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커플의 일상이란, 여덟 번째 일상
W. 야끼소바
8월 2일. 이민형 생일.
3시간 째 고민 중이다. 도대체 뭘 줘야 하지. 아마 저번에 물어봤을 때는...
"민형아, 넌 뭐 좋아해?"
"저요?"
"응."
"저는 누나 좋아하는데."
"아니, 나 말고 음식 같은 거."
"음식 다 필요 없고 누나만 있으면 되는데."
이럴 때 보면 팔불출이 뭔가 불리한 것 같기도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며, 이민형이 최근에 다 썼다고 한 게 있었던가.
"야, 너 오늘 피부가 왜 이렇게 푸석푸석해?"
"스킨이랑 로션 다 썼어요..."
"그럼 사."
"어느 브랜드 거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누나가 추천 좀."
"여자가 쓰는 거랑 남자가 쓰는 거랑 같아?"
"똑같은 피부인데 다를 게 뭐가 있어요...."
아직 안 샀겠지 싶어서 이민형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민형이 이런 데는 눈치가 하나도 없어서 내가 아무리 선물에 대해 조잘조잘대도 생일 선물을 사려는 계획이라는 건 알지 못할 거다. 언제나 그래 왔고 이번에도 분명 그럴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카카오톡도 이름 바꿔야 하는데. 또 삐질라.
너 혹시 그 예전에
이민형
네!
스킨 로션 다 썼다 그랬잖아. 그거 샀어?
이민형
당연하죠. 누나가 추천해줬잖아요.
그 다음 날, B사 브랜드가 좋다며 추천해주었던 나의 과거를 후회했다. 그때 추천해주지만 않았어도 선물 초이스는 이미 다 끝난 일이었을 텐데. 내 마지막 희망은,
내 옆자리 재현 씨에게 달려 있다.
다짜고짜 점심 시간에 밥을 같이 먹자며 재현 씨를 끌고 온 내가 꽤나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았다. 빨리빨리 가자며 눈에 보이는 아무 음식점으로나 향한 탓에 우리 둘 모두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어우, 시민 씨. 깜짝 놀랐잖아요."
"죄송해요..."
"죄송할 필요는 없으신데, 아까 오시면서 발목 삐지 않으셨어요?"
급하게 걸음을 옮기는 바람에 오는 길에 발목을 약하게 삐어 버렸다. 처음 삐었을 때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꼭 다른 사람이 말해주면 더 아프다니깐. 김치찌개 정식 2인분을 시키고 자리에 털썩 앉자 재현 씨도 맞은편 의자에 기대 앉는다.
"설마... 또 싸우신 건 아니죠?"
"에이, 아니에요~ 저희 막 그렇게 자주 싸우는 커플 아닌데..."
누가 보면 우리 맨날 싸우는 줄 알겠네. 어쩌다가 이런 이미지가 되었을까, 민형아... 우리 반성 좀 하자....
"8월 2일 무슨 날인지 아세요?"
"음... 몰라요."
"이민형 생일이에요."
"제가 팀장님 생일을 어떻게 알아요~"
"아무튼 그날이 민형이 생일이거든요."
"네."
"그래서..."
"선물 골라달라고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이민형의 생일이라는 말 밖에 꺼내지 않았는데 다 알아차린 재현 씨가 굉장히 신기했다. 초능력 있나. 사람 마음 읽는 그런 거?
"척하면 척이죠."
"골라주세요."
입술을 꾹 다물고 비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재현 씨가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시민 씨, 팀장님 앞에서도 그렇게 쳐다본 적 있으시죠."
"네, 그런데요?"
"팀장님께서 왜 시민 씨 좋아하시는지 알 것 같아서요."
"그거 칭찬이죠?"
"칭찬이라 보면 칭찬이겠죠."
재현 씨의 말을 가만히 곱씹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둘, 동갑인데 그냥 친구하면 안 되나?
"재현 씨, 우리 동갑이죠."
"그렇죠."
"친구할래요?"
"에? 친구요?"
식탁에 올려져있는 재현 씨의 팔을 꼭 잡으며 말하자 처음에는 당황한 눈빛을 보이던 재현 씨가 금세 싱긋 웃는다.
"그러면, 시민아?"
"바로 반말?"
"친구 하자면서."
