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를 보며 등장)
(뒷짐을 지고 서서 살짝 헛기침)큼큼.
오랜만이네요, 두어달 만인가(머쓱)(코쓱)
수능을 기념해서 들고 왔어요!
는 너무 염치 없나요(헤헤헤)
이런 저런 이유보다는 넘 게을렀었다구 사죄의 인사를 드리면서 글 시작 할게요
나이가 먹으면서 늘어가는 건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는 능력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뱃살은 뭐, 말 할 것도 없구요
오늘 메인 사진으로 선정한 지민이가
이번 화를 제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선한 웃음, 어찌보면 씁쓸한 웃음.
지민이 외전을 준비한 만큼, 이번와의 찌통도 상당하지 않을까 노려 봅니다.
그리고 오늘 있을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하셨던 분들 실수 없이만 잘 치르고 오셨으면 해요.
밀려서 마킹하는 일 없이 검토 잘 하시고,
아는 문제 틀리는 일 없이 덜렁대지 마시고.
차분히, 그간 준비하셨던거 다 풀어내고 오시길 바랍니다.
기도 할게요, 해드릴 수 있는게 기도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자꾸 기도기도해서, 저를 기독교신자로 아시는 분들 많으시겠지만,
저는 신기할만큼 무교랍니다.)
이번화는 정국이가 등장을 하는 만큼, 부산 사투리가 나올 것 같아요
부산에 발 한 번 디뎌본 적 없는 저로써,
아는 경상도 사람이라고는 저의 평생지기 대학 친구 두명과
민윤기씨, 박지민씨, 그리고 김태형씨가 전부입니다.
부산러 독자분들 오글 거리시겠지만 콧방구 뀌면서 읽어주세요(굽신)
(아니면 조금 더 자연스러운 표현 알려 주셔도 저는 더 감사..ㅋ..쿨럭...)
그럼, 글 시작할게요!
박지민을 따라 억지로 온 신입생 환영회엔 처음 보는 얼굴들뿐이었다. 신입생 오티때 만났던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건지, 열심히 눈을 굴려 보아도 아는 얼굴은 없었다. 박지민 뒤에 찰싹 같이 붙어 사람들을 지나쳤다. 박지민은 아는 얼굴이 있는 듯, 손을 들며 웃었고 나는 박지민의 눈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 몇몇이 앉아있었다. 그쪽으로 가려는 박지민의 손목을 살짝 잡아끌었더니 박지민은 같이 가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스럽게 박지민의 뒤를 따랐다. 테이블 앞에서 인사말을 꺼낸 박지민은 나를 의자 안쪽으로 앉혔다. 가방을 무릎 위에 얹으며 천천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시선을 둘 곳을 찾아 눈동자를 굴렸다. ‘안녕, 처음 보는 얼굴인데.’ 건너편에서 먼저 말을 붙여왔다. 부드러운 저음에 부산 말씨를 사용했다. 고개를 들으니 어느 정도 술을 걸친 것 같은 내 또래의 남자애가 앉아 턱을 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이 뭔데?”
“김탄소.”
박지민이 대답을 선수 쳤다. 싱겁다는 듯 박지민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보던 남자는 혀를 차며 ‘니한테 물어본 거 아이다.’ 라며 입술을 삐죽였다. 그가 구사하는 특유의 부산 사투리가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었다. 꼿꼿하게 세우고 앉았던 허리가 조금은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내는 전정국. 보나마나 내한테 이름도 안 물을 거 같아서, 먼저 말했다.”
“아, 오티때 못 본거 같은데.”
“니도 내 못보고, 내도 니 못 봤으면 쌤쌤이제?”
고개를 끄덕였더니 씩 웃었다. 우리 앞으로 잔이 놓아지고 전정국은 자연스럽게 우리 잔을 채워줬다. 저 쪽에서 한 남자가 일어서더니 자기를 이학년 과대라고 소개했다. 간단하게 인사말을 한 그는 건배제의를 했고 신입생들은 다 같이 잔을 들어올렸다. 나또한 잔을 들어 올렸고, 이학년 과대가 잔을 한 입에 털어 넣기가 무섭게 모두들 술을 넘겼다. 나도 고개를 돌려 술을 들이켰고, 옆에서 나를 불안하게 보고 있던 박지민은 내 손목을 잡으며 ‘알아서 적당히 마셔.’ 라며 당부했다. 내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우리를 보고 있던 전정국은 피식 웃으며 먼저 술을 털어 넣었고 이어서 잔을 채웠다.
“박지민이랑은 무슨 사이야? 애인?”
“아니야.”
이번에도 박지민이 대답을 선수 쳤다. 모난 눈으로 박지민을 노려보는 그 얼굴을 보며 박지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징어포를 질겅댔다. ‘니한테 물어본 거 아이라 했제.’ 으르렁 대는 목소리에도 박지민은 ‘얘한테 들으나 나한테 들으나 똑같은 대답인데 뭐.’ 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눈썹을 치켜세우던 전정국은 됐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나 잘했지?’ 묻는 것 같은 박지민을 보며 차라리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난감한 질문엔 차라리 박지민이 먼저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는 편이 나도 편했기 때문이었다. 입술만 깨물며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는데 전정국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물어 본 듯 내 비어있는 잔으로 또르르 술을 따라줬다. ‘바로 마시라는 거 아이다. 잔 비어있으면 선배들이 귀신같이 알고 오니까, 그냥 잔 채워 주는 거.’ 웃음으로 답했더니 전정국도 웃었다.
몇 번 잔을 주고받으며 시간이 지나니 딱딱했던 분위기가 조금 풀어졌다. 모두 웃고 떠드는 만큼 자리는 시끌벅적했고, 우리도 조금 상기된 얼굴과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특유의 사투리로 말을 하는 전정국의 말투에 귀가 점점 익숙해질 때 즈음 박지민은 화장실을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분위기와 흥에 취해 대화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박지민이 잠깐 자리를 비운 틈에 전정국은 아무도 앉지 않은 박지민의 자리를 가리키며 ‘고등학교 같이 나왔다면서.’ 라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니 빈 술병을 아래로 내려두면서 ‘박지민이 니 억수로 챙기는 거 같은데, 니 못 느끼나.’ 라며 웃었다.
