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야! 수박 먹어! "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땀 질질 흘리며 들어온 권순영이 가슴팍에 여주 머리만한 수박 한통을 던짐.
뭐야 어디서 났어 사왔어? 의심쩍어 물어봤지만 한참을 말이 없이 서서 여주 얼굴 쳐다봄. 그러다간 훽 여주 제치고 집안 들어가서 부엌에서 칼이랑 도마 꺼내와 품에 던졌던 수박 도마 위에 얹으며 앉으라고 제 옆 마루 탁탁 침. 능청스러운게 누가보면 집주인이 순영인 줄 알겠어서 어이없는 웃음이 픽 새버렸다...
" 먹을 거야 말 거야. "
" 먹을래 "
결국 의심따윈 버리고 순영 따라 마루에 자리잡고 앉음. 아직 수박이 익을 시기는 아니라 그리 맛있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경기도 오산. 속이 빨간게 침 꿀꺽 넘어가고 쩍쩍 벌려지는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음. 크게 반 쪼개다말곤 순영이 여주 입 딱 한번 보더니 크게 동냈던 수박을 더 작게 잘라내기 시작함.
" 뭐야 너 원래 수박 그렇게 작게 먹어? "
" 너 입 작길래. 범벅하고 먹지 마 더러워. "
" 아 지금 나 신경쓰는 거? "
" 아니 내가 기분이 더러워; "
주먹 부르르 떨지만 차마 싸우자고 달려들면 제가 질 것도 뻔하고 수박도 뺏길 것 같길래 조용히 수박 집어 먹음.
말 좀 곱게 하면 덧나냐. 그래도 계속 생각하니 서운해서 순영 향해서 수박씨 뱉음. 허벅지랑 옷이랑 수박씨 다 튀겨서 순영이 더럽다며 정색하지만 여주는 웃겨 죽음. 야 점박이야 뭐야ㅋㅋㅋㅋㅋㅋㅋㅋ
" 해보자고? "
" 아니 갑자기 사례가 들려서 실수했네 미안. "
그 말 끝나자마자 순영이 여주한테 수박씨 모아논 통 반주먹 쥐어서 뿌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에 왕반점 생겼네 "
" ... "
못참고 결국 씨 통 엎었다.
마루 난리나고 여주는 너 진짜 싫다고 악쓰는데 순영은 해맑게 낄낄거리며 마루 저 멀리 도망쳐선 여주 놀림. 그렇게 사이좋게 놀고 있는데(멀리서보면) 승관이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옴 엄마랑 같이.
" 다 큰 애들이 수박 서리하고 다니냐!!! "
#5 그렇다 권순영은 수박을 훔친 것이다.
권순영이 여주도 동조했다고 덮어씌우는 바람에 억울하지만 같이 먹은게 동조 아니고 뭐야... 입 다물고 마루 끝에 앉아 무릎꿇고 손들고 있었음.
승관이는 옆에 앉아서 수박 먹으며 마당에 퉤퉤 씨 뿌리는데 순영이 얄밉다며 손 내려서 승관이 입 막아버림. 악! 결국 손 세게 물려서 눈물 찔끔 흘리며 씩씩 대는 권순영. 늘 먼저 시비걸고 먼저 짐. 초딩한테 덤벼서 무슨 재미 보겠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여주 눈에는 둘 다 정신나이 비슷해보여서 절로 한숨나와버려. 저것들 언제 크냐...
" 걔 성격 더럽다 건들면 일 나 "
" 너랑 똑 닮았나보네 "
" 진짜 뒤진다 "
둘 다 정신 차렸으면 얼른 와서 밥 먹어!
여주는 벌떡 일어나서 권순영 앞으로 밀쳐버리고 식탁으로 달려감 덕에 순영은 마루 아래로 나뒹굴고 흙투성이 된 채로 벙쪘다고 한다...
밥 다 먹고 티비 보면서 남은 수박 먹고 놀다가 순영이 승관이한테 앵기면서 형이랑 같이 자자고 꼬셔봄.
" 아 싫어요! 싫다구요! "
" 누가보면 추행하는 줄 알겠네 좀 친해질 때 되지 않았냐? 형이 서울가면 노래방 여섯시간 해줄게 하루만 같이 자자. "
결국 솔깃한 승관이는 순영이 손에 순순히 이끌려 방으로 들어감.
순영이가 챙겨온 과자랑 게임기부터 승관이한테 건네주고 승관이 눈 반짝거리면서 게임하고 어느정도 풀렸을 때 순영이 승관이 옆구리 팔꿈치로 몇번 찍음.
" 야 승관아 "
" 왜요 "
" 너네 누나 어디 학교야 "
" 꽃분여고요 "
" 그럼 남자친구 없겠네. "
" 옆에 남고 있는데요? "
그래서 너네 누나 남친 있대?
마른침 꼴깍 넘기며 물어보는 순영이에 그제서야 상황 파악한 승관이가 고개 천천히 들어봄. 순영이는 애써 무덤덤한 척 하려고 시선은 핸드폰에 고정시켰지만 액정 꺼져있는 거 본 승관이 진심으로 물어보는 거냐며 놀라 들고있던 게임기 떨어트려 버림. 야 그게 얼마나 비싼건데! 순영이 소리쳐봤자 승관이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누나 좋아한다는 사람 처음봐서 그런지 엄청 신기한데 그게 또 옆집 날라리에 저 맨날 괴롭히러 오는 이상한 아저씨라는게(사실 누나랑 동갑임) 믿기지 않음. 승관 제 나름대로 생각하기에는 누나 사윗감으로 이장님댁 아들 승철이형이 젤 맘에 들었었는데. 괜히 먼길까지 돌아가며 생각한 승관이가 이제 누나 시집가나 싶어 별의 별 생각들이 다 들어버림.
" 우리 누나 좋아해요? "
" 아니거든. 모르면 자라. 게임기 너 가지고 "
하지만 승철네는 게임기가 없지. 제 방 바닥에 구르는 최신형 게임기를 보고 승관은 결심을 한 듯 나가려는 순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말함.
" 제가 이 한몸 바쳐서 형한테 누나 시집 보낼게요. "
그렇게 게임기에 모든게 팔린 승관이였다.
그저 저의 개인적 만족을 위해 쓰므로,,, 답이 없는 글입니다 따흐흡
♡사랑의 공식님 암호닉 신청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