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홈마 전정국입니다.
Q. 생애 첫 팬싸인회를 가는 전정국의 자세란? #2
시간은 흐르고 흘러 팬싸인회 전날이 되었음. 당첨자 목록에 제 이름이 있는 걸 보고 기쁨의 트윗을 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벌써 이만큼이나 흘렀다는 것에 새삼 놀라면서도 너탄에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싼 전정국은 드디어 본인이 팬싸에 간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 시작했음.
팬싸 경험이 있는 여러 사람(= 정말 본인이 팬싸를 해 본 방X소년단의 민** 씨)에게 묻고 물어 너탄의 앞에서 할 말, 질문 등을 달달 외우고,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받는 편지를 읽는 게 가장 기쁘다던 너탄의 말이 생각나 그리 예쁜 글씨가 아님에도 꾹꾹 눌러 편지를 쓰고.
요새는 또 포스트잇에 다들 무언가를 써서 준다는 말에 너탄이 좋아하는 하늘색 포스트잇에 ‘Point of You’ 를 자필로 써 달라는 부탁까지 쓴 전정국이었음.
아, 물론 너탄이 쓰면 어울릴 만한 화관과 간식거리, 선물은 기본이었고.
그렇게 모두 준비를 끝낸 덕에 이젠 잠만 자면 됐지만, 팬싸 전날에 잠이 잘 올 리가 있나.
새벽이 다 되도록 졸음은 커녕, 점점 더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에 전정국은 할 수 없이 제 노트북을 켜 밀린 사진 보정을 하기 시작했음.
물론 정작 본인의 밀린 과제는 할 생각이 없었고 말임. 전정국(2n세, 과제 미루기의 달인)
사실 밀린 보정이랄 것도 없었음. 워낙 본인의 성격 자체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미루지 않고 바로 끝내는 성격이기도 했고(물론 과제 빼고),
자신이 찍은 너탄의 사진을 정리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이기도 했고.
때문에 금방 사진 정리를 마친 전정국은 홈페이지에 사진을 업로드 하기 전에 트위터에 먼저 올릴 사진을 골랐음.
Point of You: 130612 내가 너라는 피사체를 처음으로 이 카메라 안에 담았던 날. #탄소 #꽃답다
Point of You: 보고 싶다, 얼른.
너탄의 사진을 보자 또다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전정국은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결국 밖으로 뛰쳐나가 조깅을 하고 왔다고.
새벽에 한강 둔치에서 운동을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가끔씩 집에서 뛰쳐나와 트랙을 열 번 가량 돌고 가는 잘생긴 청년이 있다는 말이 돈다는 카더라가 있음.
그리고 드디어 팬싸 당일 아침, 전정국은 떨리는 마음으로 팬싸인회 장소인 서울의 모 백화점으로 향했음.
두 손에 쇼핑백(하나는 선물, 하나는 카메라)을 든 전정국의 모습을 본 대부분의 이들은 저 인물 훤한 친구가 아마 여자친구의 생일이라도 맞았겠거니 하겠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는 거. 전정국은 덕후이기에 연애 따위엔 관심이 없단 말씀. (끄덕)
이른 아침부터 준비해 생각보다 일찍 백화점에 도착한 탓에, 전정국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왔던 이후로는 온 적이 없는 백화점을 돌며 틈틈이 시간을 확인했음.
근데 왜 다들, 그런 거 한 번씩 해 봤잖아요. (웃음) 덕후들이라면 모두들 한 번씩 해 보는 a.k.a. 내 새끼♡ 에게 어울리는 옷 찾기.
전정국 또한 너탄의 덕질을 성실히 하는 성실 덕후였기에, 아니나 다를까 여성복 코너를 돌며 너탄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아보기 시작했음.
아까도 말했듯이 전정국이 덕후란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낯이 훤한 남정네를 여자친구에게 지극정성인 남자친구라 예상한 탓에,
어떤 옷에 관심을 조금 보이기만 하면 바로 직원이 전정국을 따라와 여자친구 분에게 드릴 선물이냐며 옷을 골라 주었음.
거절에 익숙지 않은 전정국은 할 수 없이 직원들에게 끌려다녔고... (절레)
결국 전정국은 한 시간 가량을 여성복 코너에서 맴돌다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함. (...)
그리고 마침내 자리에 착석한 전정국(a.k.a. 포뷰)은 아직도 시작까지 한 시간 가량이나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카메라를 꺼내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음.
물론 전정국 자체가 주변에서 조용히 할 외모는 아니었기에... ^ㅁT 다들 옆에서 수근거리긴 했지만 말임.
