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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콜록.”

 

형의 기침소리가 더 커졌다. 시선은 옆으로 돌릴 줄도 모르고 창문을 두드리는 빗줄기만 멍청하게 쳐다본다. 뭐 볼게 있나 싶어, 힐끔힐끔. 형의 뒤통수와 창 너머를 번갈아 봤다. 아무것도 없잖아. 그래서 이젠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형의 허연 귀만 계속 힐끔댔다. 몇 분을 넘게 형의 뒤통수를 몰래 훔쳐보고 있는데도, 형은 고개를 돌릴 생각조차 안했다. 또 다시 콜록, 콜록. 형이 얼굴을 맞대고 있던 창문에 허연 입김이 그려졌다.

나는 차를 탈 때부터 듣고 있던 노래의 음량을 낮췄다. 노랫소리가 이제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어폰을 빼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뒀다. 옆에서 계속 따발따발대던 태형이형 때문에 귀가 얼얼해서 이어폰을 끼고 있었는데, 금세 또 이젠 옆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차가 방지턱을 넘을 때마다 흔들, 흔들거리던 태형이형의 머리가 드디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근데 그게 또, 하필이면 지민이형 어깨.

 

 

 

오늘은 꼭 형이랑 앉으려고 남들 일어나는 시간 훨씬 전부터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그리고 맨 처음으로 차문을 열었다. 혹시나 뒷좌석에 앉으면 다른 형들 눈에 안 보일까 싶어서 뒷좌석, 그것도 제일 구석진 자리를 차지했다. 형만 빨리 오면 돼, 지민이형만 오면 돼. 오늘은 형이랑 손도 잡고 노래도 들어야지. 뒤에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못 앉게 할 거야. 시덥잖은 생각에 간지럽게 뜨는 입가의 웃음을 억지로, 억지로 참아내며 창문에 머리를 콩, 콩 찧고 있을 때였다. 근데 자꾸만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한 번, 두 번 껌뻑이면 껌뻑일수록…. 아, 왜 이렇게 잠이 오지…. 조금만…, 조금만….

 

그러다, 그래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다.

 

한참 있다 눈을 뜨는데, 웬 비글같은 놈이 하나 앉아있나 싶었다. 애초에 꿈에서부터 진즉 알았어야 했는데! 그래, 어쩐지 가만히 있질 못하고 계속해서 푹푹 꺼지는 의자 쿠션이 처음부터 남달랐다. 우리 형아는 이럴 리 없는데…. 그때 내가 졸면 안 되는 거였구나! 형과 내 사이를 이렇게 멀게 만든 건, 윤기형도 석진이형도 호석이형도 랩형도 설마 매니저형도, 코디누나도, 아무도 아니었다. 그냥, 비글 한 마리가 형과 내 사이에 큼지막하게 한 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형도 아니고, 오늘은 나한테 그냥 딱 지랄견이었다. 정말로 오늘만큼은 그냥 그렇게 보였다.

근데, 그것도 모자라서 지금은 지민이 형 어깨에 지 얼굴을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아주 파묻고 난리도 아니다. 저 지랄견은 지금 필시, 잠도 안 오면서 일부러 우리 지민이형 어깨에 저렇게 기대고 있는 거다. 내가 안다. 아니면, 어떻게 사람이 고작 5분 만에 저런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잘 수가 있어? 다 안다. 내가 다 알아. 내가 그래봐서 다 안다고!

 

차라리 내 어깨는 되도, 형 어깨는 안 된다.

 

손을 뻗어 형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어있는 태형이 형의 머리통을 살살 끌었다. 마음 같아서는 목이고 뭐고 상관 안하고 확 재껴버리고 싶었는데, 그래도 형이잖아. 그래, 그래서 참았다. 제 몸에 닿은 손길에 형이 놀란 건지 몸을 움찔거렸다. 근데, 죽어도 눈은 안 뜬다. 정말 잠이 든 건가, 아리송했다.

그대로 태형이형의 몸을 내 쪽에 기대게 하는데, 순간 형의 고개가 돌아갔다. 드디어 나를 봤다. 나를 본다, 형이 나를 본다!

최대한 입술을 끌어올려 웃어보였는데, 형이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 왜? 왜? 왜? 이제는 토실한 볼따구도 안 보인다. 아예 몸을 틀어버렸다. 형의 뒤통수를 계속 얼빠진 놈처럼 쳐다보고 있는데, 앞에서 소리가 났다.

 

“다 왔다. 일어나. 내려, 빨리 빨리! 시간 얼마 없어.”

