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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 말하고 싶어/ 문과 + 이과/ 정신차리자 진짜 / 네가 없는 시간] 과 세계관을 공유하니 같이 읽어주세요 <3
[세븐틴/최승철] 문과 + 이과 = ! - 300일 이벤트 with 계지계맞
w. 뿌존뿌존
모든 수업이 끝난 나른한 종례 시간, 야! 최승철 계단에서 굴렀대! 하는 급박한 홍지수의 목소리에 담요에 파묻혀있던 몸을 겨우겨우 일으켜 추운 교실 밖으로 향했다. 많이 다친건 아니겠지? 뭐하다 넘어진거지? 또 나한테 오다가 그런건가? 제발 그런게 아니었으면 좋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드는 생각을 떨치려 노력하며 종종걸음으로 걸어 보건실로 향했다.
"야 최승철~ 다쳤으면 다쳤다고 얘기를 해야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줄 알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것도 아니다. 최승철은 누가봐도 아주 잘 생겼고,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다정하며, 남한테 민폐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니까 이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각이랑 경험은 매우매우매우 큰 차이를 가진다. 어떤 차이냐면, 마음에 받는 상처의 차이?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비친건 여자애 하나랑 같이 있는 최승철이었다. 그리고, 내가 여자친구냐 묻곤 울면서 나가는 여자 애. 뭐야? 이해 할 수 없단 표정으로 최승철을 가만히 주시하자 승철이 그런게 아니라..! 하면서 몸을 일으킨다. 그에 절로 찡그려지는 승철의 얼굴과 내 얼굴. 어쩌다 넘어진거야? 쟤 때문에? 괜히 틱틱거리며 물었다. 당연히, 이제 최승철은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말라고 할거다. 그런데, 그렇지만 네가 정말 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줄은 몰랐다. 아까까진 분명히 나 때문에 넘어진게 아니길 바랐는데, 저 여자애 때문에 넘어졌다니까 괜히 화가 난다.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에 보건실을 박차고 나와 교실로 뛰었다. 최승철, 너 지금 보건실에서 여자 두명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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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왜 울어! 최승철 많이 다쳤어?"
울며 교실로 들어오자 짝꿍 (=홍지수) 이 화들짝 놀라며 내게 물었다. 아니- 말꼬리를 늘리며 겨우 대답하자 제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곤, 그럼 왜 울어? 하며 사뭇 다정스레 묻는 홍지수에 더 크게 아이 처럼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난 승철이 날 끝까지 부르면서 잡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더 속상해. 다친 애한테 이러는 내가 더 속상해. 원래 나 울면 최승철이 달래줬단 말야. 어쩔줄 모르고 허공을 방황하는 홍지수의 손을 괜히 툭 치곤 책상에 얼굴을 대고 엎드렸다. 찬 책상이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나쁜 최승철, 왜 그렇게 잘 생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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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방과 후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고, 팅팅 부은 얼굴을 겨우 달래며 고개를 들었다. 88쪽, 칠판을 주시하던 홍지수가 내 서랍을 뒤적여 화학책을 꺼내주곤 휴지를 내게 한 움큼 건넸다. 그만 울어, 최승철 그런 애 아닌거 알면서, 입모양으로 내게 말하는 홍지수가, 내 마음을 너무 잘 알아 얄미웠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 대충 고개를 끄덕이곤 88쪽을 찾아 손을 바삐 움직였다
"어?"
Fe LuV U
무슨 뜻이게!
교과서 한 귀퉁이에 쓰여있는 익숙한 필체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저번에 화학책 빌려가더니 이런걸 써놨어 또 귀엽게, 에프이......러브 유.. 뭐 대충 사랑한다는 뜻인 것 같은데 도대체 에프이가 뭔지를 모르겠다. 야, Fe 가 뭐야? 자칭 문과나라 화학 왕자님인 홍지수에게 묻자 홍지수가 그런것도 모르냐는 (한심한) 눈빛으로 날 대충 흘기곤 다시 칠판을 주시했다. 씨, 왕자님이 뭐 이렇게 까탈스러워?
Fe로 가득했던 방과후 시간이 끝나고, 매점가는 길. 안녕하세요 누나, 왠지는 모르지만 잔뜩 화나보이는 권순영을 만났다. (아, 권순영은 우리 댄스 동아리 후배다.) 너도 기분 안 좋아보인다? 순영에게 묻자 순영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왜, 무슨 일인데?