“몰라? 박지민 원래 성격이 사람 잘 챙기는 성격인 거 같아.”
“아, 진짜? 아무리 친한 친구래도 사람 챙기기 쉽지 않은데. 못 본 새에 철들었나.”
전정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또 잔을 비웠다. 전정국은 박지민보다 훨씬 술에 능한 것 같았다. 이제 좀 취기가 올라 안주만 깨작이고 있는 나를 흘끔 보더니 ‘니 술 잘 못하네.’ 라며 물었다. 정확한 주량은 알지 못해 고개만 끄덕이니 전정국도 사람 조심하라며 내게 당부했다. 처음 보는 사이에 많이도 파악 당해버린 기분이 들어 입술을 길게 늘어뜨렸다.
“남자친구는.”
“있어.”
“서울에?”
“응.”
“장거리네.”
이 자리에 오기 전 통화 상으로 들었던 민윤기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자리이긴 하나 분명 다른 남자들과 함께 있을게 뻔해 보내기 싫다던 그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민윤기의 생각에 내가 초점을 놓쳤는지 전정국이 웃으며 ‘남자친구 생각하나.’ 라며 정적을 끊었다.
“마음이 아프겠네.”
“응.”
“니 말고.”
“어?”
“아이다. 모르면 알 필요 없고.”
단번에 이해하기는 힘든 전정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지민이 돌아와 자리로 앉았다.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묻는 박지민에게 별 이야기 안했다며 고개를 저은 전정국은 나를 흘끔 바라보고는 웃으며 술잔을 채웠다. 뭔가를 읽힌 기분이 들어 개운치가 않았다.
“안 그렇게 봤는데 순정남이네.”
“뭐가.”
“뭐긴 뭐야.”
박지민과 전정국의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가운데서 멀뚱히 눈만 깜박이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번뜩 정신을 차릴 게 필요했기에 손에 물이라도 묻히고 싶은 심정이었다. 화장실 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려 올라간 치마를 끌어 내리고 가방을 챙겨들며 나를 따라오려 엉덩이를 들썩이는 박지민의 어깨를 눌렀다. ‘애도 아니고, 혼자 다녀올게.’ 그런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전정국이 기분 나빴다. 그래서 서둘러 자리에서 벗어났다.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 화장실 문을 열었다. 눈앞이 핑 도는 게 갑작스레 취기가 확 도는 것 같았다.
“다 알고 있단 말투는 뭐야. 기분 나빠.”
손을 씻으며 중얼거렸다. 침침한 밝기로 겨우 화장실 안을 밝힌 그 붉은 조명 아래에, 물방울이 그을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알게 모르게 울상이었다. 도망쳐도 벗어나지 못하는 기분. 내가 그어 놓은 그 테두리 안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입을 앙다물며 힘을 줘 수도를 잠갔다. 조르륵 떨어지던 물줄기가 멎고 화장실 안에 적막이 맴돌았다. 똑, 똑, 또옥― 긴 숨이 나왔다.
느닷없게 혹은 결국엔, 생각은 돌고 돌아 민윤기가 사무치게 보고 싶다 하고 있었다.
Love Like Sugar
W. 독스
15
-박지민 外傳
전정국은 계속 홀로 술을 넘겼다. 김탄소가 자리를 비운 후부터 녀석의 입가에 걸린 비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웃냐.’ 무심하게 내뱉은 말에 전정국은 왜긴― 하며 말을 흘렸고, 그 끝으로 또 술을 비웠다. 채우기가 무섭게 비어버리는 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나는 내 잔을 저만치로 밀었다. 전정국은 물을 몇 모금 마시다 다시 잔으로 술을 따랐다. 또르륵― 술이 떨어지는 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오며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 기분을 취하게 만들었다. 연거푸 쏟아 넣은 술로는 취하지도 않는 건지, 자꾸만 잔을 비우는 전정국의 우락부락한 손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기분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에서 만난 전정국은 먼저 내게 아는 척을 해왔다. 중학교를 서울로 가버리기 전까지 함께 어울려 놀던 동네 친구였다. 서로 꼬마이던 그 시절 이후로 처음 만났던 상황이라 어색하게 웃으며 이름을 떠올리려 애쓰는 내게 ‘내 전정국.’ 하며 아무렇지 않게 이름을 말하던 녀석은 변한 게 없었다. 훌쩍 커버린 키와 등치 말고는 말투나 한 쪽 입 꼬리만 끌어 올려 웃는 습관까지 변한 게 없었다.
“쟤는 모르는 거 같은데.”
“뭘.”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원래 말투가 그랬다. 조금 비아냥거리는 식. 어릴 적엔 그것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싸웠었는데, 지금은 또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가 있었다. 이런 걸 보면 시간이 약이려나 싶으면서도, 시간이 답이 되지 않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라 길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뻑뻑한 눈을 손등으로 부비며 잔에 담긴 투명한 술을 내려다보았다. 꼴깍― 술을 넘긴 전정국은 마른안주를 씹었다. 비릿하고 짠 냄새가 내 코까지 여과 없이 전해졌다.
“아닌 척만 하면 다 숨길 수 있을 거 같나. 내 보기엔 쟤만 모르는 것 같은데.”
왜인지 김탄소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은 전정국의 말투에 미간이 절로 구겨졌다. 아무리 어린 시절의 친구라지만 녀석의 입에서 김탄소가 거리낌 없이 언급되는 게 신경 쓰였다. 어지간해서는 이해를 해버릴 것만 같은 전정국의 말을 모른 척 하고 싶었다. 무심한 척 잔을 들어 올리니 전정국이 곁눈질로 힐끔 나를 보고는 픽 웃어버리는 게 느껴졌다. 기분이 팍 상했다. 술을 마시려다 말고 잔을 내려놓으니 전정국은 마저 잔을 비우고 손 안에서 작은 잔을 굴리며 손재간을 부렸다. 작은 유리잔이 전정국의 큰 손 안에서 의지 없이 굴러대고 있었다.
“내도 기냥 모른 척 해주믄 좋겠나.”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니, 점마 좋아하제.”
“……….”
