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는 날. 너를, 다시 만나러 갈게.
기다려줘.
밑줄을 쫙쫙 긋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있어서 역사시간은 너무나도 지루하기만 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정호석, 정호석. 정호석. 그 이름이 나오길 기다렸다. 조선총독부 앞에서 조금 더 독립을 앞당기고자 하였던 너를 기억하며 그 이름을 나는 역사책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115 페이지. 너의 이름이 나왔다. 그러자 담당 선생님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18살의 어린 나이인 독립운동가 정호석은 독립을 앞당기고자 거사를 조금 더 빨리 치뤘지만, 정호석은 안타깝게도 사망하였다. 하지만 정호석의 죽음으로 인하여 독립이 조금 더 빠르게 진행 된 것으로 보고있다. 선생님의 그 말에 나는 하염없이 정호석 이라는 이름에 밑줄을 그으며, 뚝뚝 울고 있었다. 보고싶어, 보고싶어. 너가 너무 보고싶어. 결국 나는 울음을 참지 못 하고 소리내서 엉엉 울어버렸다. 주변의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그저 달래주기만 하였다. 아픈 것 같아요 선생님, 쟤 왜 울어? 여러가지 반응들. 하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 하였다. 정호석이 너무 보고싶어, 나에게 따스하게 손을 내밀어준 정호석이. 비가 오던 날 총을 맞아서 죽어가는 정호석의 앞에서 울기만 하는 나를 쓰다듬어주며 괜찮다고 말한 정호석이 보고싶어.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였다.
안 믿어줄거잖아.
결국 너무 울어서 조퇴를 하기로 했다. 밖에는 장대비가 내렸고, 그 날처럼 날도 어두웠다. 그리고, 가만히 나는 조선총독부가 있었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고장난 것 마냥 너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몸이 아파오고 눈물이 더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옮겼을까.
눈 앞에 보이던 조선총독부가 있던 자리가 보였다. 이미 해체되고 없는 곳, 조선 총독부. 나는 기억을 더듬어 너가 총을 맞았던 곳으로 향했다. 이 쯤일텐데... 가만히 바닥을 내려다보자 콘크리트 바닥만이 보였다.
그때는 흙이였는데.
정말로 현실감이 들어서, 나는 우산을 버리고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 곳에 오면 그나마 너를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착각이였다. 나는 너무나도 바보같고 어리석어서... 해가 뜨는 그 날. 다시 만나자는 너의 약속을 잊어버리지 못 하고 이 곳에 와버렸다. 너가 말했던 해가 뜨는 날. 그 ' 해 ' 를 뜻하던 ' 광복 ' 은 이루어진지 71년이 지났고, 나는 못 볼걸 알면서도 이 자리에서 너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너는 보이지 않았다. 너의 작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 나는 너를 찾아 헤매고 있다.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너가, 정호석이. 그래서 나는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더 어린아이마냥 울다가, 갑자기 더이상 쏟아지지 않는 장대비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괜찮으세요?"
내가 그리워하던 너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