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 네 디자인 회사 다닙니다
- 나이는 꽤 있겠네요
- ... 25살입니다
- 보기보다 꽤 있네요
두려웠다
아직 아무 말씀하시진 않았지만
좋은 말씀이 나올 상황이 아닐거라는 것쯤은 알았다
괜한 긴장감에 식탁 밑으로 애꿎은 손톱만 뜯고 있었을까
- 우리 딸 많이 좋아해요?
- 쉬운 감정으로 좋아하는 거 절대 아닙니다
- 이름 고3인 거 알고 만나나요?
- ..네 하지만 옆에서 많이 도와주..
- 도대체 어떤 걸 도와주죠?
지금까지 방해만 됐어요
이름 그쪽 만난다고 한동안 학원도 안 나가고
당장 수시 준비해야 되는데 주말에 밖에 나가 놀기만 하고
그것도 자기보다 6살이나 많은 사람이랑..!
적어도 생각이 있는 어른이라면 얘를 타일러서 집을 보내던가
현실을 알려줘야지 어떻게 더 한 짓을 하죠?
난 정말 이해가 안 돼요
- ..죄송합니다
- 하.. 더 이상 말하기 힘드네요
최대한 빨리 이름과 멀어져줘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머니를 급히 잡았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 어머님 잠시만..잠시만 제 말 들어주세요
무슨 걱정하시는지 알아요
하지만 저 이름 잘 끌어줄 자신 있습니다
말하신 대로 지금 제일 중요한 시기인데
제가 이름이에게 방해된 일
그런 일 절대 안 일어나게 하겠습니다
어머님이 이름을 아끼는 만큼은 못 미치지만
정말 그 누구보다도 아껴주겠습니다
그러니깐.. 제발.. 한 번만 다시 생각해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 .. 난 그냥 권순영씨가 우리 이름 옆에 있는 게 싫어요
또래를 만나도 시원찮은데 어디 나가서
나이 많은 사람이랑 사귄다는 안 좋은시선이라도 받을까 봐
얼마나 걱정되는 줄은 알아요?
.. 남은 게 이름 하나뿐이라 정말 귀하게 키웠어요
이때까지 참았으면 됐지
얼마나 더 부모 속을 뒤집어 놓아야겠어요..!
..제가 나서기 전에
이름 몰래 일주일 안으로 끝 보세요
이름을 위한다면 미련 없이 내쳐요
무릎이라도 꿇고 싶었다
저 이름 없으면 안된다고
한 번만 사람 한 명 살리는 셈 쳐달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말에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
내 욕심 채우자고 나 살아가자고 우겨볼 수는 없는 일였다
복잡한 감정에 구역질까지 날 거 같았다
휴대폰을 꺼내 이름이의 사진을 봤을까
이 상황에서 또 이름모습을 보니 실없이 웃음만 나왔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너를 내쳐..
잠을 자는 건지 우는 건지 헷갈리는 밤을 보냈다
.
.
.
매일 아침 다가오는 시간이 좋았다
서둘러 준비해서 문을 열고
너에게 가는 길이 그렇게 행복했다
근데 오늘은 문고리를 잡았다 놓았다
의미없는 짓을 반복했다
항상 만나는 시간이 넘었음에도
안 나오는 내가 걱정이 됐는지
어느새 집 앞에 와
벨을 누르지 않고 나를 부르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부름에 도저히 답을 못하고 있었다
좋아하니깐 사랑하니깐 이 감정에 충실 하려고만하면
어제의 이름어머니의 잔상이 겹쳐왔다
아파지는 머리에 한숨만 쉬고 있었을까
현관문 넘어 보고 싶다는 너의 목소리에
모든 생각을 뒤로하고 서둘러
현관문을 열어 너를 껴안았다
딱 일주일만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너의 이쁜 모습을 담으려 한다
.
.
