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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나는 자연인이다


w. 텔레투비




이민혁은 내 코디를 싫어했다. 매년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시상식에서는 특히나 더. 굳이 1년에 가장 크게 싸웠던 날을 꼽자면 무수하게 많은 싸운 날 중에서 시상식 하루를 꼽을 정도였다. 대표님에게 몇 번이나 가서 내 코디 좀 바꿔 달라고 따지려는 것을 말렸다.



"일 한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네 코디는 왜 그런대?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이 옷 구하려고 걔가 얼마나 많이 뛰어다녔는지 알아?"


"너 지금 걔 편드는 거야?"


"내 코디잖아."


"나도 네 민혁이야."



드레스는 옷 역할을 성실하게 잘 해내고 있었다. 더불어 보온까지 친절하게. 작년에는 워낙 꽁꽁 가려버려서 '노출은 절대 NO! 레드카펫 위 빛나는 블루드레스' 이딴 식으로 기사까지 났었다. 괜찮아, 핏은 OK잖아. 되지도 않는 위로를 보내길래 빡쳐서 헤어졌다. 시상식 드레스만 가지고 열 번은 족히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민혁은 드레스만 보면 참 꼴 보기 싫어했다.



"드레스 다 없애 버리고 싶어, 드레스는 왜 있는 거야? 그냥 정장 입고 가주라 제발."


"그럼 바꿔입으면 되겠네, 네가 이거 입어. 내가 수트 입게."


"오~ 솔로몬이야?"


"입 좀 다물어주라 제발."



연차가 몇 년인데, 둘 다 아역배우로 일찍이 데뷔해서 어언 10년이 넘는 배우생활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대우가 영 엉망이었다. 늘 이민혁과 나는 같은 대기실. 덕분에 대기실 문 앞에도 내 이름과 이민혁의 이름이 나란히, 같이 쓰여 있었다. 덕분에 싸우는 횟수가 더 늘어나기도 했고. 이민혁은 우리 이름 사이에 매직으로 하트를 그려 넣었다. 얼마 안 가 또 싸워서 제 손으로 직접 하트에 금을 그었지만.



"늘 뒤에서 수고해주시는 스태프분들 정말 감사드리고요,"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이민혁이 보였다. 하필 자리 배치도 구려서, 이민혁 옆자리에는 연예계에서 유명한 꽃뱀이 앉아서 자꾸 치근덕대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가슴을 훌렁 드러내놓고 옆에서 이민혁에게 귓속말을 은근슬쩍 걸었다. 이민혁은 나 보란 듯이 헤벌쭉이었다. 나쁜 놈. 싸웠다고 일부러 저러는 걸 아는 데도 화가 났다.



"마지막으로 같이 작품한 '우리' 은광오빠, 옆에서 항상 잘 이끌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더욱더 발전하는 멋진 배우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우리? 오빠? 돌았어?"


"그럼 남의 오빠야? 얼마나 좋은 오빠인데."


"좋으면 다 오빠야?"


"그러지 말고 솔로 된 기념으로 옆에 꽃뱀 좀 봐줘라, 아주 안달 났어."


"어 그래? 몰랐네, 안달 난 게 한둘이어야지."



하필 앞에 있던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아하하하. 타이밍도 참 좋지. 입 꾹 다물고 웃음을 지어 보이는데 갑자기 이민혁이 귓속말을 해왔다. 아니, 하는 척. 아무 말도 안 했다. 또 무슨 속셈인건지 모르겠지만 쇼맨십 하나는 타고났다. 카메라는 곧 다른 곳을 잡고 있었고 확인하고 나서야 이민혁은 내게서 떨어졌다.



"뭐하냐?"


"아니, 생각할수록 이름 뺀 건 너무하잖아. 내가 외조를 얼마나,"


"아~ 외조한다고 내 촬영장 와서 후배 번호따가니?"


"번호는 무슨, 야 그게 아니라니까?"


"그게 아니면 뭔데?"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잖아."


