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연서큘 전체글ll조회 396l 1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세븐틴/권순영] 겨울, 다음 봄 二 | 인스티즈

 

 

 

 

 

겨울, 다음

:Spring Day

 

 

 

 

 

 

 그 날 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 그저 짜장면을 먹고, 씻고, 잤을 뿐이었다. 딱딱한 맨바닥에서 자는 게 습관이라 그런지 푹신한 침대에서 자는게 불편하긴 했지만, 안온하게 잠을 잤었던 거 같다. 일어나보니 시계는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눈을 한 번 비비고 커튼을 활짝 열어보니 해가 어렴풋이 뜨고 있었다. 늘상 손님을 접대해 밤을 새는 건 습관이라 저녁잠은 별로 없었다. 그러니깐, 새벽에 일어나도, 난 피곤하지 않았다.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를 뒤져서 나온 반찬들을 꺼내고 쌀도 잘 씻어서 밥솥에 올렸다. 요리 솜씨는 다 접대할 때 늘은 것이었다. 난 그만큼 거기서 오래 있었다는 말이겠지. 국도 대충 끓였다, 내가 할 수 있을만큼. 그리곤 밥이 다 될 때까지 방에 들어가 교복을 입었다.


  "......영 폼이 안 나네."
  "언니는 예쁘던데."


  입에 베인말이었다, 언니라는 말이. 난 그만큼 언니와 대화를 많이 했었다. 교복을 다 입고는 권순영의 방으로 추정되는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권순영은 침대에 골아 떨어져 있었다.


  "잘자네..."


  또, 권순영의 백금발 머리가 눈에 띄였다. 눈만 껌뻑이며 권순영의 머리를 쳐다보다 밥이 다 됐다는 말을 듣고 빠르게 달려가 주걱으로 한 번 퍼 먹어보니, 고슬고슬 밥이 잘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국 역시 잘 끓여져서 간도 잘 됐었다. 시계는 이제 5시 30분을 달리고 있었다.


  '학교는 7시 까지 가야하니깐 6시엔 일어나.'
  '내가 너가 준비 할 때까지 안 일어나면 깨우지말고 그냥 가.'


  어제 권순영의 말이 떠올랐지만, 학교는 제 시간에 가아한다는 말이 권순영의 말을 집어삼켜 버려서 난 권순영의 방문을 두어번 노크 했다.


  "들어간다?"


  방문을 여니, 권순영은 아직까지 푸욱 잠에 빠져있었다. 학교는 꼭 가야한다면서 아직까지 안 일어났다. 원래 잠이 많은 성격인가? 권순영의 침대 근처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일어나, 권순영."
  "학교 가야지."


  권순영을 흔드니 권순영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그러더니 벌떡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흐리멍텅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몇 초간 날 쳐다보니 어제보다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벌써 일어났냐."
  "응. 그냥 눈이 떠져서."
  "먼저 가. 나중에 갈게."
  "나, 학교 가는 법 몰라."


  권순영은 내 말을 듣더니 머리를 손으로 털고선 침대에서 내려왔다. 순간 커진 권순영의 키에 내려봐야 했던 얼굴을 올려봤다. 권순영은 나를 방 밖으로 내보내며 말했다.


  "교복, 갈아입어야 해서. 밥 먼저 먹고 있어."

 

 

 

 

 

#




  권순영과 밥상에 어색히 마주보고 앉았다. 권순영은 밥상을 한 번 보고 감탄을 하다,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나 역시도 그런 권순영을 흐뭇하게 쳐다보다 갑자기 말 없이 밥을 먹고 있게 됐고. 어색했다, 굉장히. 어젯밤에 짜장면 먹을 때도 이랬던가. 그땐 너무 많이 울어서 기억이 안 난다. 울면서 먹으니, 짜장면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맛있네."
  "고마워."


