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가,
민윤기가,
동네 구멍가게 아들이였으면.
W. 오토방구
1.
"......"
"...아주머니?"
딸랑거리는 문소리가 분명 들렸을텐데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다. 평소 같았으면 아주머니가 있을텐데. 혹여나 방 안에 있다해도 나오실텐데. 의아함에 '아주머니, 아주머니?' 외쳤지만 가게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그러다 뒤에서,
"빨리 사고 나가라."
컵라면 박스 세 개를 들고 있는 윤기오빠가 보였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저 컵라면을 진열하기 바빴다.
"오늘은 왜 오빠가 있어요?"
"...우리 집이거든? 있음 안되나."
"원래 일 안 하잖아요."
"너가 애타게 찾던 그 아주머니, 무릎 아프셔서 병원 가셨다-"
그 말과 함께 정리를 끝맞췄는지 빈 상자를 들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내가 뭔 일을 안해. 맨날 하는구만." 하며 빈 상자로 내 머리를 쿵 때렸다. 그 후에는 상자를 던지고 카운터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왜 멍청하게 서있냐. 빨리 사고 나가. 뭐 사러 왔어."
"......네?"
"뭐 사러 왔냐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있잖아.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 터진다는 그 날. 학교 끝나고 불안해 화장실에서 확인해보니, 그래. 불길한 예감은 늘 맞지. 같이 하교하는 친구들에게 있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없다고 하길래 집 가는 길에 사가려는데. 왜, 하필, 오늘! 어린 시절부터 볼 꼴, 못 볼꼴 다 본 동네 오빠 동생 사이라지만 이런 생리현상은 좀 아니잖아? 그냥 아무거나 사고 다른 마트에서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아- 저 음료, 아."
음료수가 있는 냉장고로 향하는데 그만, 굴이 나오고 말았다. 놀라서 어정쩡한 자세로 몸이 굳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윤기오빠는 실눈을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냐? 어디 아프냐?"
"아뇨? 제가 아플리가."
냉장고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리고 카운터 앞 에너지바 하나를 급하게 꺼내었다.
"1500원."
이거 사러 나온 게 아닌데. 동전 지갑에서 대충 2000원을 꺼냈다.
"안녕히 계세요."
"어, 가."
일단은 집 가서 생각하자 라는 마음으로 보폭은 작되, 최대한 빠르게 걷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오빠는 춥지도 않나봐. 가을인 척하는 겨울인 지금. 맨 발에 슬리퍼를 신고.
"병신인가."
"......"
"이거 사러 왔잖아."
손에 검은 봉지 하나를 쥐어줬다. 핑크색, 그니까 내가 사려던 물건이 들어있었다. 당황스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곧 고개를 들어 가게를 쳐다보니 유리창 넘어 날 바라보다 TV로 눈길을 돌리는 윤기오빠가 있었다.
2.
"야!"
"...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제 정신이야? 너 민짜 풀렸다고 막 나가기로 맘 먹었어?"
가게 앞 가로등 아래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인다 했더니, 윤기오빠였다. 나에게 잘해주진 않아도 화내지 않던 윤기오빠가 화를 냈다. 처음 보는 모습에 눈이 크게 떠졌다. 도대체 왜 화내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러다,
"너 지금 사람이 말을 하는데... 내 말 듣고 있어?"
"...오빠 저 기다렸어요?"
"...뭐?"
"저 기다렸죠."
"...아니."
숙인 고개 아래로 또 맨발에 슬리퍼가 눈에 밟혔고, 화내면서도 손을 쥐었다 폈다하는 붉은 손이 참, 많이, 눈에 띄었다. 기다렸냐는 말에 말문이 막힌건지 아무런 말도, 화도 내지 않았다.
"아끼는 동네 동생이라서 걱정되서 그러는거다. 너 오해하지 말아라?"
"안해요, 오해."
"...그럼 다행이고."
"......"
"들어가."
뒤돌아 자신이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다 나도 집에 가려는데,
"야."
"손."
"춥다.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입고 있던 후드집업 주머니 안에서 따뜻한 베지밀 하나를 건내주고는 돌아갔다.
윤기오빠네 가게에는 따뜻한 음료를 팔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 잘 지내시나요.
저는 큰 일들을 다 해결하고 온 오토방구라고 합니다 ㅎㅎ!
사실 뒤에도 있지만... 9월 - 11월 초가 제가 맡은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제 시간이 남아돌아요!
그래서 친구들과 놀기도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뵙는 짧은 글이예요.
그나저나 윤기 데뷔 초 흑발과 최근 흑발이 섞여 있는데 왜... 차이가 없는거지?ㅠ...
왜 나만 늙는거지...? 하...ㅠㅠ
멤버별로 찾아뵙고 싶네요. 그리고 많이 보고 싶어요ㅠㅅㅠ
사랑합니다, 모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