“딱 티난다, 호구야.”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나 혼자만 간직하려던 마음이 흘러버린 기분이었다. 느리게 전정국을 바라보니 녀석은 어깨를 들썩이며 덤덤한 표정이었다. 제 3자의 입으로 듣는 내 마음이 낯설게만 느껴지며 애써 부정해야만 했던 내 지난날이 떠오르면서 미처 다 감추지 못한 내 놓친 감정들이 남아있을까 두려워졌다. 이렇게나 짧은 시간에 전정국이 눈치 채어 버렸다면. 불안한 눈으로 김탄소가 앉았던 빈자리를 바라보자 전정국은 손을 저으며 잔을 내려뒀다. 무슨 의미인지 알아차리기 전에 전정국이 먼저 말로써 내 불안을 가라앉혔다.
“쟤는 아직 모르는 거 같으니까, 걱정까지는 필요 없겠는데.”
“……….”
“왜 하필 남자 있는 아가. 서울에 남자친구 있다하데.”
“알아.”
“알아? 남자친구도 니 아는 아가?”
“어.”
“미친.”
민윤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한때 친구였던.’ 차마 그 말까지는 못했다. 입술을 꾹 깨무니 옆에서 혀를 쯧― 하고 차는 소리가 들렸다. 말없이 빈 술잔을 세게 쥐었다. 하얗게 질린 손끝이 내 불안을 말해 주는 듯 질려있었고, 긴 숨을 내쉰 전정국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왠지 다독이려는 모양새로 술을 들어 따라준 녀석은 입술을 길게 늘어뜨렸다. ‘니 속도 말 아이겠네.’ 짧고 낮게 울린 전정국의 목소리가 의외로 위로가 되었다.
전정국의 말대로 내 속은 말이 아니었다. 얼마든 욕심을 내면 손에 잡힐 거리에 있는 김탄소를 눈으로 보고만 있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눈앞에 놓인 마시멜로를 보고 있는 아이처럼 입맛만 다시려니 너무 애타는 것이었다. 기다린다 해도 두 개의 마시멜로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약속이 없었다. 언젠가 정호석이 중얼거리던 그 말이 떠올랐다. ‘불안해.’ 김탄소를 보는 나를 향해 불안하다 했었다. 언제고 내가 느끼던 감정이었다. 김탄소를 손에 쥐지 못한 채 곁에 머물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내 스스로가 나는 늘 불안했다.
터지지 않은 폭탄이라고 생각했다. 탄약을 꾹꾹 눌러 담아 놓은 이 폭탄에 언제 불이 붙어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터진 폭탄의 파편은 나와 김탄소 모두를 아프게 할 게 뻔했다. 어쩌면 김탄소의 손을 잡고 있는 민윤기와, 과거의 우리. 어느 것도 남은 것 없이 생채기를 입을 게 뻔했다.
“사연이 있는 갑네.”
앓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술을 꾹 깨문 내 얼굴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려워도 이해 해보겠다는 얼굴이었다. 잔에 담긴 술을 보다 입으로 털어 넣었다. 또렷한 정신 보다는 약간 흐린 정신이 심적 안정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목구멍을 지나 코를 타고 올라오는 씁쓰레한 알코올의 향이 인상 짓게 했다. ‘그런 정신으로 술 마시면 후회 할 긴데.’ 밑 잔 깔린 내 잔으로 전정국은 술을 따랐다.
“니 글다 사고친데이. 참던 거 터져삐면 우짤낀데.”
“……….”
“말은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받았던 잔 까지만 마셔보자는 심산으로 술을 넘겼다. 전정국도 내 속을 아는지 더 이상 잔을 채워주진 않았다. 한숨만 푹푹 내쉬고 답답함을 삭히는 수밖에 없었다.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혼자 해야 할 결정이었고, 혼자 감당해내야 할 마음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추스르는 사이 시간이 꽤 흘렀다. 나갔던 김탄소는 아직이었다. 돌아오지 않은 김탄소가 걱정되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걸로 봐서는 아직 화장실에 있는 듯 했다. 데리러 가봐야 하나, 무슨 일 있나. 걱정이 되던 찰나 전정국이 등을 탁 쳤다.
“걱정이가.”
“어?”
“안 와서 걱정이냐고.”
대답을 않았다. ‘빙시도 이런 빙시가 어디 있는데.’ 고개를 내젓던 전정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정리했다. 그리고 제 잔을 들더니 내 등을 살짝 밀며 잠깐 비켜 보라고 고갯짓을 했다. 빠져나갈 자리를 내어주니 넉살도 좋게 선배들 사이로 뛰어 들어가 ‘신입들 잔 안 돌리십니까. 기다리다 지쳤심더.’ 라며 잔을 내밀었다. 뭐하는 모양새인지 몰라 물끄러미 바라보니 전정국은 나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까닥였다. 누가 봐도 지금을 틈타 나가라는 제스처였다. 선배들의 시선이 모두 전정국에게 쏠려있었다. 최대한으로 자세를 낮추고 그 틈을 타서 자리를 빠져나왔다. 전정국 덕에 다행이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때에 마침 복도로 들어서는 김탄소가 눈에 들어왔다. 술기운이 있는 건지 걷다가 비틀, 걷다가 비틀 불안하게도 그랬다.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어깨를 붙잡을 때까지 내가 오는 줄도 모르는 걸 보니 그만 집으로 데려가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잔을 들 때마다 꼬박꼬박 제 술잔도 따라 들었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는데, 너무 말짱한 얼굴로 웃고 맞장구를 쳐주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안심했었단 생각이 들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느리게 들어 올린 고개와 무겁게도 내려온 눈이 풀려있기는 했다. 김탄소는 그런 반쯤 풀린 눈으로 나더러 왜 여기에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터져 나오려는 한 숨을 애써 삼키면서 김탄소의 어깨를 감쌌다. 그런 내 손길을 곧이곧대로 받고만 있던 김탄소가 벽을 붙잡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받쳐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가자.”
“어딜?”
“집.”
“왜?”
“가야하니까.”
