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정국에 뷔 예보
태형 시점
" 어, 야. 여기. "
" 내가 너 교복입고 오지 말랬지, 병신 새끼야. "
" 아, 요즘 야자한다고. 오자마자 시비질이야, 아구창 때리고 싶게. "
자리에 앉기도 전에 시비를 걸어오는 전정국에게 쌍엿을 날려주고 나서야 몸을 앉히고 나를 야려보는 주인 아줌마에 한숨을 푹 내쉬며 이마 위에 민증에 침을 발라 붙였다. 친구라는 놈들은 졸업하고 사복 입으며 떳떳이 쳐 먹는 반면, 내가 교복 차림으로 들어와 술잔을 들이킬 때면 이마에 민증을 붙이고 먹는다. 물어보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일일히 꺼내서 보여주는 건 진짜 더럽게 귀찮아서.
내 나이 스물에 교복을 걸치고 이제 막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고삐리들과 수업을 듣고 있었다. 뭐, 후회 따위는 안 했다. 노는 게 좋아서 놀았음에 후회는 사치였다. 그래도 나름 공부 좀 해보겠다고 늘 줄기차게 쨰던 야자도 곱게 들었고, 수업 시간에 잠에 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거기까지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한다, 난. 보다시피 박지민과 전정국은 조온나게 잘 지낸다. 시발, 나 서럽게. 둘이 나란히 두 손 잡고 같은 대학을 들어갔다. 그 김태희 누님이 졸업하신 대학교에 들어가서 존잘 신입생 투톱으로 공부쟁이들도 홀리고 있다고 했다. 내가 들어가면 다 후두려 잡을 텐데…….
아, 그래. 제일 중요한 년. 김탄소는 재수를 하고 있다. 물론 삼수 사수 오수까지 할 것 같다만은. 목표는 서울대. 전정국과 CC를 할 거라는 개소리를 해댔다. 그래서 그 년은 대학 원서도 넣지 않았다. 처참하게 떨어지는 꼴을 보기 싫다면서. 존나 억지인 게 그래놓고 수능은 쳐 봤다는 거다. 이유가 뭐였더라. 수능치러 온 년들 중에 전정국한테 꼬리치는 년들 잡을려고 갔다나 뭐라나. 어찌됐든 겁나 여전히 철이 없다. 지금도 술이라면 환장을 하는 게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 이유는 도서관에 엉덩이 붙이고 공부를 하는 '척'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네. 맨날천날 약속 빼고 지랄. "
" 걘 공부라도 하지, 넌 뭐냐? 허구헌 날 술 쳐 마시러 질질 따라붙고. "
" 애인이라고 편들지 마, 시발. "
" 내 애인 내가 편들겠다는데 네가 왜 지랄? "
" 작작 좀 싸워라, 너네……. "
박지민이 진절머리 난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박지민과 전정국. 그래, 시발. 난 아직도 얘네 조합이 신기하고 어색하고 이상하다. 친구? 친구를 먹고서도 김탄소 문제로 몇 번 치고 박는 걸 내 눈앞에서 몇 번 목격도 했는데 학교 갈 때는 또 둘이 잘 다닌다. 나 왕따 시키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많이 나아진 상태지만 박지민은 아직도 호시탐탐 김탄소 옆자리 전정국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존나 질긴 새끼. 전정국보다 더한 새끼. 본격적으로 와이셔츠를 걷어 올려붙이고 술잔을 들이키며 김탄소 뒷담화를 시작했다. 물론 나 혼자서. 전정국은 아가리 작작 털라며 욕을 해댔지만 곧이어 수긍하는 듯 했다. 박지민은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왜냐? 지를 찼으니까. (초단순) 그리고 한참 하이텐션을 찍을 때 내 뒷통수를 후려치는 손길에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박았다. 개 시발……. 언 년이…….
" 존나 신명나게 깐다, 너? 밖에서도 다 들리던데, 김태형아. "
" ……엇. "
" 아가리 찢길래? 전정국 넌 듣고만 있냐? "
" 나 귀 막고 있었어. "
" 믿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지? "
쓰고 있던 모자를 벗은 김탄소는 전정국의 옆자리에 앉아 전정국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이켰다. 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힘들은 늘 예상 밖이다, 진심으로. 소주 잔을 몇 번이나 더 채우고 비우고를 반복하던 김탄소를 말리려던 전정국은 팔꿈치로 턱을 한 대 맞고 나서야 말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듯 했다. 19년 동안 안 쓰던 머리를 쓰려니 안 힘들리가 없지. 나는 그저 같이 술잔을 들이키는 걸로 동요할 수 밖에 없었다. 박지민이나 전정국은 대가리가 워낙 좋으니까 뭘 하든 잘 할 테지만 나와 김탄소는 어쩌면 공사장에서 막노동이나 하면 살 지도 몰랐다. 한 번 사는 인생 너무 좆같이 살았네, 나.
" 너네 둘. 내 눈앞에서 썩 꺼져! 공부 잘 하는 새끼들은 딱 질색이야, 알어?! "
" 남 탓 하는 건 네가 일등이다, 야. "
" 재수 없다고, 재수……. 재수? 그래, 시발…. 나 재수한다……. "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쳐 박고 눈물을 흘려대는 김탄소에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쟤도 눈물이 있어? 나 쟤 우는 거 처음 보는데. 놀라서 술잔을 든 채 세 명을 번갈아 보는데 전정국과 박지민은 딱히 놀란 것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박지민도 애꿎은 술잔만 만지작 거렸고, 전정국은 눈가를 문지르다 김탄소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염병. 세상 사는 거 더럽게 힘든가 보네. 한참 그렇게 눈물만 퐁퐁 흘려대는 김탄소를 달래주는 건 전정국의 몫이었다.