"그래서 듣는다고, 지금."


"말 안 해."


"하라니까?"


"우리 헤어졌잖아. 말해서 뭐하냐?"



"좀 작작 싸워라, 너넨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고 있어?"



결국 우리 앞에 앉은 동료 배우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민혁은 조용히 하겠다며 동료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얘기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지만, 체통을 지켜야지. 둘 다 입 꾹 다물고 시상식을 관람했다. 아니 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옆을 슬쩍 보니 꽃뱀이 이민혁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막상 이민혁은 자기 팔이 잡혔는지 어쨌는지 신경도 안 쓰고 앞만 보고 있었다. 저게 돌았나.



"얘랑 무슨 사이에요? 아니, 스킨십이 되게 자연스러워서."


"?뭐야."



내가 말을 걸자 그제야 잡힌 팔을 인지한 이민혁은 벌레 털듯이 팔을 탈탈 털어냈다. 꽃뱀의 표정이 꽤 볼 만했다.



"아..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죠 뭐."



꽃뱀은 대답하며 이민혁의 눈치를 살폈다. 시벌 뭐가 어쩌고 저째? 이민혁을 쳐다보니 절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면 뭘 하니, 너만 아닌데. 아, 사귀세요 그럼. 나도 웃으며 답해주니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떠보이며 예? 하고 되물었다.



"미쳤어? 나 오늘 얘 처음 봤어 진짜야. 너 보라고 연기 좀 했어. 우리 원래 연기파 배우잖아."



연기파 배우는 또 뭐야. 이민혁이 다다다, 속사포 랩 하듯이 해명하자 꽃뱀은 황당하다는 듯이 이민혁을 쳐다봤다. 저한테 넘어온 줄 알았을 텐데 황당하겠지. 표정을 보니 조금 불쌍해졌다. 목표물을 괜히 잘못 잡아서는.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성격은 좀 지랄 맞아도 괜찮을 거예요."



마냥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시상식에서 나와 이민혁은 매우 핫했다. 매번 요란하게 싸우기도 했고 매년 같이 잘 참석했으니까. 연예계에서 우리가 사귄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갓 데뷔한 신인이라면 모를까. 애석하게도 이 꽃뱀은 데뷔한 지 오래된 신인이었나보다.



"이쯤 하면 됐어, 알아들었겠지. 어?"


"너도 꺼져."


"연기한 거라니까? 나 관종이잖아, 네 관심받으려고 그랬어."


"난 애정 결핍자야, 네가 나한테 애정이 없으니까 헤어지는 게 낫겠어."


"네 후배 번호 딴 거 아니야, 이메일 물어본 거야. 너 사진 좀 보내달라고."



요즘에 누가 사진을 이메일로 받아, 죄다 카톡으로 받지. 근데 난 이메일 물어봤어. 싸우고 헤어지는 것도 순식간이지만 화해도 순식간이었다. 그만큼 관심종자와 애정결핍자의 연애는 참 요란했다.


그해 시상식도 마치고, 각자 매니저가 보란 듯이 있는데 회사에서는 밴 한 대만 보내줬다. 너네는 커플이니까 다른 소속 배우들 좀 배려하러는 차원에서였다. 그런데 매니저도 없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가요, 누나.'라는 문자만 남겨놓은 채.



"내가 운전할게, 타."


"밖에서 기다려, 차 안에서 옷 좀 갈아입게."


"안에서 벗기 힘들잖아,"


"근데?"


"벗겨줄게."


"...."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지퍼 내려준다고, 혼자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맞는 말이긴 한데 뭐랄까, 말의 뉘앙스가 애매해서 힐끗 노려보니까 혼자 이상한 생각은 그만하라며 차 안으로 들이밀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코디에 대한 온갖 불만 불평을 늘어놓더니. 이제는 또 너네 코디는 현명한 거 아니냐며 칭찬 일색이었다.