  둘 다 같은 타이밍에 밥을 다 먹어, 다 비운 밥그릇과 국그릇을 싱크대에 넣으며 영양가 없는 말만 주고 받았다. 이를 닦고, 방에서 가방을 들고 나오니 권순영이 이미 가방을 다 매고 현관문에 있었다. 신발을 신고선 권순영에게 웃으며 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권순영은 열림 버튼을 누르고선 문을 열었다. 학교에 나란히 가며, 권순영은 부끄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교복 잘 어울리네."
  "너도... 잘 어울, 너 자켓은?"
  "......"
  "어떡해... 혼나는 거 아니야?"


  내 말에 권순영은 푸스스 웃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다며, 날 다독였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은건데. 입으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고는 권순영 뒤를 따라갔다. 처음으로 이 이른 아침에 밖을 나와본다. 나는 그곳에서 발 한 발자국도 뗀 적이 없었으니깐. 밖은 신기한게 많다. 그래서 그것들에게 난 홀렸다. 권순영을 뒤따라 가다가도 신기한 것들이 많이 잠깐 멈춰설 때가 몇몇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권순영은 제 가방 고리를 잡고는 제 어깨에 팔을 걸치고 가며 말했다. 제발, 걱정 되게 하지말라고하며 푸스스 웃었다.

  학교 등굣길엔 예쁜 꽃들이 참 많았다. 그곳은 조화 뿐이었는데, 여긴 꽃내음이 살살 맡아지는 거 같다. 항상 계절도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지금은 벚꽃이 피는 걸 보니 봄인가보다. 창문 밖으로만 보던 세상이었다. 현실은 내게 그저 만지지 못하는, 느낄 수 없는 그림에 불과했다.


  "...예쁘다."
  "그치. 나중에 시간 더 지나면 더 예뻐."
  "그때 같이 보러가자, 벚꽃."


  권순영은 날 보며 눈을 찡긋거리며 웃었다. 묘하다, 역시 순영이는 언니와 닮았다. 나도 권순영을 따라 찡긋거리며 웃었다. 너는 정말, 언니와 닮았다. 아니, 너에게서 언니의 모습이 보인다.


  "다왔어. 여기가 우리 학교."
  "중앙 현관 쪽이 여기서 계속 직전해서 있어. 혼자 갈 수 있겠지?"
  "넌 어디 가는데..."
  "나? 등교 시간 전까지 갈테니깐 걱정 마."


  권순영은 웃으며 우리가 왔던 길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대체, 어디를 간다는 건지. 권순영의 백금발의 뒷통수만 뚫어져라 쳐다봤었다. 잔상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쳐다봤었다. 어느세 권순영의 모습이 사라지자, 그제서야 난 발걸음을 뗐다. 권순영은 어딜 갔다오는 걸까. 가방끈을 두 손 꼭 쥐고 땅바닥만 쳐다보며 걸었다.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찼다. 내가 여기서 잘 지낼 수 있을까. 언니처럼 되는 건 아닐까. 그러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미안해...요."
  "괜찮아. 같은 학년인데 말 놔. 2학년 맞지?"
  "아, 응 맞아."
  "전학 왔구나. 같은 반이었음 좋겠네."


  그 아이는 막대사탕을 자연스레 내게 건넸다. 그리곤 자신이 먹고 있는 사탕과 같은 맛이라며, 커플 사탕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던젔다. 그리곤 내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는 중앙 현관 쪽이 아닌 다른 쪽 현관으로 향했다. 그 아이를 보다 나도 중앙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참, 특이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저런 아이에겐 좋은 친구들이 널렸겠지. 성격도 유쾌하고 좋으니깐.

  교무실은 가까웠다. 중앙 현관에서 바로 왼편이었다. 교무실 문을 세네 번 두드리고선 문을 여니 온화하게 생기신 여 선생님이 날 반기셨다. 전학생이라며, 반갑다고 말하셨다. 여 선생님을 보며 느낀건데, 참으로 고우셨다. 선생님은 참 웃음이 깨끗했다. 선생님은 산더미같은 유인물들을 갑자기 내게 건네더니 내 반을 알려주셨다. 순간 두 팔이 무거워져 선생님을 바라보니 선생님은 다시끔 웃으시며 내게 간곡히 부탁하셨다.


