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권순영X검사 너봉_번외_2 (부제: 필연적인)
"라온아? 라온아!"
환기를 시킨다는 명목아래 온 집안의 창문을 모두 열어놓았던 탓일까, 잠깐 낮잠에 들았던 사이에 키우던 고양이가 사라졌다.
한참 덜 뜬 눈으로 고양이를 부르던 그때 눈 앞에 처참히 뚫린채로 있는 방충망이 정신을 번뜩 차리게 만들었다.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처음으로 마음준 생명이였는데,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였다. 한참을 뛰어 동네 매점 앞까지 다다랐을때, 기분좋은 듯 갸르랑대는 익숙한 울음소리와 몇달 전 즈음 매일 맡았던 샴푸냄새가 나를 자극했다.
아닐건데, 그사람이 아닐건데 하며 눈을 맞춘이는 다행스럽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당황스럽다고 해야할까.
나와 같은 표정을 짓는 그녀에 이상하게도 웃음이 났다.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내려오질 않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그 와중에도 눈썹을 꿈틀거린 채로 입을 앙 다물고 어쩔줄 몰라하는 그녀가 참 앙증맞더라.
잠시 고양이를 그 다리위에 맡겨두고 400원짜리 막대아이스크림 두개를 사 하나를 건냈다.
고양이 봐준 값이예요- 하며 건내는 손을 거부하지 않더라.
"그동안 뭐하고 지낸거예요?"
하는 그 물음에
"어...자기 계발의 시간?"
하고 능글스러운 대답을 해야만 하는 내 모습이 퍽 웃겼다.
"뭐예요 그게,"
하면서 허탈하게 웃는 모습을 한참 웃음을 머금은 채로 바라봤다.
"왜요, 보고싶었어?"
장난스런 물음 속에 어쩌면 긍정의 대답을 바라는 본심이 숨어있던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그 반대일테지만, 그녀는 알까, 내 말의 의미를.
"없으니까 심심하긴 합디다. 일도 바쁜데 옆에서 시비걸 사람 없으니까,..."
무언가 망설이는 모습에 괜히 기대를 걸었다. 저 말 너머에 무어가 담겨있을까, 혼자 수만 수천가지의 생각을 했다. 결국 내가 바라는 뜻으로 끼워 맞춰버리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그게 내가 바라는 바라면 그게 정답이겠지.
살짝 어두워지는 표정을 직감적으로 알아챈건지 아까보다는 조금 경직된 목소리로 묻는 그녀다.
"이제 다시 안와요?"
응, 다시는. 하는 대답에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조그마한 떨림을 그녀도 느낀걸까,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 너무...너무 큰 인재를 잃은 것 같던데 그쪽에서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휙휙 끄덕었다.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인데. 빈자리가 얼마나 크겠어"
애써 웃어넘기곤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바꿔본다. 조금이라도 오래 대화하고 싶은 마음인지 그 작은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 손으로 흘러내리는지도 모를만큼 그녀에게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되었다.
"어, 어 녹는다"
하며 급하게 주머니에서 꺼내든 휴지로 내 손을 톡톡 닦는다. 내가 밉지는 않을까 왜 묻지 않을까, 왜 너무도 태연하게 내가 먼저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듯 날 그런 눈으로 바라볼까, 내 손을 닦으면서도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내 눈을 맞춰오는 모습이 퍽 난감했다. 먼저 운을 떼야 하는건가,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걸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집안에 사정이 있었어요. 내가, 김검을 위험하게 만들기도 했고,"
하는 말에 갸웃하는 그녀다.
"몰랐겠지만 덕분에 많이 바빴거든요. 아, 물론 지금도 그래요."
하며 바람빠지게 웃는 모습이 퍽 우스웠다. 무어라 질문조차 않는 그녀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그냥 좀 궁금했어요."
"못지낼게 뭐있겠어요, 그냥 허전한거지"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싶어 이런저런 말을 쏟아낸다.
참으로 쓸모없고 바보같은 질문들로 허우적거리며 시간을 붙잡으려 했다, 아니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그냥, 보고싶었다구요."
이성적으로 생각치 못했던 그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옴과 동시에
나두요
하는 그 목소리가 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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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순영이의 입장에서 당신을 만났을때의 그 설렘과 미묘한 감정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는데, 그런 느낌을 받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너무 오랜만에 온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커요. 그동안 힘든 일도 참많고 작은 사고도 있어서 글을 쓸 사정이 되지 못했었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행여나 기다려주셨던 분들이 계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도 감사하고 행복할 것 같아요. 계획중이던 차기작은 그동안 스토리를 더 탄탄하게 구상하기위해서 고민도 많이 하면서 조금씩 써나가고 있는 중이예요. 계획중인 내용은 참 많은데 어떻게 매듭지어야 할지 고민이네요. 앞으로도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찾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정말로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