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늘 아침 겪었던 일을 각색한 글입니다.
아침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댓글로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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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 내 소원을 이뤄줄 단 하나
w. 뿌존뿌존
너랑 나는 그냥 그런 사이였다.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서로 죽도록 사랑하지는 않지만, 곁에 없으면 사무치도록 보고 싶은, 그런 존재였다. 계속계속 봐도 예쁘지만, 네가 없으면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가끔씩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으면 너와 함께하고 싶어졌지만, 네가 없는 하루라는 건 다른 세계의 문제였다. 어쩌면 나는 그냥 네가 없는 삶은 한번도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냥 네가 내 옆에 평생을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널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았다. 그래, 그냥 그랬던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래야 내가 좀 덜 아플테니.
"이 팔찌는 소원을 이뤄준대. 난 이미 네가 내 소원이라 난 소원이 없지만, 그래도 소원 팔찌."
아이 같이 웃으며 내게 갈색 가죽 팔찌를 내미는 순영, 네 해맑은 웃음이 참 예뻤다. 너와 마주 서서 서로의 눈을 보고 웃는 시간이 좋았고, 날 단단하게 안아오는 네 넓은 품도 좋았다. 내가 네 소원이라는 그 예쁜 말도 좋았다. 넌 내게 참 과분한 사람이란걸 넌 알고 있을지, 넌 아마 모를 테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얘기해주고 싶었다. 내가 널 사랑하는 것 만큼 너도 너 자신을 조금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고. 딱,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죽을 만큼의 직전 만큼만.
"나 많이 힘들어."
네가 아프면 나도 아팠다. 그렇지만 순영의 눈물을 봐도 난 울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아팠다. 날 단단하게 달래주던 네가 힘 없이 조각 나 무너지는 게 안쓰러웠다. 난 너의 슬픔을 공유해, 함께 슬퍼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네가 슬픈 것이 슬픈 사람이었다. 난 끝까지 이기적이었다.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두서없이 터져나오는 내 말들을 막기도 전에 넌 이미 저 멀리 가버렸다. 난 널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는다고, 네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너무 과분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었다. 그렇지만 사실인걸, 네 사랑이 너무 커서 자꾸만 나를 짓밟는게 사실이잖아. 너도 알고 있잖아. 자꾸 그때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엉엉 울며 골목 끝으로 사라지는 너의 뒷모습을. 그때 조차도 난 네 마음보다 슬픈 네 모습을 보는 내가 더 안타까웠다. 우리가 왜 잘못 되어버린거지? 나도 이렇게 널 사랑하고, 너도 이렇게 날 사랑하는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 자리에 앉아 엉엉 울며 깨달았다, 난 널 죽을 만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죽어도 괜찮을 만큼 사랑하는 거였다.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방 안으로 들어와 네 흔적이 담긴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 습기 찬 방 안이 무겁게 날 짓눌러버렸다. 네 물건을 정리하려 가져온 박스에 내가 꼭꼭 눌려 담겼다. 너와의 추억을 되돌리고, 너와의 추억을 함께 했다. 잘가, 순영아, 안녕. 혼자 가만히 중얼거리며 소원 팔찌를 끊었다. 너와 꼭 닮은, 수수하지만, 소박하지만, 내가 참 많이 사랑했던 것을. 내가 네 소원인데 널 떠난 내가 어떻게 소원을 가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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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참이 지났다. 이젠 아주 잘 살고 있다는 네 소식이 들려올때 쯔음, 나는 겨우 아물 수 있었다. 죽어도 괜찮았던 내 사랑은 이미 죽었지만, 아직 잔상이 남아있던 것인지 네 소식을 듣는 것이 썩 나쁘진 않았다. 그저 그냥 네가 참 행복했으면, 죽을 만큼의 직전 만큼만 다른 사람을 사랑했으면, 하고 가만히 바랄 뿐이었다.
"어?"
한숨 자고 일어나야지, 이불에 눕자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를 만큼, 잠에 휩쓸려버렸다. 꿈에 네가 보인다. 내 소원을 이뤄줄 단 하나의 것, 네가 보인다. 내 소원은 말야, 입을 떼기도 전에 넌 사라져간다. 잡고 싶어. 다시 네 얼굴을 보고 싶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손을 꽉 쥐었나보다, 꿈에서 깬 지금, 내 손에 소원 팔찌가 쥐어져있는 것을 보면. 그때 끊고 방 안에다 아무렇게나 팽개쳐놨었는데, 널 잡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나보다. 그랬나보다.
내 가장 큰 소원은 너다, 그래서, 난 이기적이지만, 네 소원도 아직 나였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소원이면 좋겠다. 내가 너무 어려서 그랬던거라고, 아직 널, 죽어도 괜찮을 만큼 사랑한다고 네게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이 팔찌가 다시 기워질 수 있을까? 팔찌를 꼭 쥐고 집을 나섰다. 부디 너도 이 팔찌에 네 소원을 빌고 있길, 가여운 네가, 날 찾고 있길.
그러길 가만히 바란다. 내 단 하나의 소원, 네가 날 소원했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