항상 딱딱하게 재현 씨, 시민 씨 하던 우리가 편하게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 묘하게 어색하기도 하고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동갑 친구를 찾기가 참 어려웠는데 재현 씨는 보면 볼수록 사람도 참 좋고 일도 성실하게 잘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 내 이야기를 들어줄 때 가장 많이 느꼈던 부분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는 일이 쉬워 보이지만 생각처럼 그리 쉽지는 않은데 연애 한탄, 그것도 엉엉 울며 말하는 사람의 한탄을 아주 잘 들어준 걸 보면 좋은 사람임이 틀림 없었다.
"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응."
"시계? 향수? 도 괜찮고."
"그런 것들은 좀 비싸겠지?"
"아마도? 가격 센 것도 몇몇 있지 않을까."
예전 기념일 때 가격대가 꽤 되는 선물을 주었다가 바로 퇴짜 맞은 기억이 떠올랐다. 비싼 선물을 절대 받지 않겠다며 도로 환불하고 삼겹살이나 사달라는 이민형이 조금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날 선물을 환불한 돈으로 진짜 삼겹살을 먹으러 갔었고.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기념일 중의 하나.
"아!"
"왜왜왜? 뭔데? 생각난 거 있어?"
근데 우리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게 반말도 잘하고 잘 노는 것 같다.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뜬금 없었나.
"넥타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넥타이?"
"응. 예쁜 거 사주면 팀장님도 엄청 좋아하실 것 같다."
항상 어두운 단색의 넥타이만 매고 오던 이민형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참에 넥타이 하나 삐까뻔쩍한 걸로 장만해줄까.
"오, 그럼 넥타이 사야겠다."
"좋아."
"오늘 고마워. 밥 내가 살게."
생일선물 고르는 걸 도와준 재현이에게 고마운 마음에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계산대로 향하려 했더니 재현이가 팔로 그런 나를 가로막는다.
"우리 오늘 친구 먹었으니까 내가 살게."
"같이 친구 먹은 건데 왜 네가 사?"
"네가 먼저 친구 하자 했잖아."
묘하게 설득되는 재현이의 말 때문에 잠시 멍때리는 사이에 재현이는 이미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진짜로 내가 사려고 했는데...."
"정 마음에 걸리면 다음에 사든가."
"다음에 내가 완전! 비싼 걸로 쏠게."
좋은 친구인 것 같다. 아주 좋은 친구.
---
현재 시각, 8월 1일 11시 52분. 행여나 늦을까 싶어 이민형의 집으로 가는 걸음을 빨리 하였다. 품 안에 안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박스와 팔에 끼워놓은 가방 안의 선물까지. 완벽하다. 이민형의 집 앞에 도착해서 케이크 박스를 잠시 내려놓고 가방 안을 뒤적거렸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면서 함께 샀던 고깔 모자를 머리에 쓰고 11시 59분이 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어찌나 느리게 가던지. 발을 동동 굴리며 휴대폰 화면을 쳐다 보다가 11시 59분을 띄운 시계에 속으로 초를 셌다. 내가 11시 59분 45초에 초인종을 누르면 이민형이 현관까지 걸어오는 데에 10초, 문을 여는 데에 5초 걸리겠지? 그러면 딱 12시일 거야.
42, 43, 44, 45...
띵동-
눌렀다, 눌렀어! 초인종을 눌렀어! 집 안에서 이민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지금이 한밤중이라는 걸 망각하고 택배라고 거짓말을 하려다가 바로 입을 틀어 막았다. 전자음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고 나는 미리 꺼내 놓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두 손에 들어 내밀며 크게 외쳤다.
"이민형, 생일 축하해!"
이민형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이 빙그레 웃고서는 나에게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뺏어 갔다.
"이건 나중에~"
"어어, 그거 너만 먹는 거 아닌ㄷ..."
이민형이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혼자 독차지하려는 걸로 보였던 나는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고 나의 말은 끝을 맺지 못한 채 이민형의 입술 안으로 먹혀 들어갔다.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이민형에 살며시 눈을 감았다. 현관 앞에서의 입맞춤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내가 숨이 막혀 그의 어깨를 콩콩 두드릴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둘의 입술이 떨어지고 나는 그동안 쉬지 못했던 숨을 골랐다.
"아..."
나의 얼굴을 본 이민형이 순간 말을 잃고서는 가만히 입만 벌리고 있다.
"왜 그래?"
"아, 누나. 가까이 오지 마요.".
"왜 그러냐구..."
가까이 오지 말라는 이민형의 말에도 계속해서 얼굴을 들이대자 이민형이 눈을 꼭 감고 소리친다.
