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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bee-End of all
암호닉: 로로님/이불킥님/세일러문님/민형도령님/길성이님/약간님/딱풀님/꼬미님/댜댜님
아
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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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은 직후, 아가씨는 방 밖을 나오지 않으셨다. 모든 생활은 3층에서 이루어졌고 달빛에 드리운 아가씨를 보며 책을 읽어주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다. 눈에 띄게 어두워진 나의 모습에 동영은 어떻게서든 내 기분을 좋게 해주려 노력하는 듯했다. 그런 동영이 너무나 고마웠지만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온몸이 무거워진 두 어깨는 펼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얻은 외출권도 복희에게 양보를 해준 나는 혼란스러운 맘을 안고 홀로 마당을 쓸고 있었다. 그 때, 저 앞에서 걸어오는 요오카이 부인을 만났다.
“ 외출을 간 줄로 알았는데 말이죠. ”
“ 아- ”
“ 왜 이리 힘이 없어보이나요 코스케, 어디 아프기라도 하나요? ”
“ 아닙니다. 딱히 외출을 할 이유가 없어서요. ”
“ 흔치 않은 기회였을텐데.. 희한하군요. ”
나는 빗자루를 꼭 부여잡고 고개를 숙였다. 부인을 독대할 때마다 내 시선은 늘 바닥을 향했다. 부인의 두 눈을 보면 내 마음속 깊은 생각까지 다 보이는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 코스케는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이 무어라 생각하나요? ”
“ 잘... 모르겠습니다. ”
“ 하하, 강점이 너무 많은 탓인가요? ”
“ 그런 건 아닙니다. 저는 아직-.. ”
“ 제 눈에 비치는 코스케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힘으로 가득 찬 사람이에요. ”
나는 여전히 부인의 시선을 피해 마당의 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라.. 부인의 말을 곱씹어 보며 생각에 잠길 즈음 부인이 말을 이어갔다.
“ 하지만 코스케 혼자서는 그 힘을 발휘할 수가 없어요, 그것이 내가 코스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
“ ...... ”
나는 저절로 고개가 들어지며 부인을 바라보게 되었다. 눈가의 주름이 접히도록 부인이 웃음을 지었다. ‘ 때가 되면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겠죠? ’ 부인은 미소를띤 채로 천천히 나를 지나쳐 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마지막 말을 뒤로했다.
“ 자신의 한계를 너무 높게 사지마세요 코스케. ”
* * *
풀벌레들의 울음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니 벌써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동영과 복희조차 없으니 외로움도 더욱 깊어지는 듯하다. 잠을 자려 억지로 눈을 감아도 아가씨의 잔상이 아른거렸고 가만히 있을 때에나 일을 할 때에나 내 머릿속은 온통 그리움으로 뒤덮여 있었다. 어쩌다 계단 앞까지 와도 몸과 마음은 따로 놀아 그 자리에만 멤돌며 방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다시금 잠을 청하려 누우려던 찰나에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혹여나 좀도둑이라도 들었나 싶어 숨을 죽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가씨를 만났다.
“ 아.. 가씨? ”
“ 복희는 어디갔니? ”
“ 복희와 동영이는 외출권을 받아서 내일 돌아올거에요. ”
“ 그렇구나... 잠깐 들어가도 될까? ”
나는 서둘러 방 문을 열고 아가씨를 맞이했다. 아가씨의 방에 비해 턱없이 작은 내 방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방에 있는 거라곤 이층침대 하나와 탁자 하나가 끝이었기 때문이다. 아가씨는 침대에 앉았고 어색하게 서있는 나를 보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나는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 너...내가 싫은거야? ”
“ 아, 아니요! 그럴리가요! ”
“ 그런데 왜 그렇게 멀리있어. ”
퉁명스러운 아가씨의 말투에 나는 손만 달싹거리다 용기를 내어 아가씨에게 한 뼘 더 가까이 자리를 옮겼다. 내 방을 슥 둘러보던 아가씨는 왜 나 혼자 있냐고 물으셨고 나는 외출권을 복희에게 양보했다고 답했다. 그 말을 들은 아가씨는 나를 바라보았다.
“ 왜? 맨날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아? ”
“ 그건 괜찮아요. 아가씨가 계시잖아요. ”
나의 말을 들은 아가씨는 살짝 당황하신 듯 내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 역시 그런 아가씨를 보고 귀가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모르고 속에 있던 나의 진심이 튀어나온 탓이었다. 애꿎은 머리만 만지며 아가씨의 눈치를 살피는데 아가씨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싶어졌다.
“ 그러면서 내가 여기까지 오게 만드니? ”
“ 네? ”
“ 기다리다 지쳐서 왔잖아. ”
“ ....아가씨.. ”
아가씨는 그대로 뒤를 돌아 방을 나서려 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런 아가씨의 손목을 붙잡아 세웠다. 놀란 아가씨의 표정을 보고 급하게 손을 놨다. 아가씨에게 여쭤볼 것이 있는데.. 나는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 이, 이제 안아프신건가요? ”
“ 으응.. ”
“ 다행이에요 정말. ”
“ 뭐야, 그게 끝이야? ”
“ 아, 아뇨! ”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아가씨의 눈망울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아가씨의 입술에도 생기가 돌아와있었다. 나는 주먹을 쥐고 용기를 내어 물었다.
“ 내일.. 내일... ”
“ 내일 뭐? ”
“ 찾아가도 되나요? ”
“ 응, ”
아가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만 활짝 웃고 말았다. 아가씨는 살포시 미소를 지으시곤 방을 나갔다. 아가씨가 나간 후 나는 가슴 위로 손을 올려보았다. 멈춰있던 심장이 되돌아온 듯했다. 너무나 오랜만이었던 기분 좋은 떨림을 안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아가씨였다.
“ 혹시... 지금 잘거야? ”
“ ..아.. 아뇨. ”
“ 그럼 지금 올라올래? ”
오늘따라 하얗던 아가씨의 피부에 두 볼이 발갛게 보이는건 기분 탓인걸까. ‘ 네, 좋아요. ’ 나의 답에 아가씨는 수줍게 웃음을 지어보이셨다.
수정1차)흐엉 오늘편 올리는데 우여곡절이 조금 많았네요.. 필명을 선택안하고 올리질않나, 삭제가 되질않나... 불편 겪으신 분들 죄송합니당....흑흑
수정2차)여러분 정말 죄송해요 자꾸만 필명이 선택이 안되네요.... 그래서 다시 삭제하고 다시 올려요. 포인트 이미 지불하신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정말 죄송해요ㅜㅜ(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