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짘효] 너에게로 가는길 04
w.나 누굴까
결국 무대에서 한번 삐끗하고 내려오는 길.재효는 몸을 짓누르는 미안함,자책감때문에 어쩔줄몰랐다.몸 상태는 점점 안좋아지는데, 정신만 또렷해지는 기분에 재효는 다시금 울고싶었다.차라리 쓰러져버리고싶다.당장이라도 쓰러져버리고싶어.멤버들과 조금 동떨어져 고개를 숙이고 걷던 재효가 갑자기 나오는 기침에 잠시 멈춰서 입가를 가리고 쿨럭대자 앞서나가던 지호가 결국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 재효를 바라본다.
“아프다고 자랑해요?빨리 안와요?”
지독히도 냉정한사람이었다.보다못한 유권이 재효쪽으로 가 부축하듯 옆에서서 걸으니 그제야 지호가 다시 뒤돌아서 발걸음을 떼기시작한다.내가 무대 망쳐서그래….하필이면 맨앞에서 대놓고 틀려버린탓에 카메라에도 잡힌듯했다.뭐든지 시청자들에게 잘보여야할시기에 이런 대형실수는 용납할수가 없는 일이였다.어질거리는 머리보다 더 어지러운 머리속은 그야말로 멘탈붕괴였고 다시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삭히며 재효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혼자만 망가지는것같은 느낌에 무엇보다 가슴이 저릿해서 참기가 힘들었다.
“형 괜찮아요?”
“…어 응.”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 유권이 재효는 그렇게 고마울수가없었다.누구라도 옆에있지않으면,괜찮냐고 물어봐주지않으면 미치기일보직전이였으니까.천천히 걸은 탓에 제일 늦게 대기실로 들어온 둘은 역시나 삭막한 대기실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형 힘내요. 들릴듯말듯 입모양만 크게하고 저 구석으로 가는 유권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재효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한번 대기실을 쭉 둘러봤다.저멀리서 오오라를 내뿜으며 앉아있던 지호가 제일 먼저 눈에 띄였다.
“나 오늘 방송확인안해.”
“…뭐?”
“방송 확인안한다구요.오늘 영상 내눈앞에 보이지마요.진짜 짜증나니까.”
삭막하던 대기실이 지호의 말에 완전히 얼어붙었다.답답한듯 걸치고있던 무대의상을 벗더니 물부터 찾는 지호의 모습을 바라보다 재효는 조용히 대기실을 빠져나왔다.밉다.미워죽겠다.뭐에 홀린사람처럼 빠르게 복도를 걷기 시작한 재효가 사람없는 비상구계단에 도착해서야 못참겠는듯 울음을 터트리며 얼굴을 감싸고 자리에 주저앉았다.꼭 이래야되나,태일이나 다른멤버들이 실수하고 풀이죽어있을땐 그럴수도있지하면서 곧잘 넘어가던 지호가 자신의 실수에는 크게 반응한다는 사실 자체가 재효는 서운했다.자기 잘못인걸 모르는건아니지만 그래도.한번 터지자 멈추지않는 눈물에 재효도 감당이 안될때쯤,비상구계단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안재효.”
“………….”
“여기서 뭐해.”
지호였으면 좋았으련만,문앞에 서있는건 다름아닌 민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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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추천수가 2개씩 늘고있다능...♡
암호닉 감사하게 잘받고있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