  "갔다 놔주라, 교탁에. 부탁해."
  "아, 네."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왔다. 꽤, 유인물들이 무거웠다. 가벼울 줄 알았는데. 두 손으로 유인물들을 단단히 받치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한 층밖에 안 올라가는데,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듯 했다. 다 올라가서 반 앞에 서니 묘하게 긴장이 됐다.

  '......어디갔어. 난 걔 아님 안 해!'

  또 떠오른다. 머리가 아려온다. 긴장감에 자꾸 그곳에서의 일이 떠오르나보다. 아까 전까진 여느 여자아이처럼, 학생처럼 행동했으면서. 갑자기 떠오른다, 갑자기. 질끈 아픈 머리에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나는, 아직까지 그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곳에서 나오면 모든게 해결 될 줄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숨을 푹 내쉬곤 문을 열려고 하자, 안에서 문이 불쑥 열렸다.


  "어!"
  "안녕. 같은 반이네."


  그 아이였다. 아침에 우스갯소리를 제게 던지던 아이. 그 아이는 내가 들고 있던 유인물들을 들고선 교탁 위에 올려놨다. 그렇게 안 해줘도 됐었는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뻘쭘하게 문 밖에 있으니 그 아이가 날 교실 안으로 들이며 정중앙에 서게 했다. 같이 하하호호 웃던 아이들이 그 아이의 말 한 번에 시선을 내게로 옮겼다. 그저 유쾌하기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을 이끌 줄도 안다.


  "야, 얘들아. 오늘 전학생 왔어."
  "이름이 뭐야?"
  "이너봉....."
  "아, 너봉이! 나는 부승관이라고 해. 이 반 반장."


  그 아이는, 아니 부승관은 내게 악수를 청했다. 난 부승관의 그런 손을 잡고 위아래로 짧게 흔들었다. 참, 사람이 밝고 명량하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이 전학생 오시면 저 쪽. 창가 쪽에 앉게 하라고 하셨어. 참고로 옆자리 애는 신경 안 써도 돼. 신경 쓰면 더 안 좋을테니깐."
  "저기 옆엔 누구 자리야?"
  "권순영이라고, 날라리 애 하나 있어. 금수저라서 더 그런가, 머리도 탈색하고."


  부승관의 입에서 권순영이 나올 때부터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날라리? 그럼, 아버지께서 하신 말이 맞는건가. 일단은 부승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로 가 가방을 걸고서 앉았다. 내가 앉고 몇 분 뒤에 선생님이 웃으시며 들어오셨다. 선생님 오셔서 시계를 확인해보니 이미 등교 시간은 넘었다.

  등교 시작 전까지 온다며 약속하던 권순영은 아직까지 안 왔다.


  "순영이는 오늘도 안 온다니?"
  "냅둬요, 쌤."


  눈만 깜빡이며 권순영의 자리를 쳐다봤다. 아버지가 하신 말이 다 맞구나. 창밖을 힐끔 쳐다봤다. 아, 어디있을까. 밖을 쳐다봐도 그저 예쁘게 핀 꽃들과 벚꽃 밖에 보이지 않았다. 1교시 교과서를 꺼내고는 눈만 깜빡이며 교실을 둘러봤다. 참, 예쁘다. 청춘이 이런거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그저 풍경들만 보고 있었는데 뒷문이 쾅하고 열렸다. 순식간에 뒷문으로 시선이 집중 됐다.


  "죄송해요."


  권순영이었다. 권순영은 허리를 숙여 사과를 건넨 뒤 내 옆자리인 자신의 자리로 왔다. 땀을 뻘뻘 흘리는 권순영에게는 섬유탈취제 향인지, 향수 향인지 모를 냄새가 은은히 풍겼다.


  "늦어서 미안."
  "아니야. 선생님이랑 애들이 말하는 거 들었는데, 평소엔 학교 오지도 않는다며."
  "......"
  "온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뭘."


