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친 클럽
그때 그 시절 그 미묘함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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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탄소
W. 키치키치
벌써 대학 새내기가 된지도 두 달이 다 되어갔다. 책장에 수능특강이며 완성이며 가득했던 것이 비워지고 전공 책이나 잡지로 채워질 때 즈음에도 책상 서랍에는 박지민이 주고 갔던 실 팔찌가 얌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가끔 타지에서 왔다는 과 사람들, 그 중에서도 부산에서 왔다는 동기나 선배들을 보면 박지민이 스멀스멀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1년이 훨씬 지나서도 왜 박지민은 돌아오지 않는지 혹시 내가 실 팔찌를 풀어 넣어버려서 오지 않는 건지 생각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연락처를 주고받지도 않았고 서로 지금 당장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시 오겠다고 한 약속만 굳게 믿고 있는 것도 멍청한 일이었다.
솔직히 박지민의 소식은 에스엔에스던지 건너 넘어서던지 알고자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건 내가 마지막 날 박지민의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거기다 이렇게 감감무소식인데 내가 박지민의 소식이라도 알아버리면 왠지 속이 쓰릴 것 같기도 했다. 나를 꼭 찾아오겠다고 해놓고 찾아오지 못할 만큼 정신이 없어야하는데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박지민을 알기라도 했다간 괜히 지금 내가 너무 초라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오늘은 1년이 다 되어가게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던 실 팔찌를 팔목에 두르고 나왔다. 대학생이 되고 첫 시험기간인데도 시험기간은 시험기간인지 공부보다 다른 것들이 더 신경 쓰였다. 그중 제일 큰 것은 박지민의 부재였고 전 날 몇 번을 들여다보다 마지막 시험 전날 밤 팔찌를 팔에 조심조심 묶어 두르곤 잠에 들었다.
그리고선 몇 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난 아침부터 그 버스정류장에 다다를 때까지 내가 팔찌를 두르지 않아서 박지민이 나타나지 않는 걸까하는 생각에 갈팡질팡하다 손목에 채운 너덜한 실 팔찌가 혹시 끊어질까봐 수시로 손목을 확인하는 게 웃긴 꼴이었다.
마지막 시험까지 모두 끝났다. 시험이 끝났다는 홀가분함 보다는 팔찌가 혹시 끊어져버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함이 더 컸다.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어놓고 중간고사가 끝났다는 명목 하에 대낮부터 시작 된 술판에서 나는 거하게 취해버렸고 결국엔 친해졌다 싶은 동기를 붙잡고 박지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아니, 왜 안 오는 거야?”
“오겠지, 올 거야. 혹시 모르지, 재수 하나?”
“재수고 뭐고 온다고 했으면 와야지.”
취해버린 나는 신경질적으로 변해버렸다. 탁탁거리며 술잔을 놓기도 했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아직 박지민의 여름 저녁 선선한 바람처럼 불고 있었는데 내 기분은 장마철처럼 끈적끈적해져버렸다.
“이거 안 끊어져서 안 오는 거 아니야?”
“에이, 그거 끊어지기 전에 온다 그랬다며.”
“근데 안 오잖아!”
결국 나는 짜증스럽게 팔찌를 툭 잡아버렸고 끊어질까 노심초사했던 실 팔찌는 삐걱대며 끊어져버렸다. 충동적으로 끊어버린 실 팔찌를 손에 쥐고 있자 괜히 또 눈물이 비집고 나오려했고 그런 속사정을 모르는 다른 동기는 내가 아주 인사불성으로 취했다며 술자리를 파하려는 듯 했다.
귀가 뜨거울 만큼 취한 나는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처리반 정도의 남자 동기와 함께 택시에 올라탔다. 손에는 끊어진 실 팔찌가 쥐어져 있었고 계속 입 꼬리가 삐죽거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 저 멀리 매일 박지민과 함께 앉았던 버스정류장이 보였고 또 제멋대로 나는 택시를 세워달라고 하고선 그 정류장 반대편에서 멈췄다. 그리곤 택시비를 지불하고서 무작정 차에서 내렸고 날 데려다주겠다고 같이 택시에 타고 있었던 남자 동기 역시 부랴부랴 나를 따라 내렸다.
“뭐야, 왜, 토할 거 같냐?”
허겁지겁 따라 내린 남자 동기는 나에게 물었고 나는 먹먹해진 귀에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건너편 버스정류장엔 1년 반 전 아침처럼 조금 밝은 머리를 한 박지민이 앉아있었다.
나는 한 손에 끊어진 실 팔찌를 들고서 쿵쿵거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또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이상한 텀을 두고 숨을 내뱉고 있었고 간신히 내뱉고 있던 숨은 고개를 돌리다 나와 마주친 두 눈에 그나마도 턱 하고 막혀버렸다.
“야, 왜 그래. 괜찮아?”
분명 박지민이었다. 박지민 역시 나를 보고 있었고 나 역시 박지민을 보고 있었다. 남자 동기는 눈치도 없이 자꾸 제 딴에는 나를 챙긴다며 내 팔뚝을 붙잡고 제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고 나는 지금 머릿속에 박지민 뿐이었다. 그런 박지민은 나와 남자동기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고 제 입술을 두어 번 깨물더니 슬쩍 올린 입 꼬리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인사를 하고는 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미련 없이 자리를 떠 걸어 나가는 박지민을 보고 나는 내 팔뚝을 붙잡고 있는 남자동기를 밀어내고는 무작정 근처 신호등을 향해 뛰어갔다. 술을 마셔서 아님 그 상태에서 갑자기 뛰어버려서 그런 것인지 그 둘도 아니면 박지민 때문인지 심장이 계속 쿵쿵거렸다. 내 행동에 얼이 나간 남자동기는 나를 계속 따라오고 있었고 급한 내 마음과는 달리 신호는 느리게 바뀌고 있었다.
