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결막염
아무리 그래도 7교시 때 까지는 가라 앉을 거라고 생각했던게
가라앉기는 커녕 더 붉어지는 느낌에 조퇴증을 끊고,
3반에 찾아가보니 아직 종례가 끝나지 않았다.
신발장 위에 앉아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리며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몇명의 이름을 호명하시고 그 아이들 이외에 야자를 째는 학생들은
부모님께 연락을 드린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아이들이 반에서 빠져나왔다.
이유도 없이 야자 제외로 이름이 불린 민윤기는
'왜지?'라는 의문을 가득 품은 표정으로 반을 빠져나오고 있다.
"야. 가자"
"..?뭐야 나 오늘 야자 왜 빠져?"
"나 눈봐 완전 빨개 병원가야돼"
"? 뭐야 왜이래 너 알레르기 없잖아."
"아까 자고 일어났을 때 부터 이랬어"
"아까 자고 일어났을 때 왜 눈비비나 했다."
내 눈 밑에 손가락을 올려 쭉 내린채 내 눈알을 관찰하는 민윤기에
간지러움과 짜증남을 한껏 표현하고 어서 병원이나 가자고 했것만,
"뭔 가방을 벌써 싸들고 나왔냐?"
"오늘 야자안합니다"
"오늘 가족행사있어? 민윤기도 야자 째잖아."
"그냥 째는거지 뭐. 한번쯤은 그래봐야지 않겠니? 전교 1등은 이래본적 없지?"
"양아치냐? 이유없이 야자 째는 것들 극혐임. 특히 놀면서 공부잘하는 애들"
"얘 눈병걸렸잖아. 머리만 좋은 등신새끼야"
머리만 좋은 등신...ㅋㅋ 김남준에게 눈병걸린 것을 힘껏 자랑하고
알겠으니 꺼지라며 밀쳐진 뒤 신발을 다 신은 민윤기와 함께 교문밖으로간다.
"근데 왜 뜬금없이 눈병이야"
"너 나 잘 때 뭐 했냐, 최소 눈에 침 뱉으셨을 분인데 넌"
"니가 더러워서 걸린거지 무슨"
"뭐래 나 깨끗하거든?"
"앞이나 똑바로 보고 가 이제 무릎도 깨진다."
걱정하는 척을 하곤 내머리를 때리고 쪼갠다. 아 혹시 미친건가?
내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아버지가 계시다는 걸 잊은 건가 이 멍청한 것이
"아.. 아버지 한테이를거야"
"아 아 미안하다고"
"아버지가 니가 나 괴롭히면 말하라고 하셨어. 똑같이 괴롭혀주신다고"
"아빠가 나 괴롭히는게 장비 뺏어가는 것밖에 더있냐? 아 이르지마"
"그럼 뭐해줄래"
"진짜 진짜 안때릴게 앞으로"
"한번만 더 때리기만 해봐라 진짜."
*
"눈 비비지 말고"
"간지러운데 어떡해"
"비비는거 빼고 다해"
"아몰라 눈 비빌래 그냥"
"아 진짜"
결국 눈가로 손을 가져가는 내 행동을 제지하고
가방에서 차가운 물이 든 제 물병을 꺼내 내 눈위로 올려 놓는 민윤기.
나름 간지러움도 잦아드는 것 같기도 하고,
뜨거운 눈의 열이 내려가는 느낌에 가만히 그상태로 진료를 기다린다.
"니 손이 얼마나 더러운데 그걸 바로 눈에 갖다 대냐"
"가려운데 그럼 가만히 있냐"
"눈간지러우면 적어도 비빌생각만 하지말라는 거지"
"네네"
오빠인척은 지가 다해먹어요. 나보다 늦게 태어났으면서
"학생 렌즈 껴요?"
"아니요. 얘 렌즈 무서워서 못껴요."
"결막염인데, 안약 잘 넣고 눈비비지 말고"
"저 알레르기 때문에 이러는거 아니죠?"
"너 알레르기 하나도 없어."
".....나도 아는데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거잖아."
"얘 지 드러운 손으로 눈비벼서 이렇게 된거죠?"