  웃으면서 말했다. 권순영은 날 거부하지 않고 안아줬으니깐 나도 권순영에게 호의를 배풀었다. 그게 맞는 거라 생각했으니깐. 아이들은 권순영과 날 쳐다봤다. 신기한 듯 쳐다봤다. 권순영은 헝크러진 머리를 정리하다가 날 쳐다봤다. 순간 우리 둘의 시선이 끈적하게 맞닿았다. 권순영은 그 몇 초동안 날 쳐다보다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권순영이 움직일 때마다 달달한 냄새가 났다.

  권순영에게 어디 갔다 오느라 늦었냐고 물어보려 입을 떼려고 했을 때였다. 마침 그때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그 말을 다시 목울대로 넘겨야만 했다. 그렇게 수업시간이 끝나고 권순영 자리를 쳐다보니 또 어디갔는지 없었다.


  '나 잠시 친구 좀 만나고 올게.'


  책상 위에 붙혀져 있는 노란 포스트잇이 눈에 띄였다. 권순영의 필기체는 참 동글동글했다. 외모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전학생 너 권순영이랑 친해?"


  한 여자아이들 무리들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이를 어떻게 하면 잘 대답했다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인가. 그저 가족, 아니 지금은 공식적으로 입양된 게 아니니깐... 친구. 복잡해진다. 나와 권순영은 가족이라고 하기에 애매하고 친구라고 하기에 애매하다.


  "......응."
  "조심해. 쟤 친누나가 쟤 때문에 사창가로 갔잖아."
  "어?"


  처음 들어보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사창가? 내가 있었던 곳인데...


  "몰랐어? 쟤 누나랑 쟤랑 친했는데, 쟤가..."
  "야아, 권순영 떴어."


  한 여자아이가 막 이야기를 할 때쯔음에 뒷문에서부터 권순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아이들은 그냥 권순영이랑 친해지지 말라고 한 뒤 내 자리에서 멀어졌다. 뭐였을까. 권순영이랑 그의 친누나는 어떤 관계였을까. 뒷문에서 아이들이랑 친하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권순영을 그저 쳐다봤다. 아무리봐도 친누나한테 막 대할 거 처럼 안 보이는데. 그저 권순영의 동그란 뒷통수만 보고 있었을까 부승관이 불쑥 내 앞으로 나왔다.


  "너 진짜 대담하다. 그게 아닌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권순영이 다른 여자애들한테 그렇게 다정하게 대하는 거 처음 봤거든."
  "......"
  "여자 애들한테 인기는 많은데, 정작 자기는 싫어한단 말이지."


  부승관은 웃으며 내 앞자리에 앉았다. 내 책상에 붙혀진 포스트잇을 보더니 부승관은 푸흡, 하고 웃었다. 그리곤 그 포스트잇을 떼고선 쓰레기통에 가져다 버렸다. 그런 부승관의 행동을 그저 멀뚱히 쳐다만 보고있었다.


  "봤으니깐, 버린 거야."
  "안 봤으면?"
  "그럼 사과해야지, 미안."
  "아냐, 봤어. 그냥, 해본 말이야."


  내 말에 그제서야 웃음을 짓는 부승관이었다. 그렇게 부승관이랑 별 의미없는 말들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가 방금 여자애들이 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없어지지 않아 눈을 꼭 감았다 떴다. 대체, 권순영의 누나는 어떻게 사창가에 가게 된 걸까. 그게 왜 권순영 때문일까.


  "승관아,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뭐?"


  괜히 내가 이상한 게 아닐까. 신경 안 써도 되는 일 아닌가. 머리가 지끈 아려왔다. 괜한 관섭하는 건 아닌가, 싶다. 오늘은 정말이지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권순영 누나 일..."
  "......"
  "역시 무리지? 너도 잘 모를테고."
  "아, 그 누나..."


