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호 프로젝트 - 티격태격
※이름의 마지막 글자에 받침이 없는 분은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
"자, 몸 풀고 시작한다. 이석민 기준!"
"기!!준!!"
"목소리 우렁차고 좋다. 체조대형으로 벌려!"
해가 쨍쨍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최승철쌤은 우리에게 체육을 시켰다. 체육을 싫어하진 않지만 내가 워낙 땀이 많아 오늘따라 더 움직이기가 싫었다. 이석민이 있는 힘껏 소리치자 체육쌤은 가볍게 웃더니 체조를 하자신다. 이리 뛰어라, 저리 뛰어라 하고는 종이 치자마자 칼같이 끝내준 체육쌤은 우리를 교실로 올려보냈다.
교실에 돌아와 넋이 나간 채 책상에 널브러져 쉬는시간이 끝났다는 종 소리가 들린줄도 모르고 선풍기 바람에 땀을 식히고 있었다. 교실이 조용해져 눈을 떠보자 누군가가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종 쳤는데.. 다음 수행이야."
"ㅇ, 어! 고마워!"
교실 열쇠를 들고 있던 칠봉이가 내게 말을 하자마자 벌떡 일어나 교과서를 챙겨 나갔다. 종소리를 못 들은 덕분에 체육복은 갈아입지 못했다. 교실 문을 잠그는 것까지 보며 기다리다 칠봉이의 1m 정도 뒤에 떨어져 아무런 대화 없이 과학실까지 같이 걸었다. 이것만으로도 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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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은 2인 1조로 진행될 거니까 랜덤으로 조를 뽑도록 할게. 문제 없지?"
"네-"
그리고 나는 전원우와 같은 조가 되었다. 얘가 과학을 잘 하는 건 좋은데, 칠봉이가 김민규와 짝이 되었다는게 문제였다. 내가 저 아이를 좋아하면서 저렇게 밝은 모습은 거의 처음보는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인형탈을 쓰고 있을 때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닳겠다.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고백하라니까."
"넌 그게 말처럼 쉽냐. 나도 하고싶다, 고백."
전원우는 내게 종이를 스윽 밀어주고는 선생님이 보기 전에 얼른 베껴쓰란 말을 뱉었다. 지금 수행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었지만 옆에서 툭툭 쳐대는 바람에 성화에 못 이겨 끝까지 다 채워넣긴 했다. 종이 치자 맨 뒷사람이 걷어오라는 지수쌤의 말에 의자를 뒤로 미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턱을 괴고 김민규와 얘기를 하고 있는 칠봉이를 쳐다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턱을 지탱하던 팔을 쳐내는 바람에 책상에 머리를 박을 뻔 했다.
"뒤질래..?"
"우리 줄은 아무도 안 걷고 있어."
"...네가 걷으ㅁ,"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허리를 뚝 자르더니 손가락으로 종이를 톡톡 찍어대는 전원우였다. 이석민이랑 쌍으로 미운짓만 골라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지금 자기가 보여줬다고 나를 막 부려먹는 거야..? 앞 자리에 있는 애들이 왜 우린 안 걷냐는 말을 하며 뒤를 쳐다보자 전원우는 내게 애들이 날 찾는다며 가만히 앉아있던 나를 의자 밖으로 말어댔다. 엉겁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를 하나둘씩 걷자 두번째 줄에 나란히 앉은 김민규와 칠봉이를 보게 되었다.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웃는 칠봉이를 보고 어제 내게 말한 짝사랑남은 김민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마음이 별로여서 책상에 있던 종이를 팍팍 가져가려는데 칠봉이가 두장을 포개어 내게 건넸다.
"여기, 고마워."
"ㅇ, 어!"
내 마음이 별로라는 말 취소다.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가 맘을 다 녹여버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들 선생님께 제출을 하고 과학실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 교실로 돌아갔다. 그나저나 나 왜 이렇게 얘만 보면 바보처럼 대답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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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넣어놨네."
교과서를 꺼내려는데 오늘도 내 손에 무언가 잡혔다. 오늘은 '힘내라, 힘!??'이라고 적혀있었고, 어제와 구성이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매번 이렇게 준비하는게 귀찮을만도 할텐데.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앉은 이석민이 이 분위기를 다 깨버렸다.
"오늘도?"
"어. 근데 진짜 누굴까?"
"그게 뭐가 궁금해.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먹으면 되잖아."
그러게. 근데 난 이게 왜 궁금할까. 이 말들을 속으로 내뱉고 있을 때였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책상에 내려놓으며 내 옆자리에 앉는 칠봉이가 보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작은 눈이 훨씬 더 커졌다. 저를 쳐다보는 나를 발견했는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내게 입을 열었다.
"아니, 쟤가 또 바꿔달라고 그래서."
"그냥 네가 내 짝꿍해라."
미쳤어. 돌았구나, 권순영. 지금은 인형탈도 안 쓰고 있는데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와서는. 내 자신을 어이없어하는 와중에 이석민은 앞에 앉아 웃음을 저의 입 안에 넣어놓고는 참고있었다. 그래, 나도 내가 우습다. 칠봉이도 살짝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나도 그게 낫겠다."
"...어?"
그리고 이내 무심한 듯 시선은 책상에 꽂힌 채로 교과서를 정리하면서 말했다. 뒷 말은 이석민의 반응이었다. 내 마음 속에서도 저런 반응이 나오긴 했지만. 두 사람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보였는지 흘끔 쳐다보며 'ㅇ, 왜?'하며 말을 더듬었다. 아니라고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내 손으로 다시 가져왔다.
"나 이거 하나 먹는다?"
"그러던가."
내 책상 위에 있던 초콜렛을 하나 집어들더니 내 눈 앞에 흔들거리며 하나만 달라는 이석민이였다. 안 주고싶은 마음이 더 컸지만 주지 않으면 찡찡거릴 것이 눈에 선했기에 봉지채로 입에 넣어줬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입꼬리가 하늘로 치솟으며 고맙단다. 고개를 돌려 칠봉이를 보자 봉투에 시선이 꽂혀있었다. 젤리 좋아하나보네.
"자, 너도 하나 먹어."
"아니 난 괜찮은데.. 고마워."
자신의 손 위에 있는 젤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내가 저에게 사약이라도 준 것 처럼 힘겹게 젤리를 입 안으로 가져갔다. 먹기 싫은 거였나. 뭐라고 말을 걸려다 교실 앞문이 빠르게 열리고 학생주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찍소리도 못하고 입과 눈을 돌아가면서 쳐다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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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무 늦게왔죠..?
여행을 좀 다녀왔어요ㅠㅠ
다들 막 극찬해주고 그러면 저 진짜 마음이 녹아버림....☆
아 브금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행복해요ㅠㅠㅠㅠㅠ
고생하면서 찾은 걸 알아주셔서 넘나 감사한♡♡♡♡
내 소중한 여러분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