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스탠딩에그 - voice
김태형이 은신처를 되어주겠다는 이상한 소리를 한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은 정말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조용히 흘러갔다.
김태형 덕분이 아니라, 시험이니 과제니 별게 잔뜩 겹친 탓이었다.
변한 것도, 변할 일도, 아무것도 없었다. 아, 딱 하나만 빼고.
"박지민... 안 왔어?"
시험이 끝난 지 삼일 째. 박지민은 삼일 내내 결석이었다.
지난 몇 년간 박지민이 학교를 빠진 적은 없었는데.
내 질문에 김태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젠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답이 없어."
어제까지만 해도 김태형의 문자에 아파서, 라는 말을 남겼던 박지민이었는데 오늘은 아무 연락이 없다고 했다.
"너 걔 집 알아?"
"박지민? 알긴 알지."
걱정되는 마음에 한 번 가보면 안 되겠냐는 내 말에 김태형은 천천히 고개를 떨궜다.
"김태형."
"나도 걱정은 돼. 근데... 네가 그래버리면 내가 갈 수가 없잖아."
"무슨 소리야."
김태형은 잠깐 눈을 감았다 뜨더니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네가 걜 좋아하는 거 뻔히 아는데 네가 그런 말을 해버리면... 널 좋아하는 나는 어떻겠냐."
잘 모르겠다.
김태형이 날 좋아하는 거랑. 내가 박지민을 좋아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 건지.
"그래서. 안 갈 거야?"
"갈 거야. 가긴 갈 건데... 난 내 친구가 걱정돼서 가는 거지, 네가 좋아하는 애 걱정돼서 가는 거 아니야. 알았어?"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하는 그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김태형은 곧바로 뒤를 돌아 가버렸다.
오늘따라 감정적인 김태형의 뒷모습을 보다 뒤를 돌자 나를 빤히 보고 있는 김태은이 보였다.
산 넘어 산이구나.
"안녕."
먼저 인사를 건넨 건 김태은이었다.
"어... 안녕."
언제부터 있었는지, 우리 얘길 다 들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입을 연 순간, 김태은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언제부터..."
"다 들었어. 김태형도 참 불쌍하지. 좋아하는 애가 그런 말이나 하고. 안 그래?"
"무슨 뜻이야."
"이런 관계가 또 어딨니. 드라마도 아니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는 김태은이 답답해져 그녀를 지나쳐 계속 앞으로 걸었다.
뒤에서 그녀가 날 부르든 말든 아예 귀까지 막고 계속 걸었다.
둘 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겨울이라 그런지 벌써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다 앞에 보이는 벤치에 그냥 앉아버렸다.
벤치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오늘 일을 계속 떠올렸다.
김태형에게 박지민에게 가달라고 한 게 그렇게도 큰 실수였나.
만약 박지민이 나한테 김태은이 걱정되니까 찾아가 보라고 했다면...
아. 큰 실수였네.
막상 떠올리니 참 비참한 순간이었다.
그제야 김태형의 표정이, 말투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김태은의 말도.
그에게 미안하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라도 해볼까."
입술을 꾹 깨물고 누른 번호에 신호음이 두 번이나 갔을까, 익숙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아. 저... 갔다 왔어?"
이런. 이게 아닌데.
"어. 갔다 왔어."
처음 전화를 받을 때보다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에 괜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어디... 아프대?"
김태형에게 나름 사과라도 해보려고 한 전화였는데 막상 다녀왔다고 하니 궁금해졌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가볍구나, 싶었다.
"그냥 감기래."
"많이 아프대?"
"그런 것 같진 않던데."
"학교는 언제쯤..."
"야."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김태형이 짜증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궁금하면 네가 직접 물어봐. 그 긴 시간을 좋아해놓고 집 주소도 몰라?"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한참이 지나고 김태형의 긴 한숨 소리가 들린 후에야 난 내가 내내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미안."