"누나,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 있다고 했던거 기억나요?"
"응"
그 여자애는 나 말고 좋아하는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한테 까였다고 혼자 울고 있어요. 권순영의 째진 눈이 오늘따라 둥글거린다. 아니, 좀 촉촉한것 같기도 하고. 나는 좋아하는 동급생이 있는데 오늘 걔랑 거의 싸워서 혼자 울었어. 순영의 옆에 걸터앉아 가만히 중얼거리자 순영이 한숨을 내뱉으며 내 손에 있는 복숭아 녹차를 빼앗아가 단숨에 들이킨다. 어? 그거 아직 계산 안한건데! 홍지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지만 뭐 상관없었다. 어차피 홍지수가 잘 계산했을테니. 힘내 순영아. 내게 복숭아 녹차를 건네는 순영의 손을 거절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누나도요, 잘 마실게요. 잘 마시겠다는 권순영의 서글서글한 목소리가 나 먹으라고 사준 거라며 소리를 질러대는 홍지수의 목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뭐 상관없었다. 여튼 순영이 (잠정적) 여자친구 깐 새끼나 최승철이나 정말, 순영아. 너랑 나랑 같이 힘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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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자시간 동안 쭉 생각해봤는데"
"응"
"너희 권태기야"
"뭐?"
권태기라고. 너희. 이번엔 연애 박사 홍지수님 등장하셨다. 홍지수가 제 가방 끈을 꼭 붙잡고 내 옆에서 계속 쫑알거렸다. 그나저나 권태기가 뭐지? 권순영 동생인가? 권태기? 그게 뭐야? 비문학 지문임? 홍지수에게 묻자 홍지수가 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날 흘기곤 먼저 휘적휘적 걸어가버린다. 야 같이 가자고! 오늘 벌써 홍지수한테 한심하다는 눈빛을 두번이나 받았다. 나쁜 자식, 그래서! 권태기가 뭔데! 야! 홍지수의 뒷통수에 대고 소리를 하도 질러댔더니 목이 아파서 한참동안 목을 잡고 켁켁거렸다. 씨, 쟤 가면 나 오늘 혼자 가야되는데, 오늘 최승철도 없는데.
"아- 혼자 가는거 싫은데"
옷을 단단히 여미고 저멀리 뛰어가는 홍지수의 뒷통수에 대고 욕을 잔뜩 해줬다. 어디, 두고 봐 아주. 그나저나 날이 너무 어두워졌다. 이런 날 왜 하필이면 최승철은 다친거고, 왜 하필이면 난 최승철이랑 싸운거지? 땅을 뚫을듯 내뱉어지는 한숨에 어두운 우리 집 앞 골목길이 생각났다. 엄마보고 마중 나와달라고 할까?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서서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아, 휴대전화가 없다. 씨- 반에 다시 가야 되잖아? 치밀어 오르는 화를 겨우 억누르고 뒤를 돌았다.
"............?"
"내가 물건 잘 챙기라고 했어, 안 했어-"
그리고 그 뒤에는 아주 놀랍게도, 다리에 붕대를 칭칭 동여맨 최승철이 있었다. 내 휴대전화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씩 웃고 있는 최승철이.
"데려다 줄게, 가자" |
"병원은?"
"너 방과후 하는 사이에"
"많이 다쳤대?"
"아니 인대 조금"
"........."
"아까 울린거 미안"
"........"
"진짜 미안해. 달래주고 싶었는데 갑자기 준휘쌤 (담임쌤) 이 들어와서 움직이지도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괜찮아"
"진짜 미안해"
"내가 울어서 당황했겠다 그렇지?"
"우리 집 앞까지 데려다주면 너 다리에 무리가는건 아니고?"
"아니야 걱정 마"
"........."
"..........."
"아 맞다, 승철아"
"응"
"나 궁금한거 있는데"
"응"
"Fe가 뭐야?"
"........뭐?"
"내 화학책에 쓴거, 그거 뭐냐고"
"아, 철 루테튬바나듐 우라늄 그거?"
".........뭐?"
"사랑한다고"
"응?"
"승철 러브 유! 이번엔 문법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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