 나는 자연인이다




이민혁은 메이크업해주는 언니도 싫어했다. 아니, 사실은 언니가 이민혁을 더 싫어했다. 메이크업 해놨다 하면 모조리 다 지워져서 매번 다시 해야 했으니까. 쓸데없이 지워진 립스틱으로 이민혁은 뿌듯해했다. 그만큼 키스를 격하게 했다는 증거가 된다나 뭐라나. 언니가 키스는 제발 집에서 해. 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은 다 했다. 나름, 우리가 맨날 같이 싸우지만은 않는다는 증거였다. 싸우면서 키스도 하고 그러는 거지.


영화촬영을 모두 마친 이민혁은 오랜만에 백수가 된 기념으로 이제야 드라마가 끝난 내 개인 스케줄을 따라왔다. 오늘 하루 매니저가 되어보겠다며 매니저에게 하루 휴가를 줬다. 자기가 대표님이야 뭐야.



"아파?"


"안 아파."


"아니 네가 무슨 신인도 아니고 대역을 왜 안 써? 너네 감독님은 네 몸값을 모른대?"



화보촬영 쉬는 시간, 여전히 다 아물지 않은 허벅지 위 상처를 볼 때마다 이민혁은 아프냐며 물었다. 자꾸 속상한지 손으로 내 상처를 토닥토닥하고 있길래 괜히 못 만지게 이민혁의 손등에, 손가락에 쉴 틈없이 쬽쬽 입을 맞췄다.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멀쩡한 입술 놔두고 어디다가 해?"



그새 바로 옆에서 입술을 쭉 내밀고있다. 뽀뽀는 입술에 해야지. 쪽, 하고 떨어지니까 여전히 입술 쭉 빼고서는.



"또."

"또 해줘."

"한 번 더어."



뽀뽀만 계속하는가 싶더니 아예 못 떨어지게 양손으로 내 볼을 감싸곤 입술을 맞물렸다. 정신이 아득해진 틈에 어느새 내 허리를 감싼 채로 안 곳곳을 헤집어 놓다가, 곧 입술을 뗐다. 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였다.


입술을 뗐음에도 얼굴이 가까웠다. 또 할까? 대답도 안 들을 거면서 묻긴 왜 묻니. 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넋을 놓고 쇼파에서 키스하고 있다가 언니 목소리에 그제야 입술을 뗐다. 물론 내가 밀어내서야 겨우 떨어졌다. 언니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미안...



"그냥 아예 메이크업을 하지 마."



집에 와서는 진지하게 한다는 소리가 이거였다. 노 메이크업 몰라? 자이언티 노래. 그런 이상한 드레스도 좀 입지 말고. 그냥 우리 귀농할래? 아무도 없는 데에서 살까? 어디까지 하나 싶어서 잠자코 있으니까 알아서 그만뒀다.



"눈치 안 보고 키스하는 게 내 소원이야."


"언제는 눈치 보고 했니?"


"봤지, 엄청. 제대로 하지도 못했잖아."


"그럼 지금 제대로 할까?"



미끼를 물었다. 이민혁은 주저 없이 다가왔다. 둘 다 공백기라서 좋다. 작년이었나, 거의 동시에 둘 다 각자 영화 촬영에 들어갔을 땐 강제로 서로 생사만 알고 있어야 했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애달픈 사랑이라 고생 좀 했다. 싸웠더니 화해 할 틈이 없었다. 6년을 넘게 사귀고 600번은 넘게 싸우고 60번은 넘게 헤어진 것 같은데. 진짜 끝이구나, 하니까 이민혁이 없으면 죽겠는 거다. 농약, 아니 마약같은 머스마.



"민혁아."



입술을 떼고 슬쩍 부르니까 왜? 여전히 시선은 내리깐 채 당장에라도 입술을 삼킬 준비를 하며 물어왔다.



"내가 진짜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너 내 차 긁었냐?"


"아니? 우리 싸울까?"


"미쳤어? 네 민혁이 뺨 때려. 난 널 더 사랑하니까 아파도 괜찮아."