에라이. 술맛, 다 떨어졌네. 저 원수 덩어리 우는 거 보니까 나도 눈물난다.
* * *
작가 시점
술맛 떨어졌다며 해산치자는 태형의 말을 끝으로 울다 진이 빠진 탄소를 들쳐업은 정국은 말 없이 길을 걸었다. 꽤나 방탕한 학생 시절을 보내고 펜을 잡으려니 힘들어 하는 건 옆에서 지켜보던 정국이 더 잘 알았다. 공부를 알려줄 테니 같이 하자는 말은 결단코 단호하게 거절하는 턱에 어찌할 수가 없었다. 정국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게 미안하기도, 한 편으로는 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던 터라 그 이유 때문에 거절을 하는 걸 알아서 정국 또한 더이상의 권유는 하지 않았다.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테고, 위로 따위를 할 수 있는 성격도 못 되었기에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도서관을 가면 꼬박 10시간 이상은 엉덩이를 앉히고 공부만 했다. 그러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정국이 아닌 지민에게 묻기도 했고, 끼니를 거르는 일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다 뚝뚝 흐르는 코피에 한숨을 푹 내쉬며 지혈을 하다가도 울컥 짜증이 나 도서관을 박차고 나가 바람을 쐬며 자기 위로를 했다. 전정국이랑 CC 해야지. 그거 못 하더라도, 어? 애인 얼굴에 먹칠은 하지 말아야지. 이 다짐으로 다시 공부를 하곤 했다.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한 정국이 제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는 탄소를 슬쩍 보았다.
" 야. "
" ……. "
" 놀이터 갈까. "
그래. 정국은 위로 따위 할 줄 모르는 성격이었다. 놀이터라는 말에 푸스스 웃음을 터트린 탄소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집 앞까지 왔던 걸음을 다시 옮겨 놀이터로 향했다. 정국은 학업에 몰두하느라 바빴고, 탄소는 공부에 매진하다고 정신이 없어 서로 자주 만날 수는 없었으나 늘 정국이 힘들어 할 탄소를 찾아와 걸렀을 끼니를 챙겨주었고, 책을 읽는 척 공부를 하는 탄소를 훔쳐보기도 했다. 놀이터로 향하는 걸음이 무거웠고, 또 무거웠다. 어느새 도착한 놀이터에 정국의 등에 업혀있던 탄소가 풀썩 뛰어내려 그네로 향해 가 앉았다. 얼마만의 놀이터냐.
정국은 그런 탄소를 가만히 지켜보다 저에게 손짓하는 손길에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갔다. 옆자리에 앉을 거라 생각했던 정국은 탄소의 앞으로 가 쪼그려 앉았다. 안 그래도 살이 없던 얼굴이 더 야위어진 것 같았다.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정국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탄소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 힘들지 말고, 아프지 말고. "
" ……. "
" 넌 뭐든 잘 하니까, 꼭 해낼 거라고 너보다 내가 더 믿고 있다. "
" ……. "
" 그러니까 울지도 말고. 오빠 속상하다. "
" ……오빠는 지랄. "
" 너 꼭 원하는 대학 입학하고 졸업하면. "
" ……. "
" 그 땐 네가 원하지 않아도. "
" ……? "
" 꼭, 나랑 결혼하자. "
팔을 뻗어 탄소의 뒷목을 잡아 끈 정국은 망설임 없이 입을 맞추었다. 사람 하나 없이 조용한 놀이터에서 주황빛 가로등만이 둘을 밝히고 있었다. 둘은 남들보다 조금은 별난 남들보다 조금은 특별한 성장통을 겪고 난 후에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소년과 어른, 소녀와 어른 그 경계선을 밟고서 둘은 또 다시 성장하고 있었다.
양아치 전정국 X 양아치 너탄 : 完
* * *
우왕... 완결이당... 진짜... 완결이당.... 양아치가.... 완결이당...... 뭔가 하나도 안 믿겨요ㅠㅠ 겨울 방학부터 달려온 내 양아치가...!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완결인 걸 믿고 싶지 않아서 늦게 온 거예요. (핑계) (핑계x100) 진짜에여.. 진짜루,... + 나의 젖가튼 현생..
사실 독방에 섹시한 정국이가 보고 싶어 싸질러 봤다가 글잡 가보라는 말에 처음으로 와서! 이런 저런 스토리들은 멍청한 머리로 엄청
고민을 많이 해가면서 썼어요.. 사실 이렇게 연재하게 될 줄은 진짜 정말 꿈에도 몰랐거던요... 그런데도 이렇게나 너무 큰 사랑을 막
받아서 너무 행복했답니다.... 이런 못났고 이상한 글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다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이 글의 주제를 '성장통' 으로 잡았는데 잘 전달이 되었는 지 모르게써요... (우르먹) 노래 가사 ㄹㅇ 내 마음.. 낫....파인... 나
나머지 사담과 암호닉은 빠른 시일 내로 정리해서 브금들과 같이 올려드릴게요! 진짜 진짜 완결이야 양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