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망주의 |
다음 날, 태일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훈을 향해 달려갔다. 딩동, 딩동, 딩동 …. 간절하고 급한 태일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 주듯 거친 초인종 소리에 지훈은 눈을 비비며 문을 열어주었다. 어, 왔네. 무뚝뚝한 반응은 익숙하다는 듯 태일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지훈의 집에 발을 디뎠다. “어, 민혁이형?” 집 안에 들어서자 민혁이 티비를 보고 있었고, 태일이 아는 체를 하자 민혁은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태일은 품에 꼭 안고 있던 보온병을 지훈의 방 안으로 가져갔다. 아직 잠이 덜 깬건지 내내 눈을 부비적거리던 지훈이 그제서야 태일에게 말을 걸었다. “뭐야?” “죽!” “… 야, 나 안아파.” “아, 알아! 그, 근데 …, 그냥 걱정되서.” 자신의 말에 말을 더듬는 태일이 귀여웠는지 지훈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태일의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씨이, 하지마! 태일의 외침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빼낸 채 지훈은 옅은 미소를 머금고 보온병을 열었다. 뽀얀 김과 함께 죽이 모습을 드러냈다. 맛있겠네. 지훈은 서둘러 부엌에서 그릇과 수저를 들고 왔다. “저, 지훈아 …, 난 안먹어두 되는데.” “먹어, 너 요새 살 빠졌던데.” 자신이 살이 빠졌다는 것까지 알고있다니. 지훈의 소름끼치는 세세함에 놀란 태일은 아무 말도 못하고 지훈이 건네는 그릇을 받아 들었다. 호- 호- , 뜨거운 죽을 호 불어 지훈에게 건네자 지훈은 잠시 망설였다. “이런 거 … 연인들끼리 하는건데.” 태일은 금세 머쓱해져선 수저를 치우려 했지만 지훈은 장난스레 웃으며 낼름 죽을 받아먹었다. … 으씨, 뭐야. 태일의 얼굴이 놀라울만큼 붉어졌다. 귀여워. 지훈은 속으로 킥킥거리며 금세 죽 한그릇을 뚝딱 비웠다. 태일은 보온병을 착착 정리하며 일어서려 했다. 어디 가, 지훈의 말에 태일은 결국 다시 엉덩이를 의자에 붙혀야만 했다. “지, 지훈아 … ….” “뭐 할 말있지? 해.” “나 … 오늘 … 결혼식, 가 봐야되서.” 태일의 걱정스러운 말에 지훈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으으 … … 어떡해. 태일이 두 눈을 질끔 감고 지훈의 낮은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 쯤, 지훈은 말없이 태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다녀와, 너 믿으니까, 이태일. 태일은 지훈의 말에 금세 환한 미소를 띈 채로 지훈을 와락 끌어안았다. 고, 고마워 지훈아 …. “다녀올게!” “노래만 부르고 오는거다. 다른 년들한텐 시선도 주지마.” “응응, 기다리구 있어!” 지훈의 허락 아래 움직이는 게 불편할거라 생각하고 늘 걱정해주던 지호였지만, 태일은 그런대로 좋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훈은, 소유욕이 유난히 강하긴 했지만 태일을 누구보다도 아꼈고, 태일 스스로도 지훈이 자신을 많이 아끼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버스가 달리는 내내 태일은 미소를 머금었다. … 지훈과의 시간이 꽤나 행복했으니까. 가끔 그를 조여오는 소유욕만 … 제외하자면. ♬ 결혼식 축가는 태일이 돈을 버는 수법 …, 일종의 직장이었다. 출장을 여기저기 다니면서 축가를 불러주고, 돈을 버는 것. 오늘도 흰 봉투에 약간은 두둑히 채워진 돈을 보며 태일은 뿌듯하게 웃었다. 돈을 벌어 좋은 것도 있었지만 태일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거에 너무 행복했다. 태일은 어두워지는 밤하늘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서둘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 … 지훈아.”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10분 쯤 걸어가야 나오는 지훈의 집이었건만, 무심코 정류장에서 고개를 돌리니 지훈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태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 무, 무슨 일이지? 태일이 사태 파악을 하기도 전에 지훈은 작은 태일을 자신의 품 안에 가둬넣었다. … … 걱정했잖아 바보야. 태일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지훈을 꼭 끌어안았다. “다섯시면 온다며.” “식사 하고 가래서 …, 헤, 맛있는 거 혼자 먹느라 미안했다?” “그딴 거 필요없어 …. 씨발, 존나 걱정했는데 … ….” 태일은 미세하게 떨리는 지훈의 몸을 더더욱 꼭 끌어안았다. 괜찮아 지훈아, 여기 잘 있는데 뭐! 사람들의 시선이 따끔거렸지만 그 둘은 신경쓰지 않고 꼭 끌어안고 서 있었다. 지훈은 진정이 되었는지 태일의 손을 꼭 잡더니 집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으흐, 춥다. 그치?” “별로 …, 추워?” 태일은 멍하니 서 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그런 거 같다. 태일의 말에 지훈은 자신의 코트를 벗어 태일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 이러지 않아두 되! 너두 춥잖아. 태일의 말에 지훈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둘은 말없이 까만 시멘트 바닥을 바라보며 길을 걸을 뿐이었다. 웅웅웅, 그 때였다. 태일의 휴대폰이 울리고, 지호에게서의 문자가 도착한 것은. [태일아,술 좀 마시자] 문자 내용을 확인한 지훈의 얼굴이 금세 험악해졌지만 태일은 휴대폰 액정과 지훈의 얼굴을 번갈아 올려다볼 뿐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ㄱ … 가면 안되겠지?” “… … 갔다 와.” 유난히 오늘따라 친절한 지훈이 적응되지 않는지 태일은 말없이 지훈을 올려다봤다. … 정말이야?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신, 두번 너 믿었으니까 너도 똑바로 잘하고 와라. 지훈의 말에 태일은 고개를 붕붕 끄덕이며 응! 갔다올게! 하며 손을 흔들었다. “지호야아~” 태일의 목소리에 지호가 간신히 고개를 들어올려 손을 휘저었다. 아, 귀여워. 태일을 보자 미친듯이 뛰어대는 심장을 꾹 누른채 지호는 애써 시선을 회피했다. 태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지호의 맞은 편에 앉아 입을 오물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무슨 일 있어?” “… 아니. 그냥 보고싶어서. 오늘은 또 표지훈이 내보내주네?” “응! 내가 말했잖아, 지훈이 나쁜 애 아니라구 ….” “… 글쎄.” 태일은 앞에 놓인 음료수만 홀짝거리며 옅게 웃었다. 지호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 미치겠네 이태일. 지호는 결국 입을 뗐다. 괜찮아. 술주정이니까 넘길거야, 이태일이 설마 내 헛소리에 혼란스러워 하겠어 … ? “태일아” “응 … ?” “좋아한다.” |
핡 분량이적은건지많은건지 ㅠㅠㅠㅠㅠ ....
오늘하루만두편썼네요 힣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