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또 너랑 같은 반인 건지 모르겠다."
"아, 새 친구들 사귀면 줄려고 마이쮸도 갖고 왔는데."
민현이 딸기 맛 마이쮸를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먹을래? 민현이 내게 마이쮸 하나를 건네주며 물었다. 얘가 웬일인가 싶어하며 마이쮸를 받으려 하자 받지 못하도록 손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주세요, 해봐. 민현이 큰 키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뭐래, 미쳤냐? 내가 할 거 같아?"
그렇다면 해야지. 주세요. 두 손을 펴고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민현을 간절하게 올려다 보았다. 정확히는 민현이 아니라 손에 들린 마이쮸를. 준다고는 안 했는데? 민현이 나를 보고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다고 먹을 것 앞에서 자존심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마이쮸.."
"어."
"쮸세요!"
민현이 할 말을 잃은 듯 나를 보고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며 입을 막았다. 야.. 내가 잘못했어. 이거 너 다 먹어. 민현이 주머니에 마이쮸를 더 꺼내며 말했다. 얘는 친구를 얼마나 많이 사귀려고 이 만큼씩이나 갖고 온 거야.
"다음부터는 제발 그러지 말아 주라."
"왜애. 재밌기만 한데."
한번 더 할까? 민현은 내 말을 듣고 곧바로 정색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그렇게 민현과 떠들고 있는 사이 누군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성이름? 맞지?"
익숙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종현이 서 있었다. 허얼, 부기! 오랜만에 보는 거 같다? 어니부기는 종현이 중학생이었을 때 내가 붙여준 별명이다. 이유는 단순히 어니부기를 닮아서. 이거 먹을래? 민현이 내게 주었던 마이쮸를 종현에게 나눠 주었다. 내 옆으로 다가와 종현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누구냐고 묻는 민현에 중학교 때 친구라고 말해주었다. 안녕. 종현이 민현에게 먼저 인사했다. 민현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어.. 안녕. 하고 인사했다. 나 종현이랑 얘기 좀 할게. 민현을 뒤로 하고 종현의 자리 옆으로 가 앉았다. 중3 이후로 같은 반이 된 지 2년 만이라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엄마가 너 엄청 보고 싶어하셔. 종현이 그럼 오늘 뵈러 갈까? 라며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새 종현의 뒤에 자리를 잡은 민현이 우리 둘 사이에 껴 들었다.
"둘이 뭔 얘기하는데? 나도 껴 줘."
아, 그리고 나는 황민현이야. 민현이 종현에게 말했다. 얘는 부기! 내 말에 종현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부기는 그냥 별명이고, 나는 김종현이야. 이름이 챙겨주느라 힘들지? 종현의 말에 발끈하며 반박했다.
"챙겨주기는 무슨. 맨날 약올리기만 하는데."
"내가 언제?"
민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둘이 많이 친한가 봐. 종현의 말에 민현이 부인했다. 친한 게 아니라 그냥 같이 놀아주는 거야. 너 자꾸 개소리 할래? 민현의 팔뚝을 꼬집자 아프다며 징징댔다. 안 그러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꼬집은 손을 놓았다. 아야. 아프잖아. 이거 멍든 거 맞지? 그치? 민현이 엄살을 부리며 종현에게 팔뚝을 걷어 보였다. 하하, 글쎄. 종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난감하단 표정을 지었다.
*
학교가 끝나고 민현이 얼른 집을 가자며 재촉했다. 종현이 기다려야 돼. 걔는 왜? 민현이 물었다. 오늘 우리 집 오기로 했거든. 담임 선생님이 종례 끝나고 따로 부르셔서 좀만 기다려 달래.
"왜 나는 안 불러줘."
"어차피 넌 우리 집 바로 옆이잖아."
아아, 그게 뭐 어쨌다고. 나도 갈래. 내 팔을 붙잡고 늘어지는 민현이 귀찮아 대충 알았어, 하고 잡힌 팔을 내뺐다. 몇 분이 더 지나고 나서야 종현이 교실로 돌아왔다.
"미안, 선생님 말씀이 조금 길어지셔서. 가자 이름아."
어, 민현이도 있네. 안녕. 종현이 민현에게 인사하고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잠깐만, 민현이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괜찮지? 종현이 걸음을 멈추고 내 뒤에 서 있는 민현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응, 괜찮아. 종현은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내 걸음걸이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이름이랑은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 종현이 민현에게 물었다.
"고1 때 처음 봤으니까, 이제 1년 쯤 됐나."
집도 바로 옆이다 보니 등하교도 같이 해. 민현의 말을 듣고 종현이 부럽다고 말하자 민현이 전혀, 라고 말하며 질색했다. 나도 너보다 종현이가 더 좋거든? 나의 말에 민현도 너보다는 종현이가 훨씬 좋다고 유치하게 티격태격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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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에 만나요 총총==33 댓글에 답글 달아드리고 싶었는데 댓글 등록 할 때마다 글이 자꾸 잘려서 그러질 못했네요.. 8ㅅ8 생각보다 순위 변동이 심하더라구요 민기도 얼른 11위 권 안에 들었으면(ㅠㅠ) |