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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오랜만에 또 꿈을 꿨다. 가끔, 아니 자주 나왔던 그 꿈. 



어두컴컴했던 시야가 서서히 걷히고 하얀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무언가 희미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세히 보고싶어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눈 앞엔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은빛에 물든 하늘 아래 나비들이 춤을 추고 있었고, 들판의 꽃잎들은 바람결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그 한가운데 앉아있는 소녀의 머리카락도 살랑이며, 하늘처럼 맑은 눈동자는 저멀리의 것을 바라본다.


소녀의 시선 끝에는 한 소년이 서있었다. 새하얀 옷을 입은 천사같은 소년. 소년은 살랑이는 나비들을 따라 저멀리 하늘을 바라보다,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소녀를 응시했다. 이내 방긋 웃어보이며 소녀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손에 쥔 들판의 꽃을 내밀어보인다.

 



'널 좋아해.'

 



한마디 하며 소녀의 손에 직접 꽃을 쥐어주고는 또다시 방긋 웃어보였다. 그러나 소녀는 아무 표정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아니, 의아해진다.

 



'내가 널 찾아갈게. 혹시 알아보게 된다면, 날 좋아해줘'

 



소녀는 말을 건네보려 했지만 굳게 닫힌 입술이 떨어지지 않는다. 뒤돌아서 저멀리 가려는 소년을 향해 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고, 소년을 향해 뛰어도 계속 제자리걸음이였다. 놓칠까 두려워서, 놓치면 후회할까 싶어 간절한 마음으로 굳게 다물어진 입을 힘겹게 열었다.

 



'너 누구야?'

 



그 소리에 소년은 돌아서서 다시 소녀를 응시하고는, 활짝 웃으며 소녀의 손을 따스하게 잡았다. 한참을 그렇게 아무말없이 서있던 소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는...'










[방탄소년단/다각] 나비야, 나비야. 00 | 인스티즈



[나비야, 나비야.]


00












 

 

"전정국."


".....엉?"

 




익숙한 이름,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눈 앞엔 익숙한 천장이, 그곳을 향해 어정쩡히 뻗어있는 자신의 손이 그녀를 반겼다. 그리고 옆에 있는 엄청나게 익숙하고 짜증나는 것도. 어정쩡한 팔을 내리고 고개를 홱 돌려 그를 한껏 째려봤다.



 

"니가 왜 대답하는건데."


"누구냐며. 여기 나말고 더 있나?"

 



아침부터 상큼(?)하게 사과를 짝짝 씹어대며 아무런 표정 없이 자신을 내려다보는게 영 기분 더럽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기분 좋은 꿈꾸고 있었는데 방해질이니, 간만에 썸좀 타볼려고했더니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정국은 그녀를 힘껏 일으켜세워 앉혀 놓고는 저멀리 걸려져있는 수건을 던져준다. '빨리 씻고 내려와. 엄마가 내려오래 빨리' 한마디 하고는 잽싸게 제 방을 나갔다. 좀 더 꿈좀 꾸고 싶다고 생각한 그녀는 다시 누우려는 찰나, 다시 방문이 열리더니 정국이 고개만 빼꼼 내밀고 그녀를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누나 또 누울라 그러지? 꿈깨고 빨리 일어나라"

 



이번엔 배게로 강하게 안면 스파이크를 날리고는 가버렸다. 옛날 같았으면 배게쯤이야 안아팠을텐데 꼴에 이제 컸다고 이렇게 힘껏 던질때면 아파 죽을 것만 같았다. 어릴땐 누나누나 하면서 쫄래쫄래 잘 따르더니만, 이젠 자신이 작아졌다고 만만해 보이는가. 애를 잘못 키운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완전히 잠이 깬 그녀는 궁시렁대면서 터덜터덜 욕실로 향했다. 오늘 꿈을 더 꾸고 싶지만 현실에선 해야할 일이 있으므로, 오늘 밤에도 그 소년이 나타나주길 바라며 하루를 보낼 준비를 시작했다.


욕실로 들어가 맨처음 거울을 바라보던 그녀는 양볼을 만지작 거리더니 뭐가 웃긴건지 숨넘어가듯 웃어재꼈다. 어쩐지 이 자식이 왠일로 깨우러 오나 싶었다. 다시 급정색을 하고 이리저리 낙서가 가득한 우스꽝스러운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전정국 이 개새끼야!!!"









-







여기 또 그녀처럼 숨넘어가게 웃어재끼는 사람이 또 있다. 이번엔 본인의 핸드폰을 보면서. 그것도 정국이 퍼뜨린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보면서. 그는 핸드폰을 보며 한번 웃어 재끼고, 실물의 그녀를 보며 한번 더 웃어재끼고를 반복하고 있다. 전정국 쩐다 진짜. 쩔기는 개뿔이 소금에 절여버리고 싶은 망할 동생의 찬양 아닌 찬양과 함께. 그녀는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유포해버린 것도 쪽팔리지만 자신의 앞에서 미친듯이 웃어대는 친구 덕에 커피숍 안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지금이 더 민망했다. 그만 웃어 이놈아 사람들 쳐다보잖아. 아차. 주위를 둘러보더니 그제서야 입을 다물고는 눈 앞에서 의자에 기대 추욱- 처진 그녀를 보며 큭큭대며 입을 열었다. 또 추격전 했구만.





"말도 마. 그 자식 요즘 잡히지도 않아."


"니가 늙어서 그래."


