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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이석민] Write Either Direct 04
w. 뿌존뿌존
[4시에 동아리실에서 보자. 술 마시고 행패 부린건 진짜 미안해.
원우 지갑으로 결제해준것도 고마워. 4시에 보자 :) ]
- 동아리 이석민
창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한기에 눈을 떴다. 내일부턴 전기장판을 깔아야지 생각하며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뻐근한 몸에 오늘은 좀 조용히 보내야지, 다짐하곤 시간을 보려 휴대전화의 홀드키를 짧게 눌렀다. 누르자마자 보이는 문자 메세지에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꼭 지 같은 문자만 보낸단 말야, 몸을 감싸는 한기에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며 이부자리를 대충 개곤 방 밖으로 걸어나갔다. 벌써 월요일이라니, 말도 안돼.
낑낑대며 가방을 둘러매고, 디노 콘서트가 끝나서 일주일간 휴가를 받았다며 놀려대는 윤정한의 얄마운 얼굴을 한대 때려주곤 집을 나섰다. 쌀쌀해진 날씨탓에 겹겹이 옷을 입었지만 자꾸만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 자꾸 옆구리가 시려워졌다. 으으.. 추워. 잇새로 흘러나오는 작은 신음을 무시한채 계속 걸었다. 저 멀리 보이는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 [17번/ 5분 뒤 도착] 이라는 문구에 안도하며 재촉하던 걸음을 약간 늦춰 천천히 걸었다. 만약에 이 날씨에 버스까지 놓쳤다면, 난 정말 얼어 죽었을거야. 뻐근해 미칠 것 같은 이 몸이 추위 공격을 받았다면 난 정말 죽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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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윤감독~!"
정문에 들어서자 마자 판촉행위를 하고 있는 권순영의 손에 팔을 붙잡혔다. 꽤나 단단한 그 손길에 흠칫 놀라 호신술을 쓸 뻔했지만 다행히도 권순영이었다. 왜 뭐, 꽤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자 권순영 눈이 잔뜩 동그래졌다. 전단지 우리 과 방에 붙혀달라는거지? 알겠어. 종이를 손에서 빼앗듯이 건네받고 또 앞으로 걸어나갔다. 귀 끝을 스치는 공기가 많이 차. 얼른 강의실 들어가서 몸 녹이고 싶어. 머릿속에 춥다- 라는 생각만 잔뜩 하면서 몸을 잔뜩 웅크리곤 강의실이 있는 A동으로 향했다. 뒤에서 권순영이 뭐라고 외치는것 같았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오후 2시, 월요일의 강의가 모두 끝나고 동아리실의 문을 열었다. 뭘 하는건지 노트북을 붙잡고 낑낑거리고 있는 이지훈과 소파에 널브러져있는 전원우의 모습에 허, 하고 웃곤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아- 춥다. 연신 말을 내뱉으며 전원우의 긴 다리를 치우고 소파에 몸을 구겨넣었다. [4시에 동아리실에서 보자] 오늘 아침 받았던 이석민의 문자메세지가 생각나 전원우의 엉덩이를 팡팡, 치며 전원우를 깨웠다. 우음- 전원우의 작은 징징거림에 이석민과 얼굴을 맞대고 엎드렸던 그때가 살짝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했던 그때의 기억. 걔는 정말 나를 좋아하는걸까.
"왜 자는 사람을 깨워-"
"이석민은? 4시까지 보자고 했는데 넌 왜 여깄어"
"음?"
너희 둘이 같은 과잖아. 근데 왜 같이 안 있어. 괜히 이지훈을 응시하며 전원우에게 관심없다는 듯 물었다. 아- 걔 뭐 약속있대. 약속? 약속이라는 말에 등쪽에 소름이 우두두 돋았다. 혹시 소개팅인가, 싶어 불안해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전원우한테 내가 이석민 뒷담을 얼마나 했는데. 그저 내가 할 수 있는건, 뭐 도와줄건 없죠-? 하며 노트북을 두드리는 이지훈에게 빈말을 건네는 것 뿐.
