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부제 : 신경외과)
" 김간, 여기 AGBA 좀 해주시고 머리 CT하고 MRI 같이 찍을 거니까 준비해주세요! "
" 네, 정선생님! "
* AGBA : 동맥혈 가스 분석
* CT : 컴퓨터 단층 촬영
* MRI : 자기공명영상
내 꿈은 의사다. 모두가 꿈 때문에 방황할 때 난 오로지 의사 하나만 생각하고 살았었다. 사람을 살리고 싶다, 내 손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다시 살게 하고 싶다! 오직 그 꿈 하나로 남들 놀고, 먹을 때 난 책상 의자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앉아서 시간을 보냈었다. 친구들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그 순간에도 난 병원에서 썩어 지냈었다. 여주야, 연애는 대체 언제 할래? 이런 질문을 받을 때에도 난 의사만 된다면, 전문의 따고 펠로우만 된다면! 그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원하던 것들을 모두 이룰 거라고 그렇게 다짐했었다.
* 펠로우 : 레지던트와 의학교수 사이에 중간과정을 밟는 전문의
" 정선생님, 여기 CT랑 MRI 결과 나왔어요! "
" 뇌부종에 경막 외출혈이 있는 것 같은데··· 김간, 여기 응급 수술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
" 어, 수술하시려면 당직 스탭 선생님께 허락 맡으셔야 하는데··· "
" 시간 놓치면 환자 잃을 수도 있어요. "
" 그래도··· "
" 제가 책임질 테니까 수술방 잡아주세요, 김간! "
* 뇌부종 : 뇌의 수분 함럄이 증가해 부피가 커진 상태
* 경막외출혈 : 두개골과 경막 사이에 일어난 출혈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펠로우가 된 순간 병원의 모든 환자들이 나애게 배정된 것마냥 수술이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고, 난 연애는 커녕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며칠 동안 못 감은 머리는 당연했고, 처음 인턴이 되었을 때 받았던 새하얀 가운은 어느새 꼬질꼬질해지게 되었다. 연애는 언제 하냐며 매일같이 전화로 잔소리를 하던 엄마도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딸이 걱정이 됐는지 차츰 전화 거는 수가 줄어들었다. 그래, 엄마. 나 결혼은 도저히 못 할 것 같아···
" 또 수술? "
" 어, 나 쓰러지면 꼭 일주일 넘게 입원 시켜 주라. "
" 엄살은, 너 스탭 선생님께 허락 안 맡고 수술하는 거라며. 괜찮겠어? "
" 아, 몰라. 환자 죽게 내버려둘 수도 없고. 정강이 한 번 까이고 말지, 뭐. "
" 강선생 성격 더러운 거 알면서 그러냐. 정강이 한 번이 아니라 일주일 당직 시킬걸. "
" ··· 그렇겠지? 그냥 안 넘어가겠지? "
" 힘내라, 동기. 강선생이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너만 미워하잖냐. 전생에 죄라도 지었냐? "
강선생은 잘생긴 얼굴, 큰 키··· 장점들 사이에 큰 단점이 하나 숨어있었는데 그건 바로 지랄 맞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강선생은 우리 병원 모든 여자 간호사, 선생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사람이었다. 왜냐고? 그 지랄 맞은 성격이 오직 나에게만 유효하기 때문이었다. 강선생은 모두에게 지랄 맞다, 이 명제는 잘못된 공식이다. 왜냐면 강선생은 인턴 시절부터 나 하나만 죽도록 갈구고, 또 갈궜기 때문이다.
" 정여주, 따라와. "
" 죄송합니다, 선생님. 수술은 빨리 끝··· "
" 수술 빨리 끝내는 게 중요해? 너한테 우선 순위가 그거야? "
" ······. "
" 응급 수술을 결정한 이유가 뭐야. "
" 그게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차트 보시면··· "
" 그건 컴퍼런스 때 확인해 보면 알 거고, 오늘부터 일주일 벌당 서. 가 봐. "
" ··· 네. "
나 진짜 전생에 강선생한테 무슨 죄 지었나···?
.
.
.
" 정선생님, 오늘 인턴 새로 들어오는 거 알고 계세요? "
" 아, 진짜요? 몇 명 들어오는데요? "
" 남자 한 명이라고 들었··· "
" ··· ? "
" 강선생님, 안녕하세요! "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진다 했더니 굳은 표정으로 날 내려다 보고 있는 강선생님이 보였다. 아, 좆됐다.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인사를 하고 또 뭔 트집을 잡으면서 지랄을 할까 생각하며 고개를 드니 조금은 앳된, 낯선 얼굴의 남자가 보였다.
" 정선생은 당직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농땡이를 피우나. "
" ··· 죄송합니다. "
" 죄송할 짓 좀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렵나. "
" ······. "
" 됐고, 인턴 관리 똑바로 시켜. "
" 네··· "
강선생이 말을 마치자 마자 휴게실을 빠져 나갔고, 난 바로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털썩 주저 앉고는 속으로 강선생 개새끼, 개새끼만 되뇌이며 욕을 했다. 나만 갈궈, 개새끼··· 하며 속으로 울먹거리고 있는게 갑자기 내 어깨를 툭툭 치는 느낌에 소스라치며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 인턴?
"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신경외과 인턴으로 출근하게 된 박우진이라고 합니다. "
" ······. "
" 잘 부탁드려요, 선배님. "
인턴의 이름은 박우진이었고, 사투리 억양이 살짝 배여 있는 말투로 나에게 인사했다. 인턴 교육 똑바로 못 시켜서 또 강선생에게 욕 먹을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쳐 벌떡 일어나 인턴에게 너는 강선생에게 찍히지 말라고 속으로 충고한 뒤, 회사 지리와 궁금해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 이건 병원 내부에서 쓰는 폰이고, 이건 가운. "
" ······. "
" ··· 저, 내 말 듣고 있는 거지? "
" 아, 네. 저도 모르게··· "
" ······ 에? "
" 죄송합니다. "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하다고 하길래 손사래를 치며 어깨를 툭툭 쳤다. 이제부터 잘 들으라며 다시 설명을 해주는데 인턴이 갑자기 고개를 팍 들더니 말했다.
" 저 진짜 죄송한데요, 선배. "
" 어? "
" 애인··· 있으세요? "
··· 얘, 뭐지?
. . .
1. 동기 종현이 & 지랄 쩌는 강다녤 & 연하남 우진이
2. 제가 응원하는 아이들을 모두 넣었슴다 !! 모두 데뷔해 (짝) 데뷔해 (짝)
3. 반응 좋으면 계속 연재하도록 할게유 ! (๑´╹‸╹`๑)
4. 그냥 보여드리기 부끄러우니까 구독료 ,,
5. 댓글 달고 구독료 다시 받아 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