  부승관은 말을 하다 말았다. 애써 숨기고 싶은건가. 머뭇거리는 부승관이 보였다. 내가 또 실례되는 행동을 한 건 아닐까. 부승관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단호히 안 될 거 같다고 말했다. 하긴, 자신의 일도 아니고 소문일 뿐인 일을, 아닐 수도 있는 일을 가볍게 입에 담는게 잘한게 아니니깐. 그리고 그 말을 떠들고 다니다, 권순영의 보복이 두려우니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에선 소문도 진실이 되는 곳이었다. 진실이 감춰지고, 소문만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는 곳이었다.

  미안해, 괜한 걸 물었다. 짧게 부승관한테 사과하니 부승관은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건넸다.


  "이거는 왜?"
  "번호, 적어줘."


  아, 휴대전화 번호. 눈만 깜빡이며 흰 종이를 바라봤다. 휴대전화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하지. 샤프를 손에 쥐고는 머뭇거렸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던 찰나 부승관이 웃으며 날 다독였다.


  "휴대전화 없으면 안 적어도 돼."
  "괜찮아, 나도 1학년 땐 어머니께서 없애셨거든. 공부만 하라고."
  "근데 지금은 포기하신 거 같지만."


  부승관은 웃으며 말했다. 저런 말도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구나. 그때 옆에서 덜커덕 소리가 났다. 옆을 쳐다보니 언제 온 건지 권순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쭉 찢어진 눈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무섭게 느껴졌다. 묘하게 소름이 돋는 눈꼬리였다. 권순영이 작게 턱을 들어올리고는 미간에 힘을 줬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뭐하냐."
  "아, 너도 여기 번호 쓸래?"
  "내 번호를 여기 뭣하러 써."
  "1년동안 지낼 애들인데, 교우관계를 위해서 단체 톡방 하나 만들까 싶어서."
  "얘는 휴대전화 없는데, 그럼 얜 왕따 시키냐?"


  권순영이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물어봤다. 순간 권순영과 몸이 밀착 됐다. 아침에 났던 향수 향이 아닌 원래 권순영의 향이 났다. 짙은 향기가 풍겼다. 그런 권순영을 쳐다보던 부승관의 눈엔 묘하게 인상이 찌푸려지는 듯 했다.


  "그건 아니고."
  "아, 그럼 너봉아 우리 나중에 휴대전화 사러갈래."
  "어?"
  "못 들었어? 휴대전화 사러 가자고."
  "갑자기?"


  그럼 언제 사. 권순영이 조금 언성을 높히고는 날 쳐다보다 부승관을 쳐다봤다. 내 어깨에 걸쳐진 권순영의 팔이 의식 됐다. 불편했다. 혐오스러웠다. 어제만해도 안 그랬는데, 오늘이 되니 갑자기, 정말 갑자기 그들이 떠올랐다. 아까 전 때문에 그런가는 몰라도, 정말 구토감이 올라왔다. 헛구역질이 나와서 내 어깨에 걸쳐진 권순영의 팔을 치우고는 화장실로 빠르게 향했다. 맨 끝 자리로 가서 계속 헛구역질을 했다. 자꾸, 그 사람들이 생각 났다.

  '너가 이번에 오게 된 이너봉이야?'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한낱 몸 파는 창년이 째려보긴 뭘 째려봐.'

  아무것도 입 밖에서 나오지 않았다. 변기를 잡은 두 손은 덜덜 떨려왔고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흘렀다. 아마, 둘 다이지 않을까. 계속 헛구역질이 나왔다. 그러다가 희멀건한 액체가 나왔다. 위액인가보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수면 위로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언니가 자신의 목을 제 손으로 눌리게 하면서 했던 말들, 외간 어른들에게 맞았던 뺨들, 음담패설들. 하다하다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들었던 살인자를 말까지. 언니를 미워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언니는 날 꺼내준 거라고, 구원자라고 생각했는데, 언니가 미웠다. 이럴거면, 이럴거면 자신을 희생해서 날 구해줬을거라면, 그러지 말지. 헛구역질이 멎어지고 불규칙적이게 숨을 쉬었다. 바보같다. 벗어나면 다인줄 알았는데 너무 그곳에서의 트라우마가 심하다. 사람들을 만나기 꺼려진다.