오후 3시, 아침부터 뻐근하던 몸이 세네배로 뻐근해졌다. 감기 아니야? 병원을 가보는게 좋겠다는 전화기 너머 부승관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감기라니 무슨, 너나 몸 조심해. 라며 무미건조한 대답을 해주곤 전화를 끊었다. 아직 이석민이 오려면 한시간이나 남았는걸, 아, 이건 절대 이석민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우리 작품의 메인작가이자 남주인 이석민을 기다리는거지. 뭐 둘이 똑같은 말인 것 같아도 다르다. 많이. 아주 많이. 이석민 오면 깨워라, 나 피곤해서. 전원우에게 대충 일러주곤 소파에 몸을 뉘였다. 누군가가 몸을 누르는 것 같은 뻐근함에 빨려들어가듯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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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쟤 왜 이렇게 땀이 많이 나?"
"뭐야, 감긴가? 형 지금 병원 열었을까?"
"병원은 열었을걸? 어떡해? 깨워?"
갑자기 시끄러워진 주위에 힘겹게 눈을 떴다. 왜 사람 자는데 떠들어 이 사람들아, 한번 흘겨보자 전원우가 그게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내 앞으로 종종거리며 다가왔다. 너 지금 진짜 땀 많이 나. 열 난다고 너. 전원우의 찬 손이 내 이마에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아니, 그냥 옷 겹겹이 입어서 그런거야. 전원우를 비웃어주곤 갑자기 띵하니 울리는 머리에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가 깜짝 놀라 내 손을 확인했다. 땀으로 흥건해져버린 손. 전원우가 너 아프다. 병원가자 우리. 하며 일으켜왔지만 이미 몸에 힘이 빠진지 오래였다. 삐- 하고 울리는 머리에 그대로 눈을 감았다. 우당탕하는 소리와 소리지르는 이지훈의 목소리가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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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하고 울리는 것 같은 머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뭐라도 좀 해봐 새꺄! 하며 소리치는 지훈 형의 목소리에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이석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발 받아 새끼야. 제발. 뚜뚜- 하며 여러번 반복되다 끊기는 전화에 씨발- 하며 휴대전화로 머리를 쾅쾅 내리쳤다. 어떡해야하지, 어떡해야할까. 혼돈스러웠던 그 순간에 생각 난 건 한 사람뿐이었다.
"야 여기 D동, 빨리 와줘!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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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쓰러졌다고?
이석민의 놀란 표정이 보이지 않아도 눈앞에 훤히 그려졌다. 어디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이석민의 목소리에 귀가 아파 전화기를 귀에서 약간 떼었다. 전화기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이석민의 목소리에 윤세봉이 몸을 뒤척였다. 야 조용히 얘기해- 애 깨겠네. 잔뜩 핀잔을 주자 이석민이 빨리 갈게. 잘 지켜라. 라는 말을 남기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잘 지키고 있구만, 나한테 왜 이래?
곤히 잠든 윤세봉이 안쓰러워 한참을 바라보고 있은지 몇분이 지났을까, 지훈이 형이 잔뜩 수척해져선 방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당분간 월간 세븐틴 휴식. 이라는 짧은 말을 남기곤 지훈이 형은 윤세봉이의 옆에 걸터앉았다. 오늘따라 지훈 형의 어깨가 정말 많이 쳐져있다. 그러니까 쉬엄쉬엄하라니까. 지훈 형이 이불 바깥으로 살짝 삐져나온 윤세봉이의 손가락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누가 보면 자기는 되게 착한 동아리 장인 줄 알겠어요 형, 일침을 가하자 지훈 형이 날 짧게 째려보곤 다시 시선을 거뒀다. 후, 좀 무서웠어. 색색, 윤세봉이의 숨소리가 아까보다 많이 규칙적이어졌다. 다행이야, 금방 괜찮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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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겔 맞았으니까 금방 괜찮아질거야. 그 대신 깨어나면 다시 나 불러."
"응"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화를 걸자마자 머리도 빗지 않고 부스스한 차림으로 뛰어온 김민규가 고마워서였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친구를 도와준데? 너 내일 실습있다고 하지 않았어? 김민규에게 묻자 김민규가 그제서야 하품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스스한 머리, 짝짝이로 신은 슬리퍼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낯을 가리는 지훈 형도 곤히 잠든 윤세봉 옆에 서서 링겔을 톡톡 치는 김민규에게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민규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윤세봉이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금방 깰거야, 그래도 계속 상태 지켜봐야해 알겠지? 김민규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 윤세봉을 가만히 주시했다. 평온한 표정의 윤세봉. 잘 자 윤세봉, 속으로 가만히 속삭이자마자 방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석민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