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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김석진] 연상연하 (부제: 오글주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케미) | 인스티즈[방탄소년단/김태형/김석진] 연상연하 (부제: 오글주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케미)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김태형/김석진] 연상연하 (부제: 오글주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케미)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김태형/김석진] 연상연하 (부제: 오글주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케미) | 인스티즈

 

 

 

 

 

 

 

 

 

 

 

 

 

 

 

 

 

 

 

 

 

 

 

 


 연상연하

-

 


“형!”


정문앞에 기대있던 태형은 민트색 과잠을 입고 동기들과 무리지어 나오는 석진을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산 선물과 꽃다발, 석진이 좋아하는 초코 케이크를 들고, 언제 나올지도 모를 석진을 기다린게 3시간이 거의 다 될 무렵이었다. 동기들과 섞여있던 석진은 교복 차림의 태형을 보고 놀란듯이 손을 흔드려다가 잠시 주변 과동기들의 눈치를 살폈다.


“엥? 석진아 쟤 뭐야? 너한테 손 흔드는데?”
“아, 나 그, 동네 아는 동생.”
“어머, 고딩이네? 되게 귀엽게 생겼다?”
“어어. 먼저 가있어 얘들아.”


동기들을 먼저 보내고 환히 웃고 있는 태형에게 향했다. 다가오는 석진을 안으려고 두 팔을 활짝 벌렸지만 석진은 그 팔을 잡아내렸다. 환하던 태형의 인상이 급 어두워졌다.


“뭐야, 연락도 없이.”
“형 오늘 생일이잖아요.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아까부터 기다렸어요.”


오늘 프로그램제작실습 조별회의가 오후 8시까지 있었고 고3인 태형은 보통 5시쯤 끝났다. 야자도 안하고 수능은 이미 글러먹었으니까. 3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대학생 틈에서 교복을 입고 자신을 기다렸을 태형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케이크와 선물, 장미로 가득한 꽃다발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했다. 여기는 석진이 다니는 대학교였다. 길을 걷다 5분에 한번쯤은 같은 과 동기들을 마주치는데 교복입은 남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언제 나올 줄 알고 기다려… 그리고 이게 다 뭐야? ”
“선물이요.”
“돈아끼라니까…”


일단 꽃다발과 선물을 받아들었다. 종이백 안에는 브랜드 제품의 선물상자가 카드와 함께 포장되어있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인데. 고3짜리가 돈이 어딨어서 이런걸 샀는지. 석진은 속상했다. 태형을 반겨주지못하는 자신과 이렇게 거금을 쓴 거에 대해서. 석진의 반응이 예상과도 한참 다르자 태형은 멋쩍어졌다. 가을이랍시고 해가 일찍떨어지고 저녁 날씨마저 추워졌는데 태형은 교복 자켓도 없이 춘추복 셔츠만 입고있다.   


“너 감기걸리겠다.”


석진이 과잠을 벗어주려하자 태형이 그 손을 붙들었다. 됐어요, 형. 그러면서도 코를 훌쩍인다.


“…친구들이랑 약속있죠? ”
“어? …으응. 아까 걔네들이랑.”


석진이 말 못하던 걸 다행히도 태형이 먼저 물었다. 태형은 석진의 손을 잠깐 잡았다가 놓아주었다.


“형 얼굴 봤으니까 갈게요. 불금이니까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아요.”
“…태형아.”
“생일축하해요,형.”


석진은 미안해죽을 지경이다. 태형이 웃고는 있지만 속은 그렇지못할게 뻔하니까. 맘같아선 친구들과의 약속을 무르고 태형과 시간을 보내면 좋겠지만 친구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또 선배들도 오는 자리라 빠지기엔 입장이 애매했다. 석진은 택시비라도 건넬 심산으로 지갑을 꺼냈다.


“택시타고가, 버스말고.”
“됐어요,나 거지아냐. 갈게요.”


손을 휙휙 휘저은 태형이 버스정류장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태형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말았다. 불러도 할 말도 없고 면목도 없어서. 석진은 태형을 따라가지도, 그렇다고 친구들에게 다시 가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굳은 바위처럼 서있었다.

  
 *


석진은 1년전, 자취방 근처 베이커리에서 태형을 처음 만났다. 태형은 손님이었고 석진은 직원이었다. 다른 손님을 계산해주는데도 계속 눈이 마주쳤었다. 태형이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와서 빵을 고를때도 태형은 석진을 빤히 쳐다봤고 석진도 딱히 그 눈을 피하지않았다. 아르바이트 시간이 태형의 하교 시간과 맞아 거의 이틀에 한번 꼴로 보다가 나중엔 하루에 한번씩 꼬박꼬박 태형은 베이커리에 출근하듯이 얼굴도장을 찍고 갔다. 하루는 우유 하나. 또 어느날은 딸랑 단팥빵하나. 그러기를 한 달, 이제 말 좀 트고 가끔 안부를 묻는 정도였을때다. 석진이 마감까지 일하고 오후 11시가 돼서야 자취방으로 향하는데 태형이 그 시간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석진은 21살이었고 태형은 고2였다. 18살. 그러니까 태형은 미성년자였는데 꼬리꼬리한 술냄새가 났다.