  문을 열고 나가 세면대 앞에 섰다. 거울 속 나 자신과 마주했다. 거울 속에 있는 내 모습이 자꾸 그곳에 있던 나로 보였다. 퉁퉁 부어오른 뺨과, 눈가에 새파란 멍들. 물을 틀어 입을 헹구고,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며 울었다. 또, 울었다. 싫어. 이런 건 싫다. 눈가를 소매로 비비고는 화장실 밖을 나왔다. 종이 울렸나보다, 복도엔 아무도 없다. 반을 들어가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 몰렸다.


  "죄송해요..."
  "전학 첫 날이면 더 주의해야지. 빨리 자리에 앉아."
  "진짜 죄송해요."


  자리로 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교과서를 꺼내고 필기구를 손에 꼭 쥐었다. 아이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다 들렸다. 그들이 보였다. 살인자라고 날 칭하던 아이들이. 나는 그 말을 듣고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언니를 따라한 거였다. 언니를 모방한 거였다. 언니처럼 상처에 무감각한 척 했다. 이미 마음 속엔 수많은 상처를 가졌으면서, 아닌 척 행동했다.

  샤프를 쥔 손이 덜덜 떨려왔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이들은 그들이 아니라고, 몇 번이고 외쳤다. 그래도, 상처는 지워질 수 없었다.


  "......"
  "도저히, 가만히 볼 수가 없네."
  "......"
  "쌤, 보건실 좀 갔다올게요, 이너봉이랑."
  "아픈 사람 한 명만 갔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권순영은 네 손목을 잡고 나왔다. 권순영에게 끌려가는 길이 자꾸 그곳의 복도로 보였다. 하다하다 이젠 환각까지 보인다.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내 손목을 쥔 권순영의 손은 따뜻했다.


  "넘어질라. 업힐래?"
  "......"
  "...업혀."


  권순영은 내게 등을 보였다. 몇 계단만 가면 보건실인데, 이제 됐어. 교실로 가도 돼. 바닥만 쳐다보고 말했다. 지금 권순영을 본다면 언니가 생각날 것이다. 언니를, 권순영에게 투영하게 될 것이다. 도저히 권순영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용기가 전혀 나지 않는다. 눈만 꼭 감고 있었다. 시야가 검게 가득찼다. 꼭 주먹 쥔 두 손이 떨려왔다. 몇 초를 그렇게 서있었을까 갑자기 내 두 다리가 허공에 떴다. 눈을 힐끔 뜨니 권순영의 가슴팍이 보였다.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게 누가 안 업히라냐."
  "좀만 그러고 있어봐. 한 층만 더 내려가면 보건실 있으니깐."


  권순영 품에 안겨 눈만 감고 있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는 걸 느꼈다. 방금 전까진 누군가 내 몸을 만져도 그들이 떠올랐는데 지금은 그저 떨림 뿐이다. 그들이 날 만졌을 때 느껴지는 떨림과는 다른 떨림이.


  "미안해. 그냥, 내가 미안해."
  "네가 뭘 미안해. 미안해 할 필요없어."
  "무겁지? 내릴게. 멈춰줘, 순영아."
  "안 무거워. 그리고 다 왔어, 바보야."


  권순영의 말에 눈을 떠서 주위를 둘러보니 복도를 걷고 있었다. 부끄러운데. 권순영은 한손으로 날 받치고는 보건실 문을 열었다. 쌤, 석민 쌤. 권순영의 말이 허공을 맴돌았다. 권순영은 날 교사용 책상으로 보이는 책상 근처에 있는 침대에 앉히고는 교사용 책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출장 가서 없을 예정. 내일 보자 얘들... 뭐야."
  "진짜 이석민..."
  "저 순영아... 이제 가봐도 돼. 내가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고... 그냥 여기서,"
  "앉아 있어."


  일어서려는 날 권순영이 힘으로 앉히게 했다. 아, 탄식을 뱉고는 권순영을 쳐다보니 권순영이 자연스레 책상 옆 구급상자에서 체온계를 꺼내 내 귀에 가져갔다.


