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고양이 전정국과 아슬한 동거 06
부제: 전정국의 숨겨진 이야기
눈을 떴다가 감으면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가 달라지곤 했다. 그것을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내는 소리가 전부 같은 소리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누워서 내게 느껴지는 자극에 반응만 했다. 그 반응들은 시시각각 각종 컴퓨터에 저장이 됐고,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은 내게 주사를 수도 없이 놓았다. 감정이라는 건, 배워야 알 수 있다. 나는 그런 감정을 배우기도 전에 실험대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랬기에 아프다는 것도, 배가 고프다는 것도 모르고 자랐다. 그렇게 천장만 바라보고 지낸지 얼마가 흘렀을까, 어느 순간부터 아무도 내게 고통을 주지도 않았고 실험실에 들어오지 않았다. 덕분에 목을 놓아 울었고, 정신을 잃어버릴 수 있었다. 어쩌면 그때 본능이란 게 작용했을지 모른다. 아무런 감정도, 심지어 내가 어떤 존재인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묶여있는 것보다 그렇게 정신을 놓는 게 나았을 테니깐. 내 본능은 그대로 움직였던 것 같다. "원장님, 그래도 그렇게 가시면 안 되잖습니까. 이건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원장님, 원장님." 흐릿한 기억 속에서 은연중에 들었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약하게 울렸다. 눈만 뜨고 움직이지 않았다. 혹시 내가 이렇게 살아있다면 또 버려진 것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내게 다가온 남자의 체온이 느껴지고, 나는 눈을 급히 감았다. 그러나 그게 멍청한 눈속임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길지 않았다. "일어났습니까. 지금 움직이지는 못할 테니깐 누워있으세요. 밥 대신 주사 놔줄 테니깐, 그냥 누워있어도 됩니다." 내 귓가를 간지럽히는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가만히 누워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항상 그래왔으니깐. 그래도 한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몸을 감싸고 있는 밧줄이 없어진 것이다. 사실 이게 있어도, 없어도 그 당시의 내겐 아무런 제약을 가져오지 않았다. 항상 묶여있던 탓에 없어도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어린 코끼리의 발을 세게 묶어서 도망가지 못하게 하면, 그 코끼리는 성장해서도 얇은 밧줄만 있으면 도망가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그 모양 그 꼴이었다.
낯선 남자가 놓아준 주사를 맞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전과는 다르게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고, 숨도 쉽게 쉴 수 있었다. 그래도 움직이라는 말이 없었기에 얌전히 누워서 꼼지락거렸다. 그런 나를 발견했는지, 쓰고 있던 안경을 손에 쥐고는 나를 일으켜 세워줬다. "이제 저랑 이곳에서 살아야 됩니다.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정국아." 그의 마지막 단어에 나도 모르게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한 방울 떨어졌다.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듣는 건 문제없었다. 누군가에게 배우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본능이 기억해서 움직였다. 그런 나를 그 남자는 불쌍하게 여겼고,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줬다. 오랜 시간 밥이 아닌 영양주사로 목숨을 연장해오던 탓에 처음에 음식물을 섭취하기가 어려웠다. 이가 간지러웠고, 아팠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음식물의 느낌은 나를 충분히 자극했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소리가 내 목을 통해 흘러나왔다. 낯선 남자는 내 손을 잡아주었고, 알려주었다. 덕분에 혼자서 밥을 먹을 수도 있게 되었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중간에 고양이로 변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때도 남자의 말을 이해할 수 있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렇게 나와 남자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주잉, 남준, 배고파요." "밥 차려줄 테니깐 앉아서 아까 내준 문제 풀고 있으세요. 틀리면 버섯 한 개씩 추가되는 거 안 잊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정국아." "주잉, 남준, 미어. 얼른 와요. 꾸기 다 풀고 이쓰게요." "예쁘다." 아픈 생활을 잊어갈 때쯤, 남준이는 낯선 사람과 자주 만났다. 그 낯선 남자는 종종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기분 나쁜 신체 스킨십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억지로 미소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남준은 나를 봐주는 시간보다 혼자 서재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 남준의 서재 앞에서 고양이가 되지 않았기에 앙탈을 부릴 수도 없었다. 사실 내 본능은 버려진다는 걸 알았던 걸까. 언제부터였을까. 그 낯선 남자가 들어와서 내게서 남준을 뻇어갔을때부터? 남준이 서재에 박혀서 내 밥을 잊어갔을 때부터?
결국 남준의 집에서 도망 나왔다. 식탁에 올려둔 낯선 남자의 종이를 손에 들고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비가 내렸고 배가 고팠다. 사실 나올 때는 걸어서 나왔는데 갑작스러운 비와 자동차 소리에 놀라고,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그런 것도 잊은 채 배가 고파서 음식을 찾는데, 익숙한 향이 느껴졌다. 나를 발견했으나 그냥 지나쳐버리는 그 사람을 뒤따라갔다. 혹시나 놓칠까 봐 따라갔는데 내 인기척을 몰랐는지, 문이 급히 닫혀버렸다. 결국 언제 열릴지 모르는 문 앞에서 기다렸다. 문이 열렸고, 아까 맡은 은은한 향이 진하게 코를 자극해왔다.
그 사람이 들고 있는 옷에 돌돌 말려서 집 안으로 함께 들어갔고 그렇게 우리는 이상한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암호닉] 언제나 환영! 대환영! 설탕모찌, 꾹피치, 쿠크바사삭, 망개침침, 뿜뿜이, 땅위, 난나누우, 흥탄, 갤3, 물망초, 요랑이, 꾸꾸까까, 대구미남, 깡태콩, 애블바디댄스 예아, 뉸기찌, 윤기네설탕, 오빠아니자나여, 뉸뉴냔냐냔, lost, 레드불1일1캔, 곰탱이네동굴, 자몽소다, 흩어지게해, 침침이, 태태랑, 주홍, 빙구, 정국오빠 애인, 즌증구기, 보보, 굥기, 지민이어디있니, 0519, 윤기윤기, 너만보여 ~~~ ❤️ ~~~ 오늘은 정국이의 이야기인 만큼 정국이가 댓글을 달아드립니다. ^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