“야,너 여기서 뭐, 흐, 술냄새.”
“…형.”
“너 술 먹었어?”


건물벽에 기대있던 태형이 석진에게 다가오려다가 비틀거렸다. 얼른 붙잡아세우는데 술냄새가 지나치게 진했다. 요즘 세상이 아무리 막 나간다지만 겨우 고2짜리가 무슨 술을 이렇게 진탕 마셨을까. 나때는 안그랬는데. 석진이 다니는 대학교 앞 술집들은 민증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이 몰래몰래 섞여들어와 술을 먹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거기에 태형도 포함일줄이야. 석진은 인사불성이 된 태형의 볼을 착착 두드렸다.


“너 집 어디야?”
“집 가면…나 죽어요,형…”
“집 무서운 자식이 술을 먹어? 제정신 아니네, 진짜.”
“형…”
“야,야. 정신 좀,”


달큰하고 뜨거운 태형의 얼굴이 목덜미에 푹 박혔다.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숨결이 간질간질하고 뜨끈뜨끈해서 다리에 힘이 풀리는걸 간신히 지탱했다.


“야, 왜 이래.”
“…”
“…아씨, 진짜.”


태형의 집도 모르고 그렇다고 길바닥에 내버리고 갈 순 없어서 일단 방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걸어서 10분이면 가는데 흐물흐물해진 태형을 부축하느라 발걸음이 더뎠다. 자취방으로 태형을 끌고가는내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얘는 술을 어디서 먹었을까. 왜 술을 먹고 베이커리 앞까지 찾아왔을까. 그냥 온건가. 왜 굳이 나를 찾아왔을까. 자취방에 도착해 태형을 침대에 던져놓고 에어컨을 틀었다. 속이 울렁거리는지 태형은 끙끙 앓으며 몸을 뒤척거렸다. 혹시 토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에서 대야를 가져와 침대밑에 내려놓았다. 대충 방 안을 정리하고 태형을 부축하고 오느라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깜짝이야!”
“…”
“이제 정신 좀 들어?”


태형은 이제야 가느다란 정신줄을 잡았는지 침대위에서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냉장고에서 먹다남은 생수를 꺼내 일단 먼저 목을 축인 후 태형에게 생수통을 건넸다. 얘가 기운이 없어 생수통도 못 받아드는가 싶어 입에 생수통을 물려주자 그제야 목이 탔는지 꿀꺽꿀꺽 물을 마셔댄다. 생수통을 다시 냉장고 안에 넣으려는데 태형이 석진의 손을 잡아 침대 쪽으로 홱 끌어당겼다. 손에 들고 있던 생수통을 놓치면서 침대가 물로 흠뻑 젖어버렸다.


“아, 침대시트 다 젖었잖아!”
“형.”
“뭐 이 자식아. 아, 이거 여름이불 깐지 얼마 안 됐.”


미처 피할 틈도 없이 태형은 덜컥 석진에게 키스를 했다. 깜짝 놀라 달달 떨리는 입술을 태형이 서툴게 감쌌다. 태형의 품에 안겨있는 꼴이 된 석진은 뒤늦게 태형의 어깨를 홱 밀치고 책상쪽으로 물러섰다. 침대에 떨어진 생수통에선 여전히 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너, 뭐야.”
“…”
“너 취했어.”
“알아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태형은 책상쪽에 바싹 붙어있는 석진의 앞에 섰다. 이번엔 석진이 먼저 태형을 막아섰다. 너 고등학생이야,인마! 겨우 한다는 말에 태형이 웃었다. 그게 뭐요. 아까와는 달리 태형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취한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잠깐 정신이 돌아온건지 모르겠다.


“좋아해요.”
“어?”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전에 다시 입술이 닿았다. 이번엔 태형의 큼지막한 손이 석진의 뒤통수를 꽉! 잡고 있어 피할 수가 없었다. 얘가 날 좋아한다고? 어린놈의시키가? 석진이 아등바등거리며 책상에 있던 책과 스킨로션들이 와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입안으로 혀가 들어오는 순간 석진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묘하다 느낌이. 잘생긴 애가 이러니까 당황스러우면서도 조금씩 심장이 콩닥거린다. 에라, 모르겠다. 아등바등거리던 손을 멈추고 태형의 두 볼을 꽉 움켜쥐었다. 태형이 잠시 흠칫했다가 씨익 웃으며 석진을 끌어안았다. 그때 태형이 느낀 건, 확실히 대학생의 키스는 다르다는 거였다.


