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사람친구
민현 Ver
나 너 알아. 우리 집 옆에 사는 애 맞지? 네가 나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내게 생글생글 웃어 보이는 얼굴에 옅게 홍조가 떠올랐다. 고등학교 1학년이 시작되는 3월 달의 일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았지만 애써 아는 척 했다. 나 반 배정 망해서 아는 애가 너밖에 없어. 너는 그렇게 말하며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 네 말에 나는 아, 그래.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며 금세 폰으로 주의를 돌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네게 이토록 신경 쓰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집 같이 갈래? 종례를 마치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 나에게 네가 물었다. 등에 멘 가방 끈을 양 손으로 꽉 쥐고 있는 손이 귀엽다고 생각됐다. 나랑 집 같은 방향인 애가 너밖에 없길래.. 너는 말끝을 흐리며 가방 끈을 쥐고 있던 손을 고쳐 잡았다. 너는 무언가를 부탁할 때마다 손에 들린 것을 고쳐 잡곤 했다. 거절이라도 당할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라는 것을 안 건 겨우 며칠 전이었다.
"그래, 그럼."
"정말?"
응. 고개를 끄덕이자 너는 내게 처음 웃어줬던 것처럼 해사하게 웃었다. 근데 쟤도 나랑 같이 가는데. 괜찮아? 장난을 치다 여자애에게 쫓기고 있는 옹성우를 가리켰다. 너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금방 내 곁으로 다가온 옹성우가 나와 너를 번갈아 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황민현. 설마 둘이……"
"그런 거 아니야."
옹성우의 입에서 무슨 헛소리가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가 말을 끊었다. 미안. 얘는 그냥 무시해. 가방을 메고 교실 문 밖으로 나서자 네가 내 뒤를 따라 걸었다. 뒤처지는 네 걸음에 맞춰 느릿하게 길을 걸었다. 얘는 왜 같이 가? 내 옆에서 따라 걷던 성우가 나만 들리도록 작게 묻는 말에 그냥. 하고 대충 얼버무렸다. 딱히 자세하게 말해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 가. 집에 먼저 다다른 성우가 네게 잘 가라며 인사했다. 응, 내일 봐. 너도 작은 손을 흔들여 보였다.
"나는 안 보이냐?"
"넌 그냥 꺼지고."
투닥대는 우리 둘을 보고 너는 작게 웃음을 흘렸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는 성우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단 둘이 걷는 길엔 침묵이 따랐다. 우리 둘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건 너였다. 어느 중학교를 나왔냐는 것부터 해서 시시콜콜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왜 인지 내게 그토록 열정적으로 묻는 네 모습이 귀여워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웃음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같은 아파트, 그것도 옆 집에 산다는 건 우리를 자연스럽게 등하굣길을 같이 하게 했다. 친해지는 것도 금방이었다. 그러다 곧 사귀겠다는 성우의 말을 평소에 듣던 헛소리 마냥 흘려들었다. 그럴 사이까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마 네 생각도 그때의 나와 같을 것이다. 지금의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감정은 저도 모르게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르나 보다. 너를 좋아한다고 확신하게 된 것은 올해 새 학년을 맞이한 첫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너와 또 같은 반이 되었다. 겉으론 아닌 척 했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성이름? 맞지?"
"허얼, 부기!"
나와 얘기를 하던 도중 너는 내게 멀어져 자신을 부른 남자애에게 다가갔다. 뭐야, 쟤는. 부기라고 불린 남자애에게 활짝 웃고 있는 네 얼굴을 보자 말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네게 다가가 누구냐고 묻자 중학교 때 친구라고 소개해주었다.
나 종현이랑 얘기 좀 할게.
남자애의 이름은 종현인 듯 싶었다. 아예 나에게서 등을 돌려 종현이라는 애와 대화를 하는 너를 보고 있자니 방금 전 내가 느낀 감정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었다.
질투
보통 자신의 연인이나 배우자,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이외의 사람과 관계를 가질 때 생기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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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좀 특별하게 민현이 시점에서 글을 써봤어요 항상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하구 이제 얼른 다음 편을 쓰러 총총 ==33 아래는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3 [부기온탑/뚜기/돼지바/숭아] 감사합니다♡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