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 브라운-끌림
※이름의 마지막 글자에 받침이 없는 분은 조금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형, 지금 날씨에 이거 쓰면 저 죽어요…."
"여기선 형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그리고, 사람들한테 알려야 카페에 사람이 많이 올 거 아냐. 추가수당도 줄테니까 1시간만 하고 와."
"…하고 올게요."
파란 하늘, 뭉게뭉게 핀 구름, 그리고 강렬한 햇빛이 비추는 걸 보아하니 여름이 온게 확실했다. 카페 안에서 보는 밖은 아스팔트가 이글이글 할 정도 였으니. 밖에서 인형탈을 쓰고 재롱을 부리다가 일사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난 후 윤 고용주님은 내게 인형탈과 옷이 안에 있으니 스탭실에 들어가 갈아입고 나오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고용주만 아니었어도 진짜..
"아, 기왕 해 줄 거면 좀 멋있는 걸로 해주지. 토끼가 뭐야, 토끼가."
문을열고 들어간 스탭실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토끼머리와 분홍색이 들어간 옷이 놓여있었다. 나 생긴 거랑 완전 정반대로 생겼잖아.. 집어들고 땅에 내동댕이 치려다 한낱 알바생이기에 잘 참고 그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힘겹게 지퍼까지 올리고 거울을 보니 더 가관이었다. 이러고 1시간을 서 있을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옆구리에 인형탈을 끼고 스탭실을 나오자 정한이형은 내게 너무 잘 어울린다며 박수를 쳐대고 웃기 시작했다. 정한이형을 뒤로하고 카페 밖으로 문을 열고 나가며 손에 들린 탈을 쓰자 더운 기운이 훅- 들어왔다. 인형탈 안에서 정한이형을 향한 욕을 내뱉으며 벤치에 앉으려던 그 때 쯤이었다.
"우~ 와~ 깡춍이다!"
"뜽가나, 가치 가!!"
내게 '깡춍'이라 부르며 골목 끝에서부터 내게 달려오는 한 아이가 보였고 그 뒤에는 아이들 따라 뛰어오는, 또 다른 아이들이 보였다.
"나 잘 보여여?"
벤치에 엉덩이가 채 닿기도 전에 내 팔을 잡으며 흔들거리는 이 아이때매 다시 일어서 온갖 반가운 시늉을 해야했다. 자신이 보이냐고 묻는 아이, 이 꼬마를 따라오던 아이들은 숨을 헉헉거리며 내뱉다가 내 다리와 팔에 달라붙어 까르르- 웃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내 팔다리는 아이들이 피어 있었다.
해를 가리고 있던 구름이 움직이면서 햇빛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놀아준 것도 몇 분이 채 되지 않는데 눈 앞이 빙글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살짝 휘청이자 아이들이 더 심하게 나를 잡아 당겼다.
"얘들아, 토끼가 지금 많이 힘들대!"
한 손에는 편의점 비닐봉투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아이들을 옆으로 떼어놓는 여자가 보였다. 어, 잠깐만…
"누나능 누구세여?!"
"어… 누난, 토끼 친구야! 지금 토끼가 날씨가 더워서 많이 힘들대. 아, 참. 너희 아이스크림 먹을래?"
"녜에!!"
봉투에 들어있던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저 여자는 나와 같은 반인 김칠봉이었다. 이 근처 사나보네.
"저기, 괜찮으세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주고 카페 앞에서 떠나보낸 칠봉인,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 안부를 물어봤다. 인형탈때매 말을 할 수가 없었기에 탈을 부여잡고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자 예쁘게 웃으며 봉투 안에 들어있던 이온음료를 하나 꺼내 내게 건넸다.
"더우실텐데.. 이거 드시고 힘내세요!"
손사래를 쳐가며 받지 않으려 했으나 장갑을 끼고 있던 내 손에 이온음료를 쥐어주고는 벤치에서 일어나 내게 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잘 마실게."
들리지 않겠지만 잘 마신다는 인사를 칠봉이의 뒷모습에 내뱉었다. 음료수를 만지작거리다 인형옷 주머니에 넣고 다시 힘을 내서 일어났다. 그리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해주며 생각보다 빠르게 한시간을 넘겼다. 카페 안으로 들어와 탈을 벗자 정한이형은 수고했다며 아이스티 한 잔을 내게 주려다 옷 앞 주머니에 있는 음료수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거 쓰고 음료수 사러 갔다왔어? 그건 어디서 났대."
"내가 그런 짓을 왜 해요. 아니, 뭐. 그냥 생겼어요."
어휴. 권순영, 이 멍청한 새끼. 음료수가 어떻게 그냥 생기냐. 형이 잘하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막 내뱉으며 스탭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인형탈과 인형옷을 캐비닛 위에 올려두었다. 그러곤 음료수 뚜껑을 열어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크으, 시원하다!"
자유시간을 충분히 만끽하고 카페로 나가자, 어디서 많이 본 실루엣이 카페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시원한 거 사 마시러 왔나보다. 그렇겠네. 아까 아이스크림이랑 음료수까지 다 우리한테 줘 버렸으니..
근데, 아무래도 인형탈 알바 계속 해야될 것 같다.
*
안녕하세요 아낌쪄입니다!
저 금방 왔죠!? 자주 올 겁니다.
안녕하세요, 열일곱 유치원입니다- 를 쓰다가 나오게 된 아이디어로 쓴 글인데요!
토끼의 고백 많이 사랑해주세요...!ㅎㅎ
안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