“와아…형. 키스 잘하네요.”
“야, 그걸 지금 왜…”
“또 해줘요 형.”

그 후로 한시간정도 키스했던가? 조금은 얼렁뚱땅 넘어가긴 했지만 그게 사귄지 첫째날이었다.

 

*

 

혼자 집으로 돌아온 태형은 저녁밥도 먹지않고 책상앞에 앉아 폰배경만 멍하니 보고있었다. 석진과 에버랜드가서 찍은 사진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기린 머리띠를 한 석진이 대관람차안에서 태형의 볼에 뽀뽀를 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폰배경은 저렇게 애정넘치는데 막상 석진에게선 카톡 하나가 오질 않았다. 솔직히 서운하다. 서운해 미칠 지경이고 분해죽겠다! 내꺼인데 남한테 양보한 것 같은 기분이니까. 그런데 표현했다간 연하의 철없는 찌질함을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 참았다. 제일 싫은게 그거였거든. 석진에게 나이 어린 동생 취급받는거. 물론 나이 어린 동생은 맞았지만 우리가 남들같은 형동생도 아니고 어찌됐던 사귄지 1년이 넘어가는 연인 사이인데. 석진에겐 뭔가 멋있어보이고 싶다. 석진은 대학교에서 나름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도 많고 잘나가는데 자기 자신은 그저 고삐리로만 보일까봐 늘 걱정이 깊었다. 그래서 항상 어른스러운척, 철든척을 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서운하고 밉고 약오르기까지한다.


“…어떻게 연락 한 번 없냐.”


카톡을 보내려다가 말고 전화를 해보려다가 말고 메세지를 보내려다가 말았다. 잘 놀고 있을게 뻔해서 전화할 명목도 없었다. 이제 시간은 밤 12시를 넘어 새벽 1시에 가까워졌다. 술먹다 뻗었나. 술취한 석진의 모습을 몇 번 봤었는데 존나 귀엽던데. 거기까지 생각하니 또 짜증이 난다. 혼자 보기도 아까워죽겠는데. 조용한 폰을 묵묵히 째려보던 태형은 벌렁 침대에 누웠다. 잠이나 자야지.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덮고 이어폰을 귀에 꼽자마자 우웅 전화가 울렸다. 석진인가 싶어 얼른 액정을 확인했지만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다.


“여보세요.”
[어, 혹시 그 뭐야, 김태영씨? 맞아요?]
“김태영 아니고 김,태,형 인데요. 누구세요?”
[아, 맞나보네. 끄윽.]


남자 목소리인데 앵간히 취해보였다. 누군가 싶어 곰곰히 생각하는데 전화를 건 상대방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형이…태형아…우욱! ]
“석진이형?”
[야야! 쟤 토한다! 빨리 데리고가! 아, 김태형씨. 그,뭐야, 석진이가 많이 취했는데여. 자꾸 전화 걸으라해서여. 끄윽.]
“석진이형 폰은요?”
[배터리가 없대요. 아무튼 끅, 일단 바꿔드릴께요.]


그래서 연락이 없었구나. 그리고 내 번호를 외우고 다녔구나.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북적거리는 소리때문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웃음이 나왔다.


[태형아아.]
“아,형.”
[보고시푸…]


혀가 잔뜩 늘어졌다. 태형은 침대에서 일어나 서둘러 옷을 챙겨입었다.

 
“형, 어디에요.”
[여기가…어디지. 야야, 남주나, 여기가 어디지?]
[여기 지짐이 앞이지. 어디긴 어디야, 재 왜 저래.]
[아아, 지짐이 앞이래, 태형아아]
“금방 갈게 어디가지말고 거기 있어요, 형.”
[보고시푸…]


에이씨! 이럴 줄 알았어! 태형은 지갑을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 시간에 어딜 나가냐는 엄마의 말도 못 들은 척하고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다. 새벽 1시지만 어제가 불금이었던 탓에 대학교 앞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렸다. 차에서 내리자 빨간색, 회색, 검은색, 주황색. 온갖 색상의 과잠들이 눈을 어지럽게했다. 석진이 다니는 학과의 민트색 과잠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다시 술집안으로 들어간건지 아니면 그냥 자리를 떠나버린건지 걸려왔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도통 받지를 않는다.


“아아, 시발.”