"누나, 진짜 하지 마요!"
"아니 진짜 왜 그러냐ㄱ..."
"거울 봐요. 거울."
옆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거울에 내 얼굴을 비추어 보았더니, 이민형의 집에 오기 전 발랐던 빨간 립스틱이 입술 주위에 전부 번져 있었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에 세면대에 물을 틀어 입술을 닦았고 말끔해진 얼굴로 화장실을 나섰다.
아까는 몰랐었는데 이민형의 입술에도 빨간 립스틱이 묻어있는데다가, 이민형의 귀가 엄청 빨갛다. 엄청. 진짜 엄청. 내 립스틱 색이랑 비슷하겠는데?
"너도 묻었어. 입술에."
"알아요."
"닦아줄까?"
"아니에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물티슈를 한 장 들고 닦아줄까 하며 물어보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사래를 치며 내 손에서 물티슈를 뺏어갔다. 그러고는 물티슈로 입술을 문질러 닦는 이민형이었다. 부끄러웠던 순간도 잠시, 우리는 이민형 집의 부엌 식탁에 마주 보고 앉아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먹으며 가방에서 선물을 하나씩 꺼냈다.
"이거는 핸드크림."
"지금 여름인데요?"
"여름에도 발라야 돼. 너 나랑 손잡기 싫어?"
"바를게요."
이민형에게 벚꽃, 레몬, 자몽 향의 핸드크림 세트를 선물로 주자, 처음에는 여름에 핸드크림을 왜 바르냐며 투덜거리다가 내심 좋은 듯 핸드크림 박스를 턱에 괴고 품에 안았다.
"이거는 넥타이."
"오, 넥타이!"
"너 맨날 검은색, 고동색 이런 거 어두침침한 단색 밖에 안 매길래."
어제 백화점에 가서 샀던 남색 바탕에 하얀색 물방울 무늬가 있는 넥타이를 들어보였다. 넥타이를 본 이민형의 눈이 반짝거리는 게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이거 진짜 예뻐요!"
"나 보는 눈 좀 있지? 인정?"
"완~전 인정."
마지막으로 가방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게 마지막이야."
"이게 뭔데요?"
"펼쳐봐."
이민형이 곱게 접힌 흰색 종이를 펴고 그 종이 안에 쓰여 있는 글자를 보자 마자 눈이 엄청나게 커진다.
"진짜로요? 진짜? 거짓말 아니라?"
"응, 진짜."
"대박! 이거 진짜 최고예요!!"
반말 쿠폰
이 쿠폰을 받은 생일자 이민형은 앞으로 여자친구 김시민이에게 반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신, 나대면 취소.
"나대면 진짜로 취소할 거야."
"안 그래요~ 기분 너무 좋다."
"너 이날만을 기다려 왔구나?"
"당연하죠. 와, 내가 드디어 누나에게 반말을..!"
아무래도 이민형은 핸드크림이랑 넥타이보다 저 종이 쪼가리 하나가 제일 마음에 드나 보다.
---
"시민아!"
"야, 누가 그렇게 부르래."
"반말해도 된다면서!"
"우리가 친구야?"
"친구할래?"
"쿠폰 취소."
"아아아, 누나 안 그럴게. 내가 잘못했어."
"취소당하기 전에 잘해."
"알았어! 잘할게, 완전!!"
신났다.
---
"누나, 있잖아요."
"너 반말하라 해도 안 쓰네? 그냥 취소하는 게 나으려나...."
"아니아니아니! 그냥 적응 안 돼서 그래요, 아니 안 돼서 그래."
이민형은 반말을 사용하는 게 아직 많이 어색한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고 있다. 이것도 나름 매력 있는 것 같긴 한데 반존대라니, 사실 내 로망이었기도 하고.
"너 그냥 그렇게 써라."
"어?"
"반말 존댓말 섞어 쓰라고."
"왜?"
"그거 좋아."
조심스럽게 내 취향을 드러내었더니 이민형이 웃음을 참다가 팡 하고 터뜨린다.
"아이구, 그래쪄요? 섞어 쓰는 게 좋아쪄요?"
"아, 네네~ 좋아쪄요~ 그게 좋아쪄요~"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나를 장난스럽게 놀리는 이민형을 나도 똑같이 장난스럽게 받아쳐주자, 이민형이 바보처럼 헤헤 웃는다. 쟤 저렇게 웃을 때마다 진짜 바보같아.
"본론은 이게 아닌데... 음.."