왜 그러냐는 표정이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눈을 보니 그러기가 싫은 눈치였다. 참았던 한숨이 푹 나와 버렸다. 걷고 있는 걸 봐서는 아직 핀이 나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설명을 해야 하려나. 입술을 길게 늘어뜨릴 뿐 아무 말이 없자 나를 빤히 보던 김탄소가 내 손에서 벗어나려 몸을 틀었다. ‘안에 선배들이 술 돌리기 시작했어. 버티고 있다가는 너 죽어.’ 말한 후에야 움직임이 멎었다. 된통 술을 먹는 것은 또 싫은지 쉽사리 발걸음이 떼이진 않는 모양이었다. ‘가자.’ 머뭇거리를 꼴을 보다 팔을 잡아 당겼다. 술기운을 이기지는 못한 김탄소는 힘없이 나에게로 딸려왔다.
자꾸 걸음이 꼬이는 김탄소를 잡아주며 언제까지고 녀석이 내게 의지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술에 취해 내가 잡아당기면 끌려오는 대로, 밀어내면 밀려나는 대로 내 손 짓대로 움직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좋아해라, 내게 마음이 옮겨와라. 수도 없이 바랐던 상황이었지만, 내 상상 속에서만 일어난 사건일 뿐 현실에서의 김탄소는 아직도 민윤기를 너무 좋아했다. 나는 녀석의 눈 안에 조차 들 수가 없는 게 나의 위치이자 현실이었다. 뒤늦게야 취기가 올라오는지 김탄소는 자꾸만 고개를 흔들었다. 주점 거리에서 꽤 벗어나서 가슴을 퍽퍽 치는 김탄소 때문에 잠깐 걸음을 멈췄다. ‘으으, 속이 안 좋아.’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길게 심호흡을 하던 녀석은 그 자리에 주저앉듯 풀썩 앉았다. ‘머리가 막 빙빙 돈다.’ 제 관자놀이를 짚는 작은 손을 보면서 나도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가다가 음료수 사자.”
“그런 거 먹고 토하면 어떡해.”
“내가 등 두드려 줄게.”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토하기가 싫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누가 전정국 페이스 따라 술 마시래? 술도 못하면서.”
“그런 자리에서는 원래 잔 빼는 거 아니래.”
“누가.”
“정호석이.”
참 쓸데없는 것도 가르쳐 놨다. 속으로면 곱씹으려던 속마음이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튀어 나왔다. 그랬더니 가늘게 눈귀를 좁히고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김탄소의 머리를 툭 하고 밀었더니 힘없이 어어― 하면서 뒤로 넘어갔다.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넣어질 것 같아 서둘러 녀석의 팔을 붙잡았다. ‘어지럽다고 했잖아.’ 내 손을 덥석 붙잡고 숨을 돌리며 볼멘소리로 입술을 쭉 내민 김탄소의 붉은 입술에 시선이 머물렀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싶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해야 했었는지 과거의 내게 물었다. 과거의 나는 모른다 답했고, 현재의 나도 아는 바가 없었다. 그저 곁에만 두고 바라본 결과가 지금이었다. 술에 잔뜩 취한 김탄소를 옆에 두고 한 발치 떨어져 녀석이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지켜주는 자리. 내가 원하던 바였는지를 또 고민했다. 내가 원하던 김탄소는 어떤 형태였을까. 나는 어떤 형태로 김탄소를 곁에 두고 싶어 했을까. 약간의 술기운에 완벽히 온전치는 못한 정신머리가 쉬지 않고 흔들거렸다. 거의 눈을 반쯤은 감아버린 김탄소를 내 쪽으로 조금 더 끌어 당겼다. 그러자 앞으로 기울어진 머리가 툭 하고 떨어져 내 가슴팍에 처박혔다.
김탄소의 이마가 닿아있는 그 부근에서 심장이 뛰고 있었다. 둥둥대는 그 소리가 너에게 들리기는 할까. 동그란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가만히 녀석의 등으로 손을 얹었다. 들숨 날숨, 규칙적인 호흡 끝에 콜록 하고 작게 기침 했다. 아직은 날이 추운가 싶으면서 짧은 치마 길이가 신경 쓰였다. ‘일어나.’ 어깨를 잡고 흔들자 으응― 하며 고개를 저었다. 힘없이 축 쳐진 어깨를 보면서 제 발로 집까지 걸어가게 했다가는 날이 새겠구나 싶었다.
“업어줄게.”
결국 등을 내어줬다. 업어준다는 소리에는 또 순순히 일어나 업히는 꼴이 귀여웠다. 내 목을 휘어감은 얇은 팔뚝이 힘없이 나풀댔다. 의지도 없이 늘어진 몸뚱이는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버거운 정도는 아니었다. 김탄소의 가방을 목에 걸고 걸음을 옮겼다. 삼월 초의 새벽 공기는 아직 무겁고 차가웠다.
“너는 언제까지 나를 힘들게만 할래.”
“……….”
대답이 돌아올 수가 없는 질문이었다. 내 말을 듣고 있는 건지도 모를 김탄소를 등에 업고 집 쪽으로 걸었다. 먹먹한 기분에 그냥 걷기만 하다 보니 빌라 건물은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귀퉁이에서부터 점차 전체를 드러내는 건물의 윤곽을 보며 걸음을 뚝 멈췄다. 투둑― 얼굴로 물방울 몇 개가 연달아 떨어졌다.
“……비인가.”
비를 맞기 전에 건물로 몸을 피하는 게 좋겠다 싶었다. 서둘러 빌라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비 오기 전의 눅눅한 냄새가 엘리베이터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등에 업힌 김탄소는 잠에 들어버렸는지 꿈적도 안했다. 맑은 종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고 어두컴컴한 복도가 나타났다. 저벅저벅. 내 운동화가 대리석 바닥을 밟아 나는 소리만 낮게 공간을 울리고 있었다. 김탄소의 집 문 앞에 서서 팔을 뻗었다.
‘내 생일은 너무 뻔하니까 예상도 못하게 네 생일로 비밀번호 해놔야겠다.’
익숙히 알고 있는 그 날짜를 입력해 넣으니 경쾌한 알람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못한 기분이었다.
신을 벗고 들어가 침대로 녀석을 내려놨다. 쓰러지듯 널브러진 김탄소는 잠에 든 듯 했다. 신고 있는 신을 벗기고 답답해 보이는 외투만 벗겨줬다. 귀찮은 지 칭얼대다 금세 또 잠들어버리는 김탄소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또 내 몫이었다. 쏴아― 몇 방울 떨어지기만 하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문을 두드리던 빗방울이 창밖의 가로등 불빛에 여울져 김탄소의 얼굴 위로 그려졌다. 술기운으로 붉게 물든 그 얼굴 위에 투명한 물방울의 그림자가 또르르 맺히더니 아래로 떨어졌다. 둥둥― 낮게 울리고 있던 내 심장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았다.