 

랩형도 일어났다. 석진이형도 일어났다. 호석이형도, 윤기형도 일어나고, 태형이형도 일어났다. 차문이 열리고 하나둘씩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벙 쪄 있던 나도 일어났다. 앞으로 나가려는 사이 지민이 형이 먼저 내 앞을 가로질러 차문 밖으로 나갔다. 앞좌석 통로 사이로 내민 내 발을 콱! 밟고 서는.

나는 ‘아!’ 소리도 못 내고 가만 서있었다. 그새 흰 운동화 앞코가 거무죽죽하게 물이 들었다. 질퍽거리는 흙도 묻었다. 근데, 털어낼 생각도 안하고 나는 그대로 멍하니 운동화만 내려다 봤다.

 

내가 뭘 잘못했지..?

 

“전정국! 빨리 나와라, 늦었어!”

 

 

 

 

 

가만히 손을 모으고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귀에 아무것도 안 들린다, 지금. 계속해서 흙이 잔뜩 묻은 운동화코만 눈에 어른거릴 뿐이었다. …지민이 형이, 형이 갑자기 나한테 왜 저러지?

 

“콜록, 콜록!”

“흐익…. 지민아, 너 괜찮아?”

“응. 괜찮…, 콜록!”

 

줄곧 멈춰있던 세상이 다시 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귓가를 왕왕 울리던 소음은 온데 간데없이 지금은 형의 기침소리 밖에 안 들린다. 형의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석진이 형이 발을 동동 굴리며 부산스럽게 형의 주위를 자꾸만 맴돌았다. 콜록, 콜록거리던 마른기침소리가 온 대기실 안을 울리더니 급기야 이제 형은 허리를 숙이고 헉헉 대는 밭은 숨을 내쉬었다. 안 되겠다 싶어 나는 옆에 앉은 호석이 형이 마시고 있던 생수통을 빼앗아버렸다.

 

“야?”

“형은 노래 안하잖아.”

 

호석이 형이 떫은 표정을 지었다. 야 너 뭔갈 좀 잊은거 같은데 내가 첫 파트야.

 

못들은 척 나는 곧 바로 지민이형이 있는 곳으로 발을 돌렸다. 그리고 뒤로 빈 생수통이 하나 날아왔다. 분명 호석이 형이리라. 근데도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아직도 바짓단을 꼭 쥐고 쉼 없이 마른기침을 하고 있는 형에게로 걸음을 했다. 안쓰럽게 마른 형의 등이 눈에 들어차고 이제 그 가냘픈 어깨만 톡, 톡 건드리면 된다고 생각했을 그 무렵. 또,

 

“방탄소년단, 스탠바이 하세요!”

 

이번에는 지민이형이 제일 먼저 몸을 일으켜 쪼르르 밖으로 나섰다. 그 다음, 석진이 형이, 랩형이, 윤기형이, 그리고 태형이형이 뒤를 따랐다. 또 다시 얼이 빠진 상태로 대기실 문만 쳐다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호석이 형이 내 발을 콱! 밟고 지나간다. 운동화가 더 까매졌다.

 

 

 

 

 

숙소로 가는 내내, 차안에서 형의 뒤통수만 봤다. 가끔씩, 얼핏 옆모습도 보였는데 그게 또 윤기형한테 웃는 것 같아서 그래서 기분이 팍 상했다. 나랑은 눈도 안 마주치면서….

 이번에는 뒷좌석에도 안 앉았다. 아프다고, 그래서 앞에 앉겠다고 한 거 같은데 내 눈에는 그게 전혀 아니다.

 

“지민아, 목은 좀 괜찮아?”

 

끄덕끄덕. 무려 웃으면서 끄덕끄덕. 아픈 사람이 뭐 저래, 아픈 사람이 저렇게 이쁘게 웃을 힘이 남아돌아?

볼륨을 더 높였다. 귀청이 터질 것처럼 노랫소리가 머릿속을 왕왕 울려대는데 그래도 이게 낫다. 뒷좌석에서 꿍얼꿍얼, 따박따박대는 호석이 형과 태형이 형의 시덥잖은 대화를 다 들어 주는 것보다, 아니 그보다 박지민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 보다 이게 이만 배는 더 낫다.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꼭 감았다. 나도 이제 말 안 걸 거야.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숙소에 도착한 지가 벌써 3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형은 내게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기침소리는 들리는 데, 나한테 웃는 소리가 안 들렸다. 기분이 상해서 소파에 몸을 구겨 넣고는 별 흥미도 없는 TV 화면에만 시선을 뒀다. 그러니까, 태형이형이 슬금슬금 기어온다. 악의 축, 이 모든 일의 원흉 김태형이!

 

“야아…전정꾸기….”

“…왜.요.”