"렌즈안끼면 대부분 그렇지 학생 눈 절대 비비면 안돼"
"들었지? 손이나 제대로 씻고다니라고"
"아몰라 말하지마."
"오빠가 동생 걱정 많이 하나보네. 보기 좋네"
"동생이 걱정을 해줘도 저렇게 거부하네요"
"오빠한테 잘해줘요. 병원까지 같이와주는 오빠가 요즘 어디있어."
진료실에서 나와 진단서를 끊으려 기다리는데 옆에서 나불나불
"봐봐 니손이 더러워서 이렇게 된거야"
"아이응"
"눈비비지마"
"오빠인척 하지 마세요"
"왜 아까 의사선생님이 오빠말 잘 들으라고 하셨잖아. 말씀 잘 들어야지"
"나보다 늦게 태어난게?"
"몇초 차이도 안나는데 뭐, 그리고 두분다 누가 먼저 태어났는지 가늠안된다고 하셨어."
"아 짜증나 진짜."
"가서 손이나 씻고와 진단서 받아놓을 테니까"
*
"오늘 독서실 갈꺼냐"
"눈아파 못갈거 같아...엄마한테 니가 말해줘 내가 어머니한테 말할게"
"그래. 그럼 나도 안가야지"
"지는 아픈데도 없는게"
"니 병원같이 가줘서 피곤해 너네집갈래"
"안돼 오늘은 어머니 밥먹을거야. 너네집 가자"
솔직히 눈병 걸렸는데 독서실 가서 공부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싶다.
그러니 오늘은 집가서 편히 지내는 편이 좋을 것 같지
그럼 나도 쉬고 너도 쉬고 일석 이조 아닌가
*
"어무니~~~"
"다녀왔습니다"
"너네 아직 야자 끝날 시간도 아닌데 어떻게 왔어??"
"김탄소 눈병걸려서 쨌어 쟤 눈봐봐 엄청빨개"
"어무니...눈병걸렸어요"
"애기때도 눈병자주걸리더니 뭘먹여야 좀 나아지려나, 방가서 놀고있어 곧 저녁차려줄게"
"넹넹"
"탄소야 오빠는?"
"오빠는 집에서 먹을걸요??? 훈련끝나고 오는거라서 밥먹고 바로 잔다고 했어요!!"
"그래 놀고있어"
"넹"
방에 들어가니 홀애비 냄새가 아주 방안을 폭격 한듯 하다.
"방은 깨끗한데 왜 때문에 홀애비냄새가 나냐"
"사춘기 소년의 자연스러운 현상"
"내가 사다준거 어쨌어"
"서랍에 있을걸? 뿌리지마, 아껴쓰는 중이야."
"말은..백트럭은 사다줄 테니까 좀 많이 써야 할 필요가 것같다."
서랍에서 방향제를 찾아 꺼내 뿌리니 이제야 냄새가 가신다.
아껴 쓰기는 무슨 뿌리라고 사준걸
서랍에 쳐박아 놓으니 내가 선물을 사줄 마음이 과연 생길까 이자식아.
"좀 뿌려 냄새 쩔어"
방향제를 여러방향으로 뿌리며 말을 해도 내말은 귓등으로도 안듣고 침대에 누워버린다.
"야 옆으로가 나도 좀"
"옆에 눕던가"
"내꺼 베개랑 이불 어딨어?"
"아. 진짜 귀찮게 하네"
언제 또 옷장에 넣어놨는지 옷장냄새가 베어있다.
"옷장 냄새 좋다"
"이 세상에서 지 이불에 옷장냄새 나는거 좋아하는 거 너 밖에 없을거다"
"응 시끄러워"
책장에서 우리가 처음 같이 용돈을 모아 산 책을 들어올려 침대로 향해 누워버린다.
"베개 이제 빨 때 되지 않았냐"
"언제 빨았는데?"
"한 달 전에 내가 빨긴 빨았는데, 한 번 더 빨아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은 거 같은데 아무것도 안뭍었잖아"
"그냥 내꺼 빨 때 같이 빨아야 겠다"
그니까, 이렇게 깔끔한데 방에서 홀애비 냄새가 나느냐 이말이지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