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아!" 우리 병동에 소독솜이 다 떨어져서 소독솜 가지고 계단 다다다 뛰어내려가다가 진짜 철푸덕 엎어졌어. 소독솜 다 떨어지고 넘어져서 아픈것보다 쪽팔린 것 보다 저거 다시 받아와야하는구나..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들었어. 무릎 까져서 피가 줄줄 흐르길래 널부러진 소독솜 하나 주워서 피 닦아내고 발목 아파서 붙잡고 있는데 나랑 같은 대학 나온 동기가 지나가는거야. "ㅇㅇㅇ, 왜 이러고 있어? 넘어졌어?" "어..너 정형외과 배치받았냐?" "응, 원래 소아과였는데 며칠전에 재배치됐지. 그나저나 너 일어날 수는 있어?" "아니, 발목 근육 놀란 것 같은데. 아 아퍼." "그러게 조심하지..뼈는 괜찮은 것 같아? 진료 잡아줄까?" 그 정돈 아닌 것 같아, 하면서 딱 일어났는데 무릎이 뒤틀렸는지 너무 아픈거야. 그래서 완전 울상 지으니까 동기가 부축해주면서 자기 병동으로 데리고 갔어. "예약 환자 늦으면 바로 넣어줄테니까 너네 병동에 콜해놔. 넌 학교다닐때도 잘 넘어지더니, 으이구." "대신 콜 해주라. 나 또 혼난단 말야." "맞다, 너 상습범이지? 저번에도 손 찢기고?" 고개 세차게 흔들었더니 동기가 전화기 들고 외과 콜해줬어. 안받는지 끊었다가 다시 걸었는데 늦게서야 받는거야. 원래 내가 받아야하는데 접질러서 이모양으로 정형외과에 앉아있으니.. "네, 정형외관데요. 아, 네? 인턴쌤? " "야, 인턴? 누구? 변백현? 야 끊어, 끊어 끊어..!" "조용히 해봐." "안돼 안돼, 야 말하지마. 야, 야!" 내가 옆에서 미친듯이 매달렸지만 이미 전화는 끊겼고.. "뭐 어때, 너 고등학교 동창아냐? 대학때도 친했잖아." "아 걔 잔소리따발총이야." "그런 것 같더라, 엠티때도..." "말도 꺼내지마라, 그 때 생각하면.." "아, 맞다 맞다. 너 경수알지? 걔도 여기 인턴인데, 새로 들어왔더라?" "도경수? 왜 이제 들어와? 휴학했나?" "일년 휴학했었지. 걔가 본과가 소아관데, 요 옆 병동에 있을걸?" "..혹시 저 곰돌이 모양..?" 소아과랑 정형외과가 같은 층에 있는데, 도경수가 소아과로 왔나봐. 이제 갓 인턴 들어왔으니 쌩고생하겠구나 하는데 저기 도경수의 형상이 보이는거야.. 쟤랑은 엠티가서 친해졌거든. 도경수보고 팔 훅훅 휘저으니까 곰돌이 뱃찌 잔뜩 단 가운 입고 곰돌이모양 손수건 목에 매고 가운 주머니에 곰돌이 볼펜 서너개 꼽고는 이쪽으로 오는거야. "야, 쌩인턴? 넌 무슨 곰돌이 장사하냐?" "이거 우리 꼭 해야해..너 외과에 있다면서, 얼굴 한번 볼랬는데 보다시피 눈치보느라 바쁘다." "야, 넌 응급실 보충인력으로 안가나보다? 백현이는 요때 딱 응급실 뛰어다니고있었는데." "안그래도 내일부터 보충인력이야. 근데 너 다리 다친거야?" 아직 초짜인거 티내듯이 여기저기 곰돌이 잔뜩 단게 귀여워서 실실 웃었더니 다리 다쳤냐면서 의자 끌어다 앉는거야. 지금 점심시간 직전이라 바쁠거라면서 자기가 봐준다고 무릎 살살 건드리는데 아파서 내가 난리쳤어. "여기 이렇게 하면 아파? 금갔나? " "어, 어 짱아파. 금간건 아닌 것 같은데. "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요, 응? 이거 찍어봐야 알 것 같은데." "일등으로 예약해줘어, 우리 병동 바빠." "외과는 안 바쁜게 이상하지. 얘 우선예약으로 엑스선 찍어줘봐, 어차피 진료가도 사진 찍어보자고 할 것 같으니까." 도경수가 따다다 말하니까 동기가 고개 까닥거리면서 예약 잡는 것 같았어. 내가 아프다고 징징대니까 경수가 얼음팩 가져다가 다리 문질러주고 있는데 변백현이 복도 끝에서부터 뛰어오더니 숨을 몰아쉬면서 얼음팩 빼앗아버리는거야. "언제 왔어? 안바빠?" "바빠, 바쁘지! 그래도 여자친구 다쳤다는데 와봐야지, 그치? 여자친군데. " "아아, 백현아 너 경수알지? 니가 엠티때 쳐들어와서 두들겨 팼던 도경수." "알지, 까먹을리가 있나." "까먹으면 진짜 상도덕도 없는 놈이야, 넌. 백현아.." 변백현이 도경수 죽일듯이 째려보면서 여자친구!하고 말에 힘주길래 귀여워서 입술 톡톡 쳤더니 금새 기분 좋다고 눈꼬리 확 휘면서 웃더라고. 그러다가 예약했던게 콜 왔는지 경수가 엑스선찍으러 가자는거야. 변백현이 당연하다는 듯이 등을 내미는데, 솔직히 병원에서 그것도 간호복입고 어떻게 가운입은 애 등에 업혀서 가.. 