"허, 몇살 차이난다고 늙었대. 너 누구 친구냐."


"음, 오늘은 정국이."





어휴 누가 키웠는지 애교도 부리고 잘하고 있다 내새끼. 정국의 행동이 마음에 든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놈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김태형 이놈이였지. 그녀는 컵에 담긴 얼음을 입에 물고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자화자찬과 정국의 칭찬에 심취해있는 그를 노려보았다. 태형은 그녀와 5살때부터 항상 같이 다녔던 세상에 둘도 없는 베프다. 생긴건 반듯하게 생겨가지고 가끔 장난을 잘 친다. 정국과 셋이서 같이 놀 때가 많았는데 그때 이 녀석한테서 장난질을 많이 배웠다. 그녀에게 장난칠때는 둘이 아주 쿵짝이 잘맞아서 누가 보면 둘이 베스트 프렌드 같았다. 한참 그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다가, 지금은 놀러 온게 아니라는게 생각나서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만 정신차리고, 할 얘기 있다면서."


"참참. 야 너 이제 꽃 피는 봄도 됐는데 소개팅 하자."


"...개 뜬금 없다."


"뜬금 없는 소리가 아니고. 이제 철벽 좀 허물고 좀 해봐라. 모솔은 탈출하셔야지."


"됐네요, 난 소개팅 별로."





언젠간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날 예정이라고. 손에 턱을 괴고서 오늘 꿨던 꿈을 회상하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애잔하게 바라보며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참말로 멀쩡하게 생겨서는 망상에나 빠져있다니. 소개팅보다는 정신과 의사와의 만남이 시급해보였다. 그런 태형의 시선을 무시한 채 눈을 감은 채로 그 소년을 상상하며 태형의 말에 귀 귀울였다.





"너 설마 내가 좋아서 다른 남자는 눈에 안들어 오냐. 그럼 곤란한데."


"또 혼자 쇼한다."


"아무튼, 내일 12시에 이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꼭 와라."





누구 맘대로 약속을 잡냐. 그 사람이 너랑 약속 좀 잡아달라고 계속 사정하는데 어떡하냐. 어이없다는 듯이 감았던 눈을 떠서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고 있는 그를 째려보았다. 그런 그녀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나도 그사람 누군지 잘 몰라."


"..모르는데 소개팅 시켜주냐. 너 미쳤니?"


"근데 나비아. 너를 잘 알고 있던데. 본인은 예전에 너랑 알고있던 사람이라면서."


"나랑 아는 사이..?"





그의 말에 곰곰히 어릴 때를 생각해보았다. 남자라면 정국이와 태형 말고는 알고지낸 사람이 없는데.. 생각해봐도 누구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라니, 자주 깜빡하는 자신이라 혹시나 기억을 잃어버린게 아닐까 싶어 그에게 되물어 보았다. 그사람은 이름은, 뭐하는 사람이래. 드디어 소개팅 하고싶어지냐. 의외라는 듯 쳐다보더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의사인가봐 새하얀 가운 입고 있었어."


"..."


"너 줄곧 찾고 있었다고 그러더라."


"뭐?"





태형의 말에 그녀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 아침 꾸었던 꿈이 떠올랐다. 하얀 옷을 입은 천사같은 소년. 날 찾아오겠다던 해맑은 소년. 혹시 그 소년일까? 그녀는 지금 25년 인생에서 가장 설레고 있다. 나에게 진짜 백마탄 왕자님이 나타나는가보다. 멍하니 우뚝 멈춰 있는 그녀를 보며 태형이 손을 흔들어 보이다가 미동이 없자 손을 내리고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싫음 안해도 돼.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취..."


"아니, 할게."


"진짜냐?"


"...응."





그 사람이 정말 꿈 속에 나타난 그 소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









나비아(25)

연애 한번도 못해본 모태솔로 철벽녀입니다.

현실 남자보다 꿈 속에 나타나는 소년만 좋아하는 특이한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자길 찾고다녔다는 그 사람, 진짜 꿈 속 소년 맞을까요?

괜한 희망을 가져보는 바보같은 여주입니다.





[방탄소년단/다각] 나비야, 나비야. 00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다각] 나비야, 나비야. 00 | 인스티즈




전정국(20)

여주의 남동생. 이제 성인이 되었는데도 누나 놀려먹는게 제일 재미있어요.

누나와 다르게 인기가 하늘을 찌르지만 누가 동생 아니랄까봐 얘도 철벽남이에요.

장난꾸러기에 누나를 이겨먹고 싶은 마음 가득한 정국.

그래도 힘들때나 아플때 힘이 되주는 든든한 동생이랍니다.





[방탄소년단/다각] 나비야, 나비야. 00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다각] 나비야, 나비야. 00 | 인스티즈



김태형(25)

5살때부터 여주와 정국과 함께한 베스트 프렌드. 이젠 가족같아요.

가끔 장난끼가 발동할땐 여주도 못말려요.

꿈속 소년에만 빠져있는 애잔하고 안타까운 여주를 위해 자주 소개팅을 추천해준답니다.

이번 소개팅은 처음으로 흔쾌히 허락하는데, 잘 되게 해주고싶어합니다.

사실 이놈 먼저 모솔 탈출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처음 글을 써보는 왕초보 작가 되겠습니다.

이글은 여주가 꿈속 소년을 찾는 이야깁니다.

망글될지도몰라요 아직 똥손이라...허허


미흡하지만 잘 부탁 드립니다..

피드백은 대환영..: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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