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화까지 갈진 의문이고
중간중간 다른 글도 막 올라올거같아요
딱 지금 쓰고싶어서 쓰는거라..헿
효권이라 안볼 거 같다는 게 함정;;
옆_집_어린_아저씨_-1.txt |
이삿짐은 진짜 어깨가 빠질 정도로 옮겨도 끝이 안난다. 물론 내가 다 옮기는 것도 아니고 엄마도 있고 이삿짐 센터 아저씨도 있지만 조금 더 빠른 일 처리를 위해 나까지 동원되서 지금 이삿짐 센터 아저씨와 열심히 엄마의 지시대로 물건을 옮기는 중이다. 중간에 엄마한테 내가 이걸 왜 옮겨!! 짜증을 확 냈더니 엄마가 살벌한 표정으로 좋은 말로 할 때 저 아저씨랑 같이 옮겨 읖조려주셨다. 정말 좋은 엄마야,우리 엄마는. 아, 아빠는? 없다. 없는지 거의 5년 정도 된 것 같다. 14살이 되던 해 엄마와 아빠가 크게 싸우시곤 도저히 못 살겠다며 이혼 해버리셨다. 물론 그 때 당시 나로썬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였지만 지금이야 뭐 엄마 사정을 들어보니 내가 몰랐던 것도 많았고, 아빠랑은 멀어지게되었다. 하나뿐인 아들인 내게 연락조차 없다. 사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난 모른다. 가끔 들려오는 아줌마들의 카더라 통신망에서는 젊은 여자랑 사니마니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카더라에 불과하고 별로 듣고싶지도 믿고싶지도 않았다. 엄마가 나쁜 사람도 아니고 엄마의 입장 밖에 들은 게 없어 잘은 모르지만 우리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 한 사람의 아내로써. 한 아이의 엄마로써. 지금도 엄마로써 최선을 다 하고 계신다. 언젠 한 번 재혼이야기를 꺼냈다가 그대로 뺨을 얻어맞을 뻔 했다. 내가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그 때 생각 해보겠댄다. 그 때 엄마 나이가 몇인데.. "김유권!! 어디다가 정신 팔고있어,도우랬더니!" "..아,알았다고!" "정 짐 옮기기 싫으면" 자, 내 손에 떡하니 떡을 올려주신다. 뭐야, 먹으라고? 엄마를 쳐다보니 엄마가 옆 집에 가져다 주라며 등을 떠민다. 이걸 왜 지금 줘! 나중에 주면 되지! 하여간 엄마 성급한건 세계 최고일거다. 내가 자부하는데. 투덜거리니 뒤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다녀오겠습니다- 얼른 복도로 나왔다. 사실 복도식 아파트가 아니라 옆집이라면 내 눈 앞에 있는 이 집이 전부 다. 차라리 다행인 것 같다. 뻐근한 어깨를 몇 번 돌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 집에 이쁜 여고생이라도 살면 좋겠다. 아니면 대학생. 그럼 살 맛 날텐데. 같이 엘레베이터도 타고 그러다가 이야기도 몇 번 주고받으면 슬슬 친해지고 알고보니 학교도 근처고 그럼 더 친해지고 그러다가 애정이 싹 트면 난 솔로 탈출하는거지. 흐흐 혼자 상상에 빠져 실실 웃었다. 혹시나 하는 인연에 앞 머리를 몇 번 매만지고 벨을 눌렀다. 우당탕 거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저기,옆에 이사와서.. 문에다 대고 말했다. 제발, 이쁜 누나.. "..." "....저..옆..집" 아저씨. 것도 빼빼 마르고 키 큰 아저씨. 아, 힘 빠져. 내가 왜 머릴 매만졌더라. 역시 그런 만화 같은 이야기가 나한테 일어날리가 없지. 엄마가 시켜서 왔어요, 하고 떡을 건내주니 이걸 벌써 챙기냐며 웃는다. 저희 엄마가 좀 급하거든요. "고마워,잘 먹을게" "...아저씨 혼자 살아요?" "응? 그건 왜?" "아니,그냥...뭐.." 혼자 살아. 아...그렇구나.. 역시 진짜 만화 같은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않았다. 한참을 자다가 금방 일어난건지 팅팅 부운 눈으로 날 반기던 아저씨가 주전자가 삐익하고 울리는 소리에 어어, 문도 닫지 않은 채 후다닥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이러면 실례지만, 현관 앞에 서서 안을 힐끔 들여다 보니 장식장 틈 사이로 가스레인지 불을 끄는 아저씨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혼자 사는 아저씨답게 집 안이 엉망이다. 우리 엄마가 보면 난리를 칠 정도로. 돼지우린가 싶다. "아,미안. 불 끄는 걸 잊었다" "아뇨,미안할 것 까지야.." "고등학생?" 거기서 어정쩡하게 서 있지말고 들어와도 상관없는데. 아저씨의 프리한 마인드에 아 뭐 그럼 들어갈게요. 현관문을 닫고 신발을 벗었다. 거실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옷가지가 아저씨의 청결함을 대변해준다. 집이 더럽네 하하 멋쩍게 웃는 아저씨에게 청소 안해요? 물어보니 날 잡아서 한번에 한댄다. 정말 프리한 마인드다. 낮은 테이블 앞에 앉아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뒷 머리에 까치집도 있다. "이름이 뭐야?" "저,김유권이요" "아아-난 안재효" "이름이 참 젊네요" "나름 젊은데 나.." "연세가.." "연세라니, 나 이래뵈도 20대거든?" "에이 거짓말" 들켰네, 바로 인정하는 꼴이 웃겨 크게 하하거리며 웃었다. 