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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연하남이랑 알콩달콩 사는 신혼일기 (9)
[BEST] 남편이랑 싸웠어요
글쓴이: 익명
댓글 683 추천수 499 조회수 2773
안녕하세요. 오늘 정말 열이 받아서 왔어요. 제목 그대로 남편이랑 싸웠어요.
지금 글을 쓰면서 이런 일로 남편이랑 싸웠다는게 너무 부끄러울 정도지만 일단 많은 사람들에게 잘잘못을 묻고 싶어서 글 쓰게 됐어요.
저는 유치원 교사에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보호자분들과도 소통해야 하죠.
상담도 하고, 등하교 할 때마다 부모님들과 이런저런 대화도 하고.. 그러는 직업인데 우리 남편은 정말 그거를 너무 이해를 못해요.
아니 너무 남편이 웃기고 유치한게 남자 보호자분들이랑 얘기만 했다하면 기겁을 한다니까요.
그게 가끔가다 부모님 대신에 아이의 자매형제분들이 대신 오는 경우도 있어요. 하교 시킬때에.
저희 반에 한 남자아이가 있는데 사실 사고뭉치라고 선생님들끼리 얘기해요.
가명으로 뭉치라고 부를게요 그 아이를!
하루는 뭉치 하교를 도와주려 밖으로 나왔는데 딱 봐도 젊어보이는 남자분이 기다리더라구요.
물어보니까 뭉치 형이었어요. 나이차이가 많이 나보였어요 뭉치랑.
아, 그 날은 남편이 저희 유치원 선생님께서 갑자기 아파서 그 선생님 대신에 하루 나와준적이 있어요 간단히 애기들 밥먹고 그림그릴 때 옆에 있어주는 역할로요.
쨌던 그 날 미술시간에 물감으로 가족 그리기를 하고 그린 것을 손에 쥐고 신발을 신기고 있는데 뭉치가 잠깐 무게중심을 잃고 저에게 안겼어요.
근데 그 도화지에 마르지 않은 물감들이 제 옷에 묻었어요.
뭐 애기들이 옷에 뭐 묻히는거야 흔히 있는 일이어서 저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뭉치 형님이 굉장히 미안해 하셨어요.
" 야 뭉치야! 너 형이 조심하랬지! "
" 저는 괜찮아요! 뭉치가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요 뭐~ "
" 제가 다 죄송해요 선생님, 이거 어쩌죠.. 세탁비라도 드려야 하는데 "
" 아녜요 정말로 저는 괜찮아요. 뭉치 그림이 오히려 망쳐진거 같아 걱정되네요 "
" 선생님은 어쩜 얼굴도 예쁘신데 마음도 예쁘시네요.. "
" ..네? 아, 아니에요! "
그렇게 죄송하다고 뭉치랑 사과를 연신 하시길래 겨우 돌려보내고 뒤를 돌았는데 이게 왠걸,
저는 남편 그런 표정 처음 봤어요.
벽에 비스듬히 기대서 팔짱을 끼고 저를 쳐다보길래 다가가서 왜그러냐고 물었어요.
" 뭐야, 왜 이러고 있어요 여보 "
" 방금 저 사람 뭐예요 "
" 참.. 여보 지금 질투하는거에요? "
" 네, 질투하는 거예요 "
" 무슨 질투도 이런 유치한 질투를, 비켜요 "
" 어딜가, 내가 지금 저 사람 누구냐고 물었잖아요 "
저는 선생으로써 아무리 그 분이 젊어도(남편 또래로 보였어요) 제 학생의 보호자랑 얘기하는 그 순간을 질투하는 남편이 너무 어이가 없고 유치해서 더 설명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돼서 지나치려는데,
남편이 제 손목을 꽉 붙잡고 저렇게 얘기하는거 있죠.
아.. 지금 제가 글 쓰면서도 감정이 너무 격양돼 있지만 저로썬 남편이 정말 이해가 안돼요.
" 나 지금 진지해요 "
" 왜 이래 정말 유치하게! "
" 내가 이러는게 유치해요? "
" 어, 유치해. 할 게 없어서 이런 상황을 질투하는 당신이 유치하게 느껴져 "
" .... "
" 이거 놔요 "
순식간에 저랑 남편은 한 번 싸우고 그대로 전 남편을 지나쳤어요.
사실 저랑 남편이 연애한거 치곤 이른 나이에 빨리 결혼을 해서 남편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안다곤 저도 장담 못해요.
연애때도 못 봤던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질투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 저도 말투가 차갑게 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해 못해요 전.
저희는 지금 서로를 이해 못 하고 있어요.
" 수고하셨습니다~ "
" 어머, 방금 남편분 먼저 나갔는데 얼른 가봐요! "
" 아...네네! 잠시만요 뭘 두고온게 생각나서, "
저는 일부러 남편이랑 안 마주치려고 일부러 교실을 한 번 빙 둘러보고 나갔어요.
남편은 없었어요. 있을거라고 기대도 안했고 있어도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하지만 본인도 화나서 저를 두고 먼저 집에 갔다고 생각하니까 또...
후.... 화가나네요.
여튼 집 쪽으로 가는 방향으로 가려는데 누군가 저를 불렀어요.
" 선생님! 잠시만요! "
" ...아, "
" 하아.. 혹시 퇴근하셨을까봐 엄청 뛰어왔는데 다행이다 "
" 어쩐 일이세요? "
" 이거.. 아까 우리 뭉치가 선생님 옷을 더렵혔잖아요 "
" 어머, 아니에요. 도로 가져가세요 "
뭉치 형님이 새 블라우스를 사서 저에게 다시 온거에요.
