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의 관계
; 둘 사이에 끼인 기분이란.
W. 홉씨앗
00.
“그래서, 휴학하면 뭐하게?”
“여행 다니려고.”
“돈은?”
“벌어야지.”
“엥? 어떻게 벌게?”
“나도 몰라.”
대책이 없네, 하며 혀를 끌끌 차는 호석이를 흘겼다.
내 인생 내가 이렇게 살겠다는데, 무슨 상관인지.
내뱉고 싶었지만 괜히 또 감정 조절을 못해 호석이에게 화를 낼 것 같아 입을 꾹 다물고 내 앞에 놓여있는 딸기 스무디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일단 여행을 가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알바를 해야 한다.
그럼 알바를 구해야겠지? 과외는… 내 실력으로 누굴 가르칠 입장이 되지 못하니까 포기해야겠다.
내 앞에 앉아 핸드폰 자판을 열심히 두드리는 호석이를 보고 물었다.
“그나마 제일 나은 알바가 뭐지?”
“이제야 대책이 생겼나 보네. 카페 알바가 괜찮지 않나? 식당 같은 데는 너무 힘들고. 저질체력인 너가 하기에 식당알바는 아닌 것 같고.”
“그런가…”
날 보지도 않고 자판을 두드리는 호석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입도 대지 않은 스무디에 꽂혀 있는 빨대를 입에 물었다.
투명한 빨대에 가득 차오르는 분홍색 액체를 보며, 입에 닿지도 않았는데도 단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헐…. 우와!”
이때까지 먹어왔던 딸기 스무디들 중에서 가장 내 취향에 맞는 듯 했다. 너무 진하거나 너무 묽거나, 했던 내 불만들을 모조리 없애버리는 그런 맛이다.
왜 안 먹고 있었지. 탄성을 지르며 빨대에서 입을 떼자 시선을 휴대폰에 고정시키고 있던 호석이가 나를 의아하게 바라본다.
내가 딸기 스무디를 감동을 받은 채 열정적으로 먹고 있으니 피식 웃는다.
“맛있지? 여기 개업한지 별로 안 됐는데, 엄청 맛있다고 소문났잖아.”
“이거 얼마라고? 나 한 잔 더 먹고 싶어.”
“나도 잘 몰라. 오늘은 내가 사기로 했으니까… 자. 이거 가지고 계산해.”
거의 울먹이면서 호석이를 쳐다보니 그런 내가 웃겼는지 자신의 지갑에 있는 카드를 꺼내 내게 건넨다. 고맙다, 호석이의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하니 사오기나 하라면서 내 손을 놓는다. 그리고는 뭐가 그렇게 바쁜 건지, 엄지손가락이 불이 나도록 움직인다. 오랜만에 착한 짓 좀 해서 예뻐해 주려고 했더니.
속으로 호석이를 씹고 입술을 삐죽이며 카운터 앞에 섰다. 근데 왜 주문을 받는 사람이 없지? 여기요, 하고 불러 봐도 대답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며 카페 사장, 또는 알바 같이 보이는 사람을 찾았다. 스무디 맛 좋아서 이 카페 애용하려고 했더니 서비스가 별로구만?
차마 공짜 스무디 한 잔을 포기할 수 없어 애타게 카운터 의자 주인을 찾았다. 의자가 있으면, 의자 주인이 앉아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 비어 있는 의자를 바라보며 왠지 모르는 동질감을 느꼈다. 너나 나나,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비슷한 처지지. 안 그래?
“아, 주문하시겠어요?”
“…아! 네. 딸기 스무디 한 잔이요.”
“맘에 드셨나 보네요.”
“네?”
“두잔 째 아닌가요?”
“아, 맞아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의자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흰 셔츠에 검은색 앞치마를 맨 남자가 내게 물으며 카운터 안으로 들어간다.
안경 뒤로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왠지 모르게 날카롭다. 그 눈빛에 살짝 움츠러들었다가 남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 주었다. 나에게 결제를 마친 카드를 건네주며 바로 만들어 줄 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남자는 카운터 뒤 쪽으로 사라진다.
아직 개업하지 며칠 안 돼서 그런지 알바생이 따로 없나 보다. 저 남자가 알바생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우라가….
“주문하신 딸기 스무디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트레이를 들고 자리를 돌아가려다, 자리에 그대로 멈춰 두뇌를 풀가동 시켰다. 나는 돈이 필요하고, 그럼 알바를 해야 된다. 이 카페는 개업한지 별로 되지 않았고 알바가 없다.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혹시 아르바이트생 안 구하세요?”
+)
용기 내서 첫번째 글을 올려봐요!!
사실 새벽에 독방에서 소재 괜찮냐고 글을 썼는데ㅠㅠㅠ
맘에 들어하셔서 이렇게 들고 왔습니다!!
많이들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