"뭔데?"
"그, 어... 그러니까...."
이민형이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바람에 더욱더 궁금해졌다. 저 입에서 대체 무슨 말이 나올까.
"누나 옆 책상에 정재현 그 사람..."
"재현이 너보다 4살 많은 사람인데? 정재현이라고?"
"아 그러면 재현 씨.. 그 사람 말이야..."
"응."
"혹시 누나한테 관심있는 거 아니지?"
재현이가 나한테 관심이 있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근데 누나 방금 재현이라 했어?"
"응. 재현이를 재현이라 하지 뭐라고 해."
"재현 씨가 아니라 재현이?"
"재현이."
"설마 친구 했어요?"
조금 많이 당황한 듯 다시 튀어나오는 존댓말에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가만히 보니까 쟤 당황하면 다시 존댓말 쓰는 것 같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응, 친구 했는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어떤 사람이기는, 좋은 사람이지."
이민형의 약간 흥분한 모습에 좋은 사람이라며 재현이를 감싸주었다.
"우리 둘 싸웠을 때 누가 풀어줬어."
"재현 씨."
"네 생일 선물. 누가 골라줬게."
"설마 그것도 재현 씨야?"
"빙고."
"나 몰래 둘이 너무 친해진 거 아니에요? 나 불안하게."
불안할 게 뭐가 있냐며 이민형을 살살 달래었다. 하여간 질투만 대빵 많아가지고는.....
"친하게 지내지 마요."
"너 그냥 존댓말 쓸래? 그게 더 편해보인다?"
"아 진짜... 친하게 지내지 마.."
"왜?"
"그냥 좀...."
입꼬리를 한껏 내리고 재현이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며 말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질투?"
"아니야."
"질투 인정?"
"아니."
"인정할 건 하자."
"알았어요, 인정."
세상에 어떻게 저런 귀여운 생명체가 있을 수 있을까.
***
안녕하세요, 야끼소바입니다! 투표 결과가 BGM O와 사진 O가 우세했기 때문에 다시 BGM과 사진을 첨부했어요 :) 혹시 스트리밍 때문에 BGM이 꺼려지신다면 BGM을 끄고 글을 읽으시는 걸 추천해드릴게요ㅜㅜ
가끔씩 제가 머리에 나사를 한 개쯤 빼놓고 글을 쓰면 말도 안 되는 부분들이 나올 때가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번 편에서도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는데 어떻게 민형이 이름이 뜨냐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이건 다 제가 부족한 탓이에요...... 언제나 족집게처럼 틀린 부분 고쳐주시는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넘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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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주세요. |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적어봅니다.
다른 작가님께서 감사하게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주신 부분이지만, 요즘 들어 독방에서 글잡담에 대한 언급이 증가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독자님들의 객관적인 평가가 궁금해져 '글잡' 과 같은 단어로 자주 서치를 해보곤 합니다.
글잡담 뿐만 아니라 현생에서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필력'에 대한 부분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아픈 손가락 같은.... 그런 부분이에요. 실제로도 작문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웬만하면 필력과 관계되는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독방에서 서치를 하다가 제 글과 관련된 글, 댓글들을 발견하면 일단 심장부터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에요. 그게 좋은 말이든, 좋지 않은 말이든 누군가에게 자신의 글을 평가받는다는 자체가 굉장히 떨리는 일이기 때문이죠.
저와 같은 경우에는 글을 올리기 전에 검토만 한 시간 가까이 하는 때도 있고, 이 부분이 어색하지는 않을까 독자님들께서 불편하게 느끼시지는 않을까 여러 걱정들을 안은 채로 글을 올립니다.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꽤 많은 노고가 들어갑니다. 대사에 맞는 사진을 하나하나 찾고, 더 좋은 단어와 표현들을 찾아가며 그렇게 힘들게 써내는 글 한 편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느껴져요. 저도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다른 작가님들의 소중한 글이 그렇게 언급되는 걸 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할 수만 있다면 제가 옆에서 토닥여드리고 싶을 정도로요.
단지 글을 읽음으로써 그 글을 쓴 작가의 노력의 정도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글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는 더욱더 어렵고요. 꼭 글잡담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시는 모든 분들의 수고를 한 번쯤은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몇 자 적어보아요. 음... 몇 자 치고는 좀 길긴 하네요.
많이 부족한 글 좋게 봐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드려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실지도 모를 작가님들, 항상 수고하십니다. 언제나 응원할게요. |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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