  "......"
  "......"


  둘 다 말이 없었다. 삭막한 고요가 보건실을 가득 채웠다. 체온을 잰 권순영이 체온계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다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그리고는 권순영은 눈을 살며시 감았다. 또, 또 언니가 생각났다. 언니도 체온을 잴 때엔 이마를 열 나는 아이의 이마에 맞댔으니깐. 눈을 깜빡이며 권순영을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다 눈을 뜬 권순영과 마주쳤다. 숨소리가 들릴정도로 가까운 거리라 숨을 꼭 참았다.


  "미열 있는 거 같은데."


  권순영은 떨어져선 능숙하게 구급상자에서 한 알약을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알약을 꼭 쥐고 근처 정수기로 가선 물을 따르고 마셨다. 알약이 목울대로 넘어가고 차가운 물을 쭉쭉 들이마셨다.


  "고마워. 정말로."
  "고마운 거 알면 나중에 휴대전화 사러가자."
  "아직은, 필요 없을 거 같아."
  "순영아, 이제 가봐도 돼."


  교복 치맛자락을 꽉 쥐고는 권순영에게 말했다. 나는 바닥만 쳐다보고선 침대 위로 가 무릎을 굽히고 쭈그렸다.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는 가달라고 권순영에게 웅얼거렸다. 아직까지도 내 발목엔 족쇄가 단단히 채워져있는 거 같다. 살인자라는 말이, 내게 목걸이처럼 달고 다니는 거 같다. 아까 전에 계속 토 해내서 그런가 속이 쓰리고 아렸다. 무언가 꽉 막혀져 있는 거 같았다.

  갑자기 내 머리 위로 투박한 손 하나가 올라왔다. 그리곤 천천히 쓸기 시작했다. 권순영이구나, 아직까지 안 가고 있었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옆을 보니 권순영이 옆에서 웃으며 네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또 나왔다. 나는 여렸다. 그런데 센 척 했다. 여린데, 강한 척했다. 나도 언니에 불과했다.


  "......"
  "......"
  "...안 가도 돼?"
  "응, 안 가도 상관없어."


  권순영는 웃더니 침대 위로 올라왔다. 내 맞은편에 앉고는 활짝 웃었다. 울지말라며 권순영은 낮게 읊조렸다. 그는 정말로 언니를 닮았다. 부정 할 수 없었다, 정말로 닮았기 때문에. 권순영에게서 나는 짙은 냄새가 언니한테서도 났었던 거 같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입을 꼭 다물곤 권순영을 쳐다봤다. 나는 안 울거라며 말했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안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온다. 정말 난 강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힘 없이 무너졌다. 고작 버림 받았던 주제에. 사람들에게, 제 친부모에게 버림 받았던 존재밖에 안 됐는데. 그러고보니 제 친부모의 얼굴과 성함은 이젠 기억조차 안 난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절 버린 사람이 뭐가 좋다고. 눈을 두 손으로 가렸다. 또, 울었다. 또, 감정이 터져버렸다. 난, 정말 약하고 약했다. 무너지고, 무뎌졌다.


  "나도, 보고 싶다, 우리 누나."


  울다보니 권순영의 품에 안겨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몰랐나보다. 권순영은 날 꽉 안으며 말했다.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제 친누나가 어릴 적에 집을 나가고 작년에 오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누나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권순영의 누나는 권순영과 닮았을까. 권순영의 어깨가 들썩였다. 무언가 내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권순영은 날 품에 안기고는 울었다. 나도 역시 그런 권순영에 눈물을 흘렸다.

  권순영의 눈물이 내 등을 촉촉하게 적실 때 난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권순영도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란걸. 권순영도 강한 척하고 있다는 걸.

 

 

 



 

 

 

 

 

*****

 

드디어 서브 남주가 나왔습니다 (짝짝) 서브 남주는 '부' 반장 승관이!

