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먹자, 김밍구 10
w.봉틴
뭐야, 원우 ...전원우라니 ..
잘지냈냐고 ? 오빠덕분에 참 잘 지냇죠, 울고불고
이제와서 갑자기 왜 연락인건데,
난 그래도 덤덤해진줄 알았는데, 그의 연락 한번에 곧장 흔들려버리는 나를 보니, 아직 깨끗이는 못 잊었나보다.
워낙에 진하게 짝사랑을 한지라, 미련이 남을만도 하지..
하 마음을 조금 가다듬고 휴대폰 액정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네, 잘지냇죠 오랜만이네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괜찮은척, 꾹꾹 한자한자 답장을 쳤다.
[뭐야, 왜이렇게 딱딱해 ㅋㅋㅋㅋ 그냥 수능 끝났으니깐 한번볼까 해서]
한번 보자고 ? .. 진짜 쉽게 말하네, 참
이년동안 연락도 한통 없다가 갑자기 왜 이러는거야 진짜..
읍 .. 보자고 ? .. 만나자고 ?
그냥 진짜 오랜만에 한번 보자는건데 내가 괜히 과민반응 하는건가..?
그래 솔직히 오빠가 잘못한게 뭐가 있어.. 나혼자 좋아하고 북치고 장구치고 다했지 뭐..
그렇게 혼자 자기 합리화 해가며, 마음은 벌써 그를 만날 생각에 싱숭생숭해져 있었다.
[네 ? 만나면 밥이라도 사주실려구요 ?]
[오빠가 사줘야지, 칠봉이 수능 끝났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진짜요 ? 저 먹고싶은거 사줘요 ?]
[너 먹고싶은거라고는 안했어, 나 먹고싶은거 먹을거야. 주말에 시간돼 ?]
[네네 괜찮아요, 토요일 어때요 ?]
[그럼 토요일 저녁에 보자]
[넹 그때 뵈요]
뭐야 김칠봉 .. 진짜 마음 갈대다. 뭐가 이렇게 쉬워.. 전원우가 그렇게 좋냐,
아니아니 뭐래...
아니 좋아서 만나는게 아니고.. 그냥 밥 얻어 먹으러 가는거야, 그렇지
아 그날 뭐입지 어떡해 이년만에 보는데..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토요일이 왔다.
사실 오늘 민규가 수험생 할인으로 영화보러가자고 엄청 졸라댓는데,
겨우 떼네고 한껏 꾸미고 시내로 나갔다.
아 떨려 .. 오면 무슨 얘기부터 하지 ..
오빠도 예전에 내가 오빠 많이 좋아했던거 알려나 ..
알겠지 ..? 그렇게 티 팍팍 냇었는데 ..
아 몰라 지금 안좋아하면 됬지, 지금은 그냥 밥먹으러 온거야 밥..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약속장소에서 휴대폰을 꼼지락 대며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옆에서 누가 스윽 하고 와선
"오랜만이다, 여전하네 하나도 안변했어"
"아 깜짝이야 .. 왜 이렇게 조용하게 와요 .. 인기척좀 내요"
"놀랬어 ? 가자, 맛있는거 먹으러"
오빠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뭔데, 갑자기 나타나선 놀래키고, 갑자기 팔 잡아서 두근거리게 하고
미치겠다. 분명 다 잊었었는데,
그간 내 노력이 그의 스킨쉽 하나에 처참히 무너져내렸다.
그렇게 오빠의 손에 이끌려 파스타집에 도착했다.
내앞에서 메뉴판을 심각하게 보고있는 그가
새삼스레 잘생겼다 정말,
"뭘 그렇게봐 .. 뭐먹을래 ? 뭐 먹고싶은거 있어 ?"
"네 ..? 오빠 먹고싶은거 먹을거라면서요, 저 아무거나 잘 먹어요"
"진짜 ? 내맘대로 시킨다 ?"
하더니 정말 본인의 입맛대로 이것저것 주문해버린다.
"오빠도 여전하네요, 하나도 안변했어"
"여전히 잘생긴건 알지, 근데 왜 뒷말은 반말일까 "
"여전히 존댓말도 고집하시네요"
"넌 여전히 반말하고싶어하네"
옛날부터 오빠는 항상 존댓말을 고집해왔다.
서로 지켜야 할건 지켜야 한다나 ..
그런 오빠에게 친근하게 반말을 하며 다가오던 언니들에게 시기질투가 느껴지기도 하고
괜히 거리감이 느껴져 항상 말 놓게 해달라고 징징거리던 나였다.
오빠도 다 기억하는구나..
그렇게 묵혀뒀던 2년간의 얘기도 하고, 사실 밖에서 단둘이 만난건 처음이라 어색할줄 알았는데 ..