"사랑하는 만큼 때려줘?"


"어, 대신 입술로."



뻔뻔하기는. 뻔뻔한데 미워할 수가 없어서 딱 한 대만 때렸다.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이민혁은 내가 나온 드라마를 모니터하는 것도 극도로 싫어했다. 이쯤 되면 좋아하는 건 나밖에 없을 정도로. 찍는 드라마가 보통은 로코니까, 본인이 남주인공이 아닌 이상 못 보겠다는 거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민혁이 다른 여자랑 키스신이라니. 아무리 비즈니스라지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 나도 안 봤다. 서로 안 봤다. 그리고 서로 이해했다. 같은 직업이라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케줄이 없어 한가하게 집에서 같이 티비를 보며 채널을 돌리다가 하필이면 내 드라마가 재방송 하고 있었다. 보란 듯이 키스신이 나왔다. 타이밍도 참 엿 같지.



"...."


"...채널 돌리지 않을래?"



하필이면 리모컨이 이민혁 손에 있었다. 바로 돌릴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고 있는 건 또 뭐람. 가만히 보는데, 반응도 없었다. 자연스레 이민혁 눈치를 살피게 됐다.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뭐야, 별거 아니네."


"반응 왜 이래?"


"너 연기 진짜 못한다."


"질투도 안 나? 너 진짜 별로다."


"뭐래, 너는 키스할 때 네 표정 모르잖아."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너 연기 못하니까 인제 그만 은퇴하자. 은퇴하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그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키스신 안 찍어도 되잖아. 아, 드레스 안 입어도 되고. 메이크업도 안 해도 되고. 얼마나 좋아?"


"그건 다 널 위해서고."


"옷도 안 입고 있어도 돼."



키스신을 보고 미친 게 분명했다. 어쩐지 아무 반응이 없더라니.



"옷은 왜 안 입어? 아니 무슨 산속은 원시시대야?"


"할 때마다 매번 벗기 귀찮잖아."


"뭘 해? 아~ 샤워할때? 혁이 샤워할 때 옷 벗고 하기만 해."


"...개같아 키스신."



그냥 처음부터 키스신이 별로라고 하던가.



"너 내 키스신 모음 보여줘?"



이민혁은 반격에 들어갔다. 남는 건 하나도 없는데, 결국 또 싸우다가 헤어졌다. 헤어진 지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아서 이민혁은 카톡으로 '나는 자연인이다' 영상 파일을 보내왔고. 맨날 같이 귀농하자, 은퇴하자 어쩌자 하더니. 자연인 되자고? 애석하게도 나는 속세와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민혁한테 전화가 왔다.



"뭐 어쩌라고."


"자연인 하자."


"너 혼자 해. 방송 나오면 녹화는 해둘게."


"자, 연인 하자고."


"?"


"시발."


"...너 뭐하냐?"


"끊어."



화해하겠다고 혼자서 끙끙 머리 싸매고 드립을 생각했을 걸 상상하니 귀여워 미칠 것 같았다. 어디서 이런 생명체가 나왔지? 귀엽고 난리. 그래, 연인 하자. 내가 너 말고 누구랑 연인을 하겠니. 나는 또 이렇게 끙끙 앓고.



*



찌라시가 터진 것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찌라시가 터졌는데, 그게 곧 사실인마냥 기사화가 된 게 문제였다. 범인은 시상식 그 꽃뱀이었다. '텃세 때문에 우울증 증세 시달려... 원인은 여배우 A 씨?' 얼척없게도 그 여배우 A 씨라는 게 나라고 기사가 났다. 텃세? 무슨 텃세. 대표님한테 긴급호출이 왔다. 거짓 기사로 한 사람 인생을 족쳐놓으려는 심보가 분명했다.



"내가 널 어찌하면 좋으니."


"나 아니라니까? 텃세 부릴 시간에 잠을 더 자겠어."


"넌 아니라는데 증거사진까지 나돌아다니고 있는 판이야."