석진이 욕하지말라고해서 바로 끊었는데 이런 상황에선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애가 타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결국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몇 분이세요?”
“아, 그냥 누구 좀 찾으려고요.”


역시나 민증검사를 하지않는다. 태형은 후끈한 술집 분위기를 뚫고 이리저리 석진을 찾아다녔다. 1층을 다 돌았지만 석진은 보이지않았다. 사람들에게 치이며 2층에 올라갔다. 2층엔 민트색 과잠들이 가득했다. 아마 2층 전체를 빌린 것 같다. 석진의 생일이라서 빌린건가? 순간 석진과 사회적인 거리감이 물씬 들이닥쳤다. 노는물이 다르구나, 나랑은. 계단앞에 서있던 태형에게 누군가가 손을 흔들었다.


“저기요! 여기 참이슬 두 병만 더 갖다주세요!”
“아…저 알바생아닌데요.”
“아, 그래요? 그럼 올때 사이다도 좀 더 주세요!”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여기 어딘가에 석진이 있을텐데.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창가 앞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자그마한 머리통에 익숙한 가방. 석진이 분명했다. 태형은 석진의 앞에 쪼그려앉아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형.”
“…으음.”
“형. 정신 좀 차려봐. 나 왔어요.”
“…”


그제서야 부스스 고개를 든 석진의 눈이 흐리멍텅했다. 생일이라 여기저기서 따라주는 술을 다 들이킨 탓이다.


“어, 태형아…왜 이제 와써….”
“여기까지 10분도 안 걸려서 왔는데.”
“…태형아…”


횡설수설하는 석진을 부축해 일으켰다. 다들 거하게 취해 이제 석진은 안중에도 없는지 태형이 부축해 나가는 내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술집을 나와 편의점 의자앞에 잠시 석진을 앉혔다. 어디가면 안 돼요, 형. 가만히 있어요. 신신당부를 하고 얼음컵에 헛개수를 넣어 들고나왔다. 빨대를 입에 물리자 쪽쪽 잘도 빨아먹는다. 다행히 태형은 석진의 자취방을 알고 있었다. 둘의 데이트 장소로 자주 이용됐었으니까. 


“형, 방으로 가요. 데려다줄게.”
“…3차…”
“뭔 3차에요.”
“…태형이 화났네…”


풀린 눈으로 태형을 슥 올려다본 석진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태형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 화 안 났으니까 집에 가요. 어깨동무를 하고 부축해 방으로 향했다. 능숙하게 석진의 가방을 뒤져 카드키를 꺼내 현관을 열고 한번의 실패없이 8자리 도어락 비밀번호를 띡띡띡띡 눌렀다. 제일 먼저 침대에 석진을 눕히고 과잠을 벗겨 옷걸이에 걸었다. 그리고 페브리즈를 찾아 책상을 보자 태형이 선물해줬던 장미 꽃 다발이 페트병 밑부분에 담겨 촉촉히 물을 머금고 있었다. 혼자 방안에 앉아 페트병을 오려 꽃병을 만들었을 석진의 모습을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태형이 서툰 글씨체로 쓴 편지도 책상 앞에 잘 붙어있다. 김석진을 어떻게 미워할까. 태형은 그대로 잠드려는듯이 침대에 누워있던 석진을 일으켜 화장실로 밀어넣었다.


“…그냥 잘래.”
“양치랑 세수만 해요.”
“으, 태형아…”
“양치. 세수. 내가 해줄까요?”
“…아냐아.”


고분고분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와 양치를 한 석진이 비틀거리며 나오더니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했다. 제대로 헹구지않아 목부분에 그대로 거품이 남아있다. 수건을 가져와 턱을 닦아주는데 꼬물꼬물 다가온 석진이 태형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미안해애.”


여태 쌓여있던 감정이 다 녹아버린다. 태형이 아무 반응이 없자 석진이 고개가 다시 빼꼼 들어올려진다.


“…” 
“…”


태형이 아무말도 않고 빤히 보고만 있자 석진이 먼저 입술을 내밀었다. 하아. 이래서야 이길 수가 있나. 태형은 불을 끈 뒤, 석진을 끌어안고 누웠다. 태형의 입술을 찾아 물던 석진이 무언가가 생각난 듯 다시 고개를 들었다.


“너, 내일 학교 안 가?”
“토요일이잖아요.”
“…아, 놀토인가.”
“놀토는 무슨. 언제적 옛말이에요. 시끄럽고 빨리 이리와.”

 


다시 석진을 끌어당겨 안았다. 술때문인지 아님 태형 때문인지 석진의 몸이 뜨거웠다. 그리고 방안도 전체적으로 뜨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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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대박..너무좋아여..
7년 전
독자2
와 너무 잘쓰세요 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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