내가 쪽팔린다고 싫다했더니 그럼 베드를 갖고 오겠다는거야. 지금 다리 하나가지고 침대에 누워서 끌려가자는거야? "나 그냥 잡아줘, 그럼 걸을 수 있어." 내 말에 변백현의 시선이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끝내 내 팔 한쪽을 도경수한테 내주고 오른쪽에서 부축해줬어. 양쪽에 의사가운 입은 애 둘을 달고 가는 기분이란..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았어. 우여곡절 끝에 엑스선 찍으러 왔는데, 도경수가 정형외과 담당이니까 변백현은 바깥에 세워두고 도경수랑 나랑 들어왔지. "무릎까지 바지 안올라가?" "응, 요즘 다리에 살쪘거든." "바지 벗어야 될 것 같은데, 가운 가져다 줄게." 도경수가 바지 잡고 올리는데 내가 종아리에 살이붙어서.. 안올라가는거야.. 그래서 결국 바지벗고 가운입고 찍으려고 도경수가 나갔는데 변백현이 밖에서 난리가난거야. "이게 무슨 미친소리야? 지금 쟤보고 니 앞에서 치마를 입으라고?" "...치마가 아니라, 가운. " "그게 그거지. 똑같이 맨다리 내놓는데?" "너 나보다 병원생활 1년 더 했다고 하지않았어? 넌 1년동안 여자다리 한번도 본 적 없냐? 옷도 여러번 찢었을텐데." "환자랑 쟤랑 같냐, 내가 해. 아무래도 너는 불안해서 안돼." "변백현 보수적인건 몇년 전이랑 똑같네, 개소리하지말고 거기 딱 서서 기다려." 도경수가 변백현한테 톡톡 쏴대다가 문 탁 닫았는데 변백현이 다시 문열고 들어와서는 보기만 하겠다고 바로 꼬리내렸어. 탈의실에서 가운 갈아입고 나왔을 때 부터 변백현 눈썹 꿈틀꿈틀 거리고, 나는 눈치보고. 도경수는 심기 불편하고. 변백현이 대학때도 절대 치마는 안된다는 가치관을 지니고있어서 나랑 엄청 싸웠었거든. 변백현이랑 나랑 다른 대학을 다녔었으니까 난 변백현 눈피해서 치마입고 돌아다니고 그러다 집앞에서 만나면 신나게 잔소리듣고 그랬었어. 그걸 도경수는 바로옆에서 지켜봤으니 저리 비꼬는거지. "스치기만 해봐, 확 죽여버린다." "병원이니까 목숨은 건지겠네." "아 도경수 깝죽대는거 아직도 못고쳤냐?" 자꾸 변백현이 도경수한테 시비터니까 짜증나서 내가 변백현보고 나가라고 했더니 또 입을 꼭 다물고있어. 귀여워서 한번 봐주고 엑스레이 다 찍고 얼른 옷 갈아입었지. "엑스선으로 보면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진료는 받아볼래? 잡혀있으니까." 그래서 이따가 예약환자 빠지면 콜 때려준다하고 변백현이랑 다시 병동으로 내려갔어. 발이 부어서 내가 아파하니까 변백현이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서 발을 조물조물 해주는거야. "잘 좀 보고 다녀라, 언제까지 넘어지려고?" "요즘엔 잘 안그러거든?" "안그러긴? 방금 넘어져서는 도경수한테 다리 턱 맡기고 있고." 으으,잔소리 듣기싫어서 내가 귀막구 어버버 거리니까 변백현이 발 만져주다가 올려다보는거야. 근데 얘 특유의 그 눈꼬리쳐진거 있지. 그거 내가 완전 껌뻑 죽거든? 근데 그 표정이 딱 나왔는데 완전 강아지같아서 내가 변백현 볼 잡구 아이 우리 강아지 하면서 쭈쭈거렸어. "우리 강아지, 왜 그래쩌? 아이 귀여워." "귀여워?" "응. 여자애들한테 이래서 인기많았지, 우리 개새끼." 내가 턱 잡고 강아지 만지듯이 손가락으로 슥슥거리니까 변백현이 헤헤 웃는거야. 그래서 나도 좋다고 웃었는데 변백현이 급정색하더니 손목 탁 잡고 목소리를 쫙 깔고 얘기해. "귀여우면 안되는데, 어쩌지?" 저러고 내가 당황타니까 쪼그려앉아있다가 일어서더니 허리 탁 잡고 코 닿을 정도로 얼굴을 붙이는거야. 내가 얼굴 뒤로 빼면서 뒷걸음질 쳤는데 발 다친건 생각을 못했어. 아무생각없이 뒷걸음질 치다가 아파서 악 소리내니까 변백현이 순식간에 입술 부닥치면서 허리를 팔로 받쳐주는거야. 솔직히 나 다리에 힘 풀려서 변백현 멱살붙잡았는데 변백현이 픽 웃더니 허리 탄탄하게 받치면서 입놀림을 시작하는데..헉헉 여자 여럿 만나고 다녔나? 정신 훅 빼놓음. "백현아, 나 숨.." "힘들어?" 내가 숨차서 헉헉거리니까 변백현이 입술 살짝 떼고 힘드냐고 웃는데 그게 또 숨멎을 정도로 설레는거야...유리심장..내가 얼굴 달아올라서 고개 끄덕이니까 바로 다시 변백현이 내 입술 머금ㅎ..부끄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