현관에 신을 내려두고 의자 위로 외투를 걸쳐두었다. 그러다 발견한 책상 위의 강아지 인형이 참 낯이 익었다. 빗소리와 섞인 기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손을 뻗어 그 인형을 들어 올렸다. 인형의 머리에 달린 고리가 쇳소리를 내며 밑으로 쳐졌다.
‘…고마워.’
고맙다는 말만 하라던 나 때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눈으로 고맙다 말하던 그 때 김탄소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에게 받은 선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인형이 중학생 때부터 줄곧 민윤기의 가방에 매달려 있던 인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인형이 김탄소의 가방으로 옮겨와 있던 날, 그때에 느꼈던 기분은 마치 허탈과도 같았다. 간밤 목줄을 매어두지 않아 사라져버린 개와 그 빈집을 바라보는 느낌. 기가 막힌 허탈감에도 무릅쓰고 사라진 개를 찾으러 나서지 않았던 것은 아마 목줄에 묶여있길 원하지 않았던 개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 날도 비가 왔었다. 우산을 쓰고 있으면서도 옷소매가 젖을 만큼 세찬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세상을 잃은 얼굴로 잃어버린 인형 따위 찾지 않아도 괜찮다 말하는 김탄소의 얼굴은 견딜 수가 없었다. 나에게 김탄소의 존재만큼이나, 김탄소에게 그 인형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를 단번에 헤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를 맞아가며 인형을 찾아 헤맸던 거다. 인형이 어디에 있을는지 일말의 단서조차 모르면서도 아랑곳 않고 무작정 인형을 찾아 헤맸다.
‘박지민.’
‘……….’
‘이거 찾냐.’
학교 건물 뒤편에서 정신없이 고개를 처박고 다니던 나는 우연히 민윤기와 만났다. 무슨 이유인지 그가 먼저 나를 불렀다. 싫음에도 고개를 돌려 봤었던 건 어떤 우연이었을까. 그리고 우연의 우연을 거듭해 민윤기의 손에 들려 있는 게 왜 내가 찾던 김탄소의 인형이었을까. 대답을 못하고 인형만 보고 있는 내게 매서운 눈으로 걸어오던 민윤기는 말없이 인형을 내밀었다. 멍한 얼굴로 손을 내미는 나에게 뭔가 물을 것이 있다는 듯 입을 열던 민윤기가 그때만큼은 무서웠다.
‘네가 왜 내 인형을 찾고 있어.’
‘잃어버렸대서.’
‘누가.'
‘김탄소가.’
이미 그때에 민윤기가 내 모든 마음을 알아차려 버렸는지, 나만 알고 있으려했던 마음들도 모두 눈치 채어 버렸는지 모를 일이었다.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었다. 내게 인형을 건네준 민윤기는 이를 악물다 곧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탄소한테는 비밀로 해. 내가 인형 주운 거.’ 그 말엔 나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끄덕이는 나를 보고 고개를 떨어트린 그때의 민윤기도 비만큼 축축해져 있었다.
‘너랑 이런 식으로 또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
‘무슨 운명의 장난 일까, 이거는.’
꼴깍. 침이 넘어갔다. 들고 있던 인형을 다시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인형을 전해주고 돌아서던 내 등 뒤에서 목을 놓아 울던 그때의 김탄소에게 묻고 싶었다. 그 울음의 의미는 무엇이었냐고, 혹시 그때에 내게 잠깐 마음이 물들진 않았었냐고. 정말 오로지 민윤기 생각뿐이었냐고, 단 한번이라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는 않았었냐고.
“으으응.”
잠결에 칭얼거리는 김탄소의 목소리가 꼭 대답처럼 들려와 웃음이 푹 나왔다. 뭐하는 거야, 박지민.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오고, 김탄소의 감은 눈을 보던 난 소리 없이 몇 번 웃어대고는 말았다.
가방은 침대 옆에 놓아두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내일 일어나 기억이나 하면 좋으련만.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김탄소의 집을 빠져나왔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서 코끝에 스친 비 냄새를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난 사실 그때 나를 보던 네 눈빛이 너무 좋아서 잊을 수가 없어. 미안함과 고마움이 섞인 그 눈빛이 그래도 나를 조금 위로해줬거든. 전하지 못할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야 하는 게 맞았다. 그렇게 또 전하고 싶은 말을 삼키며 방문을 열었다. 쌀쌀한 공기가 얼굴로 가장 먼저 전해지고 등 뒤로 문이 닫히자 잠깐 켜졌다 꺼진 현관 불빛에 온 방안은 어둠으로 물들었다. 또 고독에 지옥이겠지만, 적어도 나를 바라봐주지 않는 네 옆보다는 낫겠지.
난 그렇게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울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
‘뺏겼다 생각 하지 마. 애초에 네 것도 아니었잖아.’
모처럼만에 꿈을 꿨다. 꿈은 상상이 아닌 과거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 날은 무슨 일인지 지나가는 나를 민윤기가 먼저 붙잡았다. 눈에 익은 우산을 든 그 손에 시선이 머물렀지만 모른 척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게 우산을 돌려주며 했던 민윤기의 말에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 말은 몇 년 전 우리가 조금 더 어린 시절에, 그리고 우리가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호의적이던 때에 민윤기가 했던 말과 똑같았기 때문이었다. 중학교를 함께 다니며 우리는 제법 친하게 어울렸고, 좋아하는 것들과 취미도 비슷해 곧장 붙어 다니기도 잘했었다. 그 틈에 정호석도 함께였고, 셋은 한 무리를 이루어 학교생활을 같이 했었다. 민윤기와 사이가 틀어져 버렸던 건 중학교 삼학년 말이었고, 이유는 여자 때문이었다.