"무슨 증거?"



최소 허언증. 미친 거 아니야? 여배우 A가 나라는 기사가 터지는 순간 네티즌수사대의 온갖 짜깁기가 시작됐다. 그중에는 단연 시상식 캡처 장면도 있었다. 나의 뭐 씹은 표정과,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는 꽃뱀의 표정. 크, 절묘한데. 찾아낸 것도 대단했다.



"이래도 아니야?"


"계약 중단할까? 소속 배우 못 믿는 대표랑은 일 못 하겠는데."


"위약금 물 돈은 있고?"


"오늘 그냥 끝내자."


"농담."


"이 상황에 농담이 나와? 진짜 내가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보란듯이 대표님의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에 뜬 걸 보니 이민혁이었다.



"어~ 지금 여기 있어. 내 방으로 와."



내가 전화를 안 받았나?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이 뜬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한테 전화히지. 이민혁이나 나나, 무슨 일이 터졌다고 해서 눈치를 보지는 않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그냥 같이 엉엉 울고나 말지. 이민혁의 상대 배우가 구설수에 올라 영화가 폭망한 적이 있었다. 틈만 나면 화를 내길래 대신 눈물을 흘렸다. 흑흑. 우리 민혁이 영화 망해서 어째. 내가 널 먹여 살릴게 민혁아. 이러니까 이민혁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육아는 내가 할게 자기야.



"크 자기야, 네 민혁이 안 죽었어."


"어떻게 됐어?"



뭐가 어떻게 돼? 본인이 안 죽었다는 말과 함께 이민혁이 들어오자마자 대표님은 물었다.



'평소에도 허언증 증세 있던 여배우 K 씨, 사람 인생도 망치는 허언증의 괴력'


"네 남자친구는 기사 터지기 전 부터 알고 새벽부터 증거 모으고 다녔어."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맞아, 잠 하~나도 못 자고."


"이게 뭔데?"


"야, 너뿐만이 아니라 얘 때문에 이미지 망친 연예인 여럿이야. 같은 계열 광고 찍었다고 그 여배우 스폰 찌라시까지 냈더라."



허언증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했었는데 진짜 허언증이라니까 얼떨떨했다. 그 노력이 가상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보란 듯이 실검에는 내 이름과 더불어 꽃뱀의 이름이 떠 있었다. 더불어 허언증도.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자기, 나한테 키스해도 돼."


"나가서 해."


"형 약속 있잖아."


"그래, 나가는데! ...내 신성한 사무실에서 이상한 짓 하기만 해."



대표님이 나가고, 저에게 달려와 안기라며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있길래. 이민혁 허리에 다리를 두르고 매달리며 폭 안겼다. 이민혁은 이럴 때만 서비스가 좋은 거냐며 툴툴댔고. 이럴 때 해야지 언제 해. 우리 다행히 맞벌이 할 수 있어, 자기야. 얼굴 여기저기에 뽀뽀를 퍼붓자 키스해달라며 찡찡대길래 키스도 했다. 키스가 이상한 짓은 아니니까.



"근데 너 대표님 스케줄 꿰고 있어? 어떻게 딱 알았대."


"내가 후배 소개시켜줬잖아, 오늘 상견례 한다길래."



난 김 대표가 애인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충격을 받아서 물으니 갑자기 이민혁은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했다. 대표님한테 자기가 나랑 잘되면 후배를 소개시켜준다고 아주 먼 옛날 약속을 했다는 거다. 6년 연애하면서 처음 들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대기실 일부러 너랑 같이 붙여주고. 차도 같이 쓰게 해주고."


"헐..."


"형이 결혼 성공하면 약속 하나 더 있어."


"?"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우리 같이 작품 하는 거."



