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글 (설정) 링크입니당~ http://www.instiz.net/name_enter/43311259 코피를.. 쿨럭.. 조심을.. 이석민 코피남.. 쿠울.. 럭.. +) 석민이 초록글 고맙습니다 ㅠㅠㅠㅠㅠㅠ 남은 두 편도 함께 뜁시다!!! 끝까지 열심히 써올게요❤️ - [놀러올래?] 그래서 간거다. 가끔 얘가 내 남친이 맞나 헷갈리긴 했어도 어쨌거나 우리는 연애중이고, 서로가 서로의 이름인게 당연한 사이니까. [가서 또 막 이상한거 뒤집어씌우고 선물이라면서 쓰레기 봉투나 주고 그러면] [응 ^^] [석민아] [뒤진다구? ^^] [그땐 너 죽고 나 죽는거야] [와 같이 죽어주네 감동인데] [이 새끼가] 996일 연애를 하더니 애가 '나는 네가 정말 친근해'를 이상한 방식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슈퍼에서 사 온 쓰레기 봉투를 수줍어하며 선물이라고 건네주질 않나, 학교에서 인사랍시고 말 가면을 뒤집어씌우질 않나. 물론 그렇다고 내가 당하고만 있었을 리 없다. 명색이 비글 커플인데, 내가 어디 그걸 보살처럼 받아주고만 있을 성정인가! 나는 내 지랄맞은 성격에 자부심이 있었다. 쓰레기 봉투를 선물받으면 쓰레기통을 사줬고, 말가면을 씌우면 있는 힘껏 평범하게 가면을 쓴 채로 데이트를 했다. 다행히 석민이도 나와 비슷한 견종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견종, 이를테면 도베르만과 비글의 만남이라면.. 그만하자. 그래도 나흘 후면 1000일이다. 그날만큼은 카라멜 마끼아또같은 분위기로 가고 싶은게 내 마음이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강의까지 들었다. "너는 무슨, 연애를 1000일씩이나 한 애가 아직도 남자를 모르니." "아니, 걔가 날 여자 취급해줘야 남자 '인가보다', 까지라도 하지." "븅신. 넌 아직 멀었다." "언니 예스가서 20만원 질렀다." "기본 자세는 돼 있네. 잘 봐. 남자들은," 시각에 약해. 다 아는 것들이었다. 속는셈 치고 들어나보자 싶어 턱을 괴었는데, 브라에 향수를 뿌리라고?! 거기에 그걸 왜?! "아니 미친년아, 생각을 해봐. 남자들이 보는걸로만 쫑을 낼거 같으면 요새 차고 넘치도록 잘 돼 있는게 온라인이야. 오프라인에서 쇼부 볼 수 있는게 뭔데, 향 아니냐." "아니 시발 그래도 거기에 그걸 왜.. 어떻게.." "뚜껑을 연다. 펌프를 누른다. 칙칙." 논조가 진지한게 함정이었다. 뭔가 잘못되어가는 기분이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그걸 실행에 옮긴다는게 문제였다. 가슴 깊이서부터 올라오는 릴리향. 흠하흠하. 친히 자기가 직접 화장을 해주시겠다며 자신만만하게 나서길래 반쯤 속는셈 치고 얼굴을 맡겼다. 문제는 나는 가을웜, 그 친구는 여름 쿨. 쓴 것은 자기 파우치. "장난치냐!!!" "예쁘.. 미안하다. 뜨네. 거짓말은 친구된 자의 도리가 아니지." "아 죽인다, 진짜.. 너 진짜 가는 당일날 화장 이렇게 해줬으면 내가 너," "존나 미안. 진심. 여기, 클렌징 티슈." 눈이 넘어갈듯 친구를 째려보고 화장을 지우니 흐미, 세상에. 종강 다 됐다고 피부가 이렇게 엉망일수가 없었다. 새삼스럽게 놀랐다. 아, 쌩얼 안돼. 죽어도 안돼. 아님 그냥 죽는건 어떨까? 음. 자아가 드디어 분열하는군. 화장이고 뭐고 어떤걸 새로워할지 감도 안 잡혔다. 먹구름 낀 머리로 전쟁의 아침이 열렸다. 그래도 요새 너무 편안해하기만 했으니 긴장을 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샤워하고 나와 생판 처음 입어보는 쿼터컵 브라를 엉거주춤하게 들고 고민했다. 별무늬! 달무늬! 레이스! 핑크! 