넌 내가 지금 치킨 하나에 기분이 풀리게 생겼냐?"
김남준이 한쪽 눈썹을 들어올린다. 존나 맞아. 그러니까 사줘. 내 말에 전정국은 한숨을 쉬며 핸들을 돌린다.
#6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친놈이야."
"그런 놈들은 나라에서 나서서 척살해도 모자라."
"넌 그 새끼가 어디가 좋다고 아직도 못 잊냐."
"... 이제 다 잊었거든."
지랄한다. 전정국은 치킨 껍질을 냅킨 위로 냅다 던진다. 나는 입을 다문다. 치킨을 신나게 뜯던 넷은 김남준을 시작으로 뜬금없이 돌아가며 김석진 욕을 했다. 근본도 없고, 툭툭 하는 말 같지만 나름대로 다 내 생각해서 하는 말들임을 안다.
"너 앞으로 퇴근할 때마다 나한테 전화해."
"에이, 그건 좀 아니다."
아니 무슨 우리 엄마도 아니고. 내가 가는 길마다 김석진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매일 전화한담.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민윤기는 상관없다는 듯이 내가 안 하면 자기가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김석진 만나도 전화해. 그 새끼가 말 걸어도,"
"아, 나 아까부터 궁금했었는데, 김석진이 대체 누구야?"
우리 넷은 동시에 김태형을 쳐다본다. 쟤가 지금 무슨 말 하는 건지 아는 사람? 김태형은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한다.
"......."
"걔 진짜 학교에서 쫓아내야 돼. 야, 민윤기 전화 안 받으면 나한테 해."
"......."
"... 이거 아니야?"
자기만 믿으라는 듯이 오른손으로 자기 어깨를 팡팡 치던 김태형은 우리의 눈치를 보며 그제야 어깨를 움츠린다. 김남준은 김태형이 들고 있던 치킨을 뺏는다. 김태형 앞에 있던 포크도, 그릇도, 물컵도 다 치운다. 집에 가면 반성문 써. 김태형은 입을 삐죽인다. 넌 좀 그래도 돼.
#7
"크으..."
자다 일어나 눈도 제대로 뜨기 전에 냉장고에서 자몽 워터를 마셨다. 아무도 없이 조용하고 차분한 집에 기분 좋고, 차오르는 자몽 뽕에 기분 좋고. 늦잠 자고 일어나서 마시는 첫 자몽 워터는 나라에서 허용한 유일한 마약이다. 오늘이 개교기념일이라 주말이 아닌데도 마음껏 늦잠을 잘 수 있었다. 어젯밤에 전정국을 붙잡고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모른다. 내일 출근하지? 난 내일 쉰다? 전정국은 내 얼굴에 아끼던 토끼 인형을 던졌다.
"......."
어... 전정국 생각을 했더니 헛것이 보이나. 진동이 울리길래 핸드폰을 봤더니 전정국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회사에 있는 동안 전화를 한 적은 없었는데. 소파에 드러누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너 집이지.
"아니?"
-그럼?
"집."
-.......
"미안."
-내 방에 들어가 봐.
한숨을 한 번 쉰 전정국은 대뜸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왜? 계단을 올라 전정국 방문을 열었다. 책상 위에 흰 봉투 하나 있을거야. 보여? 막연히 흰 봉투라고만 하면 내가 어떻게 알겠,
"어! 보여!"
-그것 좀 가져와줘.
"뭐? 이 아침에?"
-아침?
"......."
문득 창밖으로 햇빛이 환한 거리가 보인다. 해가 중천에 걸려있다.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면 짧은 바늘은 12와 1 사이에 걸려있다.
-방금 일어난 티 내지 말고 닥치고 와.
"웅."
들켰다.
#8
나는 전정국의 책상 끝에 걸터앉아 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방을 구경한다. 처음 보는 전정국의 방이다. 전정국은 팀장이라고 회사에서 따로 구별된 공간을 쓴다. 다른 회사는 팀장실 같은 개인 공간이 없는 곳도 많던데. 얘가 뭐라고 회사에서 방도 따로 주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제에 안 맞는다.
"집에는 언제 와?"
"오늘은 일 좀 많아서 늦게 들어갈 것 같아. 저녁 먼저 먹고 있어."
"어, 왔어?"
문이 살짝 열리고, 한 남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놀라서 책상에서 폴짝 뛰어 내려온다. 나는 전정국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낸다. 저 사람 누구야? 전정국은 그런 나를 보고도 모른 척하며 눈 한번 안 마주치고 이 보고서 말인데... 하며 남자랑만 말한다. 나는 눈치를 살피며 전정국이 말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의 주변을 알짱댄다.
남자는 잘생겼다. 심지어 가끔 앞머리를 쓸어 넘기는데, 겁나 섹시하다. 맞다. 나는 얼굴 같은 거 안 본다. 그렇다고 그게 잘생긴 사람이 싫다는 건 아니잖아. 남자는 키가 조금 작지만, 잘생겼으니까 넘어가기로 한다. 게다가 이 남자는 내가 좋아하는 섹시한 인상이라고.
다만, 한 가지 거슬리는 게 있다면 남자의 셔츠다. 흰 셔츠는의 가장 윗 단추 두 개가 풀려있다. 저건 옳지 않다. 다 풀든가, 아니면 벗든가. 둘 중 하나는 해야지. 나는 남자를 찬찬히 뜯으며 둘의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래, 수고해라. 어. 너도. ...드디어 끝났다.
나는 잽싸게 남자의 앞에 서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예쁘게 웃었다. 남자는 의아한 얼굴로 나와 전정국을 번갈아 봤다.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전정국이 나를 곱게 소개시켜줄 리 없으므로 나는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국이 친구,"
"박지민. 나가."
전정국은 내가 입을 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입을 손으로 잡았다. 짜증 난다. 인상을 팍 쓰며 팔짱을 껴봐도 전정국은 얄짤없다. 뭐 해. 나가라니까?남자는 내 눈치를 보다가 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그럼, 하고 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간다.
"저 사람 이름이 박지민이야?"
"그걸 네가 알아서 뭐할건데. 너도 빨리 집에나 가."
"너랑 말도 놓은 거 보면 동갑이겠네?"
전정국은 나를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뭐, 왜. 그렇게 봐서 뭐 할건데. 나는 아랑곳않고 다시 전정국 책상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든다. 있잖아, 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 것 같아. 기분 좋게 다리를 따라 고개도 좌우로 흔들고 있는데, 전정국이 갑자기 목소리를 깔았다.
"아, 가면 될 거 아냐. 치사해서 정말. 간다! 간다고!"
집에 가서 토끼 인형 옷도 빨아주고 반성문이나 쓰고 있어야겠다.
-
내 자몽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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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혹시 빠트린 분이 계시다면 가장 최근 글이 아니었는지 확인하고 다시 말해주시와요!
암호닉은 당분간 받지 않겠습니다. 슬슬 저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느낌이라...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