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효일] Goodbye, and Hello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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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일이 서랍을 뒤적였다. 곧 이사를 가게 되서 태일의 집은 이삿짐을 정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이삿짐을 싸느라 부산스러운 부모님과 형을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온 태일도 이내 이삿짐을 챙기려 방 안 이곳저곳을 들쑤셨다. 한참을 그러고 다녔을까, 태일이 책꽃이 사이에서 삐죽 튀어나와 있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뭐지?" 책꽂이 사이에서 태일이 꺼내 든 사진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봄 햇살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였다. 태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못생기게 나왔잖아-. 라고 중얼거리며 아직도 사진 속 남자의 기억이 생생한 듯 작게 웃더니 사진을 제 책상 위에 놓고는 그의 형의 방으로 갔다. "형!" "왜?" "형 졸업앨범 있어?" "방 안에서 찾아봐!" "엉!" 태일이 제 형의 방에서 제 형의 졸업앨범을 찾기 시작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태일이 옷장 위에서 형의 졸업앨범을 꺼내 제 방으로 달려갔다. "뭐야... 먼지가 잔뜩 쌓여가지곤... 형은 자기 앨범 관리도 안 하나..." 투덜거리던 태일이 이내 졸업앨범 표지 위에 잔뜩 쌓인 먼지를 후후 불고 옷 소매로 살짝 쓸어 먼지를 없애더니 앨범을 폈다. 앨범을 한창 뒤적이던 태일이 3학년 2반이라고 써진 페이지에서 작게 미소를 짓고는 책꽃이에서 찾았던 사진 속 남자를 검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내린다. 같은 페이지에 있는 제 형 사진에는 관심도 없이 남자의 사진만 보고 있다. 사진 속 남자의 개인사진 교복 마이에는 '안재효' 라는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태일이 안재효라는 남자의 사진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앨범을 덮는다. 앨범을 자신의 책꽂이 한 켠에 놓아 둔 태일이 작게 웃으며 다시 이삿짐을 싸기 시작한다. *** "태일이 안녕." "어, 형! 안녕하세요!" 제 형 태형이 재효를 포함한 제 친구들을 집에 데려왔다. 이미 태형이 자주 데리고 오던 얼굴들이라 태일은 당황하지 않고 그들을 맞이한다. 재효가 자신보다 키가 작은 태일이 저에게 쪼르르 달려와 반기는 게 귀여운지 포슬포슬한 태일의 머리카락은 쓰다듬어 준다. 태일은 그런 재효의 손길을 아무 말 없이 받아낸다. 태형이 재효에게 현관에 서 있지 말고 거실로 들어오라 했다. 태일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춘 재효가 태일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거실로 들어간다. 이내 태일도 재효를 따라 거실로 총총총 들어간다. "재효형아." "응? 태일이 왜?" "형은 왜 그렇게 잘생겼어요?" "음... 글쎄... 형이 잘생겼어?" "넵! 저기 저 이태형보다 백만배는 더 잘생겼어요!" "그건 당연한거지. 니네 형이 인물은 좀 아니야. 오히려 니가 더 귀엽게 생겼지." "잘생기진 않았구요?" "..." "농담이에요... 형, 웃다가 정색하지 말아요. 무서워요." 재효의 곁에서 조잘조잘, 재잘재잘 떠드는 태일이다. 어쩜 그리 할 이야기가 많을까. 재잘대는 아기새같은 태일이 시끄러울 법도 한데, 재효는 가끔씩 맞장구도 쳐 주면서 태일의 이야기를 들어 준다. 그런 재효의 모습에 더 신나서 재잘대는 태일이다. *** "뭐 하고 있으려나... 대학 간 건 아는데..." 태일이 저가 1학년이고 재효와 저의 형이 3학년이였을 때가 생각이 나는 지 배실배실 미소를 지었다. 재효가 졸업을 하면서 저절로 재효와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제 형도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저 형과의 연락도 뜸해졌다. 그런 태일이 가끔씩 형이 집에 내려올 때 마다 재효의 근황에 대해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저 형 조차도 바빠서 만나기 힘들어 무얼 하고 지내는 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태일은 2학년에서 3학년이 되었고, 재효가 휴학을 하거나 무슨 일이 있지 않고 그대로 대학을 다녔다면 아마 지금쯤 재효는 대학교 2학년이 되어 있을 나이였다. 재효의 얼굴이 태일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며 혹여 2년동안 얼굴이 바뀌었을까, 머리가 바뀌었을까, 좋아하던 옷들도 다 바뀌었을까,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태일이었다. 키도 꽤 컸었는데, 그 키에서 더 크긴 컸을까? 몸무게도 무거웠었는데, 살이 쪘을까, 빠졌을까 등의 자잘하고 사소한, 하지만 태일에게는 사소하지 않은 상상을 하며 바뀌어 있을 재효를 생각하는 태일이다. "그 키에서 더 컸으려나... 몸무게도... 무거웠었는데..." 태일이 마지막으로 재효를 봤을 때는 재효의 키가 178cm 쯤 되었었다. 태일은 재효보다 훨씬 작은 159cm였다. 지금은 우유도 마시고 나름 운동도 해서 겨우겨우 167cm가 되었다. 자신이 그 동안 꽤 컸으니, 재효도 키가 컸으리라고 생각하는 태일이다. 키 큰 만큼 몸무게도 늘었으리라고 생각하는 태일이다. "진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나 지났네..." 고삼의 막바지, 수능도 끝이 났다. 태일은 이제 얌전히 졸업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 대학생이 될 태일은 재효가 다닌다고 한 대학에 원서를 냈다. 결과는 합격. 재효와 같은 대학에 원서를 낸 까닭은 혹시 그 곳에 가면 재효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저 자신도 원하던 학과가 있었기 때문에 미련없이 학교에 원서를 냈다. 그로인해 재효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 행복해하는 태일이다. *** 태일이 서울로 올라온지도 이주일이 넘었다. 태일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태일의 부모님은 집을 서울로 옮기셨다. 태일의 아버지의 직장 문제도 있지만, 두 아들을 한 집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태일의 어머님의 성화에 태일의 가족은 4명이 모두 한 집에 살게 될 뻔 했으나, 옮긴 집과 태일이 입학하게 될 학교가 너무 먼 관계로 태일은 가게 될 학교 근처에 자췻방을 하나 얻었다. 처음 자췻방에 들어섰을 때, 태일은 익숙한 바다 향이 나는 방에 놀랐다. 재효에게서도 바다 향이 났었었다. 상큼하고, 맡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냄새였다. 재효에게서만 나는 줄 알았던 냄새를 맡은 태일이 이 냄새를 다시 맡은 것에 신기해하며 자신이 살게 될 집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집 내부는 깔끔했다. 태일이 예상했던 집은 좁고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였는데, 예상 외로 햇빛도 잘 드는 지상에다가, 태일 혼자 살기엔 넓직한 집 내부, 그리고 무엇보다 재효에게서 났었던 바다 향이 나는 집에 태일은 괜시리 좋아했다. |
효일인데 재효 분량이 별로 없는건 안비밀...
상하편 나누어서 쓸 계획이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