그리고 대표님은 결혼에 성공했다. 보란 듯이 그간 감춰두었던 시나리오를 건넸다. 그 뒤로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단 한 번도 같은 작품을 해본 적이 없어서 감회가 얼마나 새롭던지. 아, 아역배우 때 한 번은 있었다. 그 날 이민혁을 처음 만났었는데, 내가 기억하기론 그때 같이 찍은 분량은 고작 한 씬밖에 없었다. 그때는 모두 생각지도 못했겠지, 그 애들이 어른이 되어서 한 작품을 같이 찍을 줄은. 모든 촬영이 시작되기 앞서 대본리딩이 잡혀있는 전날, 일단 마주 보고는 섰다.



"73씬 연습 좀 하자."


"73씬?"



뭔가 했더니, 남주인공이 먼저 여주인공에게 키스하는 씬이었다. 여주인공은 아직은 파워 철벽녀인 상태라 뭐하는 거냐며 거부하는 장면. 뭐, 민혁이가 키스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이민혁은 날 책상 위로 안아 올려 눈높이를 맞췄다. 양팔로 날 가둔 채로 짚고 서 있는데 그 표정이 참 섹시해서 좋다. 누구 애인이길래 이렇게 잘생겼대.



"네 언니 이제 메이크업 지워져도 뭐라 못하겠네."


"대본에 있는 건데 뭐 어쩌겠어."



언니 또 미안. 부드럽게 맞닿은 입술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으, 달아. 한참을 쬭쬭 하다가 나름의 대본 연습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는지 이민혁이 먼저 입술을 뗐다.


[비투비/이민혁] 나는 자연인이다 | 인스티즈



"뭐야, 입술 떼고 빨리 화내야지. 대사에 충실하셔야죠."


"안 그래도 대사 치려고 했는데 네가 먼저 뗀 거야."


"근데 촬영하다가 계속 키스하고 싶으면 어떡하지?"



막상 같이 연기를 하자니 걱정할 것 투성이였다. 그렇게나 많이 했던 키스가 계속하고 싶다거나, 연기라지만 그렇게나 많이 했던 이별은 못 겪겠다거나 하는. 싸우는 연기 하다가 뽀뽀하고 싶으면 어떡해? 그럼 쉬는 시간에 하지 뭐. 모든 결론은 쉬는 시간으로 났다. 아직 촬영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나름의 약속을 했다. 쉬는 시간에는 차로 와.










맨날 썰만 써오다가 새롭게 쓰려니까 뭔가 어색하고 그렇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임녁 배틀연애 써보고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성취 했습니다. 임녁 사진보다가 발렸잖아여...ㅇ<-<키스만 있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일거예여. 아마도(...)

여러분 이민혁하세요. 싸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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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냐?
7년 전
독자2
헐 세상 민혁....민ㄱㄱ혁아!!!!!민혁아..... 세상ㅇㅐ.... 오갓.....
7년 전
독자3
임녁..잘생기고 능글거리고 멋있고ㅜㅜㅜ혼자다해 민혁이 혼자다해ㅜㅜ작가님 넘 좋은거 아닙니까ㅠㅠ 이와중에 홍일점 마지막화라뇨ㅠㅠ세상에..다른작품도 많이많이써주세요ㅜㅜ
7년 전
독자4
민혁이 배틀연애 잘어울려요ㅠㅠㅠ티격태격하지만 역시 달달해 키쓰신......ㅎㅎㅎ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홍일점 막회라니 아쉽지만ㅠㅠㅠ기다릴게요
7년 전
독자5
다음편이 마지막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른 작품들도 많이 와주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ㅇ 임녁 최고네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6
ㅁㅣㄴ혀가ㅠㅠㅠㅠㅠㅠㅠ 달달한거같으면서도 동시에 싸우는모습이나 말하는모습이 연애를 6년넘게 했다는게 확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홍일점 마지막회라뇨....아....ㅠㅠㅠㅠ아쉬워요 벌써ㅠㅠㅠ 다음작품도 기대할께요 항상 잘보고 있어요 작가님

