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김남준
21
그녀가 깨어나자 극심한 두통이 잇따랐다.
무슨 이유인지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 것 같고, 심지어는 몸을 구속하는 것이 없음에도
팔다리를 움직이는 게 버거웠다.
으, 으.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이자 침대에 굴러떨어져 큰 소리를 냈다.
눈두덩이가 무겁고, 파르르 여린 피부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 여기가 어디야...
흐릿한 시야로 방 안을 탐색하니, 역시나 제 방은 아니었다.
남준과 만나기로 했었고, 붙잡혔다.
일어났어요?
22
그의 말에 따르면 잠깐 그녀는 강력 근육이완제로 인해 몸을 가누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멋쩍은 웃음으로 미안하다고 말할 때에 그의 모습은,
자칫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아닌 제가 알던 원래의 남준인 것 같았다.
근육이완제의 효과가 슬슬 떨어지는 것 같자,
남준은 족쇄 두 개를 들고 왔다.
그녀가 저항하자 먼저 양 손목을 잡아채 족쇄로 막았다.
그 다음, 오른쪽 발목에 손목과 달리 무거운 족쇄를 채워 방 한 켠에 줄을 묶어놨다.
이거 장난이죠. 남준씨, 지금이라도 장난이라고 말해줘요.
장난이 아니에요, 이름씨.
옥구슬 같은 눈물이 도르륵 떨어지자 남준은 안타깝다는 듯 표정을 짓곤 다정하게 닦아주었다.
울지말아요.
보내줘요...
미안해요. 그건 안되겠어요.
저한테 뭘 원하시는 거에요.
원하는 거 없어요. 이름씨가 제 곁에 있으면 돼요.
그건 불가능해요. 남준씨, 저와 남준씨는 연인 사이도 아니고, 더구나 부부 관계도 아니에요.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앞으로 하면 돼요. 우리에게 남는 건 시간이니까요.
23
먹어요, 벌써 이틀 째 안 먹고 있잖아요.
싫어요.
억지로 먹여야 해요?
... 뱉을 거에요. 먹는 족족 다 뱉고 토할 거에요.
그런 말을 하는 그녀의 눈시울이 붉다.
남준을 무섭게 노려보지만, 붉어진 눈시울에서 점점 눈물이 차오른다.
그렇게 바라보면 제 마음이 아파요.
그럼 풀어줘요.
그건 안된다고 했잖아요.
...
먹고 싶을 때 얘기해요.
24
그는 그녀와 함께 생활을 하고나서부터,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잠깐 근처를 산책하는 듯 했지만, 1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책을 볼 때도, 그녀가 있는 방 안에서 의자에 앉아 보기 일쑤였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싫어했다.
감시당하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서.
계속 안 먹을까봐 걱정했는데, 어제 수프 먹어서 다행이에요.
...
채소 잘 안 먹는다고 했죠?
위가 놀랠 수 있으니까 오늘은 소고기 수프 먹어요.
내일부터는 제대로 된 밥 줄게요.
...
사실 그녀는 스트레스성 위염과 장염을 달고 살았다.
굳이 뭘 먹지 않아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가 뒤틀렸다.
남준 혼자 주절주절 떠들 때, 정신이 혼미했다.
4일동안 제대로 먹지 않았고, 한 끼 먹은 게 수프였다.
퍼석퍼석 말라 볼품 없어진 입술만 애꿎게 깨문다.
입 안 쪽에서부터 위액이 올라오는 기분에 억지로 참았다.
25
그녀가 탈출의 의지를 꺾게 만든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
그동안 집 안을 둘러보니, 나갈 수 있는 문은 딱 하나였다.
그런데 그 문을 열고 닦을 때, 잠금장치가 무려 8개나 달려 있었다.
심지어 비밀번호는 전부 다르고, 푸는 방식도 다르다.
그런데 맨 마지막 잠금장치가, 김남준의 지문 인식이다.
몇 숟갈 떠먹으며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는데, 잠이 솔솔 왔다.
그녀는 잠을 자다가 중간에 깼는데, 새벽이 되었음을 알았다.
물이 마시고 싶어 탁자에 있는 물병을 열려고 애를 썼다.
양 손목이 묶여있는 탓에 뚜껑 여는 것도 힘이 들었다.
뚜껑이 팍 열리는 순간 자신의 흰 와이셔츠에 쏟아버렸고, 축축한 옷을 입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 꾸벅꾸벅 졸았다.
당신이 이름이군요.
...?
이런, 옷이 젖었네요. 갈아입어야 할텐데.
손만 잠깐 풀어주세요. 어차피 도망 못 가는 거 알잖아요.
미안하지만, 저는 남준과 달리 친절하지 않아서요.
그녀는 제 눈 앞에 서 있는 남준이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본인이 김남준이면서 남준이 아니란다.
눈을 꿈벅꿈벅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는 옷장에서 원피스를 꺼내왔다.
며칠째 그 옷 입고 있죠? 이제 갈아입어야겠네요.
그의 손이 뱀처럼 빠르게 그녀의 목덜미를 더듬었다.
소름끼치는 기분을 느끼기도 전에, 젖은 흰 와이셔츠를 확 찢어버렸다.
속옷만 입은 제 치부가 들어나자,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그의 남은 손이 입을 막아버렸다.
저는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 않아요.
갈아입혀주려는 것 뿐이니까, 쉬이.
...!
아, 제가 아직 안 알려줬죠.
저는 RM이라고 해요.
*어우 네... 요즘 다이어트하고 있어서 그런지 화가 나요. 그래서 글에서도 박력이 뿜뿜...(상관관계 엄따.
좋은 밤 되세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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