사실 30대 초반. 그래도 30대 된지 얼마 안됐어- 어깨를 으쓱인다. 여자도 아니고 나이를 왜 낮춰요,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그렇게치면 너도 대학생 같거든? 유치하게 군다. 테이블을 쾅쾅치며 크게 웃다 그런 말 자주 듣는다며 받아치니 자랑이다, 날 힐끔 쳐다본다. 나랑 대각선으로 앉아선 언제 태운건지 커피를 홀짝거린다. 학교는 어딘데? 저 여기서 조금 더 가면 공고 하나 있잖아요, 거기요. 아 그 꼴통고? 킥킥거리며 날 비웃는다. 사실 꼴통은 맞지만 괜시리 기분 나빠 비웃어요? 미간을 찌푸렸다. 어린게 아저씨한테 인상을 구겨? 긴 손가락이 내 미간 사이를 꾹 눌렀다. 아, 아프거든요? 째려보니 요즘 고등학생 무서워서 뭐라하겠냐며 손을 때곤 어깰 으쓱였다. "아저씨 왜 혼자살아요? 결혼은? 여자친구는?" "...그런거 묻지말아줄래?" "...아 예..." 급속도로 우울해진다. 그 장난끼 많던 어린 아저씨의 얼굴에 근심과 걱정이 가득 내려앉았다. 아이고 잘못건드렸구나 싶다. 하긴 머리도 저렇게 까치집에 빼빼 말라가지곤 근육도 없고 집에 먼지만 많고 청소도 잘 안하고 불 끄는 사소한 집안일까지 깜빡하는 남자한테 누가 시집가겠어? 확 쏟아붓고 싶지만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그 말이 쏙 목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세상은 넓고 여잔많아요 응원 해주니 그런 격려 필요없다며 손을 내젓는다. "아저씨는 무슨 일 하세요?" 분위기를 바꾸기위해 얼른 말을 돌렸다. 그 말에 아저씨가 에헴거리며 갑자기 자기 인생사를 줄줄 읊기 시작한다. 자기가 어렸을 때 집이 굉장히 못 살아서 공부도 하기 어려워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는데 자기 또래아이들이 수업하는 시간에 몰래 복도 쪽 창문으로 힐끔거리며 수업도 훔쳐듣고 무료 강의도 찾아가 듣고 해서 고시로 대학도 갔댄다. 돈이 없으니 장학금을 따려 눈에 불을 키고 공부해 장학금도 받고 그 장학금으로 학교 잘 졸업하고 대학에서 알게 된 친구랑 같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연락없이 돈을 싹 다 들고 도망을 가버려서 맨날 술에 쩔어 집에 콕 박혀있다가 시골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다시 맘을 고쳐먹고 여기저기 회사에 취직하려 애를 쓰다 어떤 한 회사에 결국 취직해서 지금은 나름 돈도 번다는 이야기. 정리하자면 난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야. 라는 이야기. 무슨 그런 얘기를 그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해요? "멋지지않냐? 한 편의 감동드라마!" "..아..예..." "넌 어려서 몰라," "자꾸 어리다 하시는데" "맞잖아 어린거." "....예 아저씨 말이 다 맞네요" 흠흠 어깨를 으쓱인다. 에휴 한숨을 쉬며 아저씨를 쳐다보니 내가 이겼다 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본다. 키는 참 크다. 물론 앉은 키도 나도 훨 크고.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으니 너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몇 학년이야? 물어온다. 고삼이요. 대충 대답하니 수능치겠네- 다시 날 놀린다. 이거 무슨 아저씨가 아니라 어린애야.. 유치하게 짝이 없는 아저씨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수시 붙으면 되죠. "그래도 수능 쳐야될걸" "안 쳐도 되는 전문대 아무 과 들어가면 됩디다" "음...너 그러다가 인생 망칩니다? 생각 잘 하고 가야지" "아휴 농담을 무슨 다큐로 받아쳐요, 저 고삼이거든요? 생각 있거든요" 이 아저씨 사람 약올리는데 재주도 좋다. 확 까버리고 싶은데 아저씨니까 참는다,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아저씨를 관찰하고 있는데 폰이 웅웅 울린다. 엄마다. "여보..ㅅ.." "이것아!어디야,지금!" "..여..옆집입니다" "당장 기어들어와 옆집에 민폐끼치지말고!!" 귀따가운 잔소리가 귀를 강타했다. 전화기 너머로도 들리는 듯 아저씨가 엄마 살벌하시네 입모양으로 뻐끔거린다. 네네, 전화를 얼른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저씨 나중에 봐요,볼 수 있으면! 아저씨의 잘가란 인사도 못 들은 채 후다닥 집으로 들어갔더니 어느새 이삿짐을 다 옮겼는지 박스 들과 성난 엄마가 날 반겼다. "일 도우랬더니.." "...하하" "이거 다 치워" "저걸 어떻게 다 치워!" "엄마도 할꺼니까 너도 하라고!" "...아씨" 알았어, 큰 박스 하나를 붙잡았다. |
근데 솔직히 아저씨역엔 재효가 제격이잖아여 헤헤헤헤헿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