 

[세븐틴/권순영] 겨울, 다음 봄 二 | 인스티즈

 

 

원래는 원우로 하려다가 이 짤을 갑자기 보고는... 문뜩 승관이도 잘 어울릴 수 있겠다... 이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서브 남주는 승관이로 결정이 됐답니다.... 오늘 화는 제가 떡밥을 많이 던져둔 화입니다...^^

뭔가 아실 거 같은 분은 조용히... 댓글에... 남기지 말아주세요... ^_^ 나중에 알아야지 재미있짜나 헤헤

항상 겨울 다음 봄 (줄여서 겨다봄...)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이걸 쓸 땐 제가 여주가 된 것마냥... 사연 있는 여자가 되어버려요...

오늘도 글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 넘나릐 감사하구... 헤헿

 

 

 

암호닉 분들 ☆

느림의 미학 이지훈 오빠 고양이의 보은 봉1 뀨둥 세븐틴틴틴 8월의 겨울 귤 맛있어 진투

96 열시십분 쿠조 라온 ZZU참깨 꾸엑 코코몽 늘보 순영맘 뿌밀 호찡 눠예쁘다 온니밍구 내일 어썸

도리도리 스카이 호시탐탐 찬아찬거먹지마 겨울봄밍 수박꿍쫑 청포도 물민 뿌랑둥이 타요 토마스

9월의겨울 요르요르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타요입니다! 아이구ㅜㅜㅜ 우리 여주 어떡해요ㅜㅜㅜ 정말 힘들겠어요ㅜㅜㅜㅜㅜㅜ 옆에 그나마 순영이가 학교를 나와서 다행인건지 아닌지 참ㅜㅜㅜ 승관이가 서브 남주라니!! 순영이랑 막 대립 이런게 있는건가요!!! 읽을때마다 여주에게 감정이입해서 보다보니 저절로 울상을 지으면서 보는데 너무 재밌어요ㅜㅜ 잘 읽고 갑니다!!
7년 전
연서큘
타요님 첫번째세요 축하드립니다 ^_^ (짝짝) 승관이랑 순영이를 대립 시키고 싶어도... 순영이가 짱 센 캐릭이라서...... ☆ 오늘도 이렇게 제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
7년 전
독자2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네요 저번에 독방에서추천받고 읽은후 일화에 감명받아서 기다리구 있었는데 올라왔네요 여주가 막 트라우마에 시달릴때 ? 마다 너무 안쓰러워요 ㅜㅡㅜㅜㅠ 얼른 잊어버리고 잘지냈으면 좋겠다 싶고 순영이도 여주와 함께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승관이가 서브남주라니 . . ! ! 기대되요 다음화도 기다릴게요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7년 전
독자3
이지훈오빠에요
우리 쑤뇨.. 알고보면 여린남자.. 엉엉 여주는 트라우마로 너무 고생인거아니에여ㅠㅠㅠ??? 그래도 순영이가 옆에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그리구 서브남주가 승관이라니..! 승관아 기억나니.. 수업시간에 우리 둘.. 읍읍!! 작가님 재밌는 글 항상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4
뿌랑둥이입니다! 진짜 필력대단하세요..글이 안끝나길바라면서 계속읽었어용ㅠㅠ최애가 승관이인데 서브남주라니..정말 감사합니당ㅠㅠㅠ 그래도 여주는 순영이랑 제일 잘어울려요 둘사이의 특유의 분위기를 작가님이 너무 잘 만들어주신거같아요! 앞으로도 잘챙겨볼께요! 감사합니당~❤❤
7년 전
독자5
물민이에요... 서브남주 승관이 너무 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 과거도 너무 궁금하고 다음이야기 너무 기대되네요ㅠㅠㅠㅠ 이번 편 너무 재밌게 잘 읽었어요...... 다음편도 기다릴게요!!ㅠㅠ ❤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3 1억05.01 21:3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3 1억 05.01 21:30
나…16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617 1억 12.23 02:39
전체 인기글 l 안내
5/4 10:18 ~ 5/4 10:20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