.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로 들어가는 너의 뒷모습만 보다
회사에 지각을 하는 일이 태반이고
일하는 도중에도 책상 위에 놔두었던
이름이의 사진을 넋 놓고 쳐다보기 일쑤였다
집을 데려다줄 때면 항상 아쉬워 손을 안놓고 잡아두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얼른 집으로 들여보내면
변했다고 속상해하던 이름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니라고 품 속에 안아두고 싶었지만
애써 시선을 피하며 너를 보냈다
일주일이 점점 다가올수록 내 정신 상태는
누가 들어와 유리병을 내려친 것처럼 엉망이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이끌까 했지만
그럴 때마다 어림도 없다는 듯
남은 사람이 이름밖에 없다는 이름 어머니의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왔다
결국
행복했던 너와의 순간을 먼저 놓으려 한다
-----------여주 시점-------------
이상하게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은 하루였다
요즘 들어 무뚝뚝해진 아저씨에
모든 일이 신경이 날카로워
퍽 하면 우울하고 실수만 했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아침에는 알람이 울리기 전 먼저 눈이 떠지고
학교에 오면 항상 자기만 입에 물고 있던
피자빵을 나에게도 건네는 원우가 있었고
점심에는 무려 제육볶음을 나눠주는
승관이와 석민이도 있었다
오후는 매번 길고 길었던
담임선생님의 잔소리로
기본 30분은 잡아먹던 종례시간인데
웬일인지 얼른 교실을 떠나라는 소리로 금방 끝을 냈고
교문 앞에는 내가 좋아하는 햄토스트를
포장해 들고 있던 민규도 있었다
오늘따라 술술 풀리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아져
항상 막막하던 메이크업 패턴지도 쉴 틈 없이 칠해 검사받았다
항상 별다른 칭찬 없이 검사를 해주던 학원 선생님이
오늘은 너무 잘했다며 어서 집으로 가보라는 말에
기분이 붕 뜬 채 학원을 나와 익숙한 차로 뛰어갔다
이 기분 그대로 유지해 아저씨로 하루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을까
차에 타 집에 도착해서까지 눈길 한 번을 안주는 아저씨다
늘 그래왔던 거처럼 말을 걸려고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그만 고개를 숙이고만 말았다
주차를 하고도 움직임이 없는 아저씨에
더 이상은 이 상황이 한없이 버거워져
급히 인사를 하고 차 문을 열려 하면
그만 끝을 내자는 어처구니없는 말이 들려왔다
내가.. 지금까지 그 말을 듣자고..
코 끝이 찡해왔다
당장이라도 얼굴을 마주 보고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정말.. 이대로 끝이 날까 봐
애써 모르는 척 눈치 없이 말을 하며
떨리는 손을 손잡이에 의지했다
- ... 집.. 들어가서... 연락할
- 하지 마
- ..왜그래요.. 장난치지마..
- 장난 아니야
너도 느꼈잖아 내가 너 요즘 귀찮아하는 거
- ... 이러지 마요
하지마 싫어 진짜..
- 애처럼 굴지 마
진짜 아저씨가 맞는지 내가 아는 내 남자친구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한 글자 한 글자 너무 차갑게 내뱉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심장이 저릿하듯 쑤셔와 결국 울분을 토했다
- 쉽게 이럴 거면서 ..나 왜 받아줬어요..?
아프면 바로 달려와주고
걱정이라는 걱정은 다해줬잖아..!
이렇게 금방 끝낼 거면서 사랑한다는 그딴 말했어요!
- .. 어린애랑 사귀면 무슨 기분일까 하고 호기심이었어
호기심이라는 아저씨의 말에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쥐었다
믿기지 않는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
분명히 .. 사정이 있어서 거짓말을 친 거라고
절대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애써 위안을 하고 있었을까
결국 아저씨의 마지막 말에 참고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 지겨워 이제
주체할 수 없는 허탈함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을까
어느새 운전석에서 내려
나의 팔을 무작정 잡고 이끌어 내리는 아저씨다
그 손길이 너무 차갑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 가 얼른
- ..나한테 했던 말... 다 거짓말이었어요..?
...나 사랑하긴 했어요?
- ..말했잖아 호기심이었다고
- 단 한 번이라도 아니
한순간이라도 진심이었던 적 없었어요?
- 어..
모든 말 문이 막혔다
멀어져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만 쳐다만 보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아저씨를 세워 사정했다
- 제발 .. 한 번만.. 다시 생각해줘요..
나 갖고 놀아도 돼요 애처럼 징징 거리지도 않을게요
나... 아저씨 없으면 안 돼요... 진짜
더럽고 비참해도 나에게는 아저씨의 마음을 돌리는 게 우선였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도 모르는 건지
항상 나를 감싸줬던 따뜻한 눈빛은 온대 간 데 없이
처음 보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 다 봤다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에 온몸이 떨려왔다
벌벌 떨리는 손으로 겨우 아저씨를 잡고 있으면
무참히 내 손을 뿌리치며 나를 벼랑 끝으로 내세우는 말을 뱉었다
- 너 나랑 잘 수 있냐?
기어코 아슬아슬하던 끈이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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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욕을 하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왜 늦었냐 물으시면.. 글을 쓰다 날렸습니다.. 좌절감에 한동안 글을 손에 놓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더 이상은 늦으면 진짜 면목이 없을거 같아 오늘 급히 써 내려갔습니다.. 다음 주에는 2편 정도는 꼭 올리고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원장님..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뿌뿌젤라 / 토마스 / 예찬 / 석고상 / 인절미 / 다솜 / 애정 / 필소 /쿠마몬 / 햇살 / 메리 / 순영애호 / 밍구짱 / 란파 / 마지막계절 / 에인젤 / 아죠씌 / 옴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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