7년 전
독자7
헐ㅠㅠ 작가님 너무 재밌어요ㅠㅠ 이런거 좋네요....ㅎ 홍일점 마지막화인건 아쉽지만 기대합니다~
7년 전
독자8
하ㅠㅜㅠㅠㅠ제목끌려서왔다가 익숙한 필체에 보니까 작가님ㅜㅜㅜㅜㅜㅠㅠ역시나 새벽에 심장을 뚜들뚜들ㅠㅠㅠㅜ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189.13
헐 ㅜㅜ설렌다 ㅜㅜㅜㅜㅜㅜ민혁아 ㅜㅜㅜㅜㅜㅜㅜ
7년 전
독자9
네 민혁이잖아에서 이미 끝남..ㅠㅠㅠㅠㅠㅠㅠㅠ미녁아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0
자,연인이라닠ㅋㅋㅋ생각지도 못했네욬ㅋㅋㅋ 아 너무 설레고 달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1
야ㅠㅍㅍ진짜ㅠㅠㅠㅠㅠ퓨배틀연애ㅠㅠㅠㅠ오쟈요ㅠㅠㅠ
7년 전
독자12
아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민혁아... 민혁...! 어레스트!! ㅠㅠㅠㅠ 저런게 배틀연애 인가요? ㅠㅠㅠㅠ 너뮤 좋습니댜ㅠㅠ
7년 전
독자13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나저나 홍일점이 마지막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말도안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14
헐 ㅠㅠㅠㅠ 민혁아ㅠㅠㅠ
7년 전
독자15
헐ㅠㅠㅠ 아니 흐뭇하게 내렸는데 어찌하여 마지막화에요?? 안돼요ㅠㅠㅠ 섹시댄스 컨셉 찍는 홍일점도 써주세요ㅠㅠㅠ 작가님 가시면 안돼요ㅠㅠ
키스씬 폭발인데 마지막이라니 마지막이라니ㅠㅠ

7년 전
독자16
크ㅠㅠㅠㅠ근데 마지막이라니요ㅠㅠㅠㅠ마지막??ㅠㅠㅠㅠ
7년 전
독자17
양념이에요! 자카님ㅠㅠ마지막회라뇨ㅠㅜ
7년 전
독자18
제가 정지가 먹혀서 못봤어요ㅠㅠ지금봤는데 민혁이설레네욤..
7년 전
독자19
와우.......너무 좋아요 끼아아아아아ㅏ아악
7년 전
독자20
창섭아놀자/ 와..취향저격...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1
왘 ㅠㅠㅠㅠㅠㅠ 너무재밌고설레요ㅠㅠㅠㅠㅠ엉엉
7년 전
비회원197.84
헐 쎄쌍에.....담편이 홍일점 마지막이라니요 작가님ㅠㅠㅠㅠㅠ그래도 이런 글도 너무나 좋아요 그냥 아무거나 써주셔도 다 좋아요ㅠㅠㅠㅠ
7년 전
독자22
와진짜너무좋아여 ㄴ짜 작가님 막쓰다가 연중이런거없습니다 아완전좋아ㅠㅠ
7년 전
독자23
미쳤어미쳤어 와 진짜 고퀄..... 와 와와 감탄하면서 설레면서 봤어요 와씨 오늘의 최애는 너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4
민혁아ㅠㅠㅠㅠㅠ저렇게 능글거리는데 하나도 안 미워요ㅠㅠㅠㅠㅠㅠㅠ너무 예쁘네ㅠㅠㅠㅠㅠㅠ
7년 전
독자25
아 세상에... 너무 좋아ㅠㅜㅜㅠㅠㅜㅠㅜㅜㅠㅠㅠㅠㅠㅠ 저런 연애 저는 언제쯤 할 수 있죠...?(울컥)
7년 전
비회원205.253
스에상에 미녀가 사랑해....
7년 전
독자26
ㅠㅜㅜㅠㅠㅠ 진짜 좋다...설렌당...작가님 다음편은 없나요ㅠㅠ
7년 전
비회원30.184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또 보러 왔어요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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