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설정) 링크입니당~ http://www.instiz.net/name_enter/43311259 고딩때 써두었던 글을 섞었습니다 ㅋㅋㅋ 어딘지 아시겠나요? +) 늦게라도 초록글 감사합니다 ㅜㅜㅜㅜ 고기 먹고 오느라 흑흑 독자님들 머무너무너무너무누 보고싶었어요!!! - 기면증 판정을 받았다. 보송보송한 날들이었다. 멍해있다가, 필기를 하다가, 정신이 들어보면 나는 졸고 있었다. 희한하기도 하지. 전혀 졸리지 않은데. 선생님이 먼저 병원에 가볼 것을 제안했고, 나는 이제 막 씻고 나온듯 개운한 잠을 빨아먹으며 진찰을 받았다. 냠냠. 솜사탕같아.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 엄마는 당장 내년인 수능부터 어떻게 하냐고 마구 걱정했지만, 나는 어쩐 일인지 마음이 무겁지 않았다. 학교에서 조퇴증을 끊기 수월해졌다. 때론 나는 옥상에서 민들레 홀씨를 불었다. 아니면 노래를 불렀다. 나는 지선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유리 공예품처럼 접어올린 종이로 만든 조각. 러브홀릭과 에픽하이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날 잠긴 옥상문을 열고 들어온 아이가 있었다. "뭐해." 일어나 앉아보니 해는 잠들기 딱 좋도록 목덜미를 따끈따끈하게 데워놓았다. 아직까지 말하다 잠든 적은 없지만, 오늘이라면. "너 나 알아?" "뭐하냐고." "잘거야. 신경 꺼." "수업 시간이잖아." "너나 들어." 다리를 태평하게 꼬고 다시 드러누워 팔을 벌렸다. 아이가 그늘을 드리웠다. "비켜." "뭐하냐니까." "알아서 뭐할래. 너 나 아냐고." "이제부터 알자. 나는 서명호라고 해." 불쑥 내민 손에 엉뚱하게도 유리구슬이 쥐어져 있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건너온게 아닐까. 하얀 햇빛을 받아 더 하얘진 아이가 눈이 부신듯 인사를 하며 나의 물을 갈랐다. 찡그린 미간 주름 세개에 대고, 그 인사를 받았다. 이제보니 그 유리구슬은 자기 눈이었던거다. 유달리 밝은 청회색빛의 홍채를 지닌 덕에 그 아이는 누구에게나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알려주는 재능이 있었다. 말그대로, 구슬. 유리로 만들어진. 체육시간 그 얄따란 품에 넉넉한 체육복을 걸친 채 태양을 느리게 올려다보는걸 교실에서 바라보고 있자면 내가 다 고요한 철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가끔 마주쳐서 인사를 할때 그 애는 표정이란걸 지을 줄 모른다는 백짓장의 얼굴로 간편하게 안녕, 이라고 했다. 보기 힘든 류의 인사였다. 그럼 나는 그것만큼 단순하게 안녕, 으로 되받아치는 것이었다. 테니스공을 던지듯, 주고받듯하는 탄력있고 기분좋은 인사다. 그 아이만이 할 수 있는. 나중에 알았다. 알비노. 백색증. 선천적으로 멜라닌이 부족하게 태어나는 유전병. 그래서일까, 체육시간 시작즈음 느리게 태양을 올려다보던 너는 움직이지 않고 그늘에 얌전히 앉아있기가 대부분이었다. 밤 아니면, 말 그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는 셈이었다. 멜라닌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너는 그 방패가 없으니까. 낭떠러지 끝에 선 아이니까. 고스란히 빛의 창을 안고 선 너는 암흑에서 태어난 백색이니까. 나라고 달랐을까. 잠의 무자비한 공격 때문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보니 나는 자연스레 주말에도 학교를 나왔다. 교과서가 거기 있고, 내 공부 신경이 거기 있으니까. 수업을 듣진 않아도 나는 내 책상과 교실마다 하나씩 있는 스탠드 책상을 복도 창가로 끄집어내 붙여놓고 발을 동동거리며 펜을 굴렸다. 그러길 좋아했다. 기본적으로 내가, 학교를 싫어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오후 3시 반의 학교는 햇볕이 참 좋았다. 에픽하이의 Paris를 가만가만 따라부르다 책상에 엎드렸다. 황금이 창을 적시고, 책상을 물들이고, 교실 문으로 번져 바닥에 튀었다. 그 광경을 말가니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먼저 갈앉았다. ".. 로, 너와 내 사랑은 숨쉬고.." 2절이 끝나자 하품이 절로 나왔다. 기지개를 늘어지게 하고 나니 만사가 귀찮았다. 눈을 깜박거리는 속도가 느려지고, 기분좋게 잠에 빠졌다. 4시였나, 옅게 잠이 깨었는데 누군가의 인영이 짙었다. "음.. 아, 명호야.." 명호가 내 발치에 의자를 끌어다놓고 앉아 스탠드 책상에 턱을 괴고 물끄러미 날 보고 있었다. 잠에 취해 정신이 없던 나는 일어나 얼굴을 쳐다볼 힘도 가물가물했다. 한쪽 귀에만 꽂힌 이어폰에서는 애덤 르빈이 열심히 How를 부르고 있었다. 이어폰 선을 책상 바깥으로 간신히 던져놓고 팔베개를 만들었다. "넌 어째 잘 때만 봐줄만하냐." 부시시, 부시시, 건조하게 웃었다. 명호가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 한쪽까지 걷어내고 내 왼팔을 조심조심, 책상 밑으로 내렸다. 체온이 기분 좋았다. ".. 나 지금 팔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그래, 그러니까 좀 낫네." 또 파스스 웃음이 샜다. 명호 숨소리가 나즈막히 들렸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물 속에라도 빠진걸까, 심청전처럼. 명호가 책상에 턱을 묻었다. 콧노래를 조용조용 부르는데, 저 노래 뭐였더라. 아는 노랜데. 머리를 굴리기엔 너무 커버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잠은 자꾸만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아 얼른, 아 빨리. 아, With Me. 잠을 어르고 달래는데, 명호가 입을 맞추었다. 이상하기도 하지, 어색할건 아무데도 없었다.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마치 시간에 원래 그렇게 새겨져 있던 것처럼. 물같이 가벼운 공기가 졸졸 흘러갔다. 뒷통수에 와닿는 떨림이 팔랑팔랑 날았다. 머리카락을 소사사 소사사 헤집는 손이 내 뒷목에 안착했다. 입술에 힘이 풀려 입이 벌어졌다. 마치 물이 흘러들듯이, 개연성 있는 혀가 이야기를 가지고 들어왔다. 바닷속 세상은 이런 곳이구나. 물결의 도시에서 왔다는 꽃잎들이 내 도시에 비밀들을 얹어두고 갔다. 몽롱한 정신이 돌아오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한걸까. 발이 땅을 스칠듯, 스칠듯, 계속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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