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정든 마당엔, 그와 거닌 수많은 발자국들이 스며있어.
이 곳을 떠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갑작스러운 이별을 준비하는 넌, 모든게 막막하기만 해.
네가 원치 않더라도
넌 반드시 이 곳을 떠나게 되있어.
너는,
정든 마당과, 정든 나무와
그리고
어느새 정들어버린 그와의 이별을
준비해야만 해.
"운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와
"담 너머에 나가보고 싶어."
*
처음으로 말에 오른 너는
작은 흔들림에도 긴장하며, 고삐를 꼭 붙잡았어.
낯선 소란스러움에 움츠러들었던 넌,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어.
흥정하는 시전상인의 목소리와
어린 아이들의 목소리.
광대들의 놀음소리와
말발굽 소리.
그리고 옆에서 느껴지는 그의 발소리.
기분좋은 소란스러움은 널 행복하게 했어.
ㅡ
추위에 코 끝이 빨개진지도 모른 채
돌아다니던 널,
그는 따뜻한 차가 있는 가게로 이끌었어.
시간이 흐를수록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돼.
그가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네가.
그 곁을 떠나
과연
지금 처럼 살 수 있을런지.
차 한 모금을 마셨어.
그를 보내야 할까?
또 한 모금을 마셨어.
그를 떠나 보내야 해.
다시 한 모금을 마셨어.
그럴 떠나 보내야만 해.
네 생각을 읽었는지,
그가 네게 말해.
"이제 떠나셔야죠."
*
암호닉
미리
문과생
윤아
리엔
키티
오파리
*암호닉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