생각보다 얘기도 잘통하고 그냥 옛날에 그렇게 좋아죽고, 못잊어죽고 난리치던 사람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만났다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제 뭐할까, 뭐 하고싶은거있어 칠봉아 ?"
"네 ?.. 뭐 ..하죠 우리 뭐 할까요 .. ?"
"영화보러갈까 ?"
뭐야 목소리 개설레 아 진짜 ... 과연 영화에 집중할수 있을까 싶었지만
오빠가 보자는데, 뭔들
"무슨영화볼까요 ?"
"너 보고싶은거 없어 ? 이번에도 내맘대로해 ?"
"아.. 저는 뭐 ..음 공포나 스릴러 이런거 빼곤 .. 다 괜찮아요"
"아쉽다 너 1월1일만 지났어도 확 청불 볼텐데"
"ㅇ ...에 ? 네 ..?"
"장난이고, 이거 보자"
그가 가리킨건 장르를 알수없는 외국영화였고, 그냥 무난하게 볼수있을것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티켓 끊어 올게, 여기 있어"
"영화도 오빠가 사시게요 ? 영화는 제가 살께요, 저 수험생 할인도 받을수 있어요"
"됬어 꼬맹이가 돈이 어딧냐 그냥 여기 가만히 있어"
뭐야 나 완전 무시하네, 지도 대학생이면서 ..
돈 버는것도 아니면서 돈버는척 쩌네
아 근데 원우 오빠랑 영화라니, 이년전의 나였으면 심장이 폭발에 죽어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 그냥 .. 덤덤하다.
사실은 덤덤하고 싶은것 같다.
오빠를 잊으려 했던 내 노력과 시간들이 아깝기에,
더 이상 그때처럼 좋아죽는 감정을 오빠에게 느끼고 싶지 않았다.
"뭐해 얌전히 있으라니깐 진짜 얌전히 있네"
"아, 벌써 왔어요 ?"
"무슨 멍을 그렇게 때려, 뭐 팝콘 이런거 먹을래 ?"
"그럼 그건 진짜 제가 살께요"
"근데 나 영화볼때 팝콘 먹는거 싫어하는데"
"ㅇ..에 ?"
"너 먹고싶으면 먹어, 난 사이다 한잔만"
영화 볼땐 집중해서 봐야한다며, 사이다를 부탁하는 그 옆에서 나혼자 팝콘먹는것도 좀 이상한것 같아
그냥 사이다 두잔을 사러 갔다.
"음 .. 그냥 사이다 큰 사이즈로 하나 주세요"
아까 파스타집에서도 에이드를 많이 마셨고 딱히 사이다 한잔을 다 마시고 싶지 않아서, 큰걸로 하나만 주문했다.
같이 먹으면 되겠지 .. 아 뭐야 이상한가, 괜히 하나 샀나 .. 아니 뭐 빨대 같이 쓰는것도 아니고 여기 빨대 구멍도 두갠데...
혼자 오만 생각을 다하며 사이다를 손에들고 오빠에게 향했다.
"하나 사왔네, 넌 안먹어 ?"
"같이먹을건데요?"
"뭐야 .. 좀 응큼한데 생각보다"
"뭐가요 ?! 그냥 한잔 다못마실것 같아서 큰거 사온거거든요 ? 같이먹기 싫으면 오빠 혼자 다 드세요 저 안먹어도 상관없어요"
"나 싫다고 한적 없어"
아까의 내 생각대로 오빠가 이상하게 보는것 같아 속사포로 이런저런 말을 따박따박 뱉으니
크게 한번 웃더니 짧게 말을 내뱉았다. 아 .. 괜히 나혼자 또 오바한건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니
"상영시간 다되간다, 들어가자"
하며 오빠가 내 어깨를 감쌌다.
아 뭔데 진짜 ... 더 부끄러워진 얼굴을 감추며 빨리 어두운 상영관 안으로 발을 옮겼다.
"어 ? 야 저거 김칠봉 아니야 ? 그 니 친구"
"엥 칠봉이 ? 오늘 아프다고 집에 있는뎃는데 ? "
"잘못본건가 .. 남자랑 어깨동무 하고있던데"
"잘못봤어 걔가 남자가 어딧어, 주위에 남자 나 밖에 없을껄 ?"
"그래 뭐 잘못 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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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오 !
엉엉 전원우 장애물님 너무 잘생ㄱ ..
사실 이번 팬미팅가서 원우한테 거하게 치이고 와서
글에서 까지 원우한테 좋은감정을 드러내려고 하네요 ..
읍 자제하고 빨리 원우 장애물을 넘어 밍구랑 럽럽하는 그날을 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