 

태형이형이 허벅지를 지발로 쿡쿡 찌른다. 그게 또 얄궂어서 슬쩍 피해버렸다. 그러니까 꼴이, 꼭 벽에 찰싹 붙어 있게 됐다. 그걸 또 눈치 없는 놈이 저 앉으라고 비켜주는 줄 알았던 건지, 얼마 남지도 않은 자리에 지 궁둥이를 잔뜩 밀어 넣는다. 저리 가, 저리가라고!

 

“화…났어?”

“아니.”

“…그래.”

 

그냥 화 안 나고 지금 존나 화났어요.

목구멍을 비집고 나오려던 말을 꾸역꾸역 삼켰다. 또 한동안 말없이 화면으로 시선을 뒀다.

 

 

 

 

 

“몸이 안 좋아서 먼저 들어가 잘게요. 다들 잘 자.”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또 나한테 하는 소리는 아니다. 끝까지 말 한마디 안거는 형에게 속이 상해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옆에 앉은 놈이 ‘응~찌민아 잘 자.’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쿵! 하고 방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들어가 볼까, 말까. 말을 먼저 걸까, 말까. 하는 고민에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렸다. 그리고 꼼지락 거리던 발이 이제는 저절로 달달 떨린다. 불안하게 다리를 계속 떠니까 곧 태형이형이 내 허벅지를 찰싹 때린다.

 

“전정구기! 다리 떨지 마. 형님 지금 정신 사나워.”

 

그래, 들어가자. 나도 좀 피곤한 거 같으니까 들어가서 일찍 자자. 그래, 그러자. 말만 안 걸면 되는 거잖아.

 

“나도 잘래. 곧 있으면 해피두개더에 술기 나온다니까 그거 보고 내일 말해줘.”

“어? 리얼? 그래, 알았어. 잘 자~. 전정구기~~~~.”

안 리얼.

 

방문까지 와서도 계속 고민했다. 저절로 마른침이 꼴깍, 삼켜졌다. 진이형은 샤워 중이고…, 다른 형들은 지금 다 TV에 한 눈팔고 있으니까, 이때다. 정말 지금 아니면 안 된다. 다시 한번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다.

 

 

 

 

 

2층 침대 아래에 형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 쓰고 누워있다. 잠이 든 건지, 아님 들어도 아는 체를 안 하는 건지 사람이 들어와도 내다보지를 않는다. 언제 까지 그렇게 있을 건데, 이유라도 알자. 무작정 다가가 형의 이불을 걷어버렸다.

 

“콜록.”

 

형의 눈이 뜨여졌다. 나를 올려다보는데, 그 눈이 여간 날이 선 게 아니다. 아무 말 없이 계속 내게 눈만 흘긴다. 근데 그게 꼭 밉지만은 않아서 쭉 짼 눈을 손을 가져다대 아래로 늘어트렸다.

 

“형.”

“…콜록, 콜록.”

“나한테 왜 그래, 형.”

“내가, 콜록, 뭐….”

 

기침을 한 번 할 때마다 형의 마른 몸이 들썩거렸다. 그게 또 안쓰러워서 그냥 형을 가만 내려다 봤다. 잔뜩 눈을 찡그리며 마른기침을 하던 형의 눈초리에 눈물 몇 방울이 맺혀져 있다. 형의 얼굴에서 멀리 떼어낸 손을 다시 형의 눈께로 가져다 대 망울진 눈물을 살살 닦았다.

 

“형…. 많이 아파?”

“…아니.”

 

거짓말 치네, 박지민이. 기침하다가 훌쩍 거리는 주제에. 여전히 눈초리를 늘이지 않고 나를 노려보는 형이 귀여워 그냥 웃음이 났다. 그러자 형이 허, 하고 어이없다는 듯 숨을 쉬었다.

 

“형 노래해야 하잖아.”

“…….”

“나는 사나이라 감기 잘 안 걸리거든?”

 

형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꼼짝없이 누워있는 형의 어깨를 꽉 잡고 천천히, 천천히 형에게로 다가갔다. 눈 안에 어슴푸레한 빛을 받은 형의 얼굴이 점점 더 꽉 들어찼다.

 

“그러니까, 그 감기 나 줘.”

 

형의 말랑한 입술에 내 입술을 꾹 찍어 눌렀다.

 

형아, 내가 그 감기 다 옮아 버릴 거야. 그러니까 형은 그만 아파.

 

 

 

 

 

 

 

 

 

 

벌컥.

 

 

 

 

 

"전정국!!!!!! 리모커어-----언!!!!!!!....헉!"

 

태형이형... 나는 형이... 너무 싫어.

 

 

 

 

 

 

 

.

밀땅 국민.. 넌씨눈 태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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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43.156
허어어어ㅓㅇ
3년 전
비회원146.44
제밌네요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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