그러다가 거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양심이 찔렸다. 아니 뭘, 무슨, 찔릴 것도 없는데, 뭐가. .. 그래. 브라를 굳이 입는게 무의미해서일거라고 생각하자. 씨발. 야, 석민아, 미안하다. 니 여친은 배포가 크질 못하네. 뻔뻔하고 당당하게 대문을 열어젖혔다. 일부러 발끝에 힘을 주어 걸으며 될대로 돼라 하는 심정으로 지하철을 탔다. 헐빈해서 덜거덕거리는 브라만큼이나 가슴이 아팠다. 시발.. 어쩌자고 안 하던 짓을 해서. 나는 더 뻔뻔하게 날짜를 세며 석민이의 새로운 자취방에 입성하기로 결심했다. 가슴에선 릴리향이. 흠하흠하. "999일!!" 포부차게 현관문을 열어젖히자 미린다를 마시던 석민이가 그대로 냉장고 문을 향해 방금 마신 것을 고스란히 뿜는다. 아, 촉촉해.. 스프ㄹ.. 맞다, 그건 사이다고. "뭐냐, 너. 날짜 세고 있었어?" "야, 아무리 만만해도 그렇지, 나 니 여친이다." "만만한건 아네." 얄밉게 윙크를 하며 혀를 튕긴다. 일단 한번 참고 가져온 선물을 꺼냈다. "새집 증후군 무시하다가 인생 망하는거야, 너. 이거 옷장에 걸어놔. 디퓨저는 쓸 줄 알지?" 사쉐를 앞뒤로 뜯어보던 석민이가 옷장에 그것을 걸어두러 간 사이, 빠르게 니트 속으로 코를 집어넣어 향을 맡았다. 음, 스멜. 살아있고. "너 뭐해?" "읍?" 머리를 끄집어내다 니트가 코에 걸렸을 때쯤 의아한 표정의 석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쟤 입에 미린다가 없어서 다행이야. "야, 내가 좋은건 알겠지만 지금 해도 다 안 졌는데 너 무슨 벌써 막," "시끄러." 디퓨저에 스틱을 꽂아 다시 석민이 손에 들려보냈다. 쓰레기를 정리하고, 냉장고에서 비비빅을 하나 꺼내 물었다. 침대가에 앉아 가지런히 꽂힌 책장을 구경하다 맨 아랫칸,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시선이 멈췄다. "이석민," "어?" "너 낭만파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변기 위에 디퓨저를 놓고있던 석민이가 나에게로 돌아오다 시선을 따라간다. 곧 얼굴이 경악으로 바뀐다. 미안하다. 내가 한 박자 빨랐다. "어디 보자, 이석민 졸사!!" "야, 다시 안 갖다놔..?!" 책을 껴안고 테이블을 넘어 그 좁은 원룸 안에서 추격전을 벌인다. 민첩성은 내가 너 못지 않다, 석민아. 책장을 추르륵 넘겨 재빨리 석민이가 있는 페이지를 찾아낸다. "악-!! 이석민 머리 좀 봐." "아오, 야, 그거 다시 갖다두, 아, 진짜," "와, 역시 스물넷이 되도록 자취방 책장에서 고딩 졸업 앨범을 안 빼는 낭만파답다. 너 앞은 보였니? 앞머리 이렇게 길어서." 신난 내 웃음소리가 깔깔깔 날아다닌다. 재게 다음 페이지를 찾으려 하는데 석민이의 팔이 뻗어온다. "어림도." 침대 위로 쓰러져 책장을 날리듯하는데 옆구리로 석민이 손이 훅 들어온다. 휘핑크림마냥 웃음을 잔뜩 얹은 숨소리다. "꺅-! 하지마, 아, 간지럽잖아." "달라니까, 그러게." "싫어싫어- 뭐길래 니가 1000일 동안 감춘거야, 나 볼거야-" 뒹굴거리며 어떻게든 석민이 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입이 막힌다. "쉿, 쉿, 조용히 해. 여기 방음 안 좋단 말이야." "그래도 안 줄거야!" 소풍 가서 찍은 사진은 반 구분 없이 뒤섞여 있어 찾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모양이었다. 하지만 포기란 없다! 악착같이 팔을 쭉 뻗어 빠르게 페이지들을 스캔했다. 허벅다리며 발등이며 온 몸이 지뢰밭인 나는 웃음으로 몸을 뒤틀면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석민이는 간지럼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내 남은 한 팔을 몸에 붙이고 덥석 포박을 해왔다. "내놔, 내놔." "싫어. 