여자 하나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갈 수가 있을까― 의심했던 나마저도 민윤기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같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우리의 앞에 나타난 그녀마저도 함께 좋아하고 있었다. 다만 성격 차이로 그녀를 대하는 게 달랐을 뿐. 친구라는 명목마저 잃지 않기 위해 묵묵히 곁에만 있던 나와는 다르게 우연이라는 것을 빌미 삼아 인연으로 만들어 나간 민윤기가 그녀의 선택 받았었다. 거기에서부터 사이가 틀어졌었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는 많았지만, 사랑은 아니었다.
‘내가 너한테 걜 좋아하고 있다고 말 했었잖아.’
‘응.’
‘그런데 왜 그런 거야?’
‘나도 좋아했으니까. 내가 그 애한테 별 관심 없다고 말한 적은 없잖아.’
사랑 앞에서도 민윤기는 제 성격 대로였다. 갖고 싶은 것은 손에 넣어야 하는 쟁취적인 성격대로 민윤기는 그녀를 손에 넣었었다. 그보다는 조금 더 소심하고 조용했던 나는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배신감과 허탈감에 원망은 민윤기를 향했었고, 민윤기는 그런 내게 같은 말을 했었다. ‘뺏겼다 생각 하지 마. 애초에 네 것도 아니었잖아.’ 그 말에 나는 입을 다문 채 화를 참으며 그렁거리는 눈으로 등을 돌려야 했다. 몇 안 되는 소중한 것들을 뺏긴 순간에 무능한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밤사이 잠깐 내리다 말 줄 알았던 비는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어둑한 날씨 탓에 얼마나 울다 잠에 들었는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꿈속 민윤기의 얼굴을 마주보다 번뜩 정신이 들었다. 생생한 과거를 상기시켜준 꿈은 여전히 불쾌한 기분을 남겼다. 천천히 눈을 떠 핸드폰을 찾았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핸드폰 창을 주시하다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에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전정국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잔뜩 잠겨 쩍쩍 갈라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건너편의 전정국은 나보다 더 말짱한 목소리였다. ‘이제 일났나. 내보다 빨리 드가놓고 목소리가 그 뭐고.’ 받자마자 시비조로 말하는 전정국에게 화낼 힘도 없었다. 뒤늦게야 속에서 울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해장하러 가자고 전화했다. 나온나.
“귀찮아.”
-마, 챙겨 줄 때 잘 해라고. 빨리 나온나.
뚝. 전화는 끊겼다. 어디로 나오라는 거야. 다시 베개로 얼굴을 파묻던 찰나에 문자가 왔다. ‘전에 니 알려준 그 빌라 맞제. 내가 근처로 갈 테니까 나오기만 해라.’ 귀찮다 싶으면서도 언제 남의 챙김 받아보나 싶어 몸을 일으켰다. 늘어진 몸은 자는 사이 누가 때리기라도 한 건가 싶은 것처럼 뻐근하고 말을 듣질 않았다.
씻고 대충 걸쳐 입고 우산을 집어 들었다. 전에 김탄소의 책상에 올려놓았던 그 우산이었다. 아무리 등교하는 길에 비가 오지 않아도 그렇지, 장마기간인데도 배짱 좋게 몸만 달랑달랑 교문으로 들어오는 꼴을 보고 몰래 책상에 올려놨었다. 그러다 문득 이게 내 정성임을 알아줬음 하는 마음에 매직을 꺼내 들어 손잡이 귀퉁이에 글자를 써놨었다. 'M' 그때 난 민윤기의 이름에도 M자가 들어간다는 걸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준 우산은 결국 민윤기와 김탄소가 나란히 쓰고 하교를 했다. 덕분에 나는 비를 쫄딱 맞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내 모습을 보고 부모님은 기겁을 하셨지만, 우산을 잃어버렸다고 핑계를 댔었다. 멀어지는 김탄소와 민윤기를 보며 느꼈던 허탈감이 왜인지 전에 느껴본 적 있던 기분과 같았기 때문에 그날은 정신이 없었다.
운동화 앞코를 바닥에 두드리며 문을 나섰다. 아직 복도는 빗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아래층도 마찬가지였다. 김탄소는 아직도 자는 건가. 조용한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울었던 두 눈의 붓기가 가시지 않아 손을 들어 눈가를 꾹 눌렀다. 많이도 부었네. 느껴지는 붓기에 혀를 쯧 차고 건물을 벗어났다.
“눈 뭔데.”
“뭐가.”
“완전 붕어눈 아이가.”
“어제 술 마셔서 그런가보지.”
그것도 정도가 있지. 어제 집에 드가다 누구한테 쥐어 터진 거 아이가. 와, 김탄소가 술김에 때리 드나. 시답지도 않은 말을 해대는 전정국을 저만치 밀었다. 비오는 날 잔뜩 검은 옷만 입고 나온 전정국은 우산도 검은 색이었다. ‘그러다 너 차에 치일라.’ 내 말에도 저는 목숨이 아홉 개라며 괜찮다 손을 휘저었다. 전정국을 따라 간 곳은 뼈해장국 집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느껴지는 훈훈한 냄새에 배가 고파져 배를 슥 문지르니 전정국이 ‘봐라, 해장 땡기제?’ 라며 곁눈질을 했다.
같은 뼈해장국 두 그릇을 시켜두고 전정국과 마주 앉았다. 점퍼를 벗은 전정국은 내게 뭔가를 말해 보라는 듯 눈을 맞췄다. ‘왜 그렇게 봐.’ 퉁명스러운 내 말투에 전정국은 ‘어제 아무 일도 없었나.’ 하며 변태같이 웃었다. 일은 무슨 일. 괜히 물 컵에 물을 따르니 전정국은 헤실헤실 웃어댔다.
“진짜 아무 일도 없었나.”
“어.”
“호구가.”
“왜.”
“술 취한 데에라도 대놓고 좋아한다 말이라도 캐보지.”
찌질이냐―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어제 누워있는 김탄소를 보고서 혼잣말이라도 좋아한단 소리가 불쑥 튀어나올 뻔도 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위기였고 그럴 만한 기분이었으니까. 그럼에도 하지 않았던 것은 지켜야했던 내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김탄소에게 다 내어주고 겨우 하나 남은 나를 지키기 위한 내 자존심 때문에 말을 않았던 거지, 아주 마음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입맛을 쩝 다시는 나를 보며 다 안다는 듯 한 얼굴로 물을 들이켠 전정국은 컵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뒀다. ‘괘안타.’ 전정국은 그 큰 손으로 젓가락을 꺼내 내 앞으로 가지런히 놓아주었다.