개중에는 이미 전정국이 포뷰란 사실을 아는 이들도 있어, 팬싸에 온 사람들은 마치 세상을 혼자 살아갈 것만 같은 저 사람이 포뷰라는 것을 대부분 알게 되었다고.
정작 전정국 본인은 모르지만. (?)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고, 멤버들이 한 명씩 들어오자 백오십 명 남짓한 팬들이 함성을 질렀음.
백화점 내부에서 하는 공개 팬싸였기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몰려들어 구경을 하고 갔고.
전정국은 낯을 가리는 성격이 한몫해 함성을 지르진 못했음. 아마 전정국도 내적으로는 이미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내질렀을 거임.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기 전, 마이크를 들고 한 명씩 토크를 할 때 전정국은 부러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았음. 너탄이 말할 때만 카메라를 들어 동영상 촬영을 했고.
이는 요새도 전정국이 꼭 지키는 수칙 중 하나인데,
팬미팅에서든 행사에서든 토크를 할 때는 찰칵거리는 소리가 방해가 되니 카메라를 들지 않는 것임. 들어도 동영상 촬영이 전부이고.
뒤늦게 독방에서 이런 사실이 퍼져 또 한 번 포뷰 앓이가 났었다는 것은 비밀임. (찡긋)
Point of You: [Preview] 130817 명동 팬싸인회 #탄소 어제보다 오늘 더 예뻐.
Point of You: [Preview] 130817 #탄소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잖아.
Point of You: [Preview] 130817 좋은 건 좋은 거고, 예쁜 건 예쁜 건데. 넌 왜 소중하기까지 해. #탄소
전정국이 올린 프리뷰 안에서 매번 리즈를 갱신하는 너탄으로 독방과 트위터에서 난리가 나고, 전정국의 트윗에 또 난리가 나고.
본인 순서가 되기도 전에 프리뷰만 20장을 넘게 올린 전정국은 곧 대기하라는 스태프의 말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음.
대기하는 줄에 서자 조금 전보다 더 가까이 보이는 너탄의 모습에 심장이 빠운스 빠운스 하고,
벌써부터 화끈거리는 귀가 느껴져 재빨리 찬 손으로 귀를 잡은 전정국이었음.
평소보다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건지, 너탄보다 앞에 앉아있는 멤버들과 순식간에 시간을 보내고 전정국은 드디어 너탄과 대면하게 되었음.
(좋아 죽는 전정국)
“안녕하세요. 이름이?”
“저, 전정국.”
“왜 이렇게 긴장하셨어요.”
“… ….”
“전… 정국. 정국 오빠, 아님 그냥?”
“오, 오빠요.”
“아, 저보다 오빠시구나.”
“… 저기.”
“네?”
“이거.”
“와, 저 이거 처음 받아봤어요. 진짜 예쁘다. 그냥 쓰면 돼요?”
“네.”
“어때요? 처음 써 봐서 완전 어색하다.”
“… ….”
“괜찮은 것 같아요?”
“예뻐요, 엄청.”
“아이쿠, 감사합니다.”
너탄의 앞에 서자마자 말문이 막힌 탓에 너탄이 묻는 말에만 대답하다시피 말하다 그나마 정신을 차려 준 화관이었지만,
너탄이 본인이 준 화관을 쓴 모습에 바로 영혼이 털린 전정국이었음.
어떻냐는 물음에 대답도 채 못하고 어버버거리다, 곧 고개를 끄덕거리며 겨우 온전히 대답을 한 게, “예뻐요, 엄청.”.
수없이 들어 본 소리일 텐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웠던지 살짝 웃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는 너탄에 전정국의 멘탈은 완전히 나가버렸음.
그 뒤로는 곧바로 넘어가라는 스태프의 말에 영혼 없이 남은 멤버들을 마주하고 자리로 돌아왔다고.
자리로 돌아온 후에도 몇 분 가량 너탄의 싸인이 담긴 앨범을 끌어안고 있던 전정국은 이내 멘탈을 챙기고 앨범을 들여다 봤음.
그러다 본인도 까먹고 있던 포스트잇에 너탄이 자필로 ‘Point of You♥’ 하고 하트까지 덧붙인 센스를 보며 또다시 멘탈이 털렸다고 함.
Point of You: 130817 #탄소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던 한 사내는
수국 가득 핀 길가에서 한 처녀와 마주치는 순간
딱, 하고 마음에 불꽃이 일었음을 느꼈다.
사랑이었다.
그리고 전정국이 그날 하루 마지막으로 썼던 트윗. 사진 속에는 수국이 활짝 핀 화관을 쓴 너탄의 모습이 담겨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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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없지만, 오랜만입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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