“야, 진짜 왜 그래!”
“아, 좀 놔 봐!”
나는 짜증스럽게 남자동기를 밀쳐냈고 신호가 바뀌자마자 또 잰걸음으로 뛰어서는 길을 건넜다. 그리고는 작게 점이 되어가고 있는 저 앞에 박지민을 향해 단숨에 달렸고 내 목소리가 박지민에게 닿을 때 쯤 빽 소리를 질러버렸다.
“박지민!”
박지민은 내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고 내가 박지민에게 열 걸음 정도 남았을 때 몸을 돌렸다.
몸을 돌려 나를 마주 본 박지민은 가만히 제 입 꼬리만 올려 웃으며 뛰어오는 내가 제 앞에 멈춰 설 때까지 보고만 있었다. 나는 한 손에 여전히 끊어진 실 팔찌를 꽉 쥐고 있었고 박지민 앞에 서서는 숨을 쌕쌕 내뱉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입 꼬리를 올리고 있던 박지민은 말했다. 나는 또 목구멍이 턱 막혀서 숨만 쌕쌕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악 물고 있던 나는 숨을 골라가며 입을 열었다.
“늦었잖아.”
박지민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제 눈을 내리깔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니까. 좀 일찍 왔어야 되는데.”
그런 박지민을 나는 몰아붙이기도 싫었고 내 불만을 토로하기도 싫었다. 그저 턱턱 막히는 목구멍을 참아내느라 목이 아플 뿐이었다. 거기다 힘이 들어가 꽉 쥔 손바닥도 욱신거리고 있었다. 하다못해 늦어서 미안하다던지 실 팔찌는 어디에 있냐던지 물을 줄 알았던 박지민은 내리깔았던 눈을 다시 나에게 돌렸고 콕콕 찌르듯 쌜쭉 웃고는 아까 전처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인사했다.
“그럼 안녕.”
무슨 영문인지 왜 나를 찾아온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놓고 작별인사를 하듯 고개를 흔드는지 인상이 찌푸려졌다. 박지민은 다시 제 몸을 돌려 가려했고 나는 다급하게 박지민의 팔을 잡아 돌려 세우고는 다른 손에 꽉 쥐고 있던 끊어진 실 팔찌를 눈앞에 내밀었다. 순간 나로 인해 돌려진 박지민은 불쑥 내밀어진 실 팔찌를 보고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고 곧 다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억지스럽게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소원 이뤄주는 거 순 거짓말이잖아.”
그 말에 나는 또 인상을 찌푸렸고 다시 한 번 보라는 듯 실 팔찌를 쥔 손을 내밀었다. 박지민은 나를 쳐다보았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끊어지기 전에 이미 이뤄졌어.”
박지민은 살풋 제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비실 내려가려는 입 꼬리 잡아 올리고는 칭얼거리듯 내뱉었다.
“근데 너무 안 와서 내가 끊어버렸잖아.”
빙빙 돌려 말하는 듯한 내 말에 박지민 역시 빙빙 돌아가는 듯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고 곧 내 빙빙 꼰 말을 풀어냈는지 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툭 말했다.
“좋아해. 내가 정말 너무 늦어버린 줄 알았어.”
다시 쿵쿵 온 몸이 울렸고 아직 여름도 아닌데 선선한 저녁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장마철 끈적임 같은 건 언제 그랬냐는 듯 날려버리고 대답했다.
“너무 늦은 건 맞는데 또 너무 늦은 건 아니야. 좋아해.”
1년을 넘게 기다렸던 여름이 찾아왔다.
키치키치의 말 |
이것이 무엇이냐하면 구 남친 클럽 그때 그 시절 그 미묘함 박지민 편입니다. 온갖 번외들을 모아 가지고 올 '구 남친 클럽'
구냥 번외를 좀 있어보이게 가지고 오고싶어서 그래여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혐생 뿌셔 하는 순간 대작 작가님들도 릴레이하신다고 하시구 나는 왜 이러고 있나 다 때려치고 싶어서 전에 적어둔 그때 그 시절 그 미묘함 지민이 편 번외를 가지고 왔어요 물론 다른 글들 번외도 있구요!
긴장을 늦추신 순간 구남친 클럽으로 돌아올 생각입니다!
그게 연애의 결말 정국이가 될 수도 있고 오나귀 윤기가 될 수도 있고 그그그 남준이가 될 수도 있고 자두 태형이가 될 수도 있고~ (스포일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고 번외가 제 엔드라이브에 가득한 것은 아니고 짬짬히 쉬면서 글 쓸 시간은 있을테니까요...! 예를 들면 지금처럼 새벽에...
맞아요 전 관종입니다 관심종자 (정색)
아무튼 오랜만입니다 독자님덜... 제 혐생 사라져주세요... 졸작도... 교수님도... 알바도... 제 인생도...
보고 싶었어요 사랑해여... (머리 위로 하튜)
전 이제 내일 또 시작 될 교수님과의 전쟁에 심신의 안정을 위해 달려라 방탄을 보러 달려라 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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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이가 부산으로 내려간 이유 및 귀여운 사정 |
지민이 아버님이 하시던 사업이 잘못되면서 부산 친척집에 얹혀 살 듯 내려가게 되었고 그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여잔데 차마 사실대로 말하긴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던 찌밍에게는 넘나 가혹한 현실이었던 것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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