“그마이나 좋아하는데, 언젠가 기회 한번쯤은 오지 않겠나.”
“니가 뭘 안다고. 입 다물어.”
“다 알지. 내가 이미 다 알지.”
누군가가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다고 했다. 서로에게 긍정의 호르몬이 내뿜어지는 기간 삼개월. 그 기간이 지나가면 서로에게 씌워져있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미운 점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게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온다면, 삼개월이 지난 그때에도 같은 마음일 때에 사랑을 시작하라고 했었다. 나의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삼개월 아니라 삼년이 지난 지금에도 늘 같은 마음인데, 언제쯤 그 유통기한이 다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컵에 담긴 물의 표면은 잔잔했다. 내 마음은 언제쯤이나 저렇게 잠잠해질까 별 생각이 들었다.
“고백 해볼 거 아이면 니가 맘을 안주는 게 낫지 않나.”
“뭘.”
“금마도 사람인데 느낌이라는 건 받지 않겠나, 뭐 이 말이다. 니가 지한테 호의란 호의를 다 베풀고 있다는 걸, 지 스스로도 느끼겠지.”
“……….”
“니 여자로 확 뺏을 거 아이면 맘도 주지 마라. 지 입장에서는 헷갈리지 않겠나. 내 보기엔 남자친구도 좋아하고 니도 잃기 싫고 그래 보이데. 맘 상하게 듣지는 말고, 답답한 내 입장에서 하는 충고니까.”
때 맞춰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전정국은 호들갑을 떨며 첫 수저를 들었다. 나는 빨간 국물을 내려다보다 속에서 치고 올라오는 듯 한 기분이 들어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통을 붙잡고 속에 남아있던 것들을 게워냈다. 욱욱 대며 헛구역질은 올라오는데 나오는 것은 없었다. 속이 일렁였다.
“하아…….”
‘마음도 주지 마라.’ 전정국의 목소리가 맴돌았다. 할 수 있을까, 내가. 너를 보면서 아무 떨림 없이 마주하고 있는 걸.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더러운 바닥에 옷이 지저분해질 거란 생각은 못했다. 당장 힘든 몸과 정신에 머리가 아파와 눈을 질끈 감았다. 순간 환하게 웃던 김탄소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명치 쪽에서부터 찌르르하고 뭔가가 울려왔다.
어떻게 그래. 눈을 감으니 이렇게 네 얼굴이 생생한데. 긴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
[첫 수업 먼저 갈게. 늦지 말고 와.]
보내 놓은 메시지에 답이 없었다. 아직 자고 있나 싶어 깨울까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가도 일어났겠지 한숨 쉬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속없는 시간은 저 혼자 흘러 어느덧 메시지를 남겨 놓은 지 삼십분을 훌쩍 넘겼다. 그 말은, 그만큼 수업시간이 가까워졌다는 말이기도 했다. 강의실 안은 어느새 하나둘씩 들어오는 사람들로 제법 가득이었고, 그 사람들과 섞여 들어오던 전정국도 나를 발견하고는 웃는 얼굴로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의자를 꺼내어 앉는 사이 전정국을 향해 아침 인사를 건네는 몇몇의 동기들과 그들에게 답해주는 전정국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며칠 전, 화장실에 쓰러지듯 주저앉은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차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아이고, 빙시야.’ 별 말 없이 나를 일으켜 집까지 데려다준 전정국에게 너도 나 같은 사랑 해봤냐고, 묻고 싶었던 걸 꾹 참았었다.
가방을 내려놓은 전정국의 첫 인사는 오늘도 눈 부었네―였다. 그러다 내 빈 옆자리를 발견하곤 내 얼굴과 그 자리를 번갈아 보았다. 꼭 없는 김탄소를 찾는 것처럼. 무슨 일이야, 나를 길게 응시하던 그 눈이 꼭 그렇게 묻고 있었다.
“김탄소는.”
“아직.”
“니 혼자 왔나?”
“응.”
“뭔 일이고.”
왠지 히죽히죽 웃어 대는 것 같은 전정국에게 더 이상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냥 말없이 책을 꺼내 놓고 펜 몇 자루를 꺼내어 올려놓았을 뿐이었다. 이게 뭐 별일인가 싶다가도 별일이긴 하겠지 싶었다.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부터 내내 껌딱지처럼 내 옆에 붙어있던 김탄소가 없는 게 사실 나도 좀 어색하긴 했다. 멋쩍게 얼굴을 돌리는 내 옆에서 내 얼굴을 빤히 보던 전정국도 더는 말 하지 않고 수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깨끗한 책과 검은 펜 하나. 단출한 수업 준비를 보고 있다가도 금방 또 서운한 옆구리가 느껴져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았다. 나는 괜히 빈 옆자리가 마음에 걸려 자꾸 시선을 뺏기고 있었다.
“마음먹어 볼라고?”
“……….”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자꾸 마음 뺏기지 말고. 하긴, 단번에 되겠나, 몇 년 치 마음인데.”
아는 척을 해대는 전정국의 목소리가 거슬렸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직도 답장은 없었다. 수업 시작 오 분 전으로 바짝 쫓아 온 시간에 괜히 초조 해져 옆으로 내려놓았던 가방을 빈 의자 위로 내려놓았다. 아직 한 명씩 들어오고 있는 강의실 앞문에 시선을 고정 시켰다. 기다리는 그 얼굴이 뛰어 들어오길 기다렸다. 글렀네, 글렀어. 옆에서 전정국이 혀를 끌끌 찼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마음 떼어 보겠다고.
