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베개, 이불 ; 시작
손에 들려있는 무드등에 만족감을 내비치며 다른 손에 들려있는 플레인요거트의 빨대를 입가에게 가져가 길게 빨아낸다.
오랜만에 먹는 요거트에 산뜻히지는 기분인지라 가벼윤 발걸음으로 걸음을 걷다 '어쩌다가'라는 말이 어울릴까 '결국에'라는 말이 어룰릴까
나는 발을 헛딪여 넘어질뻔 했만 요상한 모습으로 간신히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걸 모두 지켜본 이가 있었고 그걸 하나도 빠짐없이 제 두 눈으로 지켜본 그 사람은
"쇼하냐"
"넘어질 뻔 했잖아"
아주 성질머리 긁는 소리만 해댄다.
"내일 부터 독서실에서 공부해야지"
"아 공부하기 싫어"
"1등급은 유지해야 가고 싶은 대학은 다 써보지"
"아직 꿈이 없으니까"
"미래를 위해서, 성적이 걸림돌은 안되게"
"그래도 문학 책 읽으면서 하는 거라 조금 다르겠다"
"그래서 영문원작으로 산 거야"
문학으로 접근하면 쉽게 휘둘려진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니까,
결국엔 자기도 휘둘리는 걸 잘 알기때문에 그런건가
"새로운 환경에서 잘 살아남아"
"......가능하긴 하겠지"
"...가능하길 바래야지"
"내일봐"
"아침 어디서 먹을거야"
"너네집에서 먹을까?"
"그래 소시지 해달라고 할게"
크게 쉼호흡을 한 채 무드등을 민윤기에게 건네고 들어간 우리집에는
"오늘 윤기엄마랑 골라온건데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뭐 마음에 들고 할게 있나"
"들어가봐"
이불을 바꿔줬다는 사실에 한껏 들뜬 엄마가 보였고 친히 방까지 데려다주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해주셨다
"어때 예쁘지?"
어색하게도 얇디 얇고, 촌스러운 문양에 그쳤던 내 낡은 이불과 달리
두툼하고, 고급진 모양새의 새 이불은 내침대에 아주 잘 안착해 있었다.
"뭐 고급지게 생겼네"
"우리가 오늘 저거 보고 딱 너네릉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다른 것 더도 덜도 안보고 골랐다까"
"저 이불이 우리랑 어울려???"
"원래 윤기 엄마랑 이불같은 거 새로 해주면 저런걸로 해주기로 했었거든"
무슨 이불을 바꾸는데 로망까지 가지고 계시는 건지
가령 우리가 정말 너무했던 건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충분했던 이유라고 다시 생각했다.
"엄마 근데 내 이불은?"
"..응..?? 그게"
"내 이불 어딨어"
"....."
혹시나하고 이불을 들쳐본 내침대에는 원래 나의 이불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설마 민윤기 것까지 없어졌을까 하곤 서랍장을 열어보았더니
역시나 민윤기 것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 살짝 벙찐 채 허공을 조금 오래도록 응시하다가
엄마를 쳐다보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 괜히 두려워지기만 할 뿐
"이불 어딨어"
"...새로운 거 적응 하라고..."
"나 지금 이불 바꾼것고 충분이 불안한데.."
".....그러니까 새 이불....."
"아무 것도 없이 나혼자 덩그라니 적응하라고?"
"....딸...엄마는"
"엄마..."
"......."
"우리 이불 바꾸는 거 원래 것들 다 내버려 둔채 새로 사기로 한 거잖아"
"....딸"
"....몰라 나지금 되게 어이없고 황당해"
"...."
"설마 민윤기도 이상태야 지금? 두분 같이 그러신거야?"
"......"
"왜 거짓말 했어 둘다. 나가요 그냥"
분명 원래 이불을 남겨놓은 채 새 이불을 사기로 한 조건이었던 것 같은 데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따르릉_
"......"
'..야'
"나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실은 아까도 네가 미웠는 지굼 아까보다 훨씬 네가 미워"
'.....나도 지금 장난 아니게 당황스러운데'
"니가 말만 그렇게 안했어도 충분히 그냥 그대로..."
'...나도 이렇게 할 줄 몰랐어. 그냥 우리 이불 이번 기회에 리폼 맞기셨대 솜도 넣고 누빔도 다시하고 버린거 아니라고 하셨어'
"그래도 적어도 일주일 정돈 저 이불 덮고 살아야하는 거잖아"
'.....하..미안 진짜 이러실줄은 몰랐ㅇ..'
"너 진짜 생각 없어"
원망스러워서 말도 다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착잡하고, 낯설고, 당황스럽고, 원망스럽다. 이정도가 지금 내상태를 표현하기는 딱 좋은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말고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다.