그의 말을 마지막으로 끊긴 전화에 들고 있던 팔을 힘없이 내렸다.
"그러네."
새삼 깨달았다.
나는 박지민을 그렇게 오래 좋아했는데 아는 거라곤 이름과 전화번호 같은 간단한 것들뿐이었다. 그의 주변에 있다 보면 알 수 있는 것들.
그 안에 세부적인 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지난 시간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 집으로 돌아갈 기운이 없었다.
어느새 눈물이 툭툭 떨어졌다. 박지민을 좋아한 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아서.
속상해졌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게 다 부질없는 일이었던 것만 같아서.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집에 돌아와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때, 이미 해는 뜬지 오래였고 창밖은 어제와 똑같았다.
"여보세요."
울리는 전화에 온통 갈라지고 엉망인 목소리로 답하자 무서울 정도로 익숙하고 낯익은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성이름."
박지민이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박지민이었다.
"지금 열 시가 넘었는데."
"어?"
그의 말에 시간을 확인하자 벌써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아... 그러네."
"학교 안 와?"
어제까지만 해도 아프다던 박지민이었는데 오늘은 학교에 온듯싶었다. 목소리가 괜찮아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날 걱정하는 건가, 싶어 이제 갈 거라는 대답을 하자 박지민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긴 정적을 깨고 들려온 그의 말에 내가 답이 없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자리에 아무것도 없던데."
"아..."
"겨우 삼일 안 왔다고 이러는 거야?"
그는 내가 걱정된 게 아니었다.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그의 자리가 걱정되었을 뿐.
"미안..."
이게 미안할 일인가, 하면서도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뱉고 있었고 좀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한 나를 자책했다.
급히 준비해 뛰어간 학교는 점심시간 탓인지 잠잠했고 난 그제야 아직 한 끼도 안 먹었다는 걸 떠올렸다.
"성이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자 김태형이 서있었고
"박지민... 왔던데. 봤어?"
"아침에 전화 왔었어."
내 말에 김태형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되물었다.
"전화가 왔다고?"
"응."
"뭐라고... 했는데?"
김태형이 내게 천천히 걸어왔고 나는 그 내용을 그대로 말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냥 별거 아니었어."
결국 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뭐 좋은 일이라고.
김태형은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내게 물었다. 왜 전화를 했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진짜 별거 아니었어. 그냥 학교 안 오냐, 뭐 이런 거였어."
의도는 조금 달랐지만.
"내 얘기는... 안 했지?"
김태형의 말에 이번에는 내가 되물었다.
뜬금없이 뭔 소리야. 왜 박지민이 김태형 얘기를 나한테 하겠어.
"네 얘기? 안 했는데?"
김태형은 그제야 긴장한 듯 굳어있던 얼굴을 풀며 웃어 보였다.
"그래? 아직 점심 안 먹었지? 밥 먹으러 가자."
다정하게 내 어깨를 감싸는 그의 얼굴은 그저 밝다기엔 뭔가 어색했고 어깨 위로 느껴지는 그의 손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지 물어보려다 다음에 하기로 했다.
그것보다 더 말하고 싶은 게 있었으니까.
"어제... 말인데."
"아, 어제는 미안해. 내가 좀 심한 말을 했지?"
김태형은 사과하려는 내게 오히려 미안해하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어제 그럴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어. 그냥 너는 박지민 친구니까 부탁한 거였는데, 혹시 기분이 상했던 거라면..."
"아냐. 괜찮아. 진짜로."
김태형은 고개까지 흔들며 내게 대답했고 나는 다행이라는 마음과 함께 어딘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국에 뷔온대 사담 |
뭐야. 뭐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여러분! 오랜만이에여. 오래 기다리셨져... 죄송해여... 그래도 이제 어디 안 갈게여...!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참. 마음에 드는 짤이 없어 글 맨 위에 올라갈 짤을 찾는데 실패했습니다... 또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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