마음을 떼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라도 해 줘야 김탄소의 마음이 조금 덜 헷갈리지 않을까 했을 뿐이었다. 전정국의 말마따나 내 행동이 그간 김탄소를 더 헷갈리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했다. 자꾸 헷갈리게 옆에서 머무르는 내 행동이 나도 김탄소도, 그리고 민윤기까지 힘들게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앞선 걱정에 뭐든 해보려 했던 마음이 이렇게 표현되었을 뿐이었다. 절대 김탄소를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 하려는 것도, 김탄소에게서 멀어져 달아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조금 선을 그어 놓자. 김탄소가 헷갈리지 않을 정도의 적정 안내선을 표시 해주자. 그런 마음이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전정국은 옆에서 난리였다. 좋은 생각이라며, 하는 김에 제대로 정리를 하라며 입방정을 떨어 댔다. 시간은 흘러 마침내는 교수님이 들어와 단상 앞에 섰다. ‘처음 뵙네요.’ 교수님의 인사말은 들리지도 않았고 굳게 닫혀버린 문이 입술을 깨물게 했다.
챙기지 않음에 대한 죄책감을 언제부터 느끼기 시작했는지 몰라도, 이럴 때면 나는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나로 인해 김탄소가 낙오되거나 뒤쳐졌을 때 느껴지는 미안함과 함께 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녀석을 만나고 나서부터 계속 되어왔던 감정이었다. 언젠가 정호석이 내게 김탄소를 향해 가진 내 마음이 정말 친구에 대한 미안함뿐이냐고 물었던 때에 내가 녀석을 보면서 자꾸만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었다. 이유는 몰라도 아마 김탄소를 처음 보던 때부터 줄곧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고도 생각했었다. 김탄소를 좋아하면서도 말할 수 없는 내 마음이 챙김과 챙겨주지 못했을 때의 미안함으로 표현이 되는 건가― 나대신 정호석이 걱정했었다. 결코 바람직한 표현 방법은 아니었기에, 나 또한 나를 걱정하는 정호석의 이성을 부정하지도 않았었다. ‘미안해하지 않으려면, 아니 적어도 미안해하는 티라도 내지 않으려면 어떡해야하지.’ 결코 김탄소를 포기 하지도, 떠나갈 수도 없는 나는 그저 먼 허공을 보며 방법을 궁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려진 답은 결국 미안할 일을 만들지 말자. 조금이라도 마음 들킬 실마리를 만들지 말자―였다. 결국 나는 묵묵히 김탄소를 챙겼고, 그로써 김탄소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록 녀석 외의 주변 모두가 눈치를 챌지언정, 김탄소만 모르면 다행이라고 혼자 합리화를 시켰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 갑자기 달리 마음 좀 먹었더니 역시 편하지가 못했다. 아직도 들어오지 않은 김탄소에 입술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다리를 덜덜 떨기 시작한 나를 보며 전정국은 한숨을 푹 쉬었다. 내 허벅지를 툭툭 두드린 전정국은 이건 아니라며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수업 진행의 방식과 강의의 방향에 대해 조곤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교수님도 처음보다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계셨다. 오 분, 시계를 보니 강의 시작 후 오 분이 흘러있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끝이 젖은 긴 머리를 정리하며 들어와 교수님을 향해 살짝 목례를 했다. 기다리던 얼굴이었다.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게 아무래도 나를 찾는 것 같아 살짝 손을 들어주니 나와 눈을 맞추고는 환하게 웃는 게 보였다. 옆에서 전정국이 조금 전보다 더 크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상관없었다. 불안하게 떨리던 다리가 멈추고 답답하게 숨을 쉴 수가 없었던 것이 공기 좋은 산에 올라선 것처럼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계단을 한걸음씩 걸어 올라오는 김탄소를 보며 녀석에게 선을 그어주다가는 내 숨이 넘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향해 입술을 삐죽이며 올라오는 김탄소는 여전히 귀여웠다. 그런 녀석을 보며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다. 어떤 식이든 나는 김탄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녀석을 열렬히 좋아할 생각이었다.
“박지민, 빙시새끼.”
전정국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김탄소는 고개를 숙인 채 내 옆으로 왔다. 나는 올려놓았던 가방을 치워주며 의자를 살짝 꺼냈다. 자연스럽게 내가 꺼내어준 의자로 앉는 김탄소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나를 보고 웃었다. 뾰로통하면서도 너무 밝은 미소였다. 내가 반하고 아직도 내가 포기 할 수 없게 만드는 환한 미소. ‘뭐야, 안 깨우고 먼저 가는 게 어디 있어.’ 그리고 사랑스런 퉁명스러운 말투.
“내가 알람 맞추고 자랬잖아.”
“알람 듣고도 잘 못 일어나는 거 알잖아.”
“듣고 일어나는 버릇 들여. 언제까지 너랑 내 시간표가 같을 수만은 없으니까.”
“알았어, 잔소리는.”
돌겠네― 전정국이 작게 중얼거렸다. 결코 김탄소가 들을 수 없는 소리이기도 했지만 듣지 말아줬으면도 했다. 언제까지고 그냥 김탄소가 이렇게 나를 보고 웃어줬으면 했다. 그게 친구를 향한 미소이든, 제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보이는 호의이든.
이 미소를 잃고 싶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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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뻗어 봤자
금세 깨버릴 꿈
미칠 듯 달려도
또 제자리일 뿐
* 암호닉이 점점 불어나고 있어요. 이 사랑스러운 내 사랑들에게 어떤 보답이 마땅할까요(근심)
* 내 사랑들과 공유하고 싶은 예쁜 은행나무. 올해 우리 단풍 구경은 갈 수 있을까요(근심)
* 오늘도 사랑한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해요.
내 사랑들에게 하는 사랑한단 말은 아무리 해도 양에 차지 않아서, 마치 뽀뽀 같은 걸까요.
이왕 하는 김에 뽀뽀도 같이 해줘야겠어요.(쪽)(와락)(부둥부둥)
* 오늘 글은 방탄소년단의 Run 발라드 믹스 버전과 함께 읽어도 정말 잘어울려요.
사실 오늘 고른 배경음악과 런을 두고 뭘 올릴지 고민했다죠(찡긋)
*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쪽) 오타나 탈자는 애교로(찡긋) 댓글로 알려주시면 더욱 좋아요
* 작가님이라는 호칭보다는 독스님이라는 호칭이 더 좋아요(쪽)
* 암호닉 신청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연재된 글의 가장 마지막글에 해주세요.
신청 방법은 따로 없어요. 구분하기 쉽게 [네모괄호] 안에 그냥 던지고 도망가시면 쫓아가서 뽀뽀해드립니다. 지구 끝까지(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