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로 둘러싸인 고층빌딩, 그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 제 각각의 지위가 써져있는 사원증을 목에 걸고 바삐 움직인다.
오늘은 회장님의 아들.
그러니까, 이 건물의 실질적 주인인 총괄이사의 신부가 오는 날이니까.
“저, 이사님. 지금 도착했다는데요. 바로 올라오라고 할까요?”
이사님이라고 불리기엔 어려보이는 남자가 심기가 불편한 지 인상을 찌푸리며 감고 있던 눈을 뜬다.
아마 그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는 별것도 아닌 여자애를 데려다 놓고 제 신부라고 칭하는 것도 모자라 아침부터 그녀가 온다고 회사가 발칵 뒤집힌 탓이겠지.
남자는 한참을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겨우 입을 뗐다.
“어. 올라오라고 해.”
사실 그도 그의 신부가 될 사람의 정체를 안 지는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다.
받아들여보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던 사실을 이젠 정말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는 그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려는 것처럼 보였기에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주위에 있는 이들은 모두 숨을 죽인채 그의 행동을 관찰하는 수밖에 없었다.
“보스, 아니 형님, ...죄송합니다.”
그를 제외한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모두 입을 뗀 사람을 노려봤다.
형님으로 불리는 것 자체를 싫어하던 그의 앞에서 그것도 오늘같이 예민한 날, 형님으로도 모자라 보스라는 단어까지 꺼내 버렸으니까.
입을 뗀 이도 제가 뭘 잘못한지는 알았는지 어쩔줄을 몰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모두를 숨죽이게 했던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무슨 불호령이 떨어질 줄 몰라 긴장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 밖의 말이었다.
그는 화를 내지도, 짜증을 내지도 않았다.
그냥 평소 그의 모습대로 돌아왔다.
“들어오게 해.”
그는 모르겠지만 그의 한 마디에 속으로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리라.
멍때리고 있기도 잠시, 그들은 바로 올라왔다는 신부를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
"너야?"
남자는 제 손에 들린 사진과 방금 방으로 들어온 여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사진속에서 본 그 여자가 맞는지 확인하는것 같았다.
"..네?"
방금 들어온 여자는 상황파악이 안되는 듯 방안을 살피고있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남자의 심기를 건들이기에 충분했다.
"너냐고, 김여주가."
신경질적인 어투로 제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여자를 긴장하게 만든것 같았다.
그녀의 호기심 가득하던 두 눈은, 남자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오자마자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바뀌었다.
"..네, 저 맞,맞아요."
혼자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그녀는 몹시도 불안해보였다.
정작 남자는 그녀에게 아무짓도 할 생각이 없는데.
"나이."
서있던 여자는 곧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표정이였고, 남자는 그에 더욱 짜증이 난 상태였다.
자꾸 감정이 복받쳐오르는지 그녀는 입만 벙긋거릴 뿐 소리를 내지 않았다.
정확히는 소리를 내지 못했다.
"두번 말 안해. 나이."
남자의 심기를 건들이는 요소는 꽤 많았다.
제 앞에서 울것같은 표정을 하고있는 저 여자가 자신의 신부라는 것, 생각보다 더 많이 어려보인다는 것
같은 질문을 두번이나 해줄 만한 성격이 못되는데 지금 그걸 하고있다는 것.
이걸 참고 차분히 말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었다.
침착해지기로 했는지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입을 열었다.
"..스물, 스물 하나요."
그녀의 대답에 남자는 한숨을 쉬며 제 머리를 쥐어잡았다.
적어도 스물 다섯살 짜리는 보내겠지, 그정도는 괜찮아 라며 자기위안을 삼고있던 그였다.
하지만 상대가 스물하나라면 도저히 위안이 안됐다.
그는 스물하나에 이곳으로 오게된 그녀가 안쓰러웠고, 미안했으며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제 아버지가 정해준 사람이라지만 스물하나.
아니, 그는 일곱살이라는 나이차이가 걸렸다.
"어려도 너무 어리잖아 이건."
자신의 머리를 잡는 남자를 보며 여주는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는것 같았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제가 어려서 저러는 건지, 아니면 이 상황 자체가 화가나는건지 여주는 도저히 구분할 수 가 없었다.
한참의 정적끝에 그녀가 입을 뗐다.
"..저기요."
나름대로 그녀가 엄청난 용기를 내어 건넨 말 이었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직원이 그녀의 말에 집중을 했고, 그와 그녀의 분위기에는 더 집중을 했다.
"뭐."
그녀가 용기를 내어 건넨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그녀는 간신히 진정했던 울음을 곧 터뜨릴것 같았다.
눈물이 고여 곧 떨어질것만 같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손을 가만히 두지를 못하는걸 보니 여간 불안한게 아닌것 같았다.
"그쪽, 이름이요.. 뭐라고 불러야 될지.."
그는 기가찼다.
이 상황에서 제 이름을 물어볼 만큼의 정신이 남아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그녀가 무슨 이유로 자신이 여기에 왔는지 알고 있을것 같았다.
"민윤기."
그의 화법은 정말이지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대화를 이어갈 의지조차 없는것 처럼 느껴졌다.
물어보고싶은게 많은 여주이지만 이 상황에서 미소를 띄는 그의 얼굴을 보곤 질문할 생각을 접었다.
다시 찾아온 한참의 정적끝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오랜시간 고민을 한 탓에 여주는 그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낯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저도 움직일 수 있을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괜시리 마음이 편해지는것 같았다.
"가자."
여태 아무말도 안하다가, 다짜고짜 가자고 하는 그의 말에 그녀는 적잖게 당황한듯 싶었다.
"어, 어딜요.."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푹 숙이곤 필사적으로 눈동자를 굴리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그녀였다.
"어디긴 어디야. 우리집이지."
안녕하세요:) baraka 입니다
맨날 글만 보다가 글을 쓰려고하니까 어색하고 그렇네요..ㅜㅜ
응원은 여러분의 댓글 하나면 됩니다..!
아직 미숙한점이 많을테니까 이상한부분 있으면 주저하지마시고 조언해주세요!!
텀이 길것같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