볼거야. 안 보여주면 찾아서 볼거야." 숨 때문에 볼이 발그레하게 올라오고 석민이 머리칼도 엉망이 되었지만 우리 둘 다 집요했다. 있는 힘껏 나를 끌어안은 석민이가 나를 따라 팔을 뻗었을때 내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아, 왜 그래, 왜 그래." 사실 팔이 눌려 아팠는데, 이렇게 보니 그림이 제법 이상했다. '제법' 이상하다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은 당연하게도 그것이 내가 원하던 방향이었음을 시사한다. 눈치빠른 석민이가 순식간에 눈꼬리를 살살 접었다. "와, 너 이게 목적이냐." "뭐가. 남친 졸사 좀 보겠다는데." 내 위에 올라탄 석민이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입술을 맞췄다. 가볍게. 석민이의 눈이 가느다래졌다. "너 뭐해." "뽀뽀." "왜?" "하면 안돼?" "몰라." "그게 뭐야." "모르겠으니까 한 번 더 해봐." 그래서 한 번 더 쪽 했다. 석민이 입꼬리가 슬슬 피어나고 있다. 등을 받치고 엎드려 나를 껴안은 석민이 콧대가 새삼 섹시했다. "이제 알겠어?" "아니? 계속 모르겠는데?" 그래서 한 번 더 쪽 했다. 석민이가 슬그머니 다리를 고쳐 왼팔로 나를 깊숙히 안았다. "아, 아아, 등 배겨." "지금 그게 중요해? 누가 오늘 이렇게 끼부리고 오랬어." 얘는 안 것이다. 내가 얼마나 들키기 위해, 들키지 않기 위해 고단수의 수를 썼는지. 얼굴이 불쑥 가까워졌다. "진짜 얘 안되겠네.." "니가 무슨 말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도전적으로 눈을 마주보며 꼬리를 감췄다. 지금 브라의 릴리향이 중요하냐. "향수 내가 손목에 뿌리라고 사줬지, 언제 이런 데 뿌려도 된댔어." 오른팔도 등 뒤를 감아 안는다. "어디 뿌리든 내 마음이지, 내거라고 사줬잖아, 니가." "대놓고 이러면 재미없는데-" "재미없는 표정이 아닌데?" 한 번 더 쪽했다. 석민이가 얄쌍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이씨, 또 이런 눈치는 더럽게 빨라서." "이런 눈치 안 빠르면 어디 3년 동안 니 여친 해먹겠냐? 뭐해? 여기서도 내가 일일히 지시해야 돼?" 석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빙고. 경쾌한 총성이 들렸다. 눈을 피하지 않고 오른팔만 풀어 슥슥, 블라인드를 내렸다. 콧대가 스치는 거리에서 석민이가 낮게 으르렁거린다. "노렸구만." "그래서 싫어?" "누가 싫대?" 오른손 하나에 턱과 뺨을 잡힌 채 말처럼 석민이가 달려들어온다. 역시 숨가쁜 공기에 어울리는 아이다. 브라에 향수라니. 말도 안되는 조언이라 생각했던 과거의 나, 머리 박자. 목덜미를 감아올릴 시간도 주지 않는다. 나는 이 소유욕이 너무 좋다. 왼팔도 빼 내 머리 위에서 깍지를 끼고 팔꿈치로 매트리스를 짚는다. 나는 내 작전인걸 다 알고서도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네가 못견디게 귀엽고 섹시해서 곧 웃어버린다. "크흐흥," "웃지마. 키힉," 그러는 자기도 웃으면서. 다시 목덜미를 안고 뒷통수를 쓸어내리자 목울대를 울리면서 숨가쁘게 질주한다. 그런 너를 몰 수 있는건 당연히 나뿐이지 않겠어, 이석민. 장난스럽게 네 속으로 숨을 후후 불어넣는다. 네가 다시 키들거리면 이제 곧 내 목덜미를 쓰다듬을 것을 안다. 아, 누가 우리 권태기랬냐. 좀 나와봐라. 친구에게 거하게 술을 쏴야겠다고 다짐하며 이불을 펼쳐덮었다. 미리 좀,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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