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빈아. 또 만났네.
늘 이렇게 네가 나의 숨을 거두어갈 때쯤 네가 떠올라.
저번 생에도 네가 나의 숨을 끊어 놓았구나.
그게 너였구나.
내가 이 세상 누구보다 연민하는 너로구나.
내가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너로구나.
우린 참 지독히도 악연이구나.
위에 계신 당신은 그를 만나게 하실 바에야 지구 반대편 쯤에 태어나게 하시지,
어찌하여 늘 이렇게 그를 내 곁에 머물게 하셨나요.
어찌하여 그가 나의 숨이 된 마냥 매일 매시 매분 매초마다 그를 마시며 살아가게 하셨나요.
어찌하여 늘 눈을 감기 직전에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게 하십니까.
나의 숨이 끊길 때의 그의 얼굴을 볼 수조차 없게.
이것도 당신의 뜻입니까?
가혹하십니다. 너무도 가혹하십니다.
다음 생엔 제가 먼저 그를 찾아내려 합니다.
이 생에서의 육신은 사라지나 기억만은 응어리져 후생의 육신에 깃들테니,
그를 실컷 보고, 느끼고, 만지고, 그리고.. 스스로 생을 끝내겠습니다.
그러나 그리 하는 것조차도 그가 나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니 결국 그와 나의 악연의 고리는 끊지 못하겠군요.
우리가 갇힌 이 수레바퀴는 끝없이 돌고 돌아 우리를 같은 자리에 가져다 놓을테니,
그렇게라도 영원토록 그를 볼 수 있으매 조금은 웃음이 나려 합니다.
빈아. 다음 생에선 꼭 내가 널 찾아낼게.
네가 날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내가 널 알아볼 수 있어.
나는 또다시 너로 인해 다음 생을 기약하겠지만,
그 다음 생에서도 그리고 그 다음 생에서도 기필코 내가 너를 먼저 찾아낼 거야.
그러다 보면 우리의 운명도 아주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응? 홍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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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끄적여본 글이라서 퀄리티도 뭣도 없지만 한 번 올려봅니다.
조각글 수준이지만 더 이을 생각은 아직 없어요!
화자가 누군지는 원하는 멤버로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