뻐꾹(12시 입니다)_
정각을 알리는 시계소리에 혼란에 빠졌던 내가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된 것같다.
그리고 결국엔 내일 학교에 가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저 이불을 덮고 잠을 자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깨달았던 것 같다.
침대에 누워 새이불을 덮고 엎치락 뒤치락 새 이불이 불편한 탓에 눕기만 하면 10분안에 잠드는 내가
침대에 누운지 적어도 1시간이 넘어가는 지금 이시간 까지 잠에 들지 못하는 걸 보니
트라우마라는 건 사람인샹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좆같은 방향으로
거기다 엄마랑 어머니 두분 그리고 민윤기 마지막으로 그 인간이 지금 소름끼치게 싫다는 거.
"하아..."
그래도 어언 1시간 정도 잠과의 전쟁을 치룬 결과 서서히 피곤과 함께 내몸이 잠에 짖눌려간다.
이 상태면 일어나더라도 개운하지 못할 것 같지만 잠을 아예자지 않는 것보다얀 백배는 나을테니까
난 간신히 잠에 들었다.
*
"아니 왜 한번 말할 때 못알아 듣니?"
"........"
"......."
"너네 말 못해? 병신이야?"
"......."
"......"
"야 너는 저기 니가 흘린거 닦고, 넌 뭘 또 울고 있어"
"흐으.....아니에요...안 울었어요"
"울지마. 울어? 계속 울지 어?"
"안...흐으...아니야..안울어요"
"얘가 또 사람 짜증나게 만드네"
"흐으...엄마..."
"하... 아 짜증나, 야 너 저 방에 들어가있어"
"네...? 싫어요.. 깜깜한데 안그럴께요 안울게요"
"잘못 했어요.. 선생님 제가 더 잘 할테니까 탄소 어두운데 보내지 마세오"
"이 것들이"
-
"똑바로 밥 못먹니?"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쨍그랑_
".......왜...왜.."
"어후 떨어뜨려버렸네 그러게 왜 둘이 장난치니 주워먹던지 안먹던지 알아서해"
"....우리가 떨어뜨린거 아닌데요".
"이거...선생님이.."
"밤톨만한 것들이 니들이 뭘알아 어?"
*
아닌데, 난 모르는 것들인데 왜 또 떠오르는 거지
다잊은건데 옛날에 분명히 다 잊은 건데 왜 또 다시
"하아....."
결국 악몽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깨어나버렸다.
더군다나 악몽의 여파가 큰지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 듯 떨리고
호흡도 제멋대로여서 숨쉬기 조차 여간 버거운기 아니다.
게다가
"우욱.....욱..."
밀려오는 구토감이 빌어먹을 트라우마가 얼마나 좆같은 것인지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았다.
"우엑....우욱.......우으......흐으...윤기....윤기야.."
트라우마를 함께한 아이, 민윤기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 더러운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깨어나고 싶어
찬물로 세수도 해보고 결국엔 샤워기를 틀어 온몸에 찬물을 맞아도
한기 때문인가 떨려오던 몸은 더 떨려온다.
"흐으......우욱.....으으......흑.."
지금 밀려오는 구토감은 훨씬 더 내상황을 추락시키기에 좋았다.
그리고 겨우 깊은 곳에 몰아두었던 트라우마를 눈앞이 펼처 내기에도 충분했던 것 같다
"....뭐야...야 김탄소 야"
"흐으....윤기..윤기"
"야 뭐한거야 너, 미치겠네 기다려"
화장실 문이 열리고 잠을 잔뜩 묻혀 들어온 오빠는 내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는지
처음엔 우왕좌왕하다가 결국엔 타올로 날 감싸 안고 화장실 밖으로 빠져 나가려 한다.
하지만
"아니야..나가지마......으으......우욱.....우웩..."
그때와 같이 내 한정 범위는 화장실에 그쳐졌다. 빌어먹을 트라우마
"오빠...오빠..."
"어어...나 여기있어 울지마...이럴때는 먼저.. 아.. 아... 호흡상태부터 확인하고... 외상이 있는지 확인...하아...씨발"
"오빠..윤기 빨리"
"어? 민윤기? 아...그리고...다른행동을 못하게..."
"제발..불러줘 민윤기 좀 불러달라고..."
"......."
"오빠 제발"
제발 윤기좀 불러주라.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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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정지 됐었는데...
울 애들 첫 무대하고 큰방갔더니 첫 무대가 별로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더라고요
앞으로 큰방 안갈거에요
나도 윤기 울고 애들 울때 다 같이 독방에서 같이 축하해주고 막 그러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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