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김남준/민윤기] 삼의 관계 ; 둘 사이에 끼인 기분이란 : 01

삼의 관계

; 둘 사이에 끼인 기분이란.

W. 홉씨앗

[방탄소년단/김남준/민윤기] 삼의 관계 ; 둘 사이에 끼인 기분이란 : 01 | 인스티즈

01.

“알바야, 그게 내 알바야?”

또, 또 저 말이다.

아주 그냥 라임이 살아있네요. 래퍼 하셔도 되겠어! 랩을 몬스터처럼 아주 잘 하겠는데, 래퍼하면 이름을 랩몬스터로 하시지 그래?

카페 사장이나 돼서 저런 무책임한 말이나 내뱉고. 세상 참 잘 돌아간다.

휴학을 결심하고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느냐고 물었을 때, 사장님의 안경 뒤의 눈빛은 잊히지 않는다. 마치 구원을 받은 듯, 어두웠던 방 안에 한줄기의 햇빛이 들어와 감동을 받은, 그런 표정이었다. 나에게 딸기 스무디를 두잔 째 먹는 거냐고 물었을 때는 무슨 형사가 범인을 취조하듯 날카로운 눈빛이었는데 말이다. 상반되었던 사장님의 표정에 인상 깊어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당시에는 카페 일을 혼자 하는데 정말 힘이 들었나 보다, 싶어 안쓰러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하기 싫은 일을 누구한테 떠맡기고 싶었는데 그 사람이 마침 등장해서 그랬던 건가 싶기도 하다.

차마 입 밖으로 내 뱉을 수 없는 말들을 속으로 삭히며 사장님을 살짝 흘기고 카운터 앞에 서 있는 남자 분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찾으시는 타르트는 이미 다 팔려버려서 판매할 수 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눈이 있을 법한 곳에 시선을 두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무슨 할 말이 있는 건지 남자는 제 검은색 마스크를 턱 밑으로 끌어내렸다. 남자치고는 너무 하얀 얼굴이다. 검은색 마스크와 모자 때문에 더욱 대조되어 보여서 그런 건가.

“아, 그럼 내일은 있나요?”

“아마도 그럴걸요…?”

타르트야, 사장님이 만드는 건데. 저 양반이 타르트를 만들기는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에게 대답을 해 주었다.

남자는 알겠다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카페를 나간다. 흰 티 위에 청 자켓을 걸치고 무릎이 약간 찢어진 검은색 진을 입고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감탄을 했다. 대학생인가. 옷 되게 잘 입네. 옷 핏이 잘 받는 건지. 남자가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옷을 저렇게 잘 입고, 예의도 바르고. 저런 남자는 분명히 임자가 있겠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괜히 솔로인 내가 서러워져 입술을 삐죽였다. 나는 언제 저런 남자친구 사귀어 볼까.

점심시간도 지나고 한가해진 카페에 심심해서 의자에 앉아 카운터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학교 휴학도 하고, 돈 벌어서 여행이나 가자. 라는 계획으로 일단 알바를 시작하긴 했는데 언제 벌어서 갈지.

“알바야.”

손님들 많이 없는 시간에는 무얼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책이라도 읽을까 싶어 노트북으로 베스트 셀러 목록을 뒤적거리고 있던 참에 사장님이 날 부르신다. 딱히 대답을 안 해도 될 것 같아 사장님의 말을 무시했다. 손님도 없는데 사장님 몫까지 일하는 알바, 좀 휴식 시간 갖자는 심보였다.

1위가 ‘푸른 담요’ 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제목만 보고 장르를 추측을 해 보자면, 담요가 따듯한 느낌이니까 성장 소설…? 이런 걸까 싶은 생각이 들어 클릭을 해 보았다. 내용이 궁금해 지는 제목이다. 담요가 따듯한 느낌을 주는데 푸른색은 차가운 느낌이 드니까. 작가가 이런 걸 노린 거라면 꽤나 성공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알바야.”

“아, 깜짝 놀랐잖아요!!”

“그러게 누가 근무 시간에 다른 짓 하래? 이건 또 뭐야, 푸른 담요? 책 이름이 뭐 이래?”

“왜요? 전 마음에 드는데?”

성장 소설이 아니라 추리 소설 이었어? 추리 소설을 그다지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 책 내용을 보려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니, 바로 옆에서 들리는 사장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계속 귀에서 맴도는 사장님의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듣기 싫은 목소리는 아닌데…. 아니, 오히려 계속 듣고 싶은 목소리이긴 하다. 사장님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나를 보고 웃더니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신다. 사장님이 웃느라 볼에 깊게 들어가는 보조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또다시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내게 핀잔을 주며 보고 있던 책 제목이 뭐냐며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보조개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게 괜히 부끄러워져 심술을 부리 듯 사장님한테 큰 소리로 반박을 했다.

“왜?”

“그야….아, 제가 마음에 들면 드는 거죠!”

“그게 뭐야.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어…. 아, 사장님. 아까 손님이 주문하셨던 타르트, 만들어 놓으실 거죠?”

사장님과의 키 차이 때문에 들었던 고개를, 사장님이 진지함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면서 옆으로 돌렸다. 왠지 모든 걸 다 꿰뚫어 볼 것 같은 눈빛에 나도 뚫릴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얼버무리며 사장님의 물음에 답을 했다. 내 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미간을 또다시 찌푸렸지만 볼에는 여전히 보조개가 깊게 패여 있다. 다른 답을 재촉하는 사장님의 말에 보조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우물쭈물 거리다 핑계거리가 생각 나 시선을 사장님의 눈으로 옮기며 화제를 돌렸다. 사장님은 내가 화제를 돌린 게 아무렇지 않은 듯 그저 어깨만 으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