이 옷은 한 번 빨면 될텐데 저는 새 옷을 받기가 너무 미안스러워서 안받겠다고 하고, 형님께선 계속 주려고 하고.
한참을 거리 위에서 그러고 있는데 누가 제 팔을 잡아당겼어요. 남편이였죠.
남편은 분명 화가난 얼굴이었어요.
" 안 받겠다잖아요 "
" ...뭐야 "
" 가져가세요 "
" 아, 선생님 남편분이세요? "
" 네? 네.. 죄송해요. 돈주고 사셨을텐데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
" 그래도 제가 선생님 생각해서 사온건데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
뭉치 형님은 계속해서 쇼핑백을 내밀었어요. 저도 어쩔줄 모르겠더라구요.
돈주고 기껏 사오셨는데 정말 못받겠고 그렇다고 여기까지 또 뛰어오시고 고생한 분을 그냥 돌려보내기도 너무 죄송하고..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 저를 뒤로 잡아당겼어요.
" 저기요, 선생님이랑 저랑 얘기하는데 끼어들지 마시죠 "
" 제 아내에요. 내 아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그러세요 "
" 싫다고 한 적 없는데요? "
" ..여보 내가 알아서 할게 저기 가있어 "
" 나보다 이 사람이 더 좋은거야? "
" 진짜 당신 아까부터 왜이래? "
결국 보호자를 앞에두고 부부싸움을 했어요.
아니 저희 남편.. 여러분이 봐도 정말 답 없지 않아요? 어떻게 보호자가 있는 앞에서 저런식으로 말을 할 수가 있어요.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는거죠.. 그걸 구분을 못해요.
저 정말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저희 둘이 싸우기 시작하니까 보호자분은 쇼핑백을 바닥에 놓고 가셨더라구요. 하아...
제가 별 수 없이 쇼핑백을 집어들려니까 그걸 홱 낚아채서 옆에 쓰레기 봉투들 있는 곳에 가져다 놓는거에요 남편이.
진짜 그 모습 보고 제가 처음으로 남편한테 소리쳤어요.
저도 남편도 서로 반말을 하면서 말했어요.
" 정말 왜 자꾸 애처럼 구는거야!! "
" .... "
" 진짜.. 이해할 수가 없다 너 "
" 나도야 "
" ...뭐? "
" 어떻게 다른 남자가 사준걸 받으려고해? "
" 내가 언제 받는댔어? 싫다고 하다가 여기 두고가셨길래 내일 돌려드리려고 한거였지 "
" 어쨌던 그 사람을 한 번 더 볼 생각을 했던거네 "
" 너랑은 말이 안 통한다.. "
저는 열이 너무 받아서 그냥 남편이랑 더이상 대화를 하기가 싫었어요.
그래서 그대로 뒤 돌아서 가려니까 제 팔을 잡고 안 놔주는거에요. 놓으라고 때리고 난리를쳐도 안놔줘서 제가 또 언성을 높였어요.
" 너 이거 안 놔? "
" 어, 안 놔줄거야 "
" 고집 좀 그만부려, "
" 누나야 말로 맘대로 하려고 하지마, 나도 참을만큼 참았어 "
" 하- 뭘 참았는데, 지금 이러고 있는게 참는거니? "
" 내 앞에서 다른 남자랑 웃으면서 얘기하는걸 넘어갔으면 그게 많이 참은거지 "
" 너 정말 이상해. 오늘따라 왜 이래 진짜 "
남편은 정말 표정을 싹 굳히고 절 바라봤어요. 그 모습이 정말 처음 보는 표정이어서 무섭기도 했죠.
" 그러면, "
" ...뭐 "
" 그러면 내가 너가 다른 남자랑 있을 때 가만히 서서 바보처럼 웃고 이러면 좋겠어? "
" 저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내 학생의 보호자라고 몇 번을 말 해 "
" 보호자가 왜 너 생각을 하면서 너가 입을 옷을 사주는건데, 그건 나만 할 수 있는거잖아 "
" 내가 그 옷을 사달라고 했냐고! 저 사람이 그냥 사온건데! "
" 너가 그렇게 하게끔 행동을 했잖아! "
" ....하, 너 지금.. "
" 내 말이 틀렸어? "
" ..... "
짝-
저는 남편의 저 말을 듣고 맥이 탁 풀리면서 눈물이 쏟아졌어요.
정말.. 어떻게 사랑한다는 사람한테 저렇게 한 순간에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말을 할 수 있냐구요.
그러고 저도 모르게 남편에게 손찌검을 했어요.
이건 지금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하... 저도 그만 제 감정에 못 이겨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고 말았어요.
" ...너 진짜 못 됐다 "
" ..... "
" 내가 결혼한 남자가 고작 이런 사람이였어 "
" ..ㄴ... "
그리고 남편을 지나쳐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어요. 남편도 더이상 저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구요.
정처 없이 걷기엔 늦은 시간이라 동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은 친구네 집이에요.
잘 지내다가 오늘 하루만에 이렇게까지 일이 터졌다는게 저도 믿기지가 않네요..
....
제가 정말로 쉬운 사람으로 보이는 행동을 했던걸까요.
저도 잘못한게 있지만 지금으로썬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네요.
사랑하는 독자님들!
암호닉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댓글 남겨주시면 자동으로 갱신될 예정이오니 한 번씩 출첵!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시험기간이라 다음주에 못 올 수도 있어 일찍 